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 귀신

회원랭킹(월 글등록)


공지사항


NaverBand
낚시인 > 조행기

케미 귀신

G 5 3,242 2003.05.29 16:45
낚시를 좋아하다 보면 만나는 사람도 낚시인이 많고, 화두도 낚시이야기가 자주 나오기 마련이다. 회사원인 나도 일과 중 다소 한가할 땐 동료 낚시인과 통화도 하고, 정보도 교환한다. 또한 퇴근시간엔 참새가 방앗간 들러듯이 낚시점에 들러 얘기도 좀 하고, 당장 필요없어도 후일 출조시 필요할 것 같아 소모품이나 찌도 한 두개 산다. 그러면 밤늦은 시간 가족들이 잠들면 습관성 몽유병 환자처럼 밤마다 낚싯대 꺼내어 오늘
산 찌도 달아보고, 세면장에 물받아 수중찌와 부력이 맞는 지 띄워 본다. 이번 출조는 통영 내만권이니 0.5호나 0.8호 정도면 되겠지. 0.5호 어신찌에 초소형 속공 봉돌부터 조류를 잘 탄다는 제법 큰 수중찌까지 달았다가 풀었다가 하다보면 한 두시간은 금방 간다. 정말 혼자놀기의 진수를 보는 듯 하다. 사실 이 때엔 꼬마들이나 마누라가 물어보는 것도 귀챦다. 왜냐하면 0.5호가 끝나면 0.8호도 해봐야 하는 나만의 실험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낚시점 사장님 말씀에 어신찌 하나를 알려면 각각 색다른 환경(조류, 수심, 바닥상황, 수중찌의 변화에 대한 어신찌의 민감도 등)에서 최소한 세 번 정도 써봐야 찌 하나에 대한 이해를 어느 정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 난 어신찌가 약 40개정도 되니 얼마나 많이 출조를 가야 내가 가진 찌의 특성을
다 알수 있을까? 찌 하나에 3회씩이면 120회. 한 달에 두 번 출조니까 1년이면 24회. 어림잡아도 5~6년은 다녀야겠구나. 뿌듯하다. 한 5년은 찌 안사도 끄떡 없다.그런데 낚시인이 그럴까? 새로 나온 찌만 보면 사
고 싶어 안달이고, 자주 쓰는 찌중에 특별히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찌분실에 대비해서 예비찌까지 산다.
이건 낚시가 취미인지, 아니면 찌수집이 취미인지 잘 모르겠다.

1호대 즉 감성돔 전용 낚싯대를 가지고 1시간여를 놀고 나면 고이 접어서 가방에 넣어 두고, 그 다음엔 장대를 꺼낸다. 낚시를 다니다 보면 입질이 없고 심심할 때 장대를 꺼내어 갯바위 주변을 훓어보면 볼락이나
우럭, 노래미 같은 어종으로 손맛을 볼 수 있음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어릴때부터 유독 볼락을 좋아했던 기억때문에 우리집 꼬마들과 집사람도 감성돔, 참돔, 볼락은 좋아하고 잘 먹지만, 그 외 고기는 먹지도 반기지도 않는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그런 고기들은 우리집을 방문할 기회를 상실했다. 애석하기 그지없다.
볼락도 가까운 근거리 갯바위는 경계심이 강하지만 통영 원도권인 좌사리도, 갈도, 국도같은 곳의 볼락은 특별한 경계심이 없는 듯 했다. 장대에 2호정도의 봉돌로 퐁당퐁당해도 물 놈은 물고, 죽을 놈은 죽고....

한 번은 갈도를 간 적이 있다. 새벽 3시께나 내렸는 지 모르겠다. 1호대에 어신이 없어 접어두고 장대를 꺼내었다. 장대 채비에 0.8호 봉돌이 달려 있기에 1.0호 장대찌를 달아 볼락을 노렸다. 볼락은 조류를 싫어하는 습성때문에 홈통이나 조금시 낚시가 잘 된다고 하지 않는가? 사실 잡혀온 볼락에게 여러 번 물어봤지만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대답이 없어 진위여부는 잘 모르겠다. 그날 밤 원도권은 기상변화가 심해서 그런지 갑자기 바람이 강하게 불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 바람에 줄이 날려 바늘잡기가 쉽지 않았다. 원도권을
좋아하는 나지만 그 뒤로 내 장대엔 최소 1호에서 2호정도의 봉돌이 눌러 앉았다. 실리도를 자주 찾는 야전사령관님 예하부대 장병들이 볼 때엔 무식하기 그지없는 볼락낚시다. 그래도 뵐 기회가 없으니 부끄러움도 모른다. 못난 놈!!

집에서 장대를 가지고 혼자놀기를 하던 그날 밤은 도가 지나쳐서 장대찌에 케미까지 달았다. 케미를 쿡쿡
눌러 형광빛이 나오도록 한 다음 한 참을 쳐다보고 케미를 빼서 화장실 휴지통에 버렸다. 새벽 한 시 반.낚시가방을 정리하고 쇼파에 앉아 취침분위기 조성에 들어갔다. 쇼파에 앉아 반 수면 상태가 되야 침대에 누워 바로 자지. 맨정신으로 침대에 갔다가는 누워서 남해바다를 헤맨다. 연화도 네바위, 욕지 총바위, 안장덕, 심지어 좌사리도 선녀바위, 바깥 제립여를 돌아 국도 칼바위쯤 가면 새벽 두 세시가 되어 버리고 새벽잠도 설친다. 그래서 난 말짱한 정신으로 침대에 잘 가지 않는다.

그렇게 잠들기 위한 사전포석에 돌입하고 있을 즈음. 큰 방 문이 열리면서 부시시한 마누라님이 화장실이 가고 싶었던지 비틀거리며 나오는 게 아닌가. "안 자고 뭐해요? 지금 몇 신데? 두 시가 다 됐네. 무슨 고민 있어요?" 한다. 아냐 , 이제 자러 갈려구! 마누라는 너무 알뜰하다. 좀체 낭비라는 것을 보기 힘들다. 거실에 불이 켜져 있으면 화장실은 불도 안 켜구 들어가 문만 조금 열어두면 볼 일 보는 데 지장 없다. 또한 불을 켜면 눈이부셔 잠을 깨지만 어둡침침한 화장실은 가수면 상태를 유지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쪼르륵
소리가 끝나고 화장지 뜯는 소리가 나는 가 싶더니 갑자기 "엄마아 ~~~~~~~아아악~" 오밤중에 남이
들으면 칼부림나는줄 알았을 것이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속옷은 엉덩이 아래 반쯤 걸치고 뛰어나온 마누라는 말을 못한다. "아! 왜그래?" "화장실에 귀~ 귀신이...." "무슨 귀신??" "파란 눈을 가진 귀신이 화장실 쓰어..쓰어레기통에...." 그래서 불을 켜고 화장실 문을 열어 쓰레기통을 보았다. 아니 내가 버린 케미가..., 난 얼른 주워 호주머니에 넣었다. 두 손을 가슴에 얹고 새파랗게 질려 있는 마누라를 보면서 최대한 근엄하고 화난 목소리로. " 여편네가 자다 꿈을 꿨나? 멀쩡한 집안에 귀신이 있다고 소리를 안 지르나!
와서 봐라! 있긴 뭐가 있어! "자다가 요강들고 배구하는 소리 하고 있네!
이쯤되면 반신반의로 화장실 앞에 와 고개를 내밀어 빼꼼 쓰레기통을 보고는 눈도 비벼보고, 고개도 흔들어 샀는다. 아내를 위로하는 남편의 근엄한 한 마디 "요즘 얘들 뒷바라지 한다고 힘들지. 조것 들! 어디서 저런 것들이 왔는 지 모르겠다. 당신하구 내를 보면 착하구 말 잘듣는 순둥이 남매가 나와야 하는 데. 요즘은 돌연변이가 많나 봐! 자아~ 물 한잔 먹고 자러 가자. 어휴! 이 이마에 땀방울까지.... 괜챦아! 내가 있쟎아!
"무서워요, 같이 자러 가요! 문 단속하고 곧 들어갈께. 이렇게 하여 겨우 진정을 시키고 나니 한숨이 길게 나왔다. 배란다 창문을 열고 얼른 호주머니에서 케미를 꺼내어 최대한 멀리 던졌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힘들게 마감하는구나! 하마터면 두고두고 꼬투리 잡혔을거고, 낚시가방 반입 금지조치까지 떨어졌더라면, 난
무엇으로 혼자놀기를 하지? 생각도 하기 싫다. 긴장 뒤에 피는 담배는 더 맛있다. 창문 닫고 현관문 확인하고 거실등을 끌때 시계를 보니 두 시 반이다.
젠장! 오늘 밤도 날 샜다아~~~~
0

좋은 글이라고 생각되시면 "추천(좋아요)"을 눌러주세요!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텀블러로 보내기
  • 핀터레스트로 보내기
5 댓글
G nasca2327 02-12-01 03:00


ㅎㅎ 재밌슴니다.혼자노는것하며 갯가를헤메다 밤잠설치는게 저와한치도틀리지않는군요 또한와이프눈치또한(ㅎㅎ)행복하십시오. -[05/29-17:19]
-


G 야전사령관 02-11-30 00:00
미녀사냥꾼님... 님의 글을 읽어며 박장대소 했습니다. ㅎㅎㅎ 그런데요... 글 중에 "실리도를 자주 찾는 야전사령관님 예하부대 장병들이 볼 때엔 무식하기 그지없는 볼락낚시다." 이 부분이 오해의 소지가 좀...^^;; 왜냐면 저는 가끔 손님으로 참석하는 수준인데... 싸부님, 신형냉장고님, 공갈낚시님, 삼계초보님, 민준이아빠님, 그리고 많은 분들이 계신데 그렇게 말씀하심 많이 서운해 하실 건데...^^;; 그리고 저 역시 준원도권을 선호하는 편입니다만, 저 역시 가끔 원줄 1.25호 목줄 1~08호를 사용하고, 봉돌은 집어캐미를 달 경우 2~3b, 안 달 경우 b이하를 선호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님의 말씀처럼 그곳에 있는 볼락들은 목줄, 바늘, 봉돌 영향을 별로 안 받는 것 같더군요. ^^ 한번 더 즐거운 글 올려주심에 감사드리며 이만 물러 갑니다. 좋은 날 되시고, 재밌는 글 많이 올려주시길... 꾸우벅. -[05/29-19:27]
-


G 야전사령관 02-11-30 00:00
읽어며 ===> 읽으며. 미녀사냥꾼님... 닉네임 좋은 거 없습니꺼? 아무래도 대명을 바꿔야 될듯...^^ -[05/29-19:52]
-


G 하구지비 02-11-30 00:00
정말 똑같군여. -[05/29-20:02]
-


G 하구지비 02-11-30 00:00
저도 낚시 가방에 누워있는 찌를 하나 하나 꺼내서..
낚싯대 커버 비닐에 물담고(목욕탕이나, 세면대는 수심이 영....~~) 밤에 난리를 치곤 합니다.
예민한 찌 만들려고 순간접착제...우유 스트로등등을 꺼내서리 이쑤시개와 조합을 한 적도 있고..흐흐.
거의 비슷한 경험인데
단 하나 우리 마눌은 눈치가 빨라서리 그렇게 말해도 안 믿었을 것 같은 느낌..
"남의 집에선 뭐하고 사나" 궁금해서 읽는 것이 소설이라면
님의 글은 실화 - 그것도 거의 같은 경험에 섬찟한 실화이기에
너무나 와 닿는 군요..
언제 갯바위에 만나면
뽈락회 정말 간단하게 치는 법 이야기 하면서리 막장대 꺼내 놓고 쑤십시다^^
님 글 잘 봤습니다.
-[05/29-20:07]
-
 
포토 제목
 

인낚 최신글


인낚 최신댓글


온라인 문의 안내


월~금 : 9:00 ~ 18:00
토/일/공휴일 휴무
점심시간 : 12:00 ~ 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