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간 매물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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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지나간 매물섬

G 3 2,044 2003.11.13 01:39
<이 이야기는 조행기는 아닙니다. 인낚 에세이코너 오픈하시면 그 쪽으로 옮겨주세요.>


마음이 허전하여 지난 10월초에 매물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역시 호젓한 여행을 하기엔 가을이 가장 좋은 계절입니다.

발길 닿는대로 가다가 머물고 싶은 곳이 있으면 하룻밤 묵고 가기로 작정했습니다.
1인용텐트, 침낭, 깔개, 카메라에 삼각대를 챙기고 한 이틀 먹을 도시락을 챙기니 짐이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심야 고속을 타고 통영에 내린 시간은 새벽 4시 10분! 도시는 아직 새벽 꿈에 잠들어 있었습니다.
해수 사우나에서 두어시간 눈을 붙인 후 매물도 가는 첫배를 타기 위해 여객선 터미날로 갔습니다.

달리는 배에서 바라본 바다는 너무나 맑았습니다.
멀리 연화도 용머리와 좌사리도가 신기루처럼 우뚝 솟았고 소지도와 국도, 구을비도가 손에 잡힐듯 다가왔습니다.

곳곳의 간출여와 포인트에는 낚시꾼들이 달라붙어 참돔을 낚아올리고 있었습니다.
태풍 매미가 왔을 때 탈출한 놈들이 상당히 멀리까지 내려갔다고 합니다.
지금은 거의 자연산과 진배없다고 합니다.

통영을 출발한지 1시간 좀 더 걸려 소매물도에 도착하였습니다.
선착장이 태풍에 완전히 쓸려가버려 바다 가운데 뗏목에 배를 대고 사람들을 내리게 하였습니다.
그리곤 보트를 이용하여 갯바위로 상륙을 시키는 것입니다.
바다에 이력이 난 우리같은 사람이야 덤덤하지만 파도가 출렁일 때마다 여기저기 보트에서 비명소리가 들렸습니다.

매물도는 푸른 초원 위에 하얀 등대가 있는 이국적 정취가 나는 풍요로운 섬으로 소문난 곳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첫발을 내디딘 매물섬은 태풍 때문에
짠물이 날려 푸른 초원이 누렇게 변해버렸고 여기저기 지붕이 망가진 집이 아직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민박을 하라고 붙잡는 아낙네와 섬일주 관광을 하라고 권하는 아저씨들의
해풍에 그을린 얼굴은 어딘지 모르게 연민의 정을 느끼게 했습니다. 태풍 매미 때문이겠지요.

마을을 지나 고갯길로 오르니 자그만 폐교가 하나 나왔습니다.
운동장은 풀이 무성하고 나그네들이 텐트를 서너개 쳐 놓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학교 건물은 산장으로 개조하여 길손들에게 커피를 판다고 합니다.
애들 글 읽는 소리가 나야할 학교가 폐허가 되어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왔습니다.

정상에 올라 등대섬을 바라보니 한폭의 그림입니다.
하얀 등대, 밋밋한 평원의 풀들, 등대지기가 사는 집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왼쪽 끝으로 촛대바위가 보이는데 이번 태풍에 맨 위의 촛불이 날아갔다고 합니다.
물이 빠져 등대섬으로 걸어 들어가 구경을 할 수 있었습니다.
등대섬으로 내려가는 길이 비에 무너져 상당히 난코스였습니다.

어쨌거나 텐트치고 아름다운 섬에서 하룻밤 잤습니다.
염소떼와 함께 억새꽃 풀밭에서......거기엔 방아개비와 여치가 무척 많았습니다.
찬합에 싸서 가져간 밥은 꿀맛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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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G 환상의섬 03-11-14 13:52
아 형님 당신께서 금번에 "한려수도 외딴섬 토담집 별장"이란 책을 펴내신 내용의 일부 이군요.

책은 잘 보고 있습니다.

통영 지방으로 낚시 여행을 갈 때 도움이 될 만한 참고가 되고 있습니다

늘 건승 하십시오
G 더불어정 03-11-14 17:52
소매물도!
좋은 섬이죠.대항마을 방파제가 태풍 매미로 많이
망가졌다면서요?

태풍으로 망가진 매물도의 상흔을 내몸의 생채기로
풀어내 모두의 가슴을 한번 쓸어 내리게 하시는
섬원주민님의 글솜씨,정말 좋군요.

험난한 세상에 님과같은
마음의 소유자와 만나면서 살 수 있다는 것.
영광입니다.
G 吳 迷 烏 03-11-15 03:08
섬원주민님 언제 꼭 만나뵙고 ?차라도 권하고 싶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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