출조 전날 "어신"을 이용해서 날씨와 물때를 알아보는 중이다.
내일 낚시환경은 최적이지만 비소식이 있다.
보통 비가 있으면 바람과 너울을 동반하는 편이지만 내일은 왠일로 약간의 비외에는 아주 괜찮은 환경이다.
다음날 오전, 출조날이다.
다시 한번 "어신"을 열어 날씨를 살펴봤더니 어제와 달리 기상이 바뀐 모양새다.
어제는 오후 내내 비가 내린다고 예보했었는데 변경된 예보에서는 오전에만 잠깐 비가 내린다고 한다.
좋은 소식이다.
오전 6시반 집에서 출발했다.
출근 시간대라 그런지 신호 대기중인 차량이 많다.
가락IC 부근에 위치한 밴드 공식 낚시점인 낚시밸리에 도착해서 오늘 내가 쓸 밑밥과 용민이의 밑밥을 함께 준비했다.
용민이는 전남 광양에서 출발하는 관계로 중간에 낚시점을 들리지않고 곧바로 달린다고 한다.

거가대교를 넘어가는중에도 지속적으로 비가 내리고 있다.

오전 9시쯤 거제도 구조라에 위치한 "포세이돈낚시"에 도착한다.
수산업 사장인 용민이.
이렇게 봐서는 수산업보다 금융업(?)이 왠지 더 잘 어울릴것 같다.
명부를 작성후 느즈막히 9시30분 배를 탄다.
선비는 2만원.
용민이와는 6월말쯤 국도에서 야영낚시를 다녀온후로 처음인것 같다.
근무하는 지역이 다르다보니 자주 만날 수가 없다.
출항한다.
비는 아직까지 차분하게 내린다.

평일이고 비소식이 있어서 그런지 갯가에 낚시인이 많이 없다.
선장님께 오늘 참돔(상사리) 낚시를 하려고 한다고 했더니 서이말 "커브여"에 내려주셨다.
내가 기존에 알아왔던 커브여와 다른 포인트라 처음에는 혼란스러웠는데 나중에 검색해보니 애초에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거였다.
비가 지속적으로 내리고 있는 중이라 디카를 꺼내들기가 어려웠고 잠깐 소강상태를 보일때 한장씩 담아봤다.
사실 얼마전 기존에 사용하던 소니(RX100) 디카를 수장시키고 캐논(G5X) 디카를 새로 구입했는데 캐논 특유의 갬성이 마음에 든다.
아무튼 유튜버 춘추전국시대에 블로거로 계속 살아 남는게 여간 힘든게 아니다.
요즘에는 스마트폰으로 촬영해도 왠만한 디카보다 결과물이 좋다고 하는데 나는 모니터로 보면서 포스팅를 해놔서 그런지 폰사진은 영 못마땅스러웠다.
그러고보면 내 성격도 이래저래 참 피곤한 성격인듯 싶다.
낚시밸리에서 준비한 밑밥에 내가 가져온 파우더를 섞어놓고 잠시 에깅대를 들었다.
지금부터 가을시즌 동안은 왠만하면 무늬오징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항상 에깅대를 챙겨다닐려고 하는편이다.
그런데 오늘은 비때문인지 대왕오징어(용민)를 데리고와서 그런지 몰라도 쉽지가 않다.
하선후 바로 흘림낚시를 시작한 용민이(대왕오징어)도 줄곧 소강상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밑밥에 반응하는 숭어를 잡기위해 면사매듭의 위치를 이동하더니 드디어 입질을 받았다.
포스팅할때 의도적으로 잡은게 아닌것처럼 써달라고 청탁을 받았으나 얄짤 없다.
그런쪽으로는 매우 단호박인듯.
의도를 했던 아니던 서이말을 주름잡는 팔뚝만한 숭어는 저항이 엄청났다.
헬스로 다져진 팔뚝과 시마노 텐타클이 함께 불을 뿜는다.

알부시리를 걸어놓은듯 이리저리 왔다갔다 여러번 하더니 드디어 수면 위로 힘겹게 올라오는 숭어.
이때 숭어를 뜰채에 담아본 낚시인이라면 충분히 알것이다.
그 냄새를....

보통은 숭어를 잡고나서 이런 포즈를 잡기가 쉽지 않은데 나의 요구에 흔쾌히 응해주었다.
사진을 보니 정말 빙구티가 줄줄 흘러내리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것이 작가의 의도에 딱 들어맞는 작품이 아닐수가 없다.
에깅대를 접어두고 나도 오늘 대상어인 참돔(상사리)을 잡기위해 열심히 낚시를 해본다.
사실 이렇게 잔잔한 바다에서 사이즈급 참돔은 어려울게 뻔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비가 너무 오랫동안 오는듯해서 다시 어신를 살펴봤더니 귀신같이 바뀌어있다ㅋㅋㅋㅋ

날씨는 날씨고 우리는 낚시를 계속 이어갔는데 역시 서이말은 나를 버리지않았다.
뜻하지 않았던 쥐치 득.
간만에 시원한 입질과 손맛이다.
그리고 얼마안가서 또 다시 구멍찌가 바다속으로 사라진다.
갯바위로 다가오며 처박는 손맛이 짜릿하다.
그래서 이맛에 갯바위 낚시를 끊지 못하는듯 하다.

수면위로 대가리가 완전하게 올라오기 전까지는 참돔인지 뺀치인지 헷갈렸는데 막상 올려보니 제3의 잡어인 독가시치다.
수온이 아직 높은편이라 여름어종이 많이 잡히는데 그래도 내만권에 이런 사이즈의 독가시치는 흔치 않을듯 하다.
어림잡아 4짜 가까이 되어 보였다.
독가시치는 잊을만하면 잡혀줘서 이제는 손목이 아플 정도다.
독가시치를 갈무리하고 우연찮게 고개를 돌려 좌측을 바라봤더니 갯바위에 무언가 움직임이 있다.
생선을 잡아서 먹고있는 수달이다.
한참 식사를 즐기더니 유유히 사라졌다.
이녀석은 요즘 헬스 다닌다고 아무대서나 막 벗어재끼는 습관이 생긴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고만 벗어라 모기 물린다.

독가시치, 용치놀래기에 이어 본의아니게 이런놈도 훌치기로 포획했다.
용민이는 심심하다며 또 숭어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숭어와 독가시치로 즐겁게 손맛을 보며 철수를 앞두고 한시간 가량 남았을 무렵이었다.
채비를 최대한 장타 캐스팅후 아주 잔잔하게 흐르던 찌가 얼마뒤 없어지는것도 모자라 스풀에 남아있는 원줄까지 가져가는 상황 발생한다.
드디어 오늘의 대상어 참돔이 걸려든 모양이다.
그놈은 나름 격렬하게 저항을 했지만 나는 이미 4짜 독가시치로 단련된(?) 상태라 별다른 고비 없이 끌어올렸다.
참돔이다.
동시에 입질을 받은 용민이의 독가시치와 함께 뜰채에 담았는데 사이즈는 대략 35cm 정도의 상사리다.
대상어 잡고 무척 기뻐하고있는 필자.
그 뒤로는 독가시치외 별다른 입질을 받지 못하고 철수했다.

철수후 식사 계획이 따로 있긴 했지만 소고기를 먹게 될 것 이라고는 예상못했다.
마침 다음날이 필자의 생일이라 용민이가 소고기를 기어코 쏘겠다고해서 구조라에 서식하는 주민까지 불러서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나는 삼겹살 먹어도 된다고 했지만 억지로 소고기를 먹여야겠다니 나도 이제 어쩔 수가 없다......
마블링이 이쁘다.
소고기느님은 이렇게 생겨먹은거구나.
마무리로는 역시 냉면.
결국 용민이는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질러 대포알 숭어의 손맛과 함께 17만원의 카드빚을 떠안고 광양으로 향했다.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오늘이 필자의 생일인데 이로써 동생 덕분에 생파 전야제까지 챙겨받은 셈이다.
내년 내 생일에는 더 맛있는것을 뜯어 먹어야겠다고 굳게 다짐한다.
거제도에서 전야제를 성대하게(?) 마친 다음날.
어제 잡았던 상사리양은 나의 43번째 돌잔치 제물이 되었다.
맛은 기대 했던대로 쫄깃하고 고소한것이 고급진 맛이었다.
여윽시 췜돔은 자연산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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