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의 잠깸과 유난히 느린 시계를 탓하며 일어났는데도 벌써 출발하긴 이른 시간이다. 다른때 같으면 시간에 쫓기듯 달렸을텐데 유난히 한가하여 최대한 느리게 또 느리게 달려본다.

우연 낚시뜰 뒤쪽 담장에 느릿느릿 가을을 맞이하고 있는 담쟁이덩굴입니다.
시간이 일러서 한컷 해봤네요~
흐린 하늘엔 옷이 딱 젖기 좋을만큼의 비가 내려 아주 가끔 윈도우 브러쉬를 작동하다 보니 저장해둔 음악파일에서 장철웅의 ‘내일은 해가뜬다’가 나온다.
‘내 과거를 말하지 마라 바람처럼 살았다~
중략
산다는 것이 그런거라고 울다가도 웃는거라고
돌고 돌고 도는 인생 비바람이 불어도
내일은 해가뜬다
내일은 해가뜬다‘
몇 번을 들어도 좋은 노래라 볼륨을 최대한 올리고 굽이굽이 길을 달리며 나도 모르게 따라 흥얼거려 본다.
근데 내일 해가 뜨면 안되지 오늘 비가 그치고 해야 뜨야지 ㅎㅎㅎ
우연낚시 주차장에 도착을 하였는데 아직 낚시점은 잠에 빠져있다.

수박이 사라지고 난 자리를 호박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조금 만 있음 형수 손에서 맛난 요리로 변신을 하지 않을까 싶네요~
약속 시간보다 이른 시간이라 전화만 매만지며 음악에 빠져 있으니 잠시후 낚시점에 불이 켜지며 형수가 문을 열었고 고요에 빠져있던 낚시점의 모든 것들이 깨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현준이 녀석 꿈이 영글어가는 태권도 도장 칭찬판인것 같네요
"참 잘했어요!" 어릴적엔 이런 도장 받는게 꿈이었는데 요즘은 '칭찬스티커'가 대신하네요
지렁이 통에서 잠자던 청개비들도 일어났을테고 냉동고속에서 꽁꽁 추위에 떨었을 밑밥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지 않았을까 하는 ㅎㅎㅎ
잠시후 형이 나오고 형수는 언제나 그랬듯이 정성이 가득 들어간 아침을 내 놓는다.

양념이 알맞게 베인 고갈비이네요
예전에 포장마차에서 연탄불에 구운 맛과 흡사한데 제일 맛나 머리부분은 어디 갔을까나?
이른 아침이라 예외없이 누룽지가 나오는데 오늘의 이벤트는 고갈비로 양념을 해서 맛나게 구운 고등어로 포장마차에서 한 때 출출한 속을 달래는 안주로 인기를 한몸에 받았던 추억의 먹거리라 유난히 맛나게 먹었다.
식사가 끝나자 형은 가게에서 열심히 막대찌를 다듬는데 기존의 막대찌와는 찌 톱이 전혀 다른걸 만들고 있었다. “형! 찌톱이 유난히 가는데 이건 시인성이 좀 떨어지는거 아니가?”, “아니다 지금 양식장 인근에는 감성돔이 많은데 유난히 경계성이 심해 기존 찌보다 부력이 좀더 약한 찌를 만들고 있고, 찌 상단은 더 밝은색 형광 물질이 들어가 오히려 시인성이 더 좋을끼다”라며 대패질에 여념이 없는데 젊어서 목수를 한 솜씨 덕분인지 대패로 적당한 곡선을 만들어 내는게 신기했다.

틈틈히 만들고 있는 '우연표 수제찌'
감성돔 입질이 예민한 시기라 민감성과 시인성까지 좋은 찌를 만들고 있다는데
하나하나 대패질로 다듬고 있는데 약간은 투박한듯 하면서도 정감이 있는 찌의 눈맛이 즐겁습니다.
잠시후 전화기가 울리더니 일회용 비옷을 준비하란 이야기가 나오는지 “비옷 챙겨둘께요~”하는 형의 대답이 있었고 누구냐고 물의니 옆에서 커피 한잔 마시던 형수가 “젊은 오빠야 전화인갑따요~” 한다. 젊은 오뺘아랴~ 누구꼬? 속으로 어림짐작을 하고 있는데 하얀색 승용차가 가게 앞에 서더니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 두분 내린다. 이른 아침에 지렁이라도 사서 어디 바람이라도 쐬러 가시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더니 형에게 “조금 늦었지요~ 따로 준비할 것이 있습니까?” 묻는다. 형은 반가이 맞이하며 “따로 준비할 것은 전혀 없습니다. 바로 가시면 됩니다”며 일어서니 어르신이 차를 타고 따라 오겠단다.

하얀 빨래를 하얗게 표백하여 늘어두면
가을 바람과 햇살에 더 눈부신 느낌이 들겠지요~
넓은 우연 뜰 앞에 있던 빨래집게를 한컷 해봤습니다.
낚시 가게에서 배까지의 거리는 기껏 2분 남짓이나 들판을 지나가는 거라 그 짧은 시간에도 가을의 느낌들이 열어제낀 창물을 통해 들어오는 것 같아 깊이 쉼호흡을 해본다.
요즘 들어 출조가 잦아서 그런지 유난히 정겨운 느낌이 드는 합동호를 끌어당겨 짐을 실으니 출항 신고를 마친 형은 시동을 걸더니 부드러운 얼음위를 걸어가듯 유난히 조용하게 배가 출항을 한다. 그러더니 서서히 속력을 높이고 배 앞쪽에 나란히 앉아 계신던 젊은 오빠들의 모자가 바람에 하늘거리고......,
형은 조금때라 물의 흐름이 없을거라며 다른 때 보다 좀더 멀리 나가자고 하더니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앞쪽에는 형 싸인만 보고 있던 나는 부표 아래 적당히 갈고기를 걸어 배를 고정하고 나서 여유롭게 젊은 오빠들의 채비 구경을 해본다.

어르신 두분의 낚시모습입니다.
분홍색 모자쓰신 분이 감성돔 6마리를 낚으셨고, 국방색 모자쓰신분은 하도 전갱이를 잘 낚으셔서 '전갱이 도사'로 통했답니다 ㅎ
77세 연세와 한 두세살 정도 나이가 적으신 분인데 낚시 기법이나 심오한 삶의 철학등을 느낄 수 있어 참으로 유쾌한 하루였던것 같습니다.
그사이 형은 부지런히 밑밥 품질을 하고 젊은 오빠들은 익숙한 솜씨로 채비를 하는데 어찌나 손놀림이 빠른지 밑밥 품질이 끝남과 동시에 채비를 물속에 넣으며 수심을 물어 보길래 어탐기를 보고선 “10m권입니다” 하였더니 눈 가름으로 맨사매듭을 끌어 당겨 수심을 맞춘후에 수심측정용 봉돌을 달아 깔끔하게 수심까지 맞추는데 대단한 포스가 느껴지는 것이었다.
여유롭게 채비를 끝내고 태권도 학원을 마치고 온 늦은밤 아빠를 도와 고사리 손으로 미끼용 새우잡이를 도왔다는 현준이와 아빠의 합작품인 듬지막한 새우를 골라 형과 나는 뒤쪽 부표 사이를, 젊은 오빠야들은 앞쪽 부표 사이를 공략하는데 슬쩍슬쩍 움직이를 찌를 유심히 바라보던 형이 “무라~ 무라~”, 왱~ “뭔말이고?”, “찌 유심히 봐라 깔딱깔딱 하는거~”, 아무리 봐도 그냥 물결에 일렁이는 찌 모습그대로인데 형은 한번 더 “무라~ 무라~” 하더니 챔질을 하고 예외없이 형의 낚시대를 포물선을 그리며 릴링을 한다. 그러면서도 밑밭 투척은 잊지를 않고......,

현준이가 고사리 손으로 아빠를 도와 밤에 잡은 새우입니다.
'세우 3마리에 감성돔 한마리 못 낚으면 배 안태워 준다"고 은근히 협박을 합니다
우짜면 좋을까요? ㅎㅎㅎ
예전에도 한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형 배에선 밑밥은 형이 전담으로 적절한 조류의 흐름이며 입질의 유무를 확인하며 친다. 형 지론에 의하면 밑밥을 잘 치는 것이 그날의 조과를 크게 좌우하는 것으로 심지어는 고기를 발 앞에 묶어 두기도 할 수 있고 아니면 챔질 하기 좋은 각도가 나오게 어느 특정한 지점으로 유인하기도 할 수 있다며 어떤때는 어깨가 아프다면서도 꼭 밑밥은 형이 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자칫 공들여 모아둔 집어를 밑밥 분산에 의해 고기의 입질을 유도할 수 없다며 말이다.

감성돔 낚시 바늘입니다
앞 조행기에 '바늘이 굵은게 아닌가'하는 지적이 있었는데 저는 주로 3호 바늘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맨 오른쪽이 2호 바늘 맨 왼쪽이 5호 바늘이고 위에 조개봉돌이 2B봉돌입니다.
감성돔 입질이 유난히 예민하면 2호 바늘까지 사용하고 5호 바늘은 수심 25M권 이상에서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더니 또 “무라~ 무라~” 를 중얼거리더니 한 수 더 뽑아내고 똑 같은 방법으로 또 한수를 뽑아내고 있다.
그동안 앞에 있던 젊은 오빠야도 챔질을 멋지게 하더니 아가야 전갱이가 올라오자 겸연쩍다는 듯이 방생을 하더니 이윽고 전형적인 초가을 감성돔을 한 마리 끌어 올리시더니 미리 준비해온 살림망에 넣어 바다에 띄운다. 같이 있던 조사님도 여러번의 헛 챔질 속에 전갱이를 낚으시고 나도 계속해서 전갱이만 무료하게 잡아내고 있었다.

무료한 낚시터를 해파리만 헤집고 다니고 있네요
저러다가 물이 흐르면 흔적없이 사라지곤 하던데 그날은 해파리떼가 극성을 부렸지요
그러다가 형이 다섯 마리째인가를 낚고 나도 겨우 한 마리를 꺼집어 올리자 그제서야 형은 안도감이 드는지 캔커피를 들고 오더니 젊은 오빠야들에게도 권하는 것이다.
낚시대를 거치대에 놓으며 젋은 오빠야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올해 연세를 여쭈어 봤더니 허걱! 77세란다. 옆에 분은 두세살 어리다며 기어이 나이 확인을 거부하였고 둘은 아주 오래전부터 친구처럼 바다를 헤집고 다니는게 삶의 활력소이며 유일한 취미이란다.

간촐한 어르신 낚시도구들입니다.
맨아래는 처음엔 뜰채를 왜 가져오셨나 하였는데 채비 꾸리실 때 보니 저기서 막대찌가 나오더라구요
완전 아이디어 짱! 이었습니다 ㅎ
형수가 말했던 ‘젊은 오빠’가 ‘어르신’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어르신!, 어르신 나이면 보통 경로당 이런 곳에서 화투 놀이나 즐기시는게 아닌가요?” 하였더니 글쎄 “우린 일주일에 3일은 출조를 해~ 내가 여지것 살아가는 유일한 낙이 이 낚시에 있어~” 하시며 껄껄껄~ 웃으시는 것이다. 그러시면서 갈치 선상 낚시부터 안가본 낚시가 없다며 ‘어제도 사모님과 전화가 되어 우연낚시를 탈려고 하였으나 예약 인원이 있어 타지를 못하였다며 이렇게 또 다른 인연이 되어서 반갑다’ 하신다. 옆에 나이 적으신 분은 연신 입질이 들어오는데 헛챔질 또는 전갱이만 낚아 내는 지라 형이 낚시대를 달라더니 유심히 살펴 보면서 “반달 구슬이 빠졌네~”한다, “내가 분명히 달았는데~” 하시고 형은 계속해서 ‘수중찌 아래 도래를 묶은 줄의 짜뚜리 길이가 길면 미끼가 내려가면서 잘 꼬이니 말끔하게 잘라야 하며 미끼를 내릴때 원하는 지점보다 야간 멀리 가게 해주고 미끼를 끌다가 수평이 될 때 내려야 목줄과 원줄이 안꼬이며 견재는 이렇게 하고 수심은 또 이렇게 맞추고~’ 그러면서 직접 채비 시범운영까지 하며 대략 20여분에 걸쳐 양식장 낚시기법에 대해 설명을 하였고 “내가 낚시 조력이 얼만데~”하면서도 그분은 열심히 경청을 하신다. 그러면서도 “선장의 역할은 승선하신 조사님들이 안전하게 낚시를 할 수 있게 도우는 것이며, 한분 한분 손맛을 볼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며 형은 낚시 기법에 대해 부연 설명을 더 아끼지 않는다.

어르신 채비가 수상하다며 낚시채비를 손수 정리해 주고
양식장 낚시기법에 대해 근 20여분이 넘게 설명을 하더군요
어느정도 어르신의 낚시 패턴이 달라진것을 지켜보던 형은 “합동호에 승선하신 제일 연장자 분이시니 제가 손수 만든 막대찌 하나씩 선물하겠습니다” 한다. 갑자기 형이 더욱 멋져 보여서 “형! 나도 지금 만드는 찌 하나 주라~ 필드 테스트 해보께~”하였더니 별 반응이 없다 ㅋㅋㅋ 그래도 난 안다 아마도 형이 “새롭게 만든 찌니 함 써봐라~” 하며 하나 챙겨 줄 것을~

어르신 소품통이네요
약간은 투박한 소품들인데도 감성돔 6마리나 꺼집어 올리는 내공을 보여주셨습니다.
처음으로 하신다는 양식장낚시인데 말입니다 ㅎㅎㅎ
물의 흐름이 없자 간간히 들어오던 전갱이 입질도 끊어지고 인근에 있는 낚시 배들은 전부가 모인듯 하여 몇 번의 자리 이동 끝에 배도 출출하고 해서 라면을 끓여 먹었는데 배에서 먹는 얼마만의 라면인지 과연 꿀맛이다.

배에서 정말 오래만에 먹어보는 라면입니다.
라면 맛도 끝내주지만 전 개인적으로 요 김치맛이 끝내준다는데 늘 한표 입니다.
지금도 김치 생각에 입가에 침이 고이네요 ㅎㅎㅎ
어르신들은 라면은 조금만 드시는 지라 “어르신 그렇게 드시면 힘든 낚시 하는데 어떻게 견디십니까?” 하였더니 ‘소식이 건강의 지름길이’라시며 원래 점심은 안드신단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말씀 하나 하대(下待) 하시는 적이 없다.
옆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노변정담(爐邊情談)처럼 끝없는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었는데 간간히 두분이서 십수년전에 2.5칸 민장대를 들고 대포 앞 어느여에서 쌍바늘 채비로 손바닥 보다 좀더 굵은 감생이를 얼마나 낚았는지 살림망에 고기가 안들어갈 정도 였다니 부럽고도 또 부러운 낚시꾼의 전설 같았다.
라면도 먹었겠다 물만 가주면 딱 좋은데 물은 민물낚시처럼 전혀 미동도 않고 막대찌만 간간히 바람에 이쪽으로 누웠다 저쪽으로 누웠다를 반복하고 있다. 20여분의 시간이 더 흘러도 전갱이 이외는 더 입질이 없자 형은 자리를 옮겼고 또 옮긴 자리에서도 더 이상의 입질이 없다 재차 자리를 옮겨본다.

어르신은 목줄이 꼬이자 낚시바늘을 이용하여 꼬인걸 풀어내고 있습니다
아직 신문을 보실때도 안경없이 보시고
밤 낚시 할때도 불빛만 있음 도래구멍도 문제없이 낀다고 하시니 눈의 소중함이 느껴지더군요.
아침에 낚시 하던 인근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지루한 조류는 낮잠이라도 빠졌는지 움직임도 없고 하여 선실에 들어가 살짝 낮잠이 들었나 싶을 때 형이 “왔다~”를 외치길래 뭔가 왔나 싶어 나와보니 고만고만한 감생이 한 마리 낚아 올리고 그때 때 마침 앞 어르신도 한 마리 멋지게 릴링을 한다. 심기일전하여 커피 한 캔을 마신후 수심을 재 조정후 낚시를 해보지만 앞에 어르신 한분과 난 입질이 없는데 형은 연속에서 고기를 낚아 올린다. 그참 이상하다 형과 똑 같은 수심에 똑 같은 목줄에 똑 같은 크기인 3호 바늘을 사용하는데도 입질이 없다. 형이 낚은 감성돔 숫자가 2자리를 넘어서고 앞에 어르신 한분도 5수나 하였는데 난 겨우 한 마리 추가하여 2마리에 머물고 말았다. 그런데 어르신 한분은 계속해서 전갱이만 낚아 올리기에 내가 ‘전갱이 도사님!’하여도 되겠습니다 하였더니 “내가 전갱이 낚아 내니 다른 사람들이 감성돔 낚아 내잖아~”하며 웃으시는데 이미 낚시라는 장르를 초월한것 같은 느낌이든다.

형과 똑 같은 조건으로 똑 같은 지점을 흘러보내도 이상하리만큼 난 입질도 없다
아니 찌톱이 미동도 않는다.
물론 조류도 없었지만 뒷줄까지 끌어가며 열심히 견제를 하였는데도 전혀 입질이 없으니 어떻게 된 것일까?
형 새우에는 무슨 성형수술이라도 해서 감성돔을 꼬시는 걸까? ㅎㅎㅎ
계속해서 형은 한수 한수 추가를 하고 앞에 어르신 한분의 낚시대가 갑자기 물속으로 빨려들며 릴링을 하는데 그 모습을 보던 형은 “양식장 줄 가까이 붙으면 목줄 끊어집니다. 안쪽으로 끌고 나와서 릴링하이소~”를 주문해 보지만 어르신은 아랑곳 않는듯 하더니 잠시후 목줄 바로위가 날라갔다면 허무해 하시면서 “이렇게 멋진 입질은 없었는데~”하시며 안타까워 하신다. 그러더니 기어이 한수 더 하시어 6수로 마감을 하고, 형은 “저기 고기 있다 니 담궈 봐라~”하면서 자리를 양보해 주는데도 내 찌는 미동도 않고 있고, 형은 새우 다섯 마리를 챙겨면서 “세마리만 낚을게~”하며 내 옆에 낚시를 담근다. 난 “우찌 그걸로 세 마리를 낚노?” 반문을 하였지만 “함 봐봐라~”하더니 기어코 세 마리를 더 추가하여 총 17수나 낚아 올린다. 허걱! 씨알만 좋았더라면 그리고 어르신 한분이 이비인후과 가신다고 재촉만 않으셔도 제법 근사한 마릿수가 나왔을것 같다.
정박지에 도착을 하니 어르신들은 가게에 들리지 않고 바로 가시겠다고 하여 형은 감성돔 6마리를 챙겨 드리며 “제 낚시배에서 가장 멋지신 분이었습니다. 언제든 들리시면 꼭 제가 손수 만든 수제찌 하나 선물해드릴테니 꼭 들려주십시요!”하였고 한분은 추석 전전날인 화요일쯤엔 꼭 들려보겠다고 하시며 손을 흔드신다.

낚시하시는 어르신 얼굴이 유난히 하얗게 보이더니 나중에 보니 썬크림을 바르셨단다
왼쪽이 내꺼, 오른쪽이 어르신껀데 48과 50은 뭘까?
자외선을 차단하는 수치인것 같은데 네이버에 함 물어봐야겠다~
아침에 출조를 하면서 형이 “예전에 어떤 조사님과 단둘이 시합을 한적이 있는데 16마리 낚아 올릴 때 까지 그분은 한 마리도 못 낚아 올렸다. 감성돔은 뭐 있나 수심만 맞고 조류만 적당하면 무 뽑듯이 낚아 올릴 수 있는기라”하면서 “선상낚시는 그 바다 상황을 제일 잘 아는 선장의 노하우를 어떻게 받아 들이느냐가 제일 중요하다”라며 다시 한번 강조를 해주길래 “내가 칠천도 양식장 낚시 경력이 3년이라우~”하였더니 ‘피식’ 웃는다.

낚시하던 인근에 있는 작은 섬
조가비들이 부서러져 만들어진 백사장에서 멀리 찌라도 날리면 농어들이 덥썩 물어줄것 같은 느낌이 든다
축구장 보다 조금 더 클까 작을까 말까한 아담한 섬이라 어찌나 마음에 들던지~
가게에 도착하니 형수가 시원한 냉커피 한잔을 내밀더니 “삼촌은 우찌 되었노?” 하길래 “엊그제 한 마리, 오늘은 두 마리, 다음에는 세 마리 낚을것 같다“라고 대꾸를 하니 물끄러미 내 얼굴을 쳐다보더니 ”그럼 더 자주 와야겠네~“하면서 고만고만한 씨알이지만 감성돔 5마리를 더 챙겨주며 ”얼릉 가서 어머니 횟감이라도 썰어드려라“한다.
추석 앞 날에 들리겠다고 약속을 잡고선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오니 어머니가 안계겨시어 전화를 하니 ‘마실나와서 좀전에 뭘 드셨다면서 저녁에 맑은 지리탕이라도 끊여 드시겠단다’
낚시대를 손질하며 잠시의 추억에 잠겨본다.
‘내 나이 77세에도 좋은 벗과 함께 멋진 낚시를 다닐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욕심이 앞선다.

유난히 단감을 좋아라 한다.
가을엔 누렇게 익은 들판에 잘 어울리는 단감이 제철인거 같다
가운데 유난히 앙증스런 크기의 단감은 먹기엔 참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