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어머니, 집사람과 아들. 온가족이 제주도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우리가족이 1982년~1985년까지 3년을 거주했던, 특별한 제주도입니다.
낚시 스승이자 열혈 낚시꾼, 한때 농어 최대기록을 보유하셨던 아버지와 11월 9일, 추자도를 찾았습니다.
애매한 시즌이라 특별한 대상어는 없습니다. 그저 있는고기를... 잡히는대로...
제주 78낚시점에 들러 밑밥을 개고 새벽 5시 출항합니다.

▲ 출항준비
예보는 좋았습니다. 어둠을 뚫고 1시간을 달려 관탈도에 도착할 무렵, 강한 너울과 강풍이 몰아치기 시작하더군
요. 관탈도 3포인트에 조사님들을 하선 후 다시 30분을 달려 추자도에 도착합니다. 우리를 뺀 나머지 조사님들
은 현지꾼들인 듯 합니다. 어디에 내려달라, 누구 내려라~ 말도 없이 알아서 배대고 알아서 내리십니다.
이윽고 선장님이 우리차례라고 하시네요. 포인트 설명이나 여타 아무런 정보없이 그냥 내립니다. 하선을 도와
주시는분께 물어보니, 사자섬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동이트고나서 보니 푸랭이 청비렁이군요 ㅋㅋㅋ
어쩐지 좀 이상했습니다.

▲ 멀리 보이는 추자본섬과 직구도
홈통지역이라 다행히 너울이 미치지 못했습니다. 허나 강한 바람은 여전하더군요.바람의 방향을 봤을 때, 차라
리 본섬 수영여가 너울이나 바람을 피하기에 좋아보였으나, 제주본섬배가 그리 멀리까지 갈 것 같진 않았습니
다.

▲ 청비렁 홈통
멀리 밖미역섬과 절명여가 보입니다. 절명여 하선 없이 지나온 걸 보니, 날씨가 심상치는 않습니다.

▲ 밖미역과 절명여
얼마나 지났을까... 내만에도 너울이 몰아치기 시작합니다. 물보라에 바닷물샤워를 하고 낚시는 잠시 접어둡니
다. 조과라곤 35cm 남짓, 뺀찌 3마리. 혼무시를 좀 준비할 걸 그랬습니다. 엄청난 망상어군단에 단 한번도 크릴
이 살아 돌아온 적이 없었습니다. ㅠ
부시리라도 들어오길 바랬으나, 홈통지역인데다 망상어군단이 철수시간까지 빠지지 않는걸로 보아 부시리는
없었던 듯 합니다. 1호대로 잡는 3짜 뺀찌는 나름 손맛은 좋았습니다. 허나 저에게만 입질이 전해져오네요.
아버지께서 손맛을 보긴 간절히 바랬건만... 아버지는 추자도 출조가 처음입니다. 나즈막히 한마디 하시네요.
"생전에 두번 오기는 힘들겠다. 한번 와봤으니 됐다."
63세, 아직 젊다면 젊은 나이시지만, 어린저를 이끌고 절벽을 타고 감성돔을 잡으러 다니시던 아버지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홀로 충남 보령에서 직장생활을 하시며, 주말마다 주꾸미와 갑오징어, 참돔, 광어를 잡으
러 다니십니다. 낚시만 다닌다고 아직도 어머니에게 잔소리를 많이 들으시지요. 찌낚시만 고집하시다가 환갑이
지나면서부터는 루어만 하시네요. 눈도 침침해서 채비도 힘들고 찌도 잘 안보이신다고...
그런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면 다시금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 청비렁 홈통
오후 1시 40분 철수배가 도착합니다. 짐을 대강 꾸려 승선하고보니 바깥바다의 너울은 장난이 아니네요. 서해안
꾼인 저에게는 조금 심한 너울입니다만, 제주지역 사람들에겐 대수롭지 않은 듯 합니다. 서해안은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만조시 너울이 조금만 밀려와도 퇴로가 차단되기에, 기상이 조금만 나빠도 주의보가 발령됩니다.
북서풍을 바로받는 서해바다 특성상 많은 사고를 동반하였고, 태안, 보령권은 대부분 하선금지구역이 되었습
니다.

▲ 사자섬
예보와 달리 실제 너울이 2미터 이상 되었던 날입니다. 배가 꼴랑대니 철수길에 잠이 절로 오더군요.
나쁜 기상보다 더욱 힘빠졌던 건 초라한 조과였습니다.
날 좋은날, 아버지를 다시 한번 모시고 추자도 감성돔 잡으러 나서야겠습니다.
5박 6일간의 일정이었으나, 추자도 출조 외에는 제주본섬 기상악화로 낚시를 전혀 못했네요.
내일은 서해안 천수만으로 감성돔 잡으러 떠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