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루어진다!
출조일 : 2012년 8월 3일( 음 6. 16일)
출조지 : 충청남도 외연열도
조석 : 7물( 03:57 (630) ▲+588 10:43 ( 75) ▼-555
16:08 (571) ▲+496 22:47 ( 42) ▼-529
날씨 : 맑음, 기온 28℃(체감 온도 33℃씨 정도로 매우 더움),
풍속(3~7m/s), 파고(0.5~1m)
사용 Tackle
Rod SHIMANO OCEA AR-C 906
Reel DAIWA CALDIA KIX 3000
Line POWER PRO (15LB)
Lure Maria Vibration Mar Amigo G (72.5mm, 26g) 컬러-RHF
2012년 8월 3일 새벽 3시 저마다의 꿈을 간직한 7명의 조우(큰송어, 큰송어 지인 세분, 큰송어 학과의 대학원생 두 명, 나)가 속속 모여들었다. 오늘 처음 농루를 시작하는 4명이나 농루 경험이 있는 나머지 3명이나 모두 부푼 꿈을 꾸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래 꿈이 없으면 낚시꾼이 아니지.”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로 열대야가 계속되고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이 후덥지근하게 느껴질 뿐 새벽바람의 상쾌한 맛은 전혀 없다.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차 안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보름달이 유난히 밝고 별이 반짝인다. 낮에 찾아올 더위를 암시해 주는 듯하다.
사실 태풍영향으로 오늘 낚시가 취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틀 전에 낚시를 다녀온 후라 육체적 피로가 풀리지 않는 상태라 몸이 몹시 피곤하다. 차에서 잠깐이라도 잠을 청해보지만 쉽지 않다. 오늘 낚시는 어떻게 풀어 가야하나, 어떤 루어가 잘 들을까? 과연 얼마나 큰놈이 물어줄까? 등 등 머리는 온통 낚시에 관한 생각뿐이다. 나도 어쩔 수 없는 한사람의 꾼이다
오전 6시 20분경 홍원항을 뒤로 하고 오늘의 목적지인 외연열도로 향한다. 태풍은 먼 나라 이야기이고 서해는 조용하기만 하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아침부터 내려쬐는 태양빛은 보트바닥을 달구어 그 열기가 느껴진다. 선장님이 오후가 농어물때로 좋으니 오전엔 여러 가지 탐색을 해보자고 하신다.
첫 포인트에 도착, 부시리를 노리고 세 명이서 열심히 포퍼를 날려보았지만 부시리는 감감 무소식이다. 몇 번의 캐스팅에 온 몸이 땀으로 젖는다. 낚시 올 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운동 좀 해야겠다.
포인트 이동, 계속되는 캐스팅에도 부시리는 반응이 없다. 부시리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낚시하다가 고기가 없다고 느끼면 낚시가 정말 힘들어진다. 선장님이 눈치를 채시고 다운샷 채비와 농어 채비를 준비하라신다. 체력이 고갈되어 가던 판에 잘되었다 생각하며 파핑 장비를 내려놓고 다운샷 채비를 먼저 내려 본다. 금방 광어 두 수를 올렸다. 별로 재미가 없다.
농어 채비를 준비한다. 오늘 처음으로 갑장 큰송어에게 인수한 꾼들 사이에 좋다고 정평이 나있는 로드(Rod)를 빨리 써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지금까지 내가 써온 농어로드가 너무 오래 써서 조인트 부분은 헐렁거리고, 초리부분은 분질러 먹어 가이드를 재배열하여 쓰기에 탄력이 없어졌다. 캐스팅에 어려움을 느낀 것이 여러 번 이었기에 큰 맘 먹고 인수하였다. 결론적으로 이 로드는 내게 엄청난 행운을 안겨다주는 보검(寶劍)이된다. 좋은 로드를 넘겨준 갑장 큰송어가 고맙다.
몇몇 포인트를 돌 때 까지 작은 농어 몇 수, 아직 물때가 아니다. 선장님이 점심을 일찍 먹고 본격적으로 농어를 노려보자 하신다.
8월의 한낮 바닷물을 끓일 듯이 내려쫴는 햇빛 아래서 본격적인 농어루어낚시가 시작되었다. 속으로 오늘 열심히 한번 해보자하고 나 자신을 다독인다.
포인트 마다 포말이 환상이다. 농어루어를 다니면서 오늘처럼 포말이 이상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본적이 없다. 태풍의 영향인가? 물 때 영향인가 파도가 없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포말이 일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오늘 바닷물 흐름이 좋다는 이야기다. 예감이 좋다.
포인트마다 몇 마리씩의 농어가 나와 준다. 처음엔 붉은색 계통의 바이브에 반응이 빠른 편이었고 만조에 가까워질수록 색상, 루어형태(바이브, 미노우, 지그헤드 등)를 가리지 않고 받아먹었다. 평소보다 오늘은 농어들이 갯바위에 더 바짝 붙어있는 것 같다. 루어를 갯바위에 원바운드 시키거나 갯바위에서 50cm 이내에 집어넣어야 물어준다. 특히 포말이 넓게 형성되는 지역에서는 핀 포인트를 형성하여 반경 1m 이내에 집어넣어야 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로드 덕을 본다.
더위도 아랑곳 하지 않고 모두 농루를 즐기는 사이 시간은 흘러 만조 시각이 다가온다. 이때 까지 내가 잡은 농어는 8수, 잡을 만큼 잡았다. 그런데 여전히 허전하다. 바로 사이즈가 문제다. 계측해 보지는 않았지만 큰놈이 70은 되려나?
옆에 서있는 큰송어에게 소리쳤다. “ 대물 한 놈 잡아보자!”
가벼운 서스펜드 미노우대신 바이브로 교체를 했다. 지금 작은 놈들이 미노우를 덮치는 것을 보면 큰 놈은 그 아래 웅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몇 번의 캐스팅. 오후 3시 30분 경, 툭! 드디어 비교적 강한 입질이 들어왔다.
“OK! Hit!” “ 7짜는 넘어!”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조심조심 놈을 배 쪽으로 이끌었다. 다행이 릴의 드랙을 많이 풀어놓은 상태라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가 계속되긴 하였지만 무리가 없었다.
물속에 있는 놈의 실체가 확인되는 순간 선장이 외쳤다.
“씨알 좋아요! 조심”
사실 나는 이때 까지도 이놈의 크기가 그렇게 클 줄은 몰랐다. 무사히 놈을 뜰채에 담아 배위로 올려놓고는 선장님이 “와! 메다?”하고는 재빨리 줄자를 집어 들고 계측을 하신다. 헉! 9짜가 넘는다. 그런데 갑자기 선장님이 줄자를 감아버린다.(입항 후 정확히 계측한 결과 95cm 였다.) 미터오버를 예상하였다가 미치지 못하자 실망하신 듯하다. 또한 아직 낚시 중이니 즐길 생각하지 말고 계속 낚시하라는 지엄한 명령이기도 하다.
나의 루어낚시 첫 번째 꿈 9짜이상의 농어를 잡아보는 꿈이 달성되는 순간이다. 오늘 따라 카메라를 가지고 가지 않아 사진을 많이 찍지 못한 것이 아쉽다. 나는 갑판에 주저앉아 냉수를 들이키며 숨을 고르고 갈증을 달랬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내가 진짜 9짜를 잡은 거야?
나의 대물 히트에 자극받은 조우들이 더욱 열심히 캐스팅을 하고 있다.
나는 다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곤 로드를 뽑아들었다.
“ 대물 한 마리 더!”
첫 번째 대물히트 이후 흥분을 가라앉히고 캐스팅과 바이브 운영이 자연스러워질 때 쯤, 오후 4시 12분 경 거짓말처럼 대물의 입질이 찾아왔다.
“Hit! 윽!”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농어 루어 시작 후 이렇게 묵직하고 강력한 입질을 느껴본 적이 없다. 조금 전에 걸었던 대물도 이러지는 않았다. 놈이 바로 오른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한다. 로드를 부여잡고 버티기에 들어간다. 부시리 인가? 7짜 정도 되는 농어 옆구리에 걸렸나?
“선장님 대물이에요! 아까 보다 커요!”
선장님이 급히 뜰채를 들고 달려오신다. 로드 끝을 숙이고 조금씩 릴링. 이놈을 자극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이놈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선 끈기를 가지고 지구전으로 가야한다. 과연 이놈을 제압할 수 있을까?
다행이 조금 전 9짜를 상대하면서 릴의 드랙은 이상적으로 조절되어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고....... 아차! 현재 쇼크리더가 없는 상태로 합사 15lb가 바이브에 직결되어있다. 오후에 쇼크리더가 끊어진 후 대물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 귀찮아서 그냥 직결해서 쓰고 있었다. 나름 그동안의 경험에서 합사를 바이브나 미노우에 직결할 경우 팔로마 노트(Palomar Knot)가 가장 결절강도(結節强度)가 강하다고 판단하여 팔로마 노트로 묶어 놓았다. 합사라는 것이 인장강도(引張强度)는 강하지만 결절강도가 기대이하로 약할 때가 많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이정도의 대물이면 바늘털이를 할 때 라인에 가해지는 충격량이 상상 이상일 텐데....... 그리고 좀 전 대물과의 1차전에서 매듭부위가 조일대로 조여져서 더욱 약해져 있을 텐데.......
그리고 ‘짝은꼬추’, 난 마리아의 72.5mm 레드헤드 바이브레이션(Mar Amigo G)을 이렇게 부른다. 앙증맞게 작은 크기, 빨간 머리와 흰색바디, 작지만 매운 고추가 연상되는 루어이다. 농어루어 하는 사람치고 레드헤드 바이브레이션 하나 안 써본 사람은 없으리라. 그만큼 농어루어에 있어서 기본 칼라일 것이다. 그런데 요 ‘짝은꼬추’는 낚시인에게 약간은 불안감을 안겨준다 물론 이번에 이런 불안감이 다 기우였다는 것을 알았지만 말이다. 작은 크기에 균형을 맞추다 보니 트레블훅의 크기도 작고 가늘다. 또한 바디와 훅을 연결하는 스플릿링의 크기도 작고 가늘다. 짝은꼬추가 이번에도 버텨줄까? 훅이 펴지지는 않을까? 스플릿 링이 펴지지는 않을까? 짧은 시간에 많은 불안요소들이 나를 괴롭혔다. 좀전에도 버텨주었으니 믿어보자.
나의 짝은 꼬추 마리아의 72.5mm 레드헤드 바이브레션이은 수많은 전투에서 도색이 벗겨지고 한쪽 눈을 잃었으며, 훅이 약간 휘어지긴 했지만 내 걱정과 달리 훌륭히 버텨주고 있었다.
밀고 당기기를 반복, 놈과의 팽팽한 싸움이 계속되었다.
“배에 가까워질수록 힘을 쓰니 조심해야 되요!”
옆에서 선장님이 침착하게 응원하신다. 또한 큰송어를 비롯한 조우들도 파이팅을 외친다.
중간쯤 왔을까? 순간 라인이 느슨해짐을 느꼈다. 빠졌나? 등골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놈이 배 쪽으로 갑자기 내달린 것이다. 역시 놈은 보통이 아니다. 힘으로만 대결하지 않고 나를 이리 저리 테스트해보고 있는 것이다. 난 라인텐션을 되찾기 위해 정말 빠른 속도로 릴링을 했다. 순간 턱 하는 충격과 함께 이놈이 이번에 왼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릴이 경쾌한 드랙음을 내면서 묵직하게 역회전을 했다. 낚시인이면 다 이해할 것이다. 대물을 걸어서 릴이 역회전할 때 나는 드랙음이 가져다주는 환희를! 낚시인에게 드랙음은 그 어떤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심포니보다도 가슴을 뛰게 한다. 내 심장은 터질 듯 고동치고 숨이 턱턱 막혀왔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 보는 환희이자 희열이다.
“부시리 인가?”
“부시리는 아니에요!” 나도 느끼고 있었지만 릴이 역회전하는 속도를 보고 경험 많은 선장님이 부시리가 아니라고 단언을 했다.
다시 전열을 정비, 놈과의 싸움이 계속되었다. 배에 가까워질수록 놈의 힘은 더욱 크게 전해져 왔다.
놈이 물속에서 요동칠 때 마다 난 그저 “안 돼! 안 돼! 안 돼!...... 만 연신 외칠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놈의 정체가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농어다. 그리고 대물이다. 놈과의 거리는 더욱 좁혀졌고, 놈의 힘이 라인과 로드를 통해 나에게 더욱 크게 전해져 왔다. 드랙음과 조우들의 응원소리, 전투가 막바지에 달했다. 선장님이 뜰채를 준비했다. 놈이 뜰채를 본 것 인가? 순간적으로 배 밑으로 파고들어 반대편 뱃전까지 내달린다. 난 로드를 반쯤 물속에 쳐 박으며 되도록 강한 충격을 받지 않으려 애쓴다. 반대쪽에서 이놈의 모습을 목격한 큰송어가 소리쳤다.
“와! 농어 엄청 커!”
그렇게 놈은 몇 번을 더 저항을 해왔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드디어 놈이 항복을 해왔다. 놈의 크디큰 머리를 뜰채 쪽으로 몰아도 순순히 응했다. 놈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뜰채에 담기는 순간 난 두 손을 치켜들며 호랑이처럼 포효 했다.
놈을 배위로 끌어 올리니 눈대중으로도 좀 전의 9짜 보다 길이나 체고가 좋다. 조우들은 미터가 된다고 난리다.(이 또한 입항하여 정확히 계측한 결과 98cm였다.) 난 생수통을 들고 벌컥 벌컥 들이켰다. 그리고 남은 물을 나의 등골에 쏟아 부었다. 그동안에 쌓였던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아가는 느낌이다.
“ 그래! 이 맛에 낚시하는 거야!”
조우들과의 하이파이브, 배 안이 축제 분위기다. 이번엔 선장님도 몇 장의 사진을 찍어 주시고 축하해 주신다.
어느덧 철수시간이다.
오후 다섯 시가 넘었지만 햇살은 여전히 뜨겁고 강하다. 하루 종일 힘든 낚시를 한 조우들이 휴식을 취한다. 나에게 엄청난 희열을 안겨준 외연도를 뒤로하고 질주하는 뱃전에서 더위를 식히면서 상념에 잠긴다.
낚시란 무엇인가?
저 친구들은 지금 무슨 생각들을 할 수 있을까? 우린 도대체 이 엄청난 더위에 무엇을 찾으러 여기로 온 것일까? 저 친구들의 꿈은 무엇일까?
만재도, 태도, 소청도, 추자도, 홍도, 격열비열도……. 꿈을 찾아 많이도 돌아다녔다. 허나 꿈은 정말 꿈처럼 예기치 않은 곳에서 이루어졌다.
마치 거짓말처럼 그것도 하루 1시간여 사이에 9짜를 두 마리나!
이것이 낚시고 이것이 인생인가
(위 4장의 사진은 바다사랑호 홈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내가 전에 우리 팀 후배들에게 술자리에서 장난스럽게 한 말이 있다. “만즉공 공즉만 (滿卽空 空卽滿)”이라고!
하지만 나 자신도 그렇지 못했다. 어찌 꾼이 대물에 대한 욕심을 버릴수 있을까? 내가 이르고 싶은 경지이자 또 하나의 꿈을 이야기 한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금언 중에 “거고사추 지만계일(居高思墜 持滿戒溢)”이라는 말이 있다.
낚시든 인생이든 굴곡이 있다. 잘된다 하여 거만하지 말고 뜻대로 되지 않는다 하여 실망하지 말자!
또 다른 나의 꿈을 꾸자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