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이란 소중한 것이다. 그것이 어떤 약속이든간에.....,
몸이 무겁다. 아니 어쩜 마음이 무거운지도 모른다. 때때로 어떤 일을 할 때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이른 새벽 길가에서 무수히 손을 흔들어 주는 코스모스의 응원도 지친 일상의 한 부분처럼 느껴진다

지난번 아들과 두미도 야영낚시 도중 만난 바위틈 옆 야생화
이 꽃 이름은 뭘까?
흙 한줌, 물 한방울 없는 듯한 바위틈속에서도 곱게 자라 보는 이의 마음을 숙연케 했다.
젠장~~~ 차안에서는 손현희의 ‘그대는 바람’이 흐른다. 무심결에 듣던 음악인데 끌리는 느낌이 들어 ‘Replay'를 지긋이 누르고 말았다.
한때 카세트테잎 시절 좋아 하는 음악이 있음 앞뒤로 전면 녹음을 하여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들었던 기억들도 생각나고 ㅋㅋㅋ 턴테이블에 정겨운 바늘 튀는 소리도 났었는데 지금은 디지털 시대라 작은 무결점도 용서 못하는 시대니 약간은 씁쓸하다.

하늘!
짙은 어둠속에서도 강렬히 빛나는 한줄기 빛
그런 하늘이 좋다.
약속시간 보다 조금 일찍 도착을 하여 차 안에서 의자를 눞히고 살짝 몸을 뉘이려는 순간 형이 가게 문을 열길래 나가 인사를 하니 형은 조금전에 지네에게 물렸다며 넓적다리 안쪽을 보여주는데 제법 굵은 놈에게 물렸는지 물린 자국 상처가 선명하고 많이 부었길래 ‘그냥 놔두면 상처가 곪는다’며 주사라도 한번 맞으면 어떻겠냐고 하니까 ‘초등학교 때 장화신고 대나무 옮기면서 너무 많이 물려봐 면역성 생겼다’며 괜찮다고 하면서 가렵기만 하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것으로 또 다른 하루를 열어보는데 그만 몸이 찌뿌둥하더니 온몸이 결리며 경직되는 느낌이 든다. 근육이 일시적으로 경직되는 것으로 봐선 소위 말하는 ‘담’이 절린것이다. 에공~ 다시 차로 돌아와 겉옷을 걸치고 잠시 누웠더니 형수가 문을 두드린다 ㅋㅋㅋ~~~

우연표 아침을 더 풍성하게 해주는 고등어조림이다.
고등어와 묵은지만 넣어도 맛나는데 고구마 줄기까지 넣으니 그 맛이 한결 더 입맛을 자극하는것이 그냥 누룽지만 먹기가 아까워 밥 한 공기를 더 먹고 말았다.
누룽지를 먹고는 아무도 없길래 ‘형! 오늘은 다른 조사님이 없나?’ 물어보니 ‘전화 문의만 많고 오늘은 출조 손님이 없네 둘이서 바람이나 쐬자~’ 한다. 갑자기 미안해 진다. 사실 요 몇일 뻥치기가 기승을 부려 마땅히 낚시 할 곳도 없다며 하루쯤 쉬고 싶다고 말하던데 오늘이 아버님 기일이라 제사 고기 낚아야 한다니 그냥 오라던 형이었다.

정박지로 가는 농로 옆 황금들판이 익어간다.
벼 가운데로 잡초들이 무성한데 ‘유기농’ 농법이라 제법 비싸게 팔린단다.
저 뒤로 보이는 어느집 굴뚝에서 나온듯한 연기가 여유롭고 운치 있게 느껴진다.
여유로운 아침을 뚫고는 배는 정박지 인근 양식장에 정박을 하고 밑밥을 넣은 후 형이 ‘여긴 물때에 맞춰 큰 고기가 한번씩 낚인다며~’서둘러 낚시줄을 밀어 넣는다. 난 여유롭게 채비를 하고 있는데 형이 ‘왔다~’ 소리를 지르더니 포물선을 이쁘게 그리며 챔질을 한다, 그런데 잠시후 낚시대가 먼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면사 매듭 윗부분 목줄이 끊어졌는지 찌는 물속에서 유유히 유영을 한다. ‘큰놈이었는데 하필 매듭 윗 부분이 끊어질건 뭐람~’ , ‘와 놓칬는데?’ , ‘수심을 조절하여야 하는데 물때에 맞는 수심을 뻔히 알고 있는지라 그냥 물기없는 낚시줄에 매듭을 당겼더니 마찰열에 의해 줄이 끊어졌네~’한다. ‘뻔히 아는 사람이 그라몬 우짜노?’ 하였더니 ‘오늘은 마음이 급한기라’, ‘와 마음이 급하노?’, ‘오늘 아버지 기일이라 해서 근사한 녀석으로 두어마리 제상에 올려야 하지 않겠나 싶으니 마음이 급하지’ 형의 마음이 느껴지는지라 올 가을 들어 제일 싸늘하다는 날씨도 참 포근하게 느껴진다.

칠천도 다리 인근 녹색등대이다.
보통의 등대는 빨간색이나 흰색이 주로인데 여긴 녹색이라 푸른 바다와 잘 어울리는 색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형이 능숙하게 터져버린 채비를 다시 셋팅을 하더니 ‘가자~’ 한다. 큰 고기를 놓친지라 분명 다른 고기들도 놀래서 같이 빠져나갔을테니 미련을 가지면 안되는 법 다시금 자리를 옮겨 낚시대를 담궈보지만 그 흔하던 꽁치와 전갱이 군단조차 보이지 않는다. 물도 아예 멈춰버렸는지라 여러 기법으로 낚시를 해봐도 시원한 입질은커녕 찌가 미동도 않는다. 몇해전 형이 52자급 2마리, 4자급 6마리를 단숨에 낚아 올렸다는 수심 깊은 곳으로 이동을 해봐도 여전히 낚시바늘에 달린 바다새우만 바다를 헤집고 다니고~ 다시금 자리를 옮겨 보았지만 조금 흐르던 물마져 멈춰서 버리는 것이다. 형은 ‘이상타~ 다른곳은 몰라도 여긴 조류가 있는 곳인데~’ 하며 밑밥 한주걱을 물에 던지고선 신중한 모습으로 조류를 살피더니 ‘미약한 조류가 저쪽으로 흐른다, 저쪽으로 낚시 던져라~‘ 하며 밑밥을 멀리 치더니 그쪽으로 낚시를 던져 넎는다. 같이 지점에 낚시줄을 던져 넣어 우연수제찌가 나란히 나란히 흐르는데 형의 찌가 많이 탈색되어 ’형이 제일 아끼는찌가? 상당히 오래되었네~‘, ’응 유난히 애착이 가는 찌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형 찌가 손톱만큼이나 잠기었을까 형 특유의 ’왔다~‘ 소리와 함께 챔질을 하는데 전형적인 감성돔 쳐박는 입맛이 보고 있는 나에게도 전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올라온 것은 방생급을 겨우 면한 수준~ 하지만 이 가을에 이만한 씨알이 어디냐며 다시 그 언저리에 던져 보지만 바다는 다시금 입을 닫고 만다.

형이 추석 선물로 준 우연표 수제찌 1.5호와 2.0호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오동나무를 다듬고 칠하고 말리고 또 칠하기를 반복하여 만든 찌라 때때로 투박한듯 하면서도 정감이 가는 찌다.
두어해전에 두미도 인근에서 선상낚시 도중 원줄이 터지는 바람에 우연표찌가 갯바위쪽으로 떠 내려 가는데 발만 동동 굴렀던 기억이 난다. 입질이 없어 자리를 옮기면서 잘 아는 선장이길래 일부러 갯바위 인근을 뒤져 찌를 건졌던 기억도 새롭다. 그 찌도 형이 선물해준 찌라 얼마나 아끼던 것이었던지 ㅎㅎㅎ
그러다가 일순간 내 찌가 스르르 졸린 눈꺼풀 내려오듯이 잠기고 있다. 뒷줄을 견제하며 챔질 준비에 돌입을 하고 형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기다려라‘하며 같이 응원을 해주고 찌톱이 완전히 수면 아래로 내려갔을 때 챔질을 하였는데도 빈 바늘만 올라온다. 그렇게 흐르지 않는 물과의 씨름에서도 결국 패배를 하고 다시금 자리를 옮겼고 형은 ’여기서 철 수 할때 까지 하자‘며 결의를 불사르는데 배 앞으로 흐르던 조류가 양식장 바깥으로 흘러가길래 배를 양식장 안쪽으로 옮기고 나니 조류도 적당히 흐르고 뭔가가 낚일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갈매기떼들이 낚시 하는 바로 앞까지 와서 식사시간을 즐기고 있다.
이럴 때 전갱이라도 한 마리 낚으면 멋지게 던져 주련만 바다새우에는 다른 잡어들이 입질을 하지 않는지라......,
형은 다량의 밑밥을 뿌리더니 전갱이와 학꽁치떼들을 피해 멀리 찌를 날려 원하는 공략지점까지 찌를 끌고 오는 방식으로 낚시를 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많던 학꽁치와 전갱이 군단이 모습을 감추자 우리는 일순간 긴장을 하며 찌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는데 내 찌는 미동도 않는데 형 찌가 살짜기 옆으로 누웠다가 바로 선다. ‘뭐꼬? 입질이가?’ 물어 보니 ‘아니다 놀래서 도망가는 전갱이가 살짝 스친 것 같다’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흐른후 멀리 케스팅한 형 찌가 정렬도 되기전에 손쌀같이 사라지더니 낚시대가 포물선을 그리며 옆으로 휘젓기 시작한다. 잠시후 낚여온 고기를 보고 형과 나는 ‘농어다’ ‘아니다 농어는 적어도 45cm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 이건 그것보다 작다 분명 깔따구다’로 잠시 설전을 해보지만 농어면 어떻고 깔따구면 어떤가 심심하던 낚시대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으니 그걸로 만족하는거지 하며 서로를 위안하며 다시금 낚시대를 담궈본다.

제법 힘을 쓰며 올라온 녀석이다.
내가 낚은것이 형 보다 조금 더 굵어 농어 판정을 받았고, 형은 이놈보다 쪼매 작아 결국 깔따구 판정을 받았다 ㅎㅎㅎ
다시금 형이 농어떼가 들어왔다며 멀리 원투를 하고 찌를 슬슬 끌어당기니 예외없이 덥썩하는 입질이 들어온다. 형이 열심히 줄을 감아 들이는데도 워낙 멀리 흘러간 찌라 농어 특유의 바늘털이에 목줄이 굴 양식하는 줄에 감겨 버리더니 결국 농어와 형이 그토록 아끼던 탈색된 찌도 한꺼번에 달아나 버리는 것이다. 에공~

감성돔 낚시에 가장 선호하는 1.5호 목줄이다.
이날 마지막 목줄이 다 되어 이 줄이 터지면 1.75호로 사용하여야 하나 아니면 1.25호를 사용해볼까 고민을 하였는데 결국 이 녀석이 끝까지 버텨 주었다.
밑밥 뿌리는 소리와 찌를 살짝 던져 넣어도 그 소리엔 잡어들이 얼마나 예민하게 반응을 하는지 찌가 내려갈 틈 조차도 없는 것이다. 예전에 한번 민물새우를 가져와 낚시를 해보았지만 전갱이떼들이 얼마나 달려드는지 미끼가 낚시 바늘에 붙어 있지 못했는데 밤새 형이 현준이와 구부정한 자세로 잡아둔 바다새우(일명 코뿔소)에는 신기하리만큼 잡어들 입질이 없어 그나마 학꽁치와 전갱이 군단의 방어망을 뚫고 바닥층으로 내려갈 수 있는 것이다.

바다 새우 일명 코뿔소라 부른단다.
왜 코뿔소라 부르냐고 물어보니 앞쪽이 꼭 단단한 코뿔소를 닮아 여기 사람들은 그렇게 부른다는데~
한마리 한마리 밤새 부자 지간에 칠천도 인근 방파제를 헤집으면서 잡았다니 코뿔소 한마리와 씨알 작은 감성돔 한마리를 바꾸지 않겠다는 표현이 맞는것도 같았다.
잠시후 형 찌가 잠기더니 먼저 낚은것만한 씨알의 감성돔이 올라오고 난 약간의 조급함이 앞서 양식장 사이를 헤집어 보는데 일순간 내 찌도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멋지게 챔질을 하고 나서 보니 전형적인 농어입질이라 손맛이라도 즐겨볼까 하고 있었더니 순순히 끌려 오는듯한 녀석이 갑자기 양식장 줄 쪽으로 줄행랑을 치는 것이다. 강제 집행을 해서 올려보니 형이 낚은 것 보다 아주 조금 큰 놈이라 ‘봐라 요게 농어다~’하며 한번 웃어 주었더니 ‘그래 니가 낚은 건 농어고 내가 낚은건 깔따구다’ 하며 살짝 웃음이 돋았다.

두미도 낚시중 바닥에 떨어진 밑밥을 주워 먹으러 나온 방게
예전에 감성돔 낚시 도중 잡어 성화가 너무 심하면 방게를 잡아 미끼로 사용하였던 기억들도 나는데 조과는 신통치 않았었다.
잠시 흐르던 물의 움직임도 끊기고 배도 고프고 해서 형이 라면을 끓일 준비를 하는데 서서히 잠들었던 물이 깨어 나는 듯 하더니 형 찌가 먼저 잠기는 것이다. 슬쩍 쳐다 보며 좀더 잠기기를 바라고 있었는데 순간 형이 챔질을 하더니 제법 굵은 놈의 감성돔을 한 마리 꺼집어 내면서 ‘라면 끓이는 내도 낚아 내는데 니는 뭐하노?’하며 핀잔을 주길래 ‘쪼매 있어봐라 난 제상에 올라가는 큰 놈 낚으끼다~’하며 응수를 해두고 찌만 유심히 바라보는데 아니나 다를까 내 찌도 부응을 하는지 아주 조금 움직임이 보이길래 살짝 뒷줄을 견제하니 그때서야 찌가 물속으로 잠기는 것이 보여 챔질을 해서 올려보니 고만고만한 감성돔이 올라온다. 다시금 중간쯤 크기의 미끼를 골라 그 언저리에 넣어 보니 아까보다 더 시원한 입질이 들어오길래 침 한번 삼키고 조금 더 기다렸다 올려보니 제법 힘을 쓰며 올라오는 것이다. 라면 물이 끓기를 기다리던 형이 뜰채로 올려주더니 엄지 손가락 한번 치켜 올려준다. 순간 어깨가 으슥!!! ㅎㅎㅎ. 그러면서 또 그 자리에서 내게 입질이 들어오고~ 릴리리아 니나노~~~~

제법 씨알이 근사하고 두툼한 빵도 좋은 녀석이다.
아버지 제상에 올릴려고 하였지만 어머니가 내 실력을 못 믿는지라 미리 고기를 사두셨기에 이날 이녀석을 포함한 감성돔 6마리와 농어 수준급 2마리가 우리 형제들의 입맛을 즐겁게 해주었다.
형은 ‘라면 먹는 시간도 아깝다’며 물 끓이던 것을 중단하고 나는 ‘배고파 릴도 못 감아 올릴낀데 불 끄면 우야노?’ 하였더니 ‘지금이 물때다 좀 해보자’ 하더니 형과 내가 번갈아 낚아 두어 마리를 더 낚아 올렸다. 잠시후 흐르던 물이 내가 언제 흘렀노~ 하며 제자리에 멈춰섰고 형은 다시 물을 끓여 라면을 먹는데 내 찌가 스스를 잠기는 것이다. 먹던 라면을 들고 챔질을 해서 올려보니 감성돔 ㅎㅎㅎ 이맛에 낚시 하는기라~

라면 먹는중에 올라온 감성돔
열심히 낚시대를 부여 안고 있는 나보다 거치대에 아무렇게나 걸어둔게 오히려 더 입질을 잘 하다니 ㅎㅎㅎ 덕분에 약간 불은 라면을 먹었지만 어찌나 라면맛이 꿀맛이든지 ㅎㅎㅎ
예전엔 라면 먹고 나면 감성돔 입질이 제법 오곤 하더니 오늘은 더 이상 입질이 없는지라 철수 하면서 깊은 곳에 낚시대를 한번 더 담궈 보지만 더 이상의 입질은 없다.

두미도 야영낚시 사진이다.
야영낚시는 뭐니뭐니 해도 배부르게 먹고는 하늘 별빛을 보며 꿀잠을 자는 것이었는데 아들 녀석과 몇 마디 말을 나누다 보니 어느새 새곤새곤 잠들어 있다.
새벽 물때에 겨우 농어 한 마리를 끝으로 철수 직전까지 술벵이와의 전쟁만 치루고 말았었다.
철수를 해서 인증샷을 찍고는 물고기를 보조백에 넣어 기포기를 틀자 형이 ‘얼음도 하나 넣어가라 그래야 더 신선하게 살아있다’며 얼음을 챙겨 넎어 주면서 ‘이것도 가져가서 제상에 올려라’며 두어마리 더 챙겨준다.

눈과 입을 즐겁게 해준 조과물이다.
물론 형이 준 고기도 내가 낚은 것으로 탈바꿈을 하였지만 쫄깃쫄깃한 가을 감성돔의 식감이 느껴지는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서둘러 인사를 하고 집에 도착을 하니 형제들이 벌써 모여있어 무용담처럼 낚시 이야기를 꺼내 놓으며 두툼하게 횟감을 썰어 접시에 놓으니 두 접시나 나와 이런저런 이야기 꽃을 피우며 맛나게 먹었고, 유난히 빛깔 고운 한 녀석은 곱게 손질을 하여 아버지 제상 탕국에 올렸다.

뒷모습이 단아한 어느 행자승
가을 하늘과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모습이라......,
그런데 스님일까? 아니면 비구니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