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일을 마무리 하는 대로 낚시를 간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었다. 교대근무를 하는 본인이나, 부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에 고용되어(?) 있는 백도사랑님이나 이러한 희망이 없다면 무슨 낙이 있으려나......,

올림픽의 메달을 위해 열심히 땀 흘리는 운동선수의 희망.
가난하고 어렵던 유년시절,
설날에 받을 세배 돈을 미리 계산하며 그날이 오길 학수고대했던 마음.
소풍전날 내일이 빨리 밝기를 생각하며 잠 못 이루던 시간.
낚시꾼에게 만(滿)쿨러의 대박을 희망하는 마음이 위와 같은 비유에 뒤질까?

중증 낚시꾼들이라면, 일기예보에서 흘러나오는 기상예보를 액면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정말로 비가 내리고, 파도가 높고, 너울이 치는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해야 후회 하지 않는다.
낚시 계획을 잡아 놓고, 비(雨)예보에 낚시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리라.

만일 비(雨)소식에 낚시 계획을 포기했다면, 일에 대한 집중력도 떨어질뿐더러 혹시 이런 날구지 하는 날 대박날수도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안 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리라......,
또한 동료가 낚시를 갔다면, 그날의 조황이 어찌 궁금하지 않겠는가?
아래 호미님의 글은 그 애타는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_^

7월 9일부터 12일까지 거문도권인 모기여 앞에 있는 납데기라는 곳에 다녀왔습니다.
함께 동출 하신 분들은 주주클럽의 푸로(%)연맹 회장이신 백도사랑님(2%), 바닷물 사랑님(7%),
푸로연맹 회장님께서 3%로 임명하신 본인, 대학교수로 정년퇴임하신 허거참님이 함께 했습니다.

글을 읽는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주주클럽과 푸로연맹에 대해 소개를 하자면,
주주클럽은 인낚 세상사는 이야기에서 주로 활동하다가 오프라인으로 만남을 지속하는 분들이며,
푸로연맹은 주주클럽의 한 종파에 해당합니다. 딱히 꼬집어 뭐라 할 수 없지만 뭔가 부족한,
그러나 사람은 더 없이 좋은 분들입니다.
푸로(%)연맹의 회원으로 여~~~~러 분들이 대기상태에 있습니다.
입단하기 위해선 김기출(백도사랑)회장님의 기출문제 시험을 통과해야 합니다.
고문으로는 갈매기 사랑님이 계십니다.

백도사랑님과 바닷물 사랑님은 돌돔낚시를 계획하고 있어, 성게를 준비했고, 병행하여 참돔과 볼락, 무늬오징어, 농어를 잡기로 했습니다. 때문에 집에 있는 모든 낚싯대가 총출동 했습니다. 
출항
월요일 새벽에 출항하는 배 시간을 맞추기 위해 일요일 오후에 당진을 출발합니다.
일기예보는, 화욜 오후부터 수요일 오전까지 비소식이 있었습니다.
한여름에 비 소식은 더위를 식혀주는 호재라 생각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출항 할 때의 기분은 대박을 꿈꾸며 기분이 좋습니다.
광도, 평도에 조사님들을 내려주고 새벽 두 시경 목적지에 내렸습니다.

삼박사일의 야영 짐을 옮기는데 땀이 흥건합니다. 집어등을 밝혀놓고 라면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볼락 민장대와 루어대로 집어등 밑을 공략해 봤지만, 볼락은 나오지 않습니다.
야간 참돔낚시를 해보니 상사리들이 제법 물어 주어 갯바위 만찬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갯바위에서 먹는 음식은 무엇이든 맛있습니다. 김치 하나로 밥을 먹어도 오성급 호텔의 음식과도 비교할 바가 못 됩니다.

3박4일의 여유 있는 일정은 심리적으로 조급하지 않습니다.
오늘 못 낚으면 내일 낚아도 되고, 내일 못 낚으면 돌아가는 날 뒤풀이용 횟감 몇 마리만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낚시
첫날 참돔이 잘 낚인다는 포인트에 서서, 집중하여 낚시를 합니다. 물이 안 갈 때는 용치가 달려들고, 세차게 흐르는 본류대가 갯바위 가까이까지 확대될 때 입질이 집중적으로 들어옵니다.
그러나 씨알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납데기와 모기여 사이의 홈통을 이리저리 오가며 농어 루어를 날려보지만 입질은 없습니다.
알 부시리가 루어를 탐하러 쫒아 오는 것이 보이지만 물어주지는 않습니다.
백도회장님은 무늬를 잡겠다고 낚싯대를 흔들어 보지만 무늬도 입성하지 않았는지 한번의 반응도 없습니다.

[소 뒷걸음치다 쥐 잡는다]는 속담처럼 성게를 달아 던져놓은 낚싯대 옆을 지나는데 돌돔 입질이 들어옵니다. 삼십 센티가 조금 넘어가는, 일명 뺀찌가 물었습니다. 싱싱할 때 먹어야 한다고 바로 칼을 들이댑니다. 껍질과 내장은 데치고 쓸개는 누가 볼 새라 바닷물사랑님의 입속으로 순식간에 들어갑니다. 쓸개가 몸에 좋다는데 효과는 보셨는지 궁금하네요. ^_^

밖에 나오면 잘 먹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는 백도사랑님 때문에 끼니마다 밥을 해 먹습니다.
준비해온 음식도 많아, 몸무게가 불어서 철수 하신분도 있습니다.

소주 댓병 두 개가 이틀도 되지 않아 오링 되고, 백도사랑님이 특별히 가져온 양주도 한 끼에
절단 나 버렸습니다. 나중에는 교수님이 스테인리스 병에 넣어 가지고 다니는 비상용 양주로 겨우
목을 축이는 지경까지 되었습니다.

출조 할 때 자갈밭 선장님께서 날씨 때문에 이틀째 되는 날 철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기상예보가 호전되어 철수할 정도의 날씨는 아니라고 전화가 왔습니다.
날이 안 좋으면 내만권으로 옮길까봐 노심초사 했는데, 전화를 받고 모두는 기뻐했습니다.

해녀가 물질하여 건네준 홍합은 껍데기에 따개비가 덕지덕지 붙어 있어 바로 삶을 수가 없습니다.
따개비와 해초를 떼어내고 끓여 놓으니, 국물은 담백했으나 속살은 오래된 세월만큼이나 질깁니다.

삿갓조개와 홍합의 담백한 국물을 벌컥 벌컥 마시는 본인을, 다른 분들은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봅니다.

후회
이틀째 저녁이 되니 너울도 높아지고,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일찌감치 저녁을 해결한 후 밤낚시는 포기하고 각자 텐트로 들어갑니다.
어둠이 깔리면서 바람이 엄청나게 불기 시작합니다. 소변의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텐트를 나가야 하는데,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몸무게로 지탱하고 있는 텐트가 바람에 날려가 버릴 것 같아서였습니다.
텐트를 고정시키기 위해 갯바위에 박아놓은 팩의 줄은 갯바위에 쓸려 끊어진지가 오래고, 플라이가
바람에 날려 텐트를 때리는 소리가 쉴 새가 없습니다. 마치 살을 찢어내는 채찍소리와 같아 소름이
돋는데, “아 일기예보를 믿었어야 했는데......,” 라고 혼자 중얼거립니다.
낚시라는 취미를 갖게 되어 생고생을 돈 주고 하러 다니는지, 후회해도 때는 늦었습니다.
깔끔한 골프 옷을 입고, 푸른 잔디위에서 폼 나게 작대기를 휘두르며, 나이스 샷을 외쳐도 낚시보다
더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데......,

낚시 그만해야겠다. 를 마음속으로 수없이 되뇌고, 비바람이 치는 텐트 밖을 향해
“제발 바람아 멈춰라” 라고 외쳐보지만 바람소리에 묻혀 공허하기만 합니다.
텐트 안에는 빗물까지 스며들어 침낭도 젖어오고, 베이스캠프에 쳐 놓은 고가의 타프가 걱정됩니다. 세찬 바람에 줄이 터지고, 천이 찢어져 날려가도 주우러 뛰어 나갈 수도 없습니다. 그렇게 몇 시간을
뜬 눈으로 체중과 짐으로 텐트를 지탱하고 있다가 잠시 잠이 들다 깨다를 반복합니다.
새벽 네 시경, 바람이 조금 잦아드는 틈을 이용해 밖을 나가 보니, 바닷물 사랑님의 텐트도 엉망이 되었고, 고가의 타프는 줄이 끊어져, 스카이 댄서처럼 이리저리 정신없이 휘날리며 춤을 춥니다.
타프 아래의 교수님 텐트도 비가 날려들어 우산을 텐트 안에 씌워놓고 계십니다.
다행히 백도사랑님의 텐트는 갯바위 아래쪽이라 바람을 막아주어 별 피해가 없습니다.
그러나 돌돔 소품과 성게살림망은 너울에 쓸려가 버렸습니다.
결국 돌돔 낚시는 미끼가 없기에 끝나 버렸습니다.

미련
철수하는 날의 바다상황은 정말 좋습니다. 갯바위에 있는 동안 날구지를 다 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전날 밤 텐트 안에서 바람이 멎길 학수고대하며 낚시란 취미에 후회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날이 좋았으면 손맛을 원 없이 봤을 텐데, 볼락이 잘 물어 주는 내년 봄에 다시 찾으리라는 기약을 합니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극명한 상황 반전과 같습니다. 하루 더 낚시를 하고 철수 했으면 좋을 텐데, 다음날 배가 오지 않으면 출근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까봐 철수를 결정합니다.
백도사랑님은 아쉬움에 모기여를 바라보며, 곧 다시 올 테니 잠시 기다리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교훈
원도권 출조시 일기예보는 필히 확인해야 한다. 내만권보다 바람과 파도에 민감하여 너울로 인해
큰 화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원도권은 철수가 용이 하지 않아, 불의의 사고 시 대처하기 어렵고, 기상이 좋지 않은 날은 미련 없이 출조를 하지 말아야 한다.

조행길에 언제나 들고 다니는 카메라가 습기와 염분으로 동작이 자유롭지 못하다. 몇 번의 A/S를 받았지만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아 수명을 다 한 것 같다. 혁호와 지호의 돌에 받았던 금반지를 팔아 큰 맘 먹고 샀었는데, 카메라가 버전 업이 되니 똥값이 되었다. 금반지를 아직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 가치로 꽤 되었을 것인데, 안되는 사람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말처럼 본인과 돈은 거리가 상당히 먼가 보다.

조행기를 줄여야 하는데 글을 쓰다보면 그것이 맘대로 되지 않는다.
긴 글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낚시란 취미를 오래 계속하고 싶다면 좋지 않은 날씨엔 출조
자체를 자제하는 용기도 필요함을 인식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