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고성 덴마낚시 조행기
안녕하세요. '붉은놀'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대구꾼입니다.
바다낚시를 시작한지는 10년 정도 되는데요,
인낚에 올라와 있는 여러 조사님들의 조행기를 읽기만 하다가
오늘 처음으로 허접한 조행기를 올려봅니다.

지난 일요일 1년 만에 경남 고성으로 덴마낚시를 다녀왔어요.
(덴마: 노를 저어서 이동하는 무동력선)

작년까지는 한 달에 한번 정도는 꼭 바다를 다녀왔었는데,
이러저런 이유로 바빠서 바다낚시를 1년 정도 쉬었었죠.
낚시꾼이 바다를 못 가면 바다 향수병(?)에 걸려 마음이 많이 아파요.ㅋㅋ
이제는 힐링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아서, 과감히 바다로 나섭니다.
저랑 동생이 바다낚시를 갈 때는 항상 동생의 차를 이용하는데,
경차라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짐을 다 싣고 나면 뒷자석은 보시다시피 빈 공간이 없이 꽉 차버립니다.
고성 병산낚시에 도착한 후 서둘러 덴마를 타고 바다로 나섭니다.
여명이 밝아오는 고성 앞바다가 신비롭기까지 하네요.


12대의 덴마를 끌고 있는 낚시배가 천천히 포인트로 이동합니다.

낚시를 하는 장소는 굴 양식장인데요, 양식장 끝의 부이에 줄을 묶어 배를 고정해요.
굴에서 떨어져 나오는 부산물을 먹으려고 고기들이 모여들지요.
일렬로 줄을 지어 서 있는 배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죠!

1호 막대찌가 조류를 타고 동동동... 물위를 흘러갑니다.

앗!!! 입질이 왔네요.
갑자기 찌가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어요!

물고기와의 파이팅이 시작되면서 약간의 긴장감이 도네요.

힘이 빠진 감성돔이 물위로 얼굴을 내밀고,
뜰채로 안전하게 갈무리를 합니다.(첫고기라서 뜰채를 사용했어요)

이 녀석이 1년 만에 동생에게 잡힌 고마운 감성돔입니다.(26cm)

오전에 7마리의 감성돔을 잡고 물이 돌아 다른 포인트로 이동합니다.
벌써 점심시간이 되었네요.
동생이 고기 망태기에서 감성돔과 농어 한 마리씩 꺼내 횟감을 마련합니다.

우리 옆의 배에는 부부조사가 사이좋게 낚시를 하고 있는데,
큰 양산으로 따가운 햇빛을 피하고 있네요.
바다 위 조그마한 배 위에서 조촐한 만찬을 즐깁니다.

배 위에서 먹는 감성돔 회는 일반 횟집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어요.

반찬을 준비하는 번걸움을 피하기 위해 항상 김밥을 먹는데요,
김밥 위에 감성돔 회 한 점을 올려놓으면 초간편 회초밥이 되는 거죠!
9월 말인데도 아직 날씨가 상당히 덥네요. 오후 2시쯤 낚시대를 접습니다.
우리가 잡은 조과는 감성돔 15마리와 잡어 몇 마리인데,
기준 미달의 어린 감성돔은 모두 방생했어요.

(감성돔 6마리, 한 마리는 배 속에....)
고기살림통에 바닷물을 담고 기포기를 틀어 활어 상태로 운반합니다.
올라오는 길에 고성의 고분군을 사진에 담아봅니다.

고기들은 대구 서남시장의 단골 횟집인 서민횟집 수족관에 넣어두고
(잡은 고기를 맡겨두는 고기은행입니다. ㅋㅋ)

다음날 저녁 친한 후배와 함께 올해 첫 감성돔 맛을 보러 갔지요.
다행히도 한 마리도 죽지 않고 수족관을 누비고 있어서 정말 고맙더라고요.ㅎㅎ

(오른쪽 구석에 감성돔이 보이네요.)
그날 잡은 고기를 그날 바로 회로 먹으면 더 싱싱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고기를 살림통에 담아 차로 2~3시간 이동하면 고기들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
육질이 퍼석퍼석해서 일반 양식 고기보다도 더 못해요.
그러다가 하루 이틀 정도 수족관에 넣어두면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와요.

(수족관에 공급되는 신선한 물속에 다량의 산소가 물고기의 회복을 돕습니다)
소족관에서 감성돔을 꺼내 도마 위에 올려놓습니다. 고기 빛깔이 끝내주죠!

(고성 앞바다에서 올라온 멋진 감성돔입니다.)
사장님의 숙련된 감성돔 해체작업이 빛의 속도로 진행됩니다.



감성돔의 윤기 있는 붉은 살이 눈과 식감을 자극합니다.

정성스럽게 한점 한점 포를 뜹니다.

5마리를 꾹꾹 눌러서 한 접시에 담아내는데, 양이 많아 2층으로 쌓았네요.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한 컷 합니다. 아이고! 빨리 먹고 싶어라~~~

감성돔은 겨자를 살짝 묻혀 간장에 찍어 먹어야 제 맛을 알 수 있는데요,

저는 간장과 초장을 번갈아 가면서 찍어 먹죠.

먹어도 먹어도 회가 줄지 않다가 마지막 한 점까지 먹고 나니 배가 터질 지경입니다.
저녁식사를 감성돔 회로 대신 했네요.
이제 가을이 깊어질수록 감성돔의 살이 단단해져 감칠맛이 더해지는데요,
감성돔 회 맛보러 고성 앞바다로 가보시는 것은 어떨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