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인데 어린이는 없고 저수온기로 마량근해에는 조황도 별로고 덕우도로 갈까, 황제도로 갈까 고민하다 청산도로 출조하기로 하고 3시까지 오라는 완도 모 낙시점으로 2시40분쯤 갔는데 낚시점이 불도 안 켜지고 전화를 해도 받지도 않고 차에 앉아서 졸고 있는데 3시 반쯤에 문이 열려서 해도 너무하는 거 아니냐고 항의를 했더니 낚시점 사장님 ‘그래요?’ 한마디 하고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고 일행 두 사람 요금이 17만 4천원 이라길래 카드를 줬더니 현금을 달라고 하고 또 필요한 만큼 가져가는 생수도 소 500원, 대 1,000원 이라고 붙여놨고.. 하여간 별로 맘에 안 들어 ‘확 세무서에 신고해버릴까’하는 맘이 들 정도였었고 완도는 오늘(5. 6)부터 사흘간 장보고 축제한다고 부스 짓고 어수선 한 그런 날 이었음.
4시 반쯤 출항하여 5시 반쯤 청산에 도착했는데 날씨상황이 샛바람이 불어 목섬이나 상섬쪽으로 가려했으나 바람을 피해 서쪽 지초도에 하선.
들물이 시작된 오전 6시 반경에 동료가 입질을 받아 4짜를 하고 7시쯤 3짜가 나와 나도 열심히 품질하며 두 눈 부릅뜨고 찌가 물속에 들어가기를 고대하는데도 밑 걸림만 계속되자 포기하고 아침 먹고 커피도 한잔 씩 끓여 마시고 8시부터 새로운 기분으로 다시 시작.
혹여 모를 대물씨알에 대비 목줄을 2호로 사용했는데 번번이 밑 걸림과 잡어에 스크래치가 생겨 ‘입질도 없는데 그냥 쓸까’ 하다가 ‘아니지, 만사 불여튼튼 이랬지’ 생각하고 세 번째 밑줄을 교체한 후 캐스팅하고 밑밥도 서너주걱 투척하고 찌가 안정되기를 기다리다가 담배나 한대 피워볼까 하고 고개 숙이고 불붙이고 있는 찰나 낚싯대를 가져가는 강렬한 입질.
깜짝 놀라 대를 곧추세우고 이리 저리 한참동안 실갱이를 하다 끌어 올려보니 바다위에 근엄하게 누워있는 방석만한 크기의 귀공자. 야호! 두근거리는 가슴 진정시키고 들어올린 고기를 손으로 재어보니 두뼘을 하고도 한참 남아 5짜는 되겠다 생각하고 또 다시 시작.
나중에 크기를 재어보니 52Cm.
만조 무렵인 11시쯤부터 바람은 갈수록 심해지고 너울도 치고 낚싯대를 잡고 있기도 힘들어 심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밑밥을 던져놓고 찌는 발밑에다 놓고 보고 있는데 찌가 조금씩 잠기는가 싶더니 갑자기 치고나가 힘겨루기를 하는데 꾹꾹 쳐밖는 느낌은 감성돔인데 옆으로 째는 느낌은 참돔 같기도 하고 ‘아까 먼발치로 지나가던 숭어인가?’ 생각하며 건져놓고 보니 먼젓번 크기와 거의 같은 5짜 감성돔.
열 번도 넘게 청산을 다녔지만 4짜 이상은 못 잡아 봐서 옛말에 ‘속을 모르면 청산으로 시집을 가지마라’는 말도 생각나고 ‘청산이 나와 맞지 않는 건가’ 를 은연중 생각했었다가 거둔 오늘의 조황이라 기쁨이 남다른 하루였습니다.
- 조황 : 감성돔 52, 50, 42, 34, 노래미(4짜2), 도다리 등
< 2004년도에 찍은 청산일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