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의 낚시가 아닌 대마도에서의 낚시라 조행기를 쓰기가 망설여졌고,
조행기자체를 처음써보는거라 다소 재미도 없겠지만, 이런일도 있구나라고 생각하시면서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문맥상 일기형태의 기록이 나을거 같아 존칭어를 생략함을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장문의 글이라 미리 양해부탁드립니다^^.
2010년 7월 29일 목요일
찌는듯한 무더위에 다시금 손맛이 그리워 대마도행 배편에 몸을 실었다.
4박5일의 일정....늘 그렇듯 출발하는 순간만큼은 설레이고, 이번엔 또 어떤 에피소드가 있을까를 생각하며,
친구인 조명철프로와 함께 재밌는 얘기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히타카츠항에 안착했다.
첫째날..
숙소인 대마리조트에 짐을풀고, 오후출조를 준비하고 대마도내 대표적인 여름어종인 벤자리를 노리고자
대마도 서쪽포인트로 출조를 감행하려 했으나,
기상여건이 받쳐주질않아 동쪽으로 발길을 돌려서 긴꼬리벵에돔을 대상어로 선상낚시에 돌입.
참고로 아직 대마도 동쪽에선 벤자리 구경하기가 쉽지않다.
배를 정박하고 낚시시작과 동시에 씨알면에선 좀 아쉬웠지만 긴꼬리벵에돔들의 향연이 시작되고,
이윽고 저녁시간에 가까워지면서 4짜가 넘는 긴꼬리에 대물참돔마져 가세해 살짝 아쉬웠던 서쪽포인트에 대한 미련은 사라지고 조명철프로와 일행 2분과 함께 재밌는 시간을 보내며 대마도출조 첫날을 가볍게 시작했다.
둘째날..
정말이지 이번 여름은 왜 이렇게 더운지 도저히 떠오르는 태양과 맞설 자신이 없어 오전엔 시원한 에어컨아래서 실컷 잤다.
오후출조엔 다행히 서쪽포인트 진입이 가능해서 노리고자 했던 벤자리를 볼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며 둘째날 낚시를 시작한다..
어제와 똑같은 멤버로 구성되어 선상낚시를 시작했으나 그렇게도 많던 벤자리가 피서를 갔는지,
낱마리로 가끔씩 올라오는게 아닌가...불과 열흘전 낚시자체가 처음인 직장동료와의 출조에서만 해도
각자 열 마리이상씩 체포했었는데...열길 사람속도 모르겠고, 열길 바다속도 모르겠다^^.
결국 둘째날 서쪽포인트에서는 벤자리, 벵에돔, 참돔 등 대략 20-30여수로 마무리하고 아쉬움을 뒤로한채 철수길에 올랐다.
셋째날..
간밤에 무서운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맨홀구멍에 죽어있는 여자시체를 본게 아닌가....
으~~~잠에서 깨서도 소름이 돋았다.ㅠㅠ
오늘은 직장동료의 부모님께서 2박3일의 일정으로 대마도에 낚시를 오신다.
친구인 조명철프로와 함께 마중나가는 길에 차안에서 조프로에게 물었다.
“시체꿈꾸면 좋은거 맞재?” 조프로왈 “그래, 그 꿈은 좋은꿈 맞다^^”
“근데, 지금 오전 11시인데 12시이전에 꿈이야기하면 안된다하던데 맞나?”,
조프로왈 “에이, 길몽이었는데 개꿈되뿟다.ㅋㅋ”@_@
암튼, 꿈에대해선 까마득히 잊고 합류하신 직장동료의 부모님과 조프로와 함께 셋째날 오후출조를 시작했다.
오늘 역시 서쪽엔 파도가 높아서 동쪽으로...
대마도낚시도 처음이고, 선상흘림낚시도 처음이신분들이라 조프로와 나는 채비해드리랴,
채비엉키면 풀어드리느라 처음엔 낚시에 집중할수 없었지만, 금세 적응들 하시고 열심히 낚시에 집중하였다.
채비변화없이 첫째날부터 1.75호 낚시대에 2500번 LBD릴, 원줄 3.5호, 목줄 3호, 4호를 번갈아가며 사용했다.
이날도 첫째날 낚시에서처럼 제법 씨알좋은 긴꼬리와 참돔 등 기대하지 않았던 동쪽포인트에서 만족할만한 손맛은 보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넷째날!!!! 드디어 D-Day!!!
계속해서 바다상황이 좋질않아 오늘 아침에도 동쪽으로 뱃머리를 돌리고,
어제 합류하신 직장동료 부모님과 셋이서 조촐하게 오전낚시를 시작했다.
2010년 8월 1일 오전낚시중...

어제 오후출조에서 사실, 대물 참돔으로 추정되는 입질을 받아 브레이크를 잘못주는 바람에 4호목줄이 터져나가버려서 상당히 아쉬웠고,
친구인 조프로가 아직 내가 고기를 바닥층에서 띄웠는지 아닌지 몰라서 브레이크를 너무 자주, 길게줘서 초기제압을 못했다고 혼났다..ㅠㅠ
사실, 동료의 부모님께 멋진폼좀 잡아보려고 LB가지고 장난친 부분도 없지않아 있었다..ㅋㅋ
그래서 오늘 오전출조엔 직장동료 부모님께 대물의 모습을 보여드리려 2호대에 5000번 드렉릴, 원줄 4호, 목줄 4호로 중무장하고 출조를 감행했다.
이정도 채비면 사실 왠만한 놈은 속칭 개끌듯이 끌어낼수있다.
여담으로 작년 여름에 대마도에서 2호대, 5000번, 원줄 5호, 목줄 5호로 2미터에 육박하는 상어를 45분간의 사투 끝에 체포했지만, 배로 끌어올릴때 선장의 실수로 터진적이 있다.ㅠㅠ
물론, 이날 운좋게도 낚시바늘이 상어이빨 바깥쪽으로 후킹이 되었기에 목줄이 터지질않고 버텨준거였다.
암튼, 낚시시작과 동시에 첫 캐스팅에 이번출조에서 가장 강한 입질을 받았다.
중무장채비였는데, 드렉을 차고 나가는게 예사놈이 아니다.
헐~~힘겨루기 끝에 펌핑 3번정도만에 바늘이 빠져버린다.....
제길..대형 부시리 아니면, 미터급 참돔으로 추정만 될뿐...쪽만팔리고ㅎㅎ,
어제 시체꿈꾸고 개꿈된게 이모양인거 같다. 대형급어종입질받은건 길몽, 터진건 악몽..ㅋㅋㅋ 나름 이래저래 끼워맞춰본다.
이후, 요런 저런넘들 체포하고 오전낚시를 미련없이 갈무리하고 휴식과 재충전을 위해 숙소로 향했다.
왜냐면..오후엔 남쪽 쯔쯔자끼에서 승부를 내려고 기대했기 때문에~
참고로, 대마도 남쪽포인트는 대마도내에서도 아주 유명한 대물포인트이고, 특히 대형 긴꼬리벵에돔,
대물참돔이 많이 잡히고, 벤자리또한 씨알이 아주 좋다.
손님고기로 참치, 만세기 등등 대마도를 즐겨찾는 꾼이라면 누구든 한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기상여건이 또 받쳐주질 않는다.
그러나 나는 오후늦게 파도가 낮아진다는 예보에 남쪽으로의 출조를 고집하지만, 친구인 조프로는 극구 만류를한다.
결국, 조프로의 충고에 따라 남쪽을 포기하고, 파도가 좀 높았지만 다시금 벤자리를 목표로 서쪽바다로 향했다.
여러 선단이 있었지만, 다들 동쪽으로 향했는데 우리배만 덩그러니 서쪽에 떠있다.ㅠㅠ
서쪽포인트에 도착해서 첫캐스팅에 참돔 중치급 한 마리를 올렸으나,
일본인 선장이 4방향 조류중 가장 나쁜쪽으로 흐르고 있다며, 동쪽으로의 이동을 권유한다.
나야 뭐 조류가 안받쳐주는데, 비싼 기름소비해가면서 동쪽까지 다시 데려다준다니 고마울 따름이다.
이 일본인 선장은 개인적으로 친구인 조명철프로와 상당히 친하다..그래서 아마도 내게 국물이 좀 튀지않았을까? 혼자 착각해본다.ㅋㅋ
동쪽에 도착하니 조프로가 탄 배를 포함해서 5척이 포진해있고, 우리배도 이왕 낚시하는거 조프로가 탄 배옆쪽에 정박시키고, 농담도 하면서 재밌는 낚시를 하기로한다.
오전에 중무장으로 낚시를 했더니 재미도 없고해서 다시금 G사 1.75대, D사 2500번 LBD릴, 원줄 3.5호, 목줄 4호에 조류속도에 맞춰 -G2구멍찌, -3B봉돌 2개분납하여 낚시를 시작했다.(여기서 제조사 이니셜을 사용한건 나중에 장비나 채비에 대해서 궁금하신분들을 위해 사용하였다.)
낚시시작과 동시에 옆배에 있던 조프로가 돌돔한마리를 건져올린다..
음...같은배에서 탔을때완 또 다르게 파이팅모습이 훨씬 멋지게 보인다.
조프로는 선상낚시시 국산 1.5호대에 2500번 LBD릴밖에 쓰질 않는다.
저 장비로 얼마전 미터급 만세기를 일부러 걸어서 배안에서 뛰어다녔던 모습을 생각하면 아직도 웃음이 난다.
암튼, 이쯤 나도 긴꼬리벵에돔 40정도 되는 놈을 한 마리 올렸다.
조류흐름도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아 적당하게 좋았었고, 느낌상 기대가 되었던게 사실이다.
이후 십여분이 흘렀을까? 똑같은 채비로 조류에 태워서 약 70미터쯤 흘렸을때, 평소와 다름없는 입질을 받았다.
챔질을 해보니 대략 40중반정도되는 씨알로 느껴졌었고, 여유있게 펌핑과 릴링을 해서 서서히 손맛을 느끼며 끌어오고 있었다.
대략 30미터정도를 남겨두고, 이놈이 갑자기 물밑으로 파고들기 시작한다!!!!!!!!!!!!!!!!!
당황하기 시작했다. 뭐지? 뭐지? 초기 입질패턴은 분명 부시리는 아녔는데, 부시리처럼 잘 끌려오다가 막판에 힘을쓰는거 같은데, 분명 부시리는 아니다..........
참돔인가? 이정도로 힘을쓰는놈 같으면 처음 후킹시 상당한 저항을 했을텐데....암튼 복잡해진다....
장난아니다.................꾹꾹 힘을쓰는 참돔입질이 아니다, 그렇다고 따따따따 처박는 대형 쥐돔도 아니다....
흡사 대형돌돔이 한방에 물속으로 처박는거 같은 느낌이다.
순간 마음속으로 대형돌돔인가 생각했지만, 처음에 입질받았을때를 기억하기에 더더욱 이놈이 어떤놈인지 알수가 없었다.
전날 조프로에게 제압하는방법에 대해서 충고를 들었기에, 이번엔 드렉도 거의 다 잠그고, 브레이크도 꽉 잡고 있었다. 정말 안되겠다 싶을때만 잠시 잠시 LB를 줬을뿐....
1.75호대는 거의 부러질정도로 휘어질대로 휘어져있었다....
옆의 일행분들은 이번에는 터뜨리지 말라고 연신 당부하신다....그러니 더더욱 여로 파고들지 못하게 힘대로 당기면서 릴링을 해본다.
으~~~릴링이 제대로 되질 않는다....2500번릴을 감고 싶어도 꼼짝도 안한다....겨우 겨우 한두바뀌감으면 거의 다 잠궈놓았던 드렉이 풀려나간다.
정말 이땐 어종이 뭔지가 중요한게 아니라 어떡해서든 터지지않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거의 배근처까지 왔을때 나는 온 힘을 다해서 버티고 있었고, 물속고기도 마지막힘을 쓰는지 나와 고기사이엔 힘의 쏠림이 전혀없는 완전 균형상태가 되어있었다...
이때 근처배에서 낚시를 하다 입질받은순간부터 보고있었던 조프로가 “줄 줘라!!!!!!!, 여에 박았다!!!, 줄 주라니깐!!!!!!!!”
그러나 나는 확실하게 느낄수 있었다. 이놈이 절대 여에 박은게 아니라 나와 힘겨루기중이라는걸!
“아이다!!!!! 안박았다!!!!!”그렇게 고함을 쳤다.
사실 조프로도 결과를 상상하지 못했기에 당연 대형 긴꼬리벵에돔이 여에 처박힌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순간이었다.
얼마동안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버티기를 하다보니 이놈이 힘이 서서히 빠지고 있음을 낚시대로 전해져오는 느낌을 통해서 알수있었다.
서서히 흥분되기 시작한다.....이젠 먹을수 있겠구나하는 기대감이 서서히 밀려온다.
천천히 릴링이 시작되고, 이미 바닥에서 띄웠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채비에 대한 믿음도 생기기 시작하면서 더욱더 강하게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서서히 줄이 감겨져 올라오고.....제발 찌가 보이기만을 바라고 또 바랬다...
이윽고, 드디어 물속에서 희미하게 찌가 올라오는게 보인다.
뜬다! 뜬다! 일행분들의 외침이 들리고, 찌밑으로 대형급 어종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때 사실 나는 미터급참돔이지 않을까 생각했다...그동안의 입질패턴이나 파이팅과정등은 무시한체...
어!!!!!!!!!!!!!!!!!!!!!!!! 색깔이 아니다....참돔이 아니다.............머지 머지 머지!!!!!!!!!!!!
누런빛깔을 띈 대형어종이 올라오기시작한다. 흥분 그 자체였다.
드디어 수면에 띄운 순간! 세상에! 말로만 듣던 대형 다금바리가 40cm정도의 상사리를 물고 올라오는게 아닌가!
순간, 일본인선장도 너무놀라 뜰채질을 하면서도 손을 떨수밖에 없었고,
크기와 무게가 상당했던지라 뜰채프레임을 두손으로 잡은체 배안으로 안착시키기까진 난 아무런 말도 할수 없었다
드디어 배에 안착! 낚시중 이렇게 크게 기뻐해본적이 있었던가 싶을정도로 그 희열은 말할수 없이 밀려오고,
날카로운 이빨로 상사리를 거의 삼킨상태에서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다금바리의 모습은 정말이지 놀라움 그 자체였다.
2010년 8월 1일 오후출조.....40cm가 넘는 참돔을 물고 올라온 대형 다금바리포획성공!



다행히 같은배에 승선했던 직장동료의 부모님께서 카메라를 챙겨오셔서 이 생생한 장면을 카메라에 담을수 있었다.
파이팅장면을 촬영했더라면 더 생생한 현장모습을 볼수있었을텐데...
이미 이땐 모두가 흥분된 상태라 파이팅중엔 그 어떤 다른일도 생각할수 없었다.
선장은 즉시 휴대폰을 꺼내서 주위 선단의 일본인 선장들에게 전화를 해서, 이 놀라운 일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주위 배에선 연신 엄지손가락을 펼쳐보이며 축하를 해주고, 정말 황홀한 순간이었다.
선장의 말로는 이 다금바리를 야간에 오징어나 전갱이 미끼를 이용하여 전동릴에 완전 대물채비로 낚는다고 하고,
내가 포획한 이놈은 길이 85cm, 무게 약 10킬로그램정도로 대마도현지 어부가 대략 10-15만엔(140-210만원)정도에 판매한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판매한다면?ㅋㅋ 글자 그대로 돈이 있어도 구경하기 힘든 것이 아닌가.
철수후 알게된 사실이지만, 그동안 선상찌낚시중 용치놀래기를 물고 올라온 60cm정도의 다금바리를 국내 낚시인이 포획한적이 있었다고한다.
하지만 이렇게 큰 다금바리를 찌낚시로 잡아낸 적은 없다고 한다. 물론 일본인 선장도 내가 최초라고 한다.^^
아마 국내에서 체포했다면 충분히 기사감이 되고도 남을 일이지만, 우리나라가 아닌곳에서 잡은거라 나를 비롯해 함께 했던분들의 희열로 마감해야함이 아쉽긴하다^^.
아마 지난밤에 꿨던 시쳇꿈이 개꿈이 되지않고 길몽으로 남아있었던가 보다.
돌아보면 내가 이놈을 잡은게 아니라 이놈이 나에게 잡혀준것이다.
남쪽포인트로의 출조를 고집했던 나는 조명철프로의 권유로 숙소에서 가까운 서쪽포인트로 진입을 하였고,
조류의 흐름이 좋질않아 일본인 선장의 권유로 다시 동쪽포인트로 이동을 했으며,
이놈이 참돔을 머리에서부터 삼켰기에 참돔지느러미가 다금바리 입안쪽에 걸려서 낚시바늘과 같은 역할을 해서 뱉어내질 못했던것이다.
2010년 8월 1일. 철수후 기념샷!


이런걸 진정 행운이라고 표현하는게 맞을것 같다.
많은 분들의 축하와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15년 찌낚시중 가장 기억에 남을 순간을 만들고,
함께 응원해줬던 친구 조명철프로를 비롯, 함께했던 모든분들게 감사함을 전해드리면서 이번 조행을 마감한다.
2010년 8월 2일 귀국전 기념샷!

2010년 8월 2일. 참돔 50cm정도급으로 재현해본 포획순간모습.

2010년 8월 2일. 피빼기작업(피빼기작업후 집에와서 온가족들이랑 파티를 했는데, 그 맛이란....돌돔은 또 저리가라였습니다. 하얀속살에 육질도 끝내주고, 지리탕을 끓이니깐 완전 사골국물보다 진했으며, 콜라겐이 얼마나 많은지 입가가 끈적 끈적해집니다. 정말이지 버릴부위가 하나도 없었으며, 왜 사람들이 다금바리를 외치는지 알수 있었답니다.^^)

장문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무더위에 건강유의하시고,
어디에선가 찾아올 대물의 입질을 기대하시면서 행운이 따르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