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조일: 2011. 10. 1. 토요일
출조지 :통영
출조인원 :2명
물때: 12물 전후
조황 : 나쁨
인낚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모두 잘 지내시는지요...
이번 주에는 통영 척포에 돌돔잡으러 다녀왔습니다.
밤12시.. 마을에 도착하니 척포방파제에 환자들(?)이 제법 북적거리고
낚시점에는 갯바위손님들도 출조준비에 들뜬 모습들입니다.
우리도 밑밥을 준비하고 홍무시와 민물새우 등 대체미끼도 챙겨넣습니다.
저희가 내릴 포인트는 수심이 얕고 잡어가 많기 때문에
대체미끼가 없으면 생시껍하거든요.
간만의 돌돔낚시라 아이처럼 들뜬 마음으로 출발을 합니다.
이 바다에 있는 모든 돌돔은 다 내가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풍성한 조과와 손맛을 상상하니 씩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어느덧 포인트에 도착했는데니..
이런 상황을 뭐라고 해야 하나..표현할 방법이 없네..
파도는 물끓듯이 버글거리고 있고...
게다가.. 바람.....
솜털같은(?) 제 몸으로는 낚시는 고사하고 뽀도시 서 있기도 힘든 지경입니다...ㅠㅠ
그래도 낚시짠밥이 얼만데. 대는 한 번 펴 봐야 안되겠나 싶어.
근근히 대를 펴 놓고.. 뜰채 펴고.. 수온을 보니..
우리 집 보일러물보다 더 따뜻하네요...
물때는 바로 날물이 받치는 시간
이 포인트는 날물때 왼쪽 수중여 주변에서 입질이 들어오는 터라
타이밍상 이때다 싶어 부지런히 를 흘려봅니다...
그러나 파도때문에 도저히 채비가 안정이 안되네요..
전자찌가 물결에 휘말려 얼마나 우왕좌왕하는지
계속 보고 있으려니 어지러워서 토가 쏠리려 합니다...ㅎ
입질 받기가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그보다는
너무... 춥습니다..ㅠㅠ
바람은 그닥 찬 바람이 아니지만 계속 맞고 있다보니 체온이 뚝 떨어져서 몸이 작동이 잘 안되네요..
도저히 낚시를 못하겠어서 갯바위주변을 이리저리 다니며
바람을 피할만한 곳을 찾아보는데
맞바람이라 피할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에구..
비틀거리며 갯바위 위쪽으로 갔는데
이런 왕재수가 있나..
누가 침낭을 놓고 갔네요...그것도 깨끗한 새 침낭입니다..
그 상황에선 돈 주운 거 보다 더 행복하더군요....^^*
이런일은 조상님의 은덕이 아니면 일어날 수가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드니
감동의 눈물마저 나려합니다..
"서방.... 이리와바... 나 침낭 주웠다....그것도 새걸로."
"뭐라카노?"
"여기 누가 침낭을 놓고 갔다구..너무 추웠는데 어쩜 이런 일이 다 있지?..."
서방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습니다...
"놓고가기는 무신..... 내가 챙겨온기다.. 니 하도 추워해서 내가 준비해온거다.. 인간아...ㅋㅋ.."
어이고..정말 뜻밖이었습니다..
서방의 어깨가 유난히 넓어 보이네요...앞으로 더 잘해줄껴,...^^*
침낭에 쏙 들어가 눈만 내놓고 있으니 마치 한 마리 애벌레가 된 것 같습니다...
진짜 따뜻하네요... 아웅 아늑해....
그렇게 한마리 벌레(?)가 되어 서방 낚시하는 거 구경하다가
스르르 옆으로 넘어가 잠이 들었습니다..

"아야... 고기올라오기 시작한다... 일나그라.."
침낭지퍼를 열고 바깥을 보니...
날이 완전 샜네요... 나 도대체 몇 시간을 잔 거니..
애벌레에서 나비로 변신하니 컨디션 완전 최곱니디다.
갯바위에서 이렇게 잘 자본 적은 처음인 것 같네요..

바로 요 것 덕분에.....^^*
찌를 흘려보니 초들물인데도 조류는 여전히 왼쪽 날물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서방은 이미 감성돔과 뻰치를 몇 마리 잡아놓은 상태입니다..
완전 올나이트 했나보네요... 독한 생명체...
파도와 바람은 여전하지만 비린내를 밭으니 저 역시 분기탱천입니다..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비틀비틀하며 밑밥통을 지고 자리로 갑니다...
역시 새벽은 꾼을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몇 번의 찌흘림 뒤에...
너울거리는 파도속에서도 쏜살같이 물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찌..
살짝 챔질...
역시 돌돔 특유의 진중한 손맛이 여린 대를 타고 심장까지 전해옵니다...
잠이 확 깨네요...
제가 좀 심하게 좋아했더니..서방이
잠이나 계속자게 놔두는 건데 고마운줄 알랍니다...ㅎ
고맙긴 ..내 실력으로 잡은건데..ㅋㅋ
잠시 후 3비찌가 또 순간적으로 사라져버리네요..
챔질을 하기도 전에 대를 확 가져갑니다..
뭐고?.. 힘 쓰는게 장난 아닌데요..제 한 손으로는 제압이 안 되네요..
중후하게 저공비행하는 폼새가 돌돔같기도 하고 뱅에같기도 한데..
맞다면 제법 좋은 씨알일겁니다....
수중여가 많은 곳이라 혹시나 터질세라 전전긍긍하며 근근히 수면가까이까지 올렸는데
뭣이 히끗하네요....

얘 였습니다...... 놀래라......ㅎ
파도와 바람 때문에 낚시하기는 힘든 상황이었지만 따문따문 올라오는 돌돔..
그리고 꾸준히 올라오는 용치..ㅎㅎ... 많이 바빴습니다....

밑밥이 다 되어가네요......

마칠 무렵이 되니 상황이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미치겠능거...

마지막 찌흘림입니다....쪽 빨아봐라.....

에잇.. 그냥 지나가는군요... 이제 오늘 낚시 시마이해야겠습니다..

그나마 나은 씨알들만 한 컷...

짐정리하고 청소하고 배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올나이트하신 독한 생명체(?)는 이제야 잠시의 휴식을 취하시고...ㅋㅋ

잘 잠 다 잔 독하지않은 생명체(?)는 직찍놀이나 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일찍 출발하니 차가 덜 밀리네요...
잘못해서 딱 걸리는 시간대에는 4시간 이상도 문제없다는...ㅎㅎ

바닥에 큼직한 건 용치(청술뱅이).. 위에는 돌돔회..
어디가서 돌돔회를 이렇게 먹어보겠냐구요....사각거리면서도 질감있는 그 맛...
감성돔과는 또 많이 다르지요...맛으로는 최고가 아닐 듯 합니다...

오늘도 애썼다....ㅋㅋ
이번 주 조행기를 마칩니다...
기상이 워낙 않좋아서 몇시간 하지는 못했지만
귀여운 돌돔들과의 멋진 조우였습니다...
그리고 이젠 밤낚시에 방한준비가 필요하겠더군요..
침낭 없었으면 전 어찌됬을지 모르겠습니다...^^*
모두 건강한 한 주 되시고 어복충만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