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어와의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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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와의 키스

G 1 665 2003.09.05 17:02
우리나라 연안에 서식 또는 회유하는 복어만 해도 그 종류가 대략 12종 정도 어류
도감에 올라와 있다. 거북복, 가시복, 개복치, 은밀복, 흑밀복, 졸복, 흰점복, 검복
검자주복, 자주복, 까치복, 복섬(복쟁이)이 대표적이다. 흔히 낚시가서 잘 낚이는것
이 복섬, 즉, 부산 및 경남지역 방언으로 복쟁이라 부르는 것이다. 이들 대부분의
복어들은 난소와 간장에 맹독이 있고, 일부는 피부와 살에도 독이 있기 때문에 조심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느 TV방송(VJ 특공대)에서 보니 복어를 이용한 음식(회 또는 매운탕 등)은 먹는
이로 하여금 상당한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자격증이 있어야 요리를 할 수 있
다고 하는 것 같았다. 특히 복어회 자격증은 "복고시"라 불릴만큼 3수 5수는 기본이
라고 하는 걸 보니 어렵긴 어려운 모양이다. 우리들이 먹는 복어 매운탕 등은 수입
지인 부산,인천 등지에서 자격증을 가진 요리사(?)로부터 음식을 만들 수 있도록 일
차 가공되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어도 된단다.

어릴 적 동네 배질하는 어른 몇분이 복어를 잡아 회로 드시고는 배를 잡고 뒹굴다
한 분은 운명을 달리하시고 두 분은 혼이 난 경우를 보았다. 그것을 본 뒤로 복어만
보면 적대감을 가진다.마치 뱀에게 물리면 죽는다는 소리를 들은 후 독이 없는 물뱀
꽃뱀 안가리고 미워하듯이. 그래서 논밭길 가다 뱀이 지나가면 돌팔매질부터 한다.
마찬가지로 낚시하다 복어만 잡히면 원수보듯 하게 됐다. 그냥 살려줘도 될 걸 무슨
정의의 사자가 원수 갚듯이 "사람죽이는 물고기 맛 좀 봐라" 땅바닥에 후리쳤다. 그
래도 복어는 잘 안죽는다. 땅에서 데굴데굴 구르고는 약올리듯이 공기를 빨아들여
배를 남산만하게 만든다. 아마 이것이 자신을 크게 하여 위협을 가하는 적을 상대하
는 본능인가 보다.

낚시하다 복어를 만나면 상당히 까다롭다. 소위 밑에서도 물고 위에서도 물고 환장
할 노릇이다. 게다가 밑밥이라도 뿌리면 사돈에 팔촌까지 데리고 와서 군단을 이뤄
낚시자리 밑에 맴돈다. 밑밥 한 주걱 뿌리면 쏜살같이 달려들어 금방 먹어 치운다.
바늘에 크릴 한 마리 달아 바다에 드리우면 떨어지는 소리만 듣고도 사방에서 모여
드니 귀가 밝은건지. 못 먹어서 굶은건지. 어휴 짜증난다. 그러다 복어가 바늘에 걸
려 올라오면 절대로 그냥 안놓아준다. 배를 땅에 대고 살살 문지르면 복복~~하면서
배를 부풀리기 시작한다. 남산만 할때까지 문지르다 바다위에 던져주면 복어가 뒤비
져 있다가 금새 바람을 내뱉고는 슈우욱 달아나 버린다.

어느 날 고기도 안되고 해서 멍청히 앉았는데 복어가 올라왔다. 늘 하던대로 배를
계속 문질러 보았으나 이눔이 배를 부풀리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Mouse to Mouse
로 바람을 불어 넣다 이 눔이 내입술을 물었다. 아~아~ 놔라 놔! 복어가 말을 알아
들을리 없고 복어를 잡고 댕기니 더 아프다. 하는 수 없이 복어 배를 꽉 눌렀더니
지 눔도 배가 아팠는 지 뽁~하면서 입을 열였다. 입술을 훔쳐보니 피가 흘렀다. 낚
시가서 복어한테 물려 피를 다 흘리고. 잇몸 사이에 가득한 피를 누군가 봤더라면
주먹다짐이라도 한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 날 그 복어 그냥 돌려보내기 싫었지만
바다위에 던져 주었다. 왜냐하면 복어 학대죄로 벌 받은 것 같아서….

언제부턴가 갯바위 선 자리 밑에 복어나 자릿돔처럼 밑밥에 바글바글 피워올라도
애써 쫓으려는 마음이 줄어든 것 같다. 남해바다 전체가 내 양식장이라고 생각하면
난 복어양식장 사장님이 아닌가? 밑밥 한숟갈에 어디서 알고 찾아오는 귀여운 내새
끼들! 그래 많이 먹고 무럭무럭 커라. 다음주에도 맛깔스런 크릴에 보리 오징어가루
섞어서 먹이주러 오마. 내 허락없이 잡아가는 낚시인이 있으면 절도죄로 고발할 겨!
조사님들! 실수로 복어나 자릿돔이 걸려 올라오더라도 양심적으로 놓아주고 가셔요

내 실력에 낚시가면 고기다운 고기 잡아오는 경우도 드물거니와 고기 못잡아 스트
레스 받아오느니 양식장에 고기 밥주러 가는 마음으로 간다면 훨씬 편안하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낚시가 아닐까? 혹자는 실력없는 사람의 "자기합리화"라고 치부할런
지 모르지만.

요즘은 낚시가서 복어를 낚으면 어릴적 추억이 아련히 떠 오르는게 여간 즐거운게
아니다. 어릴적 방파제 끝에 대나무 낚시대로 낚시하다 입질도 없고 수면 가까이 복
어가 지나가면 낚시대 던져버리고 옷을 훌러덩 벗은 뒤 지나가는 복어위로 뛰어내렸
던 그림같은 추억 말이다. 우리집 꼬맹이들이 커서 어른이 되면 쟤들은 무엇으로 아
리따운 추억을 만들꼬? 영어학원, 피아노학원,태권도학원, 발레. 그런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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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댓글
G 짱뚱이 02-11-30 00:00


님께서는 그런 재미(?)있는 추억이 있으시군요. 저는 어차피 섬에서 태어난 철저한 섬놈입니다. 저의 경우는 찌낚시를 시작한지 약 15년쯤 됩니다만 찌낚시 초창기에는 밑밥용 크릴과 미끼용 크릴을 별도로 준비 해 갔었는데(요즘은 밑밥용 중에서 선별하여 미끼로 사용하지만) 유월쯤 어느날 모처럼 고향인 진도의 조그만한 섬으로 낚시를 갔다가 9시 이전에 미끼를 복어에게 거의 다 바치고 철수를 결정하기 직전에 복어가 갑자기 사라지고 감성돔(아마 27, 8Cm 쯤)이 물린것이었습니다. 그때 남아있는 미끼용 크릴은 불과 10여마리. 그 이후로 몇분동안에 감성돔 6마리를 더 낚고 철수를 한 기억 이후로도 수차례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고 지금은 복어떼가 지나가면 감성돔이 물것이다라고 믿게되어 복어가 밉지 않게되었죠. 님의 글 읽고 저의 지난날이 생각이나서 몇자 적어봤습니다.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건강하십시오. -[09/0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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