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ing~~~~' 'ring~~~~'
“전갱이를 몇마리나 잡았고 크기는 거문도만한가?, 수심은?”
하루 먼저 통영에 내려갔으니 얼마나 많은 고기를 낚아 손맛을 보았냐며
나그네님, 차원장님이 차례로 잠을 깨웠다.......
냉수대가 들어왔는지 바늘에 끼운 크릴이 땡글, 땡글~하니
‘쑤기미’ 동내잔치에 온 것 같아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니
믿지 않는 눈치들이다.........
‘헤~ 거짓말 말고, 내일 도착하자마다 먹을 전갱이 회를 준비하시고
동네형님도 모시고 가니 쿨러에 가득 채워주어야 한다!‘ 며
벌써 팔이 아파 쉬는 모양이라고 넘겨짚으니
거문도 병들이 단단히 들었던 것이 아닐까?
무거워진 눈꺼풀로 오래 통화를 하기도 귀찮아 알았노라고 답하고
아예 배터리까지 뽑아 던지고 큰대자로 누워버렸어도
미련이 남은 朴 군이 소리 없이 드나드는 기척이 느껴졌지만
별다른 수확이 없었는지 제대로 자리를 잡고 코를 골기 시작했다…….
날이 밝아 오자 朴 군이 먼저 일어났다…….
“형님, 잠만 주무시면 어쩐대요? 전갱이 낚시를 가르쳐 줬으니
쿨러를 채우는 것도 가르쳐줘야죠......“
“더 자라……. 수온이 차니 안개가 끼었을 게고 이런 날은 고기 안 잡힌다.……”
잠시 머뭇대다간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와서는 안개가 잔뜩 끼었다며
다시 드러누워 버렸고, 잠시 후 가두리의 주인아저씨가 왔는지
배 소리를 듣고 달려 나가더니 아침밥부터 시킨다.…….
(그래…….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니 밥은 먹어야겠지……)
그나저나...... 안주거리가 있어야 해장을 하던지,
뒤따라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하지?
아침밥을 급히 해오느라 뜸이 채 들지 않았는지
설익은 까슬한 밥이 도저히 넘어가질 않았지만
朴 군은 서둘러 한 그릇을 다 먹어치우곤 제자리로 달려갔지만
커피 물을 올려놓고는 지켜보기로 했다.......
거문도에서 낚시를 하다 보면 상층에 있는 전갱이보다는
바닥 층에 최대한 붙여야 크기가 더 컸는데, 물도 잘 흘러가는 곳이라
가두리의 골을 태워 흘리다 보면 오십 미터, 백 미터까지도
흘릴 수 있었으니 갯바위에서 낚시하는 것과 비슷했다.
구멍 찌와 막대찌를 번갈아 가며 사용하다간 더 굵은
전갱이의 입 앞에 미끼를 빨리 대령하려고 부력을 높이다 보니
자작으로 막대찌까지 만들어 극성을 부리게 됐는데 민물에서와 같이
찌가 치솟아 오르기에 ‘바닥에 닿았는가?’ 챔질을 해보면
제대로 걸려들기까지 하니 이거, 민물과 바다의 복합이로세.......
찌가 치솟아 챔질을 해보면 달려 나오는 건 바닷고기라?
물이 적당히 흐르는 물때에는 오십에 가까운 감성돔까지 출몰했으나
마릿수가 그리 많은 것이 아니라 잠간씩만 해보곤
수확이 확실한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어떤 어종이든지
갯바위보다 쉽고 편하긴 했다.
밤에는 전갱이의 크기가 너무 굵기에 감성돔용 6호 바늘을 사용했는데
한번은 초보자를 달고 온 김주사님의 일행이 초보스럽다 보니 챔질이 늦어져
목구멍 깊이 넘겨버려 바늘이 바닥이 난 모양이다.
감성돔용 3호 정도로 이삼십 개의 바늘을 갖고 다니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고기의 입을 강제로 벌려서 사람이 얼마만큼 잔인할 수 있는지를 행하여
되찾은 바늘로 묶어 고기를 계속 잡다가 지쳤는지
여유바늘이 있으면 얻겠다며 몇 번씩을 다녀갔는데
아무리 성격이 좋은 편이라지만 슬슬, 짜증이 나는 것 같으니 어쩐담?
평상시에도 바늘을 온갖 홋수의 종류들로 넉넉히 갖고 다니는 편이지만
이러다간 내가 사용할 바늘도 모자라겠기에 조금 더
큰 바늘을 집어주고 말았는데 7호 바늘까지만 해도
아무런 소리를 안 하더니만 8호를 넘기고 드디어
감성돔용 10호 바늘을 건네주자 뻐꾸기 어미는 아니었는지 되물어온다…….
“아까부터 자꾸만 바늘이 커진다 했는데 이건 너무 큰 것 아뉴?”
“무슨 말씀을? 나도 그 바늘을 사용............하는..........데.......
고기가 크면, 바늘도 커야지……. 어~어험~~~~~- -,,-;; ”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돌아가야지 작은바늘이 없다는데 어쩌겠누?
(그런데 가만있어봐라야~?)
(계속해서 더 활발하고 신명나게 고기를 잡아내질 않는가?)
(귀를 기울여 어찌된 일인가 듣다보니 나도 바늘을 얼른 바꾸어야겠다.......)
“햐~~~ 바늘이 클 줄 알았더니 깊이 안 삼키니 바늘빼기 쉽고,
더 빨리 더 많이 잡을 수 있잔 여?
매듭님이 역시, 뭘 알아~~~ “
'진작 큰바늘을 사용했으면 나도 더 편했을걸....... '
'왜, 여기서는 무창포 제일의 어부 철호 생각을 못했을까? ‘
김밥이 제대로 잘리지 않고 붙었다면 입만 조금 더 크게 벌리면 되는 것을.......
같은 계열의 업에 있는 실장 하나가 가끔씩 낚시를 즐긴다기에
어느 날 자연스레 거문도 이야기가 나왔는데
귀가 쫑긋, 움직이는 것이 솔깃한 모양이다.......
날을 잡고 보니 푸르스름한 놀이용 쿨러를 두 개씩 둘러메고 나타났다.
대단한 초보라고 했으니 고등어와 전갱이로만 쿨러를 채워도 만족할게고
참돔이나 몇 마리 보태고 감생이라도 한 마리 낚다보면 감격해하지 않겠어? ^^
가볍고 편안한 마음으로 거문도에 도착하고 보니
가두리 주인아저씨의 자세가 좀...... 어정쩡하다.......
오늘은 가두리의 그물망을 교체하기에 소란스러울 게고
잠수부까지 동원하여 지난번 태풍에 날아가 물속에 가라앉은
잡동사니들을 끄집어내는 날이라니 밤까지 영향이 어떨지......
물고기들이 멀리 도망가지나 않았을지...... 걱정하는 눈치다.......
‘하필이면 주말인 오늘 작업을 할까.......’
가두리에서는 헌 그물을 교체해 가며 그물망에 붙은 풀과 굴 껍질까지
흔들어 떼어내느라고 주변의 물색이 뿌옇게 변해 있었다…….
감조차 못 잡은 초보실장님은 포인트가 어디냐며 서둘러대니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꿈지럭 거리며 채비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이라니?’
뿌옇게 변한 물속에 채비를 담그니 채, 정렬도 되지 않았을 텐데
쏜살같이 찌가 사라지며 큼지막한 참돔들이 연거푸 올라왔다…….
한 시간도 안되어 참돔을 예닐곱 마리씩 낚아 올렸고
실성을 했는지 70cm 가 넘는 농어도 두 마리나 낚였는데
밑밥을 사용할 사이도 없었으니 기가 막힐 일이었다.......
점심밥을 먹는다고 작업자들이 사라지고 물색이 맑아지자
입질이 간사해 지고 낚아 올리기가 어렵게 되었는데
그물망에 붙은 부유물들로 고기들이 몰려오고 입질이 활발했었던 모양이다.
“이것들아~~~~~~~ 빨리 밥 먹고 와서 작업 계속해야지~~~~~~?”
1시간여 후에 돌아온 작업자들이 그물망을 흔들며 또, 물색을 흐리어 놓자
폭발적인 입질이 다시 또, 쏟아져 들어 왔고 가져 온 쿨러가 넘쳐버릴테니
스치로폼 박스가 몇 개 더 필요할 모양이다.
잠수부 아저씨가 물속에서 의자며 삽이며 온갖 잡동사니 물건들을 올려 보냈고
뒤따라 올라와서 망태를 풀어 놓았는데 먹고도 남고 각자 나누어 가도 될 만큼
시커머튀튀한 해삼들이 쏟아져 나왔다.
물바닥에는 참돔이 어찌나 많은지 무서울 정도로 노려보고 있었다며
밤에는 많이들 낚을게란 말과 함께 살아있는 작은 전갱이들을 골라 담더니
부시리 낚시에 미끼로 사용하겠다며 가버렸다…….
날이 훤하게 밝아서야 일행들이 도착했고 고기망부터
확인하고서야 고기를 못 잡았다는 것을 믿는가본데
오늘은 바람까지 차니 고기 잡긴 힘들 것 같수…….
가만있어봐라.....................
아무래도 내게 헛것이 보이는가보다.......
거문도에서 하던 데로 폭탄 밑밥을 준비하는 것까지는 좋다만
전동 릴에 오징어미끼까지 준비한 ‘나그네’님의 황당한 시추에이션은 또 뭐람?
아무리 근래에 거제 홍도로 선상낚시를 다니며
미터급 부시리를 낚아댄다지만 이런 곳에 와서까지......
빡센 휨새의 낚싯대도 그렇지만 전동 릴까지야........
(몸이 흔들리는 것이 현기증이 나려나보다......)
사람들도 많아졌고 날도 밝았으니 어제와는 다르지 않을까, 기대 속에
몇 덩어리의 폭탄밑밥이 근사하게 퍼져 내려가고 있었고
차가운 수온에 예민해 졌을 전갱이를 낚아내려고
릴에 감긴 원줄을 2.5호로 낮췄고, 앞으로는 평생, 사용할 일이 없을 줄 알았던
1.5호의 목줄로 호수를 내렸고 얍삽한 전용 바늘이 낫겠다 싶어
별도로 준비했던 바늘도 묶었다.
죽어줄 고기만 만나면 굵은 줄과 큰 바늘이 상관이 없기에
감성돔낚시에서도 3~4호의 목줄만을 사용했고
깐 새우 끼우기 편하자고 6호이상의 바늘만 고집했었지만
오늘만큼은 살짝, 피해가야 할 모양이다.......^^;;
거문도에서도 어느 날은 계절풍이 불면서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는데
미끼가 없어지는것이 바닥에 고기는 있는가본데 어찌나 입질이 예민한지
구멍 찌로는 알 수가 없었다…….
발밑에 있던 구멍 찌에 ‘껌~뻑~~!’ 매듭이 밀려나는걸 보고는
예민한 막대찌로 바꾸었지만 발판의 그늘 밑으로 숨어 들었을
큰놈들을 낚으려면 끝이 예민한 낚싯대가 유리했고
어찌나 입질이 간사한지 살포시 숙여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손목의 스냅을 최대한 이용해야만 했는데 바늘도 살이 얍삽한
전용바늘을 사용하니 굵직한 전갱이가 제대로 걸려 나오기 시작했었다.
고기가 실성했거나 먹새가 활발한 운 좋은 날이 아니고서야
투박한 채비에 걸려나올 고기가 어디 있겠누?
신발짝만한 볼락들이 몰려 있는 만재도의 골창에서도
12월의 탁하고 찬물에서는 몇 마리 낚아 올리기가 어려웠으니
횡재의 날들만 기억해서는 아니 되겠다…….
가두리 바닥에 무릅을 꿇고 원줄을 손에 잡아도 보고,
입술로 살짝, 물어도 보며 신경을 곤두세우다 보니
마침 지나가던 고기가 있었는지 몇 마리의 전갱이가 걸려들었지만
내가 예수님도 아닌데 저 어린양, 늙은 양들의 입에
풀칠해줄 능력이 어디있겠노?
보기에는 더 젊어 보이는 선배님을 모시고 왔다는
‘나그네’ 님이 결국에는 지갑을 열어 가두리에서 기르던 참돔을
두어 마리 마련한 것으로 횟감을 장만하여 이슬파티 1차전을 벌렸고
간간이 지나가는 고기들이 있을까 낚싯대를 펼쳐놓은 자리를 벗어나
멀리 떨어져 있는 손님들 사이를 오가며 확인해보았지만 카드채비의
초보들에게만 간간이 작은 고기가 걸려들었는데
그 밑에는 밑밥을 잔뜩 쑤셔 넣은 카고 채비가 달려 있었다……. -_-;;
우리 속담에 좋은 일에 더 좋은 일이 겹칠 때 흔히 하는 말로
밥 위에 떡이라는 말이 있다.
밥만 줘도 좋은데 떡까지 얹어주니 더 할 나위 없이 좋다는 뜻일 게다.
이렇듯 좋은날에 고기가지 제법 잡혀 주면 얼마나 좋을까?
아침밥은 설 먹었고……. 어설픈 회 몇 점에 이슬까지 바닥이 났으니
점심밥만 기다려지는데 섬마을에 자욱했던 해무가 걷히는 모습이 곱기 만하다…….
아무리 계획을 잘 세운 출조라지만 결과가 기대와는 다를 때가 더 많다.
욕심을 부리면 내 손아귀에 있는 것만 내 것이 되지만
욕심을 버리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내 것이 될 수도 있다는 말대로
꼭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서는 마음을 많이 비워놓고 기다려야 한단다.
그렇지 않고 이것저것 쓸데없는 욕심으로 채워 놓다보면
큰 것은커녕 작은 것조차 담을 수 있는 마음의 공간마저
없어져 버려,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이 나타나더라도
버려야 하는 일이 생긴다는 글이 생각난다.
마음의 그릇조차도 물욕으로 채우기 위해 욕심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어리석음으로는 마음의 그릇을 채우지도 못한다니
잠시 낚싯대를 놓고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자.
무형의 감흥마저도 저장이 가능하다고 믿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 순간에는 사진기를 꺼내어
조심스럽게 주변의 풍경을 담을 것이다.
사실, 조금만 욕심을 버린다면 누구나 이런 광경을 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