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어느날...
정말 오랜만에 비진도를 다녀왔다
언제부턴가 혼자 낚시를 가는것이 습관이 되었다
아무데나 시간을 낼수 없는 직장인...
그냥 시간이 날때 급하게 떠나는 것이 일상이다보니
섣불리 약속잡기가 어렵다
그래서 혼자 떠난다
1시간정도 달려 도착한 통영
척포를 향해 달리며
우측에 바다가 양식장이 보인다
여느 꾼이라면 마찬가지겠지
나또한 오늘의 바다 상황을 가늠해본다
언제나 긍정적인 방향이다
'바람도 적당하고 날도 좋고 좀 되겠는데...'

꼬불꼬불한 길에 과속은 위험하다
하지만 조금만 더 빨리 달려주면 좋으련만
'낚시꾼은 아닌가보다'
척포에 도착 후
급히 짐을 챙기고 배에 몸을 싣는다
배에 오르고 나서야
먼 바다와 주변을 바라보는 여유가 생긴다

척포 해안도로 한산하다

항을 빠져나온 배는 조금씩
속력을 올리기 시작한다
'달려~ 달려~'

달리기 시작한다

오늘은 어떤 포인트를 갈것인가
선실에서 선장님과 얘기가 오고 간다
느지막히 출발한 출조에 함께 갈 분들이 계셔서
오늘은 '비진도'로 간다
몇년만에 가보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4년정도 되었지 싶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또 이렇게 낚시 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혼자 가는 낚시니 만큼
'안전하게, 깔끔하게, 즐기는' 낚시를 하고자 생각한다

전속력으로 비진도로 향한다

혼자 셀카 놀이

지난 여름 홀로 출조에서
개고생을 한 뒤로
이번에는 꼭 긴팔을 챙겨입었다 (지난번 제가 쓴 조행기보면 이유를 알게됩니다.)

6물... 좋다
콸콸콸 흐르겠네

저 멀리 비진도 해수욕장이 보인다
저기도 여름에는 사람들로 북적일까? 한번 가보고 싶다

지난 2005년 1월1일 비진도에서 45센치 감성돔을 잡은 기억이 떠오른다
첫 비진도 출조에서 잡은 고기
아직도 잊을수 없다
그러고보니 나도 꽤 오랜시간 낚시를 했다
이젠 그때만큼 많이 다닐수 있는 시간도 없지만
이렇게 가끔씩 나올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

찌낚시에 미쳐있던 몇년은 고기를 못잡으면
왜 그리 기분이 나빠서 욕을 해댔는지;;
괜시리 그때를 생각하면 부끄러워진다
하지만 그만큼 낚시에 미쳐있던 시절이었기에
그렇다고 지금
황을 쳤다고 아무렇지 않은것은 아니다
자주 황을 치다보니 조금 익숙해졌다고 할까
그리고 또 다시 도전하는것이다
나의 인생도 낚시처럼
언제나 끊임없이 도전하며 살고 싶다
비록 힘든날이 있더라도 다시 대물을 향해 나가는 꾼의 마음으로

포인트 선정 중...
이름은 잘모르지만 상당히 좋아 보이는 포인트에 내려
짐을 푼다

혼자 다니기에 최대한 간촐하게 다니려 애쓰지만
뭔가 어수선해지는건 어쩔수 없나보다

구멍찌가 아닌 막대찌로 시작해본다
너울도 좀 있고 입질 파악이 어려울것 같아
내린 결정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사용해보는 막대찌는
거센바람에 자꾸 아래채비가 엉킨다
적응하기에 시간이 좀 걸릴듯하다

계단형으로 되어있고 발판도 평평하고
낚시하기에 아주 적당하다

저 멀리 보이는 섬은 어딜까?
만지도, 부지도, 소지도 중에 하나 일듯 한데

배말이 힘없이 떨어진다
'이 놈아 바위에 찰싹 붙어있어야지'

가족들 틈에 잘 붙여준다
물통 부터 채우고 시작한다
언제부턴가 살림망보다는 요런 바칸을 많이들 사용한다
나도 대세에 따라 구입하게 되었고
쓰긴 하지만 큰 부피에 때론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낚시 안될때는 꼭 해파리가 나타나는듯 하다
약 3시간 열심히 들이대 보지만 이렇다할 결과는 없다

일단 먹고 시작하자

저 멀리 텐트 치고 낚시 하는 분이 보인다
많이 잡으셨는지 물어보고 싶다
중간점검

넓은 바캉이 수영장이 되었네

오랜만에 보는 용치...
그래 너라두 보이니 반갑다
물 끓이는 것을 깜빡하고 낚시 하다보니
물이 다 말랐다
가지고 있는건 얼음물 뿐 ㅡㅡ;
쪽가위로 열심히 잘랐다...
꼭 뭔가 실수를 한다

라면에 물 붇고 이것저것 갯바위에 올려놓고
나만의 점심을 세팅한다
맛과 영양, 거기에 약간의 알코올까지

평소에는 잘 안마시는 '아사히'를 사가지고 갔다

이제 2시간 남았다
점점 초조해져가는 시간이다
아직 제대로된 녀석은 잡지 못했고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너울이 좀 일기 시작한다
바람도 더 거세게 불고
이대로 낚시는 힘들어지는가

나뭇가지와 부유물들이 밀려오고
원줄에도 걸리고
이래저래 초조해져간다
아무리 초연하려 해도 잘되지는 않는다
그러던 중
민물새우 미끼에
갑자기 찌가 쑤~욱 사라진다
또 메갈선생이겠거니 하며 가볍게 챔질을 해본다
왠걸 힘을쓴다...
그리고
사이좋은 형과동생을 만났다
그리고 몇마리
장비를 정리하고
주변을 둘러본다
뒤로 높은 절벽에 흑염소들이 보인다
왠지 떨어질것 같은데
절벽을 잘 탄다
이제 어둠이 밀려오고
정말 철수해야될 시간이다

내릴때 보다 더 간촐해진 짐을 챙겨놓고
배가 오기를 기다린다
빈작일때 철수배를 기다리는 마음과
뭐라도 잡았을때 철수배를 기다리는 마음은
이리도 다른가
기왕이면 빈작보다는 뭔가 있는게 낫겠지..
나에게 잡혀준 참돔 형제가 고맙다

저 멀리 해가 진다

또 언제 갯바위에 오를지 모르지만
오랜만에 오른 갯바위에서
소소한 손맛과 혼자만의 즐거운 여유를 제대로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