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35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에 모두들 무탈하신지요.
무더운 날씨에 잠시 다녀온 짬낚시 얘기 하나 올립니다.
어제 오전 시간이 비어있어 지인 두 사람과 무늬 출조를 다녀왔습니다.
다른 손님이 없어도 출조는 할 터이니 부담없이 오시라는 선장님의 말씀을 듣고 통영으로 향했습니다.
예약 손님이 없어 우리만의 오붓한 분위기입니다.
사실 7월 말이면 산란철은 거의 끝났을 터이고 태어난 지 얼마되지 않은 고구마 사이즈가 비춰질 시기라
무늬 오징어 낚시하기가 애매한 시점입니다.
더군다나 개체수가 많지 않은 시점에 무더운 갯바위에서 고생하는 것보다
콧구녕에 바람도 넣을 겸 여기저기 다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선상을 선택했죠.

새벽녘에 출발하면 우선 에너지를 충전해야겠죠. 고성의 어느 국밥 집에서 오늘의 결전을 준비합니다.

뭍을 떠나 포인터로 향하는 도중 동쪽하늘에 유난히 빛나는 별이 있었습니다.
샛별이라고도 불리는 금성이죠.
새벽녘 하늘에 유난히 밝게 빛나는 별이라 샛별이라고 이름을 붙혔답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사량도입니다.
맛있게 보이는 에기로 무늬를 유혹해 보겠지만 요즘 시즌에는 아침 타임에 별로 재미가 없답니다.
그래도 사람 마음이란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나에게만은 던지면 물어줄 것 같은 설레임에 낚시를 하는 것이겠죠.

저 멀리 추도가 바라보이는 사량도의 첫 포인터에 도착하였습니다.
무늬들이 우글우글 모여있을 것 같은 홈통지역에 에기를 던져봅니다.
첫 캐스팅에 덥썩 물어주어야 하는데 도무지 반응이 없습니다.
왠지 오늘의 기대감은 버려야 할 것같은 예감이 들더군요.

사량도 하도의 몇 군데를 탐사한 후 반응이 없어서 상도로 향합니다.
지나는 길에 대섬이 바라보입니다.
시즌이 되면 오른쪽의 조그마한 여 사이 물골지역에도 무늬 얼굴을 볼 수 있는 포인터가 있습니다.

삼천포 쪽을 바라보면 수우도가 위치해 있습니다.
수우도 지역도 본격적인 무늬시즌에 접어들면 쉽게 무늬 얼굴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상도에 닻을 내린 곳은 돈지 옆 갯바위쪽입니다.
마침 옆을 지나는 어부 아저씨께 '통발에 고기좀 들었습니까?' 라고 여쭤보니
'별 만 들어있소' 라고 하십니다.

모두들 무료한 시간이 보낼 즈음... '히트'라는 외 마디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드디어 한 마리가 물었나봅니다.
내가 아니라도 기분은 좋습니다. 이럴 땐 갑자기 배에 생기가 도는 법이죠.
하지만 이것이 오늘의 처음이자 마지막 입질이었습니다.

준수한 씨알의 무늬 오징어입니다.
에메랄드의 화려한 외계인 눈빛에 매료되어 에깅에 빠진 사람들이 부지기수죠.
오늘 제가 낚은 것은 아니지만 조급한 마음은 없습니다.
본격 시즌에 접어들면 녀석들과의 만남은 쉽게 이루어 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겠죠.

오전 짬낚시로 나선 길이어서 짧은 시간에 낚시를 마무리 하였습니다.
상도와 하도로 나누어진 사량도는 수려한 산세로 유명하여 많은 등산객들이 찾고 있는 섬입니다.
특히 상도의 지리산은 언제봐도 멋진 풍광을 뽐내고 있습니다.
정상에서 바라보이는 다도해의 풍경도 멋지지만 바다에서 바라보는 정상의 모습도 멋집니다.

고개를 돌려 하도를 바라보면 지리산보다는 조금 낮은 칠현산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상도의 지리산, 옥녀봉보다는 유명세가 덜 하지만 번잡함이 싫은 매니아 층에서 나름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장마가 끝난 후의 숨 막히는 더위에 밀짚 모자와 햇빛 가리개로 만든 그늘이 고맙기만 합니다.

뭍으로 돌아 오는 길에 배에 기름 좀 넣자 하십니다.
평일이라 가오치와 사량도 사이를 운항하는 사량호가 텅 비어있네요.

선장님은 배에 기름 넣어시라하고 우린 사량도 짜장면이나 한 그릇 할까!
선착장 바로 옆에 중국집이 보입니다.

자장면 세 그릇 주시구요, 나머지 한 그릇은 저쭈게 낚시배 선장님께 배달 해 주세요.^^
.
역시 추억의 자장면 맛이야.
알고보니 중국집 사장님도 부산에 계시다가 낚시가 너무 좋아서 아예 사량도로 이사를 오셨답니다.
중국집 영업시간 끝나면 낚시대 챙겨서 나가신다나.....

한 여름의 때약볕 아래 한산한 선착장 풍경입니다.

몇 년 전부터 상도와 하도를 잇는 교량공사가 한창입니다.
통영시의 관광자원 확보차원에서 두 섬을 이어서 등산객과 여행객을 유치하기 위함이죠.

2년 정도 후엔 교량이 완성되면 상도와 하도가 이어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사량도를 찾게 되겠지요.
그 이후로 사량도란 섬의 분위기는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군요.
비슷한 경우로 한산도와 추봉도가 생각납니다.

이렇게 오늘의 낚시는 마무리되고 어김없이 뱃머리는 육지를 향합니다.
어떨 땐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다음을 기약하는 기다림과 설레임으로 다시 바다를 찾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또다른 기대로 다음을 기약하며 오늘을 마무리합니다.
무더위에 건강 조심하시고 즐거운 생활 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