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울보미소입니다.
최근 거제, 통영 내만권 벵에돔 출조가 잦네요. 지난주 화요일에도 거제 장승포로 출조를 다녀왔습니다. 비교적 수온이 낮았던 2주 전의 장승포와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한 선사를 꾸준히 이용하는 편입니다. 반대로 한 번 이용해 보고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이후로는 절대 이용하지 않고요.
그런 면에서 거제 장승포 낚시는 앞으로도 많이 찾을 듯합니다. 친절한 선장/사모님, 접근성, 수시 출항/철수 등 모두 만족하고 있습니다.

창원 집에서 장승포까지는 1시간 15분 정도의 거리입니다.(거가대교 통행료는 조금 아쉽지만, 아내의 경차를 빌려서 비용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날도 낚시를 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등교를 앞둔 아이들의 아침밥을 챙겨 주고 커피 한 잔을 하면서 창밖을 보는데, 날씨가 너무 좋아 보였습니다. 장비는 항상 준비되어 있기에, 아내에게 동의를 구하고 급하게 선장님께 문자를 드렸습니다. 말씀하신 9시 30분 까지는 도착할 수 있겠다 싶어 예약을 했네요.
역시 한산한 평일의 장승포 항입니다. 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주차를 하고 짐을 실었습니다.

9시 30분 출항한 배에 낚시인은 저 혼자였습니다. 지난 출조에서 그랬듯이 작은 선장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갯바위로 향했네요. 이날의 풍향에 따라 지난번 나갔던 왼쪽(119자리)이 아닌 오른쪽으로 나가야 된다는 말씀이 참 감사했습니다 ^^"
아는 갯바위가 있는 것이 아니고 어디 내려달라는 말을 한 것도 아니었지만, 선장님께서 먼저 이유를 설명을 해주시면 낚시인 입장에서는 한결 마음이 편하겠지요.

하선하기 전 선장님께 자리 이름을 여쭤봤더니 "총바위" 근처라고 하셨습니다. 나중에 쯔리겐FG 거제지구 단톡방에 갯바위 사진을 올렸을 때 "삿갓바위"라고 불린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자주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는 출조마다 자리 위치를 남기고 있습니다. 매년 3~5월 내만권 벵에돔 낚시가 성행할 시기를 손꼽아 기다리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한 명이 낚시하기에 딱 좋아 보이는 갯바위였습니다. 발판이 편한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먼저 다녀갔던 낚시인들의 녹색 빵가루 흔적은 애써 모른체했네요.
평일 10시에 나온 것치고는 정말 마음에 드는 곳이었습니다. 아마 주말이었다면 첫 배로 채워졌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네요.

뜰채를 조립하고, 양수기를 이용해 물을 채우면서 준비해온 밑밥을 갯바위로 펼쳤습니다.
밑밥을 준비하는 시간에도 낚시인들의 시선은 항상 바다를 향하고 있죠. 저 또한 발판이 높은 편이라 찌를 보면서 낚시를 하는 게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날 제가 준비한 밑밥은 빵가루 4봉(벌크/포대 빵가루 포함), 황금비율 긴꼬리 벵에돔 집어제 1봉, 일반 집어제 1봉, 미강 가루 1봉이었습니다.
미끼는 밑밥 크릴에서 떼어 낸 크릴과 홍갯지렁이였습니다.

낚시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첫 벵에돔이 모습을 보였습니다.
들물 조류를 타고 오른쪽으로 흐르던 구멍찌를 세차게 끌고 갔네요. 진행하던 구멍찌가 자물 자물 잠겨서 조금 기다렸더니 시원하게 본신으로 이어졌습니다.
자물 자물 하다가 다시 구멍찌가 올라오거나, 더 이상 구멍찌를 당겨가지 못하는 잡어의 입질과는 확연히 다른 입질이었습니다. 씨알이 작아도 벵에돔은 벵에돔입니다.

2주 전에는 장승포에 자리돔의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망상어, 인상어가 대표적인 잡어였다면 이날은 자리돔이 주인공이었습니다.
벵에돔만 있다면 따돌리기 쉬운 잡어에 속하는 녀석이죠. 홍갯지렁이를 정말 좋아하는 자리돔입니다.

이날 출조에서도 나름 마릿수 벵에돔을 만났습니다. 내만권임을 감안해 씨알 욕심까지 낼 수는 없겠지요. 25cm 전후의 벵에돔들이 주종을 이뤘습니다.

장승포권 갯바위 수심은 대부분 6~7m 정도인 듯했습니다.
이날 여섯 시간의 낚시 중 벵에돔이 피어오르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주 입질 수심층인 3~4m 권과 바닥층의 수심 차이가 많지 않아서 그런지 용치놀래기가 많이 낚여 올라왔네요.
미끼가 살아 있는 것 같은데도 한참 동안 입질이 없다가 자물 자물 잠기는 입질이 들어오면 대부분 용치놀래기였습니다.
오른쪽 사진 속 튀어나온 갯바위가 "총바위"라는 곳이라고 들었습니다.
이 부근에서 벵에돔 낚시가 잘 되는 자리라고 하네요. 저 자리에 내렸던 낚시인이 철수할 때 마릿수의 조황을 올린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대신 발판이 엄청 불편하다고 해서 왠지 저와는 거리가 먼 곳일 듯합니다 ^^;;

"총바위" 일대는 장승포 해안 도로에 주차를 하고 도보로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제가 하선할 때는 아무도 없었는데, 낚시를 하다가 고개를 돌려보니 두 분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연세 지긋한 두 분께서 한가로이 낚시를 즐기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나중에는 저도 저렇게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첫 벵에돔 이후 흐름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벵에돔이 올라왔습니다.
폭발적으로 입질이 들어오는 낚시도 좋지만, 짧은 폭발적인 입질 이후 곧 흐름이 끊어지는 경우도 있기에 항상 그 부분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날은 꾸준히 벵에돔 입질이 이어지는, 제가 선호하는 낚시가 진행되었습니다.

위에서 얘기한 대로 들물은 오른쪽으로 흘렀습니다. 제 자리에서 오른쪽 15m~20m에 시커멓게 수중여가 박혀 있었는데, 그 근처로 채비가 진입할 때 잦은 입질이 들어왔습니다.

벵에돔은 해조류를 정말 좋아하는 어종입니다. 특히나 일반 벵에돔은 긴꼬리 벵에돔에 비해 더 해조류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살림통에 담아 두었던 벵에돔들이 그새 해조류를 많이 뱉어냈네요. 바가지로 해조류를 걷어 내고 양수기를 틀어 새 물을 받았습니다.

원래 6시 마지막 배로 철수할 생각이었는데, 저 멀리 보이는 비구름이 오후 내내 걷히질 않았습니다. 갯바위 가까이 다가온다면 정말 많은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네요.



사실 이날 예보에는 비가 없었습니다. 이런 날에는 비가 오더라도 양이 많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용오름처럼 보일 정도로 구름이 두꺼워 걱정이 되었습니다.
출조할 때도 예보에 없던 빗방울이 살짝 날리길래 선장님과 조금 이상하다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고요.
사진상으로는 보이지 앉지만, 이날 정말 많은 무리의 숭어를 볼 수 있었습니다. 밑밥에 반응해 갯바위 주변에 몰려드는 숭어가 아니라 다른 곳을 향해 빠르게 이동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벵에돔이 피어오른 것 같은 느낌에 설레며 자세히 살펴보니 숭어였습니다. 십몇 분 동안 갯바위를 스쳐간 숭어들이 몇 천 마리는 되는 듯했습니다.
숭어들이 갯바위를 휘젖고 바람이 조금씩 나오는 상황에서도 입질을 꾸준히 해주던 벵에돔들은 날물 조류가 흐르기 시작하면서 입질 빈도가 떨어졌습니다.
바람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불고, 조류 또한 왼쪽으로 가는 상황이라 낚시를 하는데 큰 지장이 없었지만, 벵에돔들이 은신할 수 있는 수중여가 없어서 그런지 씨알, 마릿수 모두 안 좋아지고 있었습니다.
옆자리의 어르신들도 조과 손질을 하면서 마무리를 시작하셨습니다. 도보로 다니실 정도면 이곳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시겠지요. 상황을 잘 아는 건 갈매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 부산물을 얻어 먹기 위해 어르신 주변으로 모여들어 다소곳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큰 고민 없이 저도 선장님께 4시 철수를 희망한다는 문자를 보내고 조금씩 주변을 정리했습니다.
날물에는 확실히 조과가 떨어졌습니다. 수심이 얕은 곳이라서 그럴 수도 있고, 조류가 흘러가는 수중 지형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었습니다.
낚시를 마칠 때쯤 고민이 하나 있었네요. 사실 옆자리의 어르신들을 처음 본 순간부터 들었던 생각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어차피 고기를 안 들고 갈 생각이라 어르신들에게 조과를 나눔 할지 말지 결론을 못 내리고 있었습니다.
크지 않은 씨알이지만 지금 어르신들이 손질하고 있는 자리돔보다는 훨씬 커 보이고, 그렇게 되면 선장님의 조황 사진을 못 남겨드리고......금지 체장이 없는 벵에돔이라 하더라도 취하기에는 너무 작은 씨알이고......이런 생각들이 반복되며 결국 시간만 흐른 채 말씀을 못 드렸습니다.
생각보다 4시 철수하는 낚시인들이 많았습니다. 출항할 때처럼 나 혼자면 어떡하나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네요. 작은 선장님께서 선수로 나와 제 짐을 받아주셨습니다.
이날 열 마리가 조금 넘는 벵에돔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긴꼬리 벵에돔이 보이는 걸 감안하면 2주 전보다 확실히 수온이 올라간 것 같네요. 입질 수심층 또한 바닥권이 아니라 중층 이상으로 많이 얕아졌습니다.
10시 출항, 4시 철수의 낚시 시간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조과였습니다. 울릉도 대회, 쯔리겐 WFG 3차 예선을 앞두고 크릴 낚시를 연습하는 데 이만한 장소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낚싯대는 영상 팬텀 0.8호대, 원줄은 강우코리아 오션피어스 1.5호, 목줄은 경기스페셜 0.8/1호, 찌는 쯔리겐 GT 스트리머 0/G2, 조수 고무(원투 고려, 긴 제품), 벵에돔 바늘 3/4호, 봉돌 가감에 미끼는 크릴과 홍갯지렁이였습니다.
창원으로 돌아오는 길에 역시나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신호 대기 중 내리는 비를 보면서 굳이 욕심을 부리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6시가 채 안 되었습니다. 아침에 학교 갈 때 집에 있던 아빠가 저녁 먹을 때도 같이 있는 걸 본 아이들이 "낚시 안 갔어? 아님 엄마 몰래 갔다 온 거야?"라며 물어보네요 -_-
피로도, 이동 거리, 경비, 그리고 조과까지......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웠던 출조였습니다. 주변이 밝을 때 승/하선할 수 있어서 안전 면에서도 나은 선택이었고요. 앞으로도 비슷한 방식의 출조를 몇 번 더 할 생각입니다.
며칠 전 개인적으로 기쁜 소식이 있었네요. 제가 좋아하는 벵에돔 토너먼트 낚시를 할 소중한 기회가 또 생겼습니다. 쯔리겐 WFG 3차 예선에 출전할 수 있게 당첨이 되었습니다.
2주 정도 남은 기간은 그 일정에 맞춰 준비를 하는 과정이 될 것 같네요. 출조지 또한 그에 맞게 결정할 예정입니다. 역시 6월, 12월은 저 같은 갯바위 낚시인들에게는 정말 행복한 시기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한 주도 즐겁게 보내시고, 건강관리 잘 하셔서 항상 안낚하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