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탄에 이어서 작성합니다 -
바다는 너무 잔잔하다. 완전 장판 수준이었다. 출발한지 1분쯤 지났을까? 부부가 조업중인 배를 지나면서 형님이 “욕 봅니다” 마이크로 인사를 한다. 그쪽 선장이 앞에 밧줄 있다며 알려준다. 나도 형님 보고 앞에 밧줄 있다고 손짓을 해준다. 그런데 못 들은 모양이다. 아주 짧은 순간 뭔가 덜컥 한다. 형은 재빨리 배를 멈춘다. 밧줄이 스크류에 감기었다. 조업하던 배가 부리나케 달려오더니 “앞에 줄 있다고 했는데 안보이더나?. 앞에 탄 사람도 줄 있다고 손짓하던데”, “안보이데요. 미안십니더~” 닻은 끊어졌지만 다행히 줄은 쉽게 풀린다. 바로 옆 굴 양식장에 정박을 하고 낚시를 해본다. 다른 배 한척은 이미 낚시를 하고 있었지만 입질이 없다. 아가야 전갱이만 가뭄에 콩 나듯이 올라오고 아침 때악볕은 정면으로 반사되어 편광안경을 껴보지만 땀으로 샤워를 할 지경이다.
자리를 옮겨본다. 수심 13m 물도 잘 흐르고 전형적인 감성돔이 원줄을 사정없이 끌어당기며 바닥으로 곤두박질할 것 같은데 하염없이 멀어지는 찌(사실 이 막대찌는 “우연막대찌”로 형님이 손수 만들었다는데 처음 오는날 “빵”치니깐 선물로 준거였다)와는 달리 입질하나 없다. 간간히 형편없는 씨알의 전갱이만 낚일뿐~, 형님은 꽁치 채비를 하더니 씨알 굵은 꽁치를 낚아 올린다. 나도 해볼까 하다가 귀찮니즘이 발동해서 그냥 흘림낚시만 해보지만 입질 없는건 마찬가지다. 가방에서 볼락 루어대에 전갱이 카드 채비를 해서 내리니 한꺼번에 4마리씩 전갱이가 달려 올라온다. 전부 방생~. 다시금 자리를 옮겨본다.
이번엔 수심이 더 깊고 물도 더 잘 흐른다. 바로 밑밥을 가득 뿌리고 채비를 내리니 수심 깊은곳에서도 전갱이가 탈탈거리며 올라온다. 또 방생 그렇게 몇 번을 하다 보니 갑자기 꽁치 때가 나타나며 고등어가 몇 마리 보인다. 3칸 반 민장대를 밀어 넣자 고등어가 낚시대를 활처럼 휘며 피아노 소리를 내면서 올라온다. 시장에서 파는 고등어 수준이다. 바로 이맛이야 하면서 한 마리를 더 낚아 올리니 고등어가 자취를 감춘다. 계속해서 꽁치와 너무도 작은 전갱이만 올라오고......, 전갱이를 방생하니깐 형님은 “그거라도 담아라 이웃에 사는 고기도 못 사먹는 사람들 나눠주게”한다. 낚이는 대로 너무 작은 것은 제외하고 살림망에 담았다. 가끔 고등어가 보이는데 미끼를 보고 달려들지 않고 도망을 간다. ㅎㅎㅎ 별 희한한 고등어 때들도 다 있다. 얼마나 낚시가 안되던지 형님이 “바보 둘이서 낚시하고 있다”라고 한다. 그러면서 담배를 꺼내 무는데 담배 연기와 함께 긴 한숨소리가 빠져 나가는것 같다.
씨알 좋은 고등어와 조금 뻥 보내서 형광들 사이즈만한 꽁치를 몇 마리 더 낚았을 때 형이 자리 옮겨 보자 하길래 난 귀찮게 그냥 조금만 더 하고 갑시다. 하면서 반찬거리 몇 마리 더 하고는 철수를 했다.
낚시가게에 도착을 하자 형수는 꽁치 낚아 올 것을 예상을 하였다면서 물회 준비를 해두었고, 형은 펄떡이는 고등어 4마리를 익숙하게 횟감으로 만들어 낸다. 고등어를 깨끗이 손질해서 껍질까지 벗긴다. 그냥 먹으면 비린내 난다면서, 맛깔스럽게 손질된 고등어를 살짝 냉장고에 넣어두고 대파 쓸듯 학꽁치를 손질해서 얼음 동동 띄워 물회를 만들어 먹으니 그 맛이 일품이다. 살짝 냉기가 도는 고등어 회를 얼음위에 올려놓고 먹는 호사(好事)란 낚시꾼이 아니면 누려보기 어려운 묘미일 것이다.
형수가 차려온 밥은 안중에도 없었다. 회 먹으면서 술이 빠져선 되냐며 너스레를 떨었더니 형은 소주 한병을 가져오고 난 운전을 하여야 하니 맥주 한잔만 하겠다고 하니 여기 막걸리가 생탁이라며 맛나단다. 막걸리를 양은 주전자에 붓고는 사이다 반병쯤 타서 형수에게도 한잔 권하니 술을 전혀 못한단다. 한잔하면 그냥 쓰러진단다. 그러나말거나 “피부 미용에 좋다”는 구실로 억지로 막걸리 한잔을 권하니 꼴짝꼴짝 잘 마신다 ㅎㅎㅎ, 형은 술을 끊은지 두달이나 되었다면서 반병만 마시고......,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하다보니 이집 아들이 학교 갔다 오는데 얼마나 더웠으면 온몸에 땀 범벅이다. 녀석 내게로 오더니 허리를 90도로 숙이면서 꾸뻑 인사를 한다. 놀래서 쳐다보니 형수 왈 “아이들이 공부는 못해도 좋으니 거짓말 안하고 어른을 공경하는 인성교육을 제일 우선으로 가르친다”라고 한다. 공부가 전부인 현 세대, 그리고 돈이 전부라고 가르치는 우리 아이들과는 정말로 대조적으로 곧고 올바르게 자라는 아이들이란 생각이 든다.
서둘러 샤워를 하고 나오는 현준(형님이 직접 작명을 하였단다)에게 50,000원을 내밀면서 형수보고 줘도 되냐고 물으니 주면 안된다고, 그리고 아들에겐 받으면 안된다고 하길래 밥값이라고 하면서 억지로 내밀었더니 위에 누나 둘(은비, 가희)은 각 20,000원씩, 자기는 10,000원씩 나눠 쓰기로 하면서 여행갈 용돈으로 저축을 하겠단다.
잠시후 동네 애인(?) 이라는 치아가 듬성듬성한 할아버지가 까만 봉지에 손수 껍질을 벗기었다며 고구마 줄거리를 수줍은듯 내밀고 형수와 형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잡아왔던 꽁치랑 전갱이를 가져가서 찬거리하라며 싸준다. 역시나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정겨운 풍경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시간은 어느새 흐르고 형은 샤워한다며 일어서고 간간히 들리는 손님에게 조금도 변함없는 웃음으로 일일이 그들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면서 막걸리 한사발의 취기(醉氣)도 사라졌다 싶어 가겠다고 인사를 하니 형은 쿨러에 얼음을 하나 더 넣어가야 고등어가 싱싱하다며 챙겨주고, 형수는 가면서 졸릴텐데 마시라며 얼려둔 수정과를 챙겨준다. 경비를 계산해 달라고 하니 고기도 못 낚았다면서 경비도 깍아준다.
차에 올라타는 나에게 현준이 녀석 오더니 가면서 먹으라며 고사리 손으로 인삼사탕 두 개를 집어준다.
즐거운 하루였고 월요일(19일) 새벽에 또 들린다고 약속을 했다. 그날이 아버지 제사라 제수 감생이 한 마리 낚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