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어는 참 맛 없다는 어린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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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어는 참 맛 없다는 어린 딸

G 3 3,072 2002.11.12 02:39
아버지는 퇴직하신 후 제게 "이젠 할 일도 없고 북망산천 가는 일만 남은 밥벌레가 되겠구나.
자그마한 뗀마라도 하나 있으면 반찬거리도 잡고 세월도 보내기 좋을텐데..." 라고
하십디다.

배! 그것은 제 어릴 적 타고 싶어 환장하곤 했던 물건이었습니다. 배를 타고 낚시를 한 선후배는 도다리를 잡아도 손수건만 했고, 보리멸을 잡아도 큰 식칼만큼 컷습니다. 늘 배고픈 아이들이지만 그런 고기만 먹을 만 했지, 갯바위에서 낚아 올린 놀래미나 놀래기, 벵에돔은 냄새나고 천한 고기라고 잘 먹지도 않았더랬습니다. 그래서 배를 한번 타 보기 위해 배 가진 집 아이들에겐 아부를 많이도 했지요.

잘 아는 친구에게 배 갖고프다는 아버지 이야기를 했더니 친구 이웃에 못재뗀마를 잘 짓는 어른이 계시며, 아주 헐값에 배 한척을 짓도록 해주겠다 하여, 꿈에도 그려 보지 못했던 배를 하나 갖게 되었습니다. 그 배짓는 목수 할아버지는 기력도 쇠잔하시면서도 뜨거운 물로 두꺼운 목재를 엿가락 휘듯 휘어 가면서 참 잘도 짓더군요. 다 지은 배는 촌 골목을 리어카에 실어 옮기더군요. 상상도 못할 운송이었죠.

친구 1톤 트럭에 그 배를 싣고 우리집 앞바다에 내리긴 했는데 높은 선창에서 물에 넣기가 힘들더군요 친구들 대여섯을 불러 할 수 없이 엇둘엇둘 하다가 냅다 바다로 던져 넣었는데 넣자마자 침몰할 것 같아 맘 졸였습니다.

아버지는 그 배로 날마다 바다로 나가셨습니다. 통발을 몇 십개 사서는 두 집 반찬은 충분히 잡아 내시더군요. 꽃게, 볼락, 붕장어, 노래미, 문어 등등으로 된장찌게꺼리, 횟거리, 구이꺼리등 다양한 요리를 먹을 수 있게 되더군요.

여름이면 아침먹던 그 밥 반찬을 도시락으로 싸서 아내, 너덧살 먹는 딸애 둘을 싣고 통발 걷고 줄낚시 하는 게 주말의 일상이 되다시피 했습니다. 배 속에 있는 물칸 두개는 애들 전용 수영장이었고, 작은 애는 물에 두번이나 빠졌어도 배를 겁내지 않아 뱃놈으로 키워볼까 생각도 했죠. 여하튼 우리 애들은 둘다 서너살 때부터 보리멸과 도다리를 낚아 내는 경험을 쌓았더랬습니다. 조력으로 치면 같은 나이로서는 저보다야 한 10년 앞선다고 보면 맞지 싶습니다.

우리집 회 먹는 스타일은 잡은 지 "5초이내 입에 넣자" 입니다. 애들이 어릴 적부터 살아 꿈틀거리는 회를 먹다 보니 어종별, 회 뜨는 방법별로 회 맛을 기가 차게 감별해 냅니다. 오늘 온 손님이 잡아 온 숭어를 썰어주고 수고비쪼로 한 볼떼기를 얻어 애들에게 먹였더니 "참 숭어 이거는 맛이 없단 말이야" 합디다.

둘째딸은 수년전 대전엑스포 연못에 잉어가 우글거리자 고함을 지르더군요. '아빠 저거 낚아서 회처 묵자!"
뼈땅구랑 대가리는 맨탕 해묵자!" 주위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폭소!!!
외국의 유명한 대학 두 군데 사진을 보여 주면서 어느 대학에 가고프냐 했더니, 호수가 있는 대학으로 간다더군요. 왜냐 그랬더니, 통발 놓아서 반찬거리 잡아먹을 수 있는 대학, 즉 호수가 있는 곳에 꼭 갈 거라 그러더군요.

북한에 묻힌 할아버지가 살던 지명인 ' 독진'이란 이름을 붙인 제 뗀마에는 많은 친구와 직장동료와, 지인들이 추억을 범벅해 놓고 갔습니다. 그들의 바다와의 가장 가까운 접촉이었기에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얻고 간다는 그들의 말들은 제 뇌리에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국내 최초라는 거제도 해양생태체험어장이라는 상품을 만들어도 보고, 어민들에게서 "자신있다. 앞으로의 대안으로서 최고라고 생각한다"는 소리와 감사패는 받았지만... 뱀꼬리 처럼 스르르...

낚시점을 열고 여러 조사님들의 글을 접하고 낚시대를 드리워 보다 보니, 배를 타고 노닐던 저의
바다 접촉보다 한결 더 깊고 한결 더 자연과 공생하는 분들이 낚시꾼들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추운 겨울밤 그 세찬 바람과 파도와 냉기를 갯바위와 동지처럼, 한몸처럼 함께 하는 분들이
낚시꾼들임을 알았습니다. 그들이 정말 돔 한두마리 얻고자 그것만을 목적으로 그럴까 하고 생각하게도 되
었습니다.

자꾸만 갯바위로 달려가고 싶습니다. 추위에 귀가 떨어져 나가는 혹한 속에서 바위와 함께 시커먼 또 하나의 바위가 되고 싶습니다. 어떤 사지에 던져 놓아도 가장 잘 살아나올것 같은 강인한 무언가가 낚시인들에게는 있을 것 같습니다. 목숨마저 바칠 수 있는 상황 속에 있어본 님들은 아마 인간이기 보다는 또 하나의 자연이지 싶기도 합니다. 님들을 부러워 하게 되는 걸 보니 저도 빠져드나 봅니다.
전 "우째 이런 일이" 코너를 눈여겨 봅니다. 모두들 절대로 다치거나 목숨 잃지 마시길 빕니다.

님들을 계속 우러러 보고 싶습니다. 그랑께로 몸조심들 단디 해 주이소.


211.191.11.2섬사랑: 가슴에 와닿는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11/12-04:07]--

129.254.11.97joinoon: 가슴에 와닿는 글이네요. 바닷가에 살면서 뗏마 하나가지고 시간날때 낚시 해보는게 저의 바램이기도 한데요...한 이십년 후에요 ^^ 늘 즐낚하시고 건강하세요 --[11/12-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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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G 감시따라 01-11-30 00:00
211.183.234.136@ title="zldemforhs>zldemforhs
글 과 음악이 잘 어울립니다. --[11/17-00:37]
--

211.183.234.136@ title="zldemforhs>zldemforhs
음악을 들으니 커피 생각이 나네요. 진하게 한잔 타서 마셔야 겠슴다.. 새삼 잠들어 있는 저의 아들과 딸의 얼굴이 뽀얗게 보입니다. 중요한건 가족이 틀림없겠죠?^^ --[11/17-00:39]
--

168.154.112.140새로운시작
언제나 선생님의 글은 심금을 울리는 군요..배경 음악 또한 쥑이는데요...즐낚 하세요.. --[11/17-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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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82.79.162찌매듭
찔뿡의 생일이었다고-? 그날은 농업인의 날이었고녀....독거도는 잘 다녀왔는지-? ^^ --[11/18-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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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8.107.220추자다도민박
생신 축하드립니다 --[11/24-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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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정말 .. 너무 멋진 가족이네요.^^ 부럽고요 계속 행복이 가득하시길 .. 잠시 따스함을 느끼고 갑니다.. --[11/12-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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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mussurle 01-11-30 00:00
무이님 코끝이 찡 합니다 언제한번뵙고 낚시나 같이하고 싶습니다 --[11/12-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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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거제무이 01-11-30 00:00
mussurle님 그래요. 님들에게 감사드림다. --[11/13-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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