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등도를 400여m 앞에다 두고 선수를 격포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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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등도를 400여m 앞에다 두고 선수를 격포항으로...

G 5 2,362 2005.01.04 15:55
12월 29일 새벽 03시..

오늘따라 대학 3학년의 딸래미가 친구집에서 자고 온단다.
새벽에 낚시가는터라 아내는 방해받지 않는다 하며 딸래미방으로 건너갔다.
3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자고있는 아내가 깨지 않도록 조용히 일어나 어젯밤 Shop에서 마교수?와 정과장이 꼼꼼이 챙기고 준비해준장비들을 챙긴다.
조용히 식사도 하고 커피까지 마시는 중에..
언제 깨었는지 와이프가 일어나 추우니까 오리털내피 입고가라며 한마디 거든다.
나한테 시집와 고생만 하고.. 쯔쯔쯔..
휴일이면 늘 낚시만 가는 남편을 그저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내조를 잘한다.

나는 가끔씩 깜빡깜빡 하는 습관이 있다.
집을 나서려는데 아내는 억지로 뽀뽀를 해달란다.
오늘과 같이 텅빈 집안에 아내를 혼자 집에 두고 나가려면
미안한데뽀뽀하는걸 깜빡해 버린게다.
하지만 아내는 이런 내맘을 아는지 깜빡할 때마다
먼저 다가와 뽀뽀하자며 한다.
이건 우리 아내가 나에게 자주쓰는 수법이다.

뽀뽀뽀.. 쪽~~
궁뎅이까지 톡톡~ 두들겨 주며 나는 집을 나선다.
새벽바람이 제법 차갑다.

새벽 04시....
꾼들이 하나둘 모인다.
요즘 철늦은 대물을 토해내고 있는 "하왕등도.."

그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고, 숨막히는 접전을 예감하는
흰바위포인트, 홍합포인트를 접전장으로 계획하고
비장한 마음으로 모인 선배, 친구, 후배들로 팀을 이룬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두루 거친 7인의 칼잡이는
김밥과 보온병, 주머니난로 좌,우에각각 1개씩, 오리털 내피에
고어텍스 오바트라우져로 중무장하고 리무진급?으로 개조한
콤비에 몸을 싣고 격포항으로 출발했다.
나는 이번 출조가 꽤 의미있는 출조였던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출시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있는 민물대
"장독대시리즈"에 이어 2005년 MTF자체 브랜드명으로
농어루어대 3가지와 배스/쏘가리 루어대, 최고급 찌낚시대가
준비중인데, 이번에 찌낚시대가 시험제작되어 어제 공장장이
직접 들고왔다. 공장장 말로는 국내 최초로 찌낚시에 80톤
카본필름이 사용되었단다. 그동안 군수산업용으로만 소량생산
되던것이 낚시대전용 필름으로 개발되어 최초로 시도하게 된
것이다. 전무한 일이다.

오늘 출조는 시제품에 대한 액션, 사용중에 무게중심, 휨새, 복원력,
강도, 허리힘, 초릿대의 예민함등 여러 차례에 걸쳐 테스트하는
과정중에 첫 날이다.

아.. 그러나.. 이게 웬일.
.
올해 첫 눈을 격포항에서 맞게 될 줄이야..느낌이 싸~했따..
그래도 애써 태연한 척 한마디 던진다.
"원래 눈 내리는 날은 따뜻한겨.. 바람도 없고.."
사실 그랬다. 적어도 거기에선..

예약된 배에 이것저것 짐을 옮기고 일부는 조타실로 들어가고
나는 선실에 자리잡는다.
하선포인트는 이미 작전을 짜 놓았던 터다.

경기도에서 버스로 밤새 달려온 팀과 함께 나가게 됐다.
부부도 보이고, 공직에서 정년퇴임한 듯 보이는 멋지게 늙은
초로의 신사꾼들도 보인다.
양쪽 팀 합해 30여명..
눈을 맞으며 출항!

어제 퇴근하고 3시에 일어나 나오다 보니 졸음이 밀려온다.
내 옆자리엔 초로(원)의 꾼이 자리하고, 배는 미끄러지듯이 격포항을 빠져나간다.
자리에 앉은 나는 손난로를 손에 쥐고 스르르 잠이 든다.
한참을.. 얼마나 갔을까..
옆자리에 이상한 낌새에 잠에서 깼다.

"욱? 욱!!"

"음.. 멀미하시는 구나.."

초로의꾼(원)이 입을 손으로 막으며 선실 밖으로 뛰쳐 나가신다.

"우웩~~~~ 흐흐흐..."

창밖을 본다.
어! 바람과 파도, 너울이 심상치 않다. 거기에 눈, 바람도 거세지고..

"허... 그거 참..."

은근히 걱정이 된다.
그분이 선실로 들어오는가 싶더니 앞에계시던 초로의 꾼(투)께서 점잖게 나가시더니..

"우~~~억... 억..억.."

그때가위도 가까이 갔을 때이다.
초로 원,투 두 분이 부지런히 선실과 밖을 들랑 달랑 하신다.

"그분들 많이도 드셨네.."

난바다에 두분이 교대로 계속 밑밥을 주신다. ㅋㅋㅋㅋ

위도 부근에 와서 배가 천천히 간다. 조타실에 낚시꾼들과
선장이 뭔 얘긴가를 하는 모습이 유리를 통해 비춰진다.
계속 가냐 마냐를 논하는 것 같다.

위도부근에서 피항하듯.. 시간을 보낸다.
바다상황을 보잔 뜻이다. 조타실에서 어떤 결정이 났는지
다시 속력을 높인다. 그래봤자 너울과 파도의 리듬을 타느라
속력이 빨랐다 느렸다 한다.
위도를 지나자 아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정도의 상황이다.
파도와 바람, 너울이 높아질수록 선실의 분위기는 반대의 현상이 나타났다.

뒷자리에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던 부부인듯한 사람들도
말이 없고 다들 무거운 표정에 입이 굳게 다물어졌다.
바다상황이 난장판에 가까울 정도이니 여러가지 생각들이 드는가 보다.
혹시 잘못되는게 아닌가,
낚시가 가능할까,
아니 갯바위에 접안이 가능할까,
말이 없는 가운데 무거운 침묵속에 서로의 표정만 살핀다.

왕등도에 가까워질수록 바다상황은 더욱더 않좋아진다.
그러던 중, 배의 속도가 줄면서 조타실과 선실사이에 쪽문이
열린다. 꾼 한명이 선실쪽 의견을 묻는다.

"어떻게 할까요? 계속 가야할까요? 회항할까요?

그때 거의 탈진상태로 마침내 선실 바닥에 까지 밑밥을 주시고 어정쩡한 자세로
비스듬히 누워계시던 초로의 꾼(투)께서 한마디 하신다.

"여기까지 고생해서 왔는디 가야지이~" 하시자 다들 말이 없다.

그냥 좌우로 흔들리고, 앞 뒤로 쳐 박으며 얼마를 더 간다.
멀리 왕등도가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
파도에 배가 오르락 내리락 해서다.
섬 가까이 갈수록 파도가 장난이 아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해 본다. 도저히 어려운 상황이다.
낚시도 어렵거니와 갯바위에 접안시켜 꾼들이 내리는 상황이 위험하다.
배 옆을 때리는 너울성 파도가 치명적이다.
어쩌다 한 두 팀 내리게 되면 전 부 내려야 될텐데.. 너무도 위험하다.
설사 계획한 포인트가 아니고, 눈과 바람을 피해 안전한 포인트에 내렸다 해도 철수가 불확실하다.
겨울바다는 으레히 오후가 되면 바람이 강해지고 파도가 거세진다.
아무리 생각해도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

몇년 전의 일이 계속 머리를 스친다

그러던중에 큰 파도가 배 옆구리를 때린다.
갑판과 좌우 통로에 바닷물을 쏟아 붙는다. 엄청난 양이다. 흥건하다.
이미 선장의 지시로 낚시가방과 휴대품은 선실로. 밑밥통은 선미로 옮겨논 상태다
조그만 배수구로 빠져나가는 양보다 배 옆을 맞고 튀어오르는 물의 양이 더 많다.
다들 심각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바라만 보고있다.
다들 이미 마음은 낚시를 떠났다. 오직 안전이다.
서로의 표정만 살피며 회항에 대한 의견을 내놓지 않는다.

않된다 이대로는.

경험이 조금이라도 더 있는 내가 혹시 있을 싫은 소리와 욕을 먹더라도 일어선다.

"전주머털낚시에 이바다입니다."라고 시작되는 얘기로..

선실에 여러 사람들을 설득했다.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후일을 기약하고 안전을 위하여 회항토록 결정했다.
박수를 치신다.
다들 생각이 같았던 것이다. 말을 안하고 있었을 뿐이었지...

나는 이런 말을 했다.

"앞으로 평생 낚시를 즐기기 위해 오늘은 회항 합시다."

그때 박수가 나왔다.
선실 쪽문이 열린다. 선장의 결정으로 회항합니다.
단호하다!! 멋있다!!

"선장은 저래야되.."

우리는 OK!! OK!! OK!! .. 다시 박수~~!!

"선실은 이미 결정봤어요." 모두 박수를 치고 격포항으로 회항한다.

나머지는 시간날 때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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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댓글
G 거금도 05-01-04 18:06
수고가 많으셨네요...^^
저도 그곳 격포를 자주 이용하는 꾼중에 한사람 입니다
님의 글을 읽고 있으니 현장감이 그대로 전해 지네요
그렇죠? 안전이 최우선 입니다
그상황이면 왕등도를 갔더라도 접안이 더 문제였겠네요
얼마전 그 문제로 이곳 인낚 우째 이런일이 코너에 글이 올라와
있더라구요
그 b낚시가게 사장님이나 m또는k호의 선장님들은 그럴 사람이 아닌데...
저 혼자 그러고 말았지만.....
암튼 안전이 최고 겠지요
그럼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언제나 대물 하시길....
G 명랑호 05-01-04 21:37
격포 명랑호 선장 임니다 고생하셨네요.
밤새 바람이 잘불길레 아니다 싶었는데
출항을했더라구요.
새해에는 안전한출조길 되시고
출조길마다 어복 충만하십시요..
G e바다 05-01-04 23:42
ㅇ ㅏ빠가 쓰신 글 처음 읽어봐요^^

기분이..묘한데..

사랑하는 울 ㅇ ㅏ빠~^----^

항상 건강하시구..

최고의 낚시인이 되시길~^-^
G 꽝조사2 05-01-05 01:11
예전에, 금성사(현재LG)의 TV광고 문구가 떠오르네요!
"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 한다 "
이 세상에는 생명보다, 더 소중한것은 없습니다!
더우기 낚시는 취미생활의 일부일뿐, 그이상도 그이하도 아니라고
생각 합니다. 아무리 좋은 포인트가 있고, 그곳에 손맛이 보장된다 한들
하나뿐인 생명과 도박을 한다면 그것은 용기있는자의 도전이 아닌
참으로 어리석은자의 만용이라 생각 합니다.
바다에 실종되면, 그 시체도 찾기 어렵습니다. 메스컴을 통하여 상세보도가
되지 않아서 그렇치, 일년에 바다낚시로 인한 인명손실이 엄청나다고
들었으며, 대부분 실종된 시신은 조류따라 일본본토 해안에서 발견되며,
시신부폐가 심각하여 구분도 어렵답니다.
본인도, 사건현장을 몇번 목격 한적도 있지만, 그 뒤론 출조시엔 우선조건이
해상 일기며, 대피로가 없는 포인트는 특급포인트라 해도
하선하지 않음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지진 대참사를 보십시오, 그많은 목숨을 앗아간 직접적인 원흉은
바다가 아니었던가요?
잠자는듯 고요하지만, 항상 위험을 품고 있다는것을 잊지마시길...
10여년? 전 서해 위도 참사! 기억 나시죠?
희생자의 대부분이 낚시인이라는 사실을......
우리 한국사람의 안전의식 불감증은 심각 하다고 생각 합니다.
새해에는, 첫째도 안전 ! 두번째도 안전조행!
경각심에서, 메세지 띄움니다~~~~~~




G 호미 05-01-05 07:54
" 앞으로 평생낚시를 즐기기위해 오늘은 회항합시다 "

엄청난 무게가 느껴지는 ~
님의말씀에 누가 감히 이이를 달겠읍니까 ?
현명한 님의 결정에~ 짝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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