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토리와 함께 한 볼락 낚시 -
이제 노쇠하신 어머니를 대구에 모셔다 두고 내려오는 길은 허전하다 못해 허무하다. 시나브로 육신이며 정신까지 혼미해져 가는 어머니......,
휴일이라 길이 막힐 것 같았으나 뻥뚤린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니 낚시가 생각나 몇일전 볼락선상 낚시 갔던곳에 전화를 하니 승선 여유가 있다며 오라길래 삼천포 도착 시간이 어떻게 될지 몰라 다시 전화를 하겠다하고 집에 도착하니 시간이 촉박하지만 낚시배는 탈 수 있어 채비를 챙기며 다시 낚시점에 전화를 하니 마침 승선인원이 다 찼다며 옆에 배를 소개해준다.
고단했던 하루 내려놓고 편안한 휴식 같은 여유가 느껴진다.
생활낚시를 표방하는 **스토리 낚시배다. 예전에 감성돔 낚으러 다닌다고 두어차례 탔던배라 청갯지렁이를 두둑히 사고 낚시배에 오르면서 행여 나 때문에 늦지 않았나 염려가 되었으나 낚시배 출항 시간인 오후 4시 30분을 2분 남겨놓고 승선을 하여 승선명부를 적고 나니 바로 출발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항구를 뒤로 하고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낚시배는 설레임을 가득 실고 바다를 항해 거침없이 내닫는다.
육지가 멀어지고 대신 섬들이 다가선다.
동백꽃이 유난히 붉게 피던 동백섬인 수우도가 가까이 다가서더니 이윽고 멀어지고 서서히 두미도가 보일쯤 서편으로 여인네 붉은 입술 같은 일몰이 지고 있다.
스마트폰을 꺼내 열심히 눌러보지만 흔들리는 배와 초점이 맞지 않는 렌즈 때문에 그 아름다움을 담을 수 없다는게 많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두미도를 벗어나 욕지도로 향하던 배가 선수를 돌린다. 옆에 앉았던 조사님이 “아마도 근처에 한번 담궈보고 욕지도 갈려나 보다”하였지만 근처를 달리던 낚시배도 회항을 하길래 어쩌면 욕지도를 못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미도 북구 방파제 인근에 닺을 내리고 채비를 담궈 보았지만 너무 잔 씨알의 볼락만 간간히 올라온다. 그러다가 휨새가 만만치 않은 입질이라 내심 기대를 하고 올려보니 낚시줄이 옆으로 가는게 이건 볼락은 아닌데 하며 올려 보니 깔따구(일명 아가야 농어)가 올라온다. 나만 낚아 올리는줄 알았더니 다른 조사들도 낚아 올린다.
계속 잔씨알의 볼락이 올라오자 선장이 배를 옮긴다. 하지만 너울과 바람이 거세어져 낚시 자리가 만만치 않은 듯 열심히 어탐기를 보며 옮겨봐도 몇 마리 올라오고 나면 바다는 바람과 너울 말고는 낚시꾼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선장이 끓여 내오는 커피 한잔으로 추위를 달래며 낚시에 전념을 해보지만 더 이상 입질이 없고 무료한 시간만 흘러간다.
화려하였던 시절을 다 보내고 난 동안거의 휴식속에 빠져있는 듯 고요하기만 하다.
선수(船首) 중간쯤에서 낚시하는 나이가 지긋한 두분의 낚시 모습이 재미있어 유심히 쳐다봤더니 한분은 배테랑급인데 한분은 처음 낚시배를 탄 모양이라 배멀리를 하는데 멀미약은 두 개나 먹었음에도 너울이 심하게 이는지라 많이 힘들어 하고 있었으며 낚시도 엉성하여 채비가 자주 엉키고 하는데도 친구분 채비를 고쳐주면서 한번도 언짢은 표현을 하지 않아 나이들면서 저런 친구분 있음 얼마나 좋을까 하는 부러움이 앞섰다.
바람이 살짝 자는듯한 틈을 타 선장은 재빨리 욕지도 인근으로 배를 옮겼다 두어곳 닺을 내려 볼락을 꼬셔 보지만 싱싱하게 미끼만 바다속을 구경하고 올라오는데 미끼를 매만지는 손끝이 차갑다못해 씨리기만 하다.
욕지도 인근 물골에서 앞 닺만 내리고 잠시 낚시대를 담궈보지만 후두둑 하는 입질은 없고 초릿대 끝만 살짝 움직이는 입질만 몇 번 이어질 뿐 욕심것 매단 낚시바늘 6개를 채우진 못하고 겨우 4개에만 볼락이 올라온다.
더 이상 입질이 없자 선장은 재빠른 판단으로 다시금 자리를 옮기고 키를 총바위 인근으로 잡는다. 하지만 달빛에 늠름하게 서 있는 총바위가 먼발치에서 보이자 너울이 거세어 져서 배가 다시 회황을 한다.
몇해전이었던가 낚시배를 타고 욕지도 볼락 낚시를 했었는데 우리는 마당바위 반대편에, 다른 일행은 마당바위에 내렸었는데 마당바위에 내린팀은 쿨러가 넘치도록 볼락을 잡은 반면 우리는 겨우 몇십 마리만 잡아 한참 열이 치밀어올라 다음날 휴가를 내고 혼자서 마당바위에 내려 볼락 원수를 갚아 개선장군처럼 돌아와 쿨러가 넘치는 조황을 펼쳐 특히나 씨알 좋은 녀석들 80마리를 골라 처가에 보냈더니 획득 점수가 화들짝 놀라게 올라갔던 기억이 ㅎㅎㅎ
다시금 입질이 줄어들자 선장이 배를 옮기는데 앞서가던 배에서 연락이 온다. 내가 타려던 배인데 선장이 형님으로 깍듯이 모시는 듯 바다상황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주며 이끌어 주는 모습이 보기 좋은 형과 동생 같아 같은 업을 하면서도 서로 도움을 주고 있어 참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팔뚝보다 더 굵은 놀래미가 올라온다
배가 볼록한게 금방이라도 이쁜 아기들을 쏟아 낼 것 같아 바같 구경 후딱 하고 용왕님품으로 돌려 보냈다.
잠시후 도착을 하고 보니 이미 한척의 배가 집어등을 켜고 낚시를 하고 있었고 한 참을 떨어져 앞서가던 배가 닺을 내렸고 우리배도 그 근처쯤에 닺을 내렸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고기들이 물고 늘어진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선장도 신이 났는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그러더니 어묵탕을 맛나게도 끓여 오면서 “늦으면 없습니다. 먹고 낚시들 하세요”하면서 권하여 보지만 간만에 찾아온 손맛이라 조사님들은 입맛보다 손맛이 우선인지 어묵탕이 뒷전인 듯 하더니 이윽고 우르르 달려들어 금새 동이나고 말았다.
추운 겨울 얼었던 몸이며 마음까지 녹여주는 맛난 먹거리가 아닌가 생각되는 어묵탕의 깔끔한 맛이었다.
선수에서 배멀미와 씨름하며 낚시하던 분이 더 이상 견뎌내지 못하고 쓰러지듯 갑판에 드러눕자 그 모습을 안타까운 듯 물끄러미 쳐다보던 선장이 양해를 구하더니 철수를 하잖다.
이런 정겨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예전에 구멍가게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1원짜리 과자도 있었는데 ㅎㅎㅎ
다들 낚시대를 집어넣는데 난 낚시대를 그대로 들고 있었더니 선장이 한마디 한다. “사장님 이제 철수 하입시더~” 난 “입질하는 녀석 한 마리만 꺼집어 내겠다”며~ 응수를 하고 이윽고 씨알도 준수한 볼락 한 마리 꺼집어 올리자 선장이 살짝 웃어준다.
여긴 바닷가라 어머니가 문어 먹장을 말렸다가 그걸 풀어 씨래기국을 끓여주면 유난히도 맛났었는데 요즘은 그런 구경도 할 수가 없으니~
밤바다를 달려 삼천포 항에 도착을 하자 제일 먼저 배에서 내리는데 선장이 “낚시 하는데 고생들 많았다며 무사히 귀가들 하라”고 안내 방송을 해준다.
차에 올라서 시동을 걸고 보니 앞 유리창에 살 얼음이 얼어 있어 한참을 닦아 내고 정박중인 배를 지나는데 전화가 울린다. 이 밤에 웬 전화지 하면서 받아 보니 눈썰미도 좋던 선장 전화다. 마지막 볼락 낚아 올리면서 담은 빨간 두레박을 두고 내린 것을 확인하고 전화를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낚시점에 들려 회라도 들고 가라길래 낚시점에 갔더니 멀미 하던 친구분 일행과 또 나이 지긋한 친구분 일행 그리고 선장과 오래 알고 지내던 조사님이 있었는데 멀리 대구와 경북 상주 그리고 부산에서 왔다는 조사님들의 낚시 이야기는 끝이 없이 이어져서 바깥으로 나오니 까까머리 선장과 풍체도 좋고 얼굴 가득 털도 덥수룩하게 난 산적 같은 분(미안요~)이 미리 횟감으로 선별을 해서 바로 낚아 올렸을 때 피를 빼고 얼음에 담궈준 것이라 신선하기 짝이 없는 볼락을 다듬는데 신기하리만큰 손놀림이 빨라 손질이 끝날 때 까지 쳐다 보고 말았다.
어떤이들은 버터에 구워먹으면 한결 더 맛난다고 하던데~
어릴적 부뚜막 앞에 앉아 구워먹던 볼락맛에 비할 순 없겠지~
대구에서 왔다는 선장과 잘 아는 동생분이 소주를 사왔는데 아니나 다를 까 참이슬을 사오고 밥과 볼락회, 볼락구이, 볼락새꼬시, 볼락뼈 튀김등이 나오는데 그 맛이야 말로 글로 표현하기 힘들정도였다. 더군다나 고급횟집에서도 구경하기 힘든 볼락뼈 튀김은 아삭한 맛과 일반 시중에서 파는 겨자가 아니라 원 겨자맛이 나는 비싼 겨자의 맛은 더 깔끔하고 색달라 근사하게 차려진 상차림이 더욱 그 빛을 발하고 있었다.
소주 한잔의 유혹이 워낙 강하게 왔으나 운전 때문에 참을수 밖에~
밥 한공기를 게눈 감추듯이 먹고는 소주 한잔의 유혹이 있었으나 운전을 하여야 하는 바람에 한사코 거절하고 “잘 먹었다”며 인사를 하고 나섰더니 선장이 따라 나오며 “조심해서 가라”는 인사를 해준다.
살짝 웃으며 이 근처에 사니까 조만간 들리겠다며 집에 도착을 하고 보니 새벽 2시 30분을 넘어서고 있었다.
우리 고유의 된장에 푹 찍어 마늘 한쪽과 약간은 매운 고추 한쪽을 올려 묵은지에 싸 먹었는데 얼마나 감칠맛이 나던지 지금봐도 입에 군침이 돈다.
쿨러엔 낚시배에서 제공한 얼음이 들어있는지라 낮에 손질이나 해야지 하면서 밤새 나와 바다를 함께 맞이했던 낚시대를 물티슈를 이용해서 닦아 내고 릴의 스풀을 풀어 물어 담궈 소금물을 빼어 내고 나니 4시가 다되어 억지로 잠을 청하고 말았다.
볼락 포를 떠고 난 다음 뼈를 식용유 조금 더 부어 튀겨낸 아삭아삭한 맛을 지닌 볼락뼈~
맥주와 마시면 한결 더 맛이 있을 듯
여러 횟집에 다녀도 이런 맛갈스런 볼락뼈 튀김을 드셔본 사람은 많이 없을듯~
다음에 **스토리를 타고 볼락 선상하는 조사님들 밤이 늦었더라도 바로 귀가 마시고 까까머리 선장과 엷은 웃음이 이쁜 사모님이 만들어 내는 싱싱한 회와 구이를 드셔 보시길 권한다.
일상생활에서 지친 몸과 마음까지 깔끔하게 헹구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참 맛난 먹거리 였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이네요~
올 한해 안전한 출조길 되시고
즐겁고 행복한 일들만 충만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