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 태종대 동백골 다녀왔습니다.

1 조율3할 13 6,608 2013.01.03 18:37

"참~~ 겨울낚시 힘들구나" 항상 출조 전 마음 비웠다고 자위하곤 하지만 그래도 미숙한 인간인지라 혹시 내게도 또는 남들 다 못 잡아도 나의 조법과 테크닉이라면 다르지 않을까 하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생기곤 했지만 역시나 결과는 언제나 그렇듯 허탈감만을 다시 안겨 준 출조였다.

허탈감을 더 하게 하는 것은 우리 바로 옆 포인트의 한 조사님은 감성동 탱글탱글한 씨알 한 마리를 그래도 낚았다는 것. 돌아오는 길에 운전대를 잡으면서 곰곰히 생각해 본다. 오늘은 뭐가 문제였을까, 바람도 없었고 조류/물때/물색도 좋았고 전혀 문제 없었는데. 결국 오늘도 실력탓 보다 가장 만만한 수온탓을 할 수 밖에.

수온 탓 외 굳이 나름 복기해 보자면 포기가 빨랐다는 것. 마지막까지 포인트를 지정하여 믿음을 가져야 하지만 철수 1시간전부터 포인트를 벗어나 셋 다 고작 학꽁치 사냥에 나서는 등 딴짓거리(?)를 했다는 것도 자연환경이 아닌 지당하게 우리 자신에게 패인을 물어야 한다.

암튼 '생사모' 의 2013년 첫 출조는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지만 '갈망하되 얻지마라' 라는 잠언처럼 그리던 것을 이미 또는 언제든 얻을 수 있다면 바다낚시는 그저 시시한 소일거리의 한 부류로 절하되지 않을까. 내게 마음을 줄 듯 말듯한 연애시절 그 순박하고 아슬아슬했던 '밀땅'의 순간이 그래도 가장 행복한 순간 아닐까. 그런 면에서 항상 넘치지 않게 또는 대자연이 허락하는 만큼만을 내게 주는 것에 전혀 아쉬움이나 원망이 없다. 그저 지금 이대로가 영원할 수 있는 기반이라고 생각하며 아쉽지만 만족한 출조로 기억하고자 한다.

오늘의 교훈 : 겨울 낚시 정말 힘들지만 그래도 꾸준히 한 곳만 노리자,
                   어차피 겨울낚시는 도 아니면 모다.

바다 염분은 쇠도 눅이고 세월의 흔적도 녹이고.

동백골 15번 홈통에서 바라본 생도, 역광에 조리개를 좀 조여서 한 컷

우리가 선 지점에서 16번 포인트 방향으로 약 15미터 지점에 수중여가 있다. 수중여로 인해 수심이 약 5~6미터밖에 나오지 않지만 여기가 바로 포인트다. 반유동으로 5미터권에서 노래미가 잡혔던 것으로 꾸준히 밑밥을 여기에 쌓아놓으면 한마리 대상어를 걸 수 있을 것이 확실하다. 찌 움직임이 없이 노래미가 잡히면 수심을 50센치쯤 올리는 것이 힌트가 되려나.

오늘의 그나마 장원. 왠일인지 표층에서 어슬렁 거리는 물매기를 유신씨가 훌치기로 허리걸이. 물매기는 심해어종인데 어떻게 표층을 헤메고 있었는지...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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