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울보미소입니다.
수온이 조금씩 올라가면서 벵에돔들의 소식이 들리기 시작하네요. 예년에 비해 한 달 정도 늦어지고 있다는 낚시인들의 의견에 저도 동의를 합니다. 그래도 2~3주 정도 지나면 원래의 수온에 수렴하면서 호조황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르다는 걸 잘 알면서도 모든 낚시인들처럼 자기가 출조하는 날 벵에돔 갯바위 조황이 터지는 그날이 되길 바라며 여서도에 다녀왔습니다. 굳이 조황이 아니더라도 오랜만에 여명 형님과 동출하는 날이라 완도로 향하는 길이 즐거웠습니다 ^^"

지금껏 낚시를 다니면서 예약을 어기거나, 출항 시간에 늦은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출조와 이번 출조에서 도착 40분을 남기고 전화를 받았네요. 여서도로 향하는 두 선사의 출항 시간이 비슷하다는 것도 한몫을 한 것 같습니다 ^^;;
최소한 출항 30분 전에 낚시점에 도착한다는 개인 기준을 조금 앞당겨야겠네요. 앞으로는 40분 전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대부분 완도항 두바이 모텔 앞에서 뉴페이스 호를 탔지만, 이날처럼 행사가 있을 때는 "주도" 앞에서 탑승합니다. 몇 번 와본 적이 있는 곳임에도, 어둡고 오랜만에 오는 길이라 여명 형님의 안내를 받아야 했습니다.
돌돔을 대상어로 하는 단체 낚시인들이 있어서 출조 인원에 비해 짐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돌돔 낚시 장비들이 무겁고, 낚시인들의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높아서 하선할 때 짐을 올려주다 보니 정작 저는 갯바위에 내려서 조금 쉬어야 했습니다 ^^;;
이날 저희가 하선한 곳은 여서도 중에서도 미끄럽기로 이름난 "볼락개"였습니다. 한겨울에도 벵에돔 낚시가 될 정도로 개체 수가 많은 곳이면서, 물이 빠지면 뜰채가 수면에 닿지 않을 정도로 자리가 높은 곳이기도 합니다.
https://blog.naver.com/williams0908/222848326126 / 2022. 8. 3.~4. 여서도(볼락개) 벵에돔 낚시
3년 전 여명 형님을 따라 처음 여서도 갯바위에 하선했던 곳이 바로 이곳 "볼락개"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비박 낚시가 가능해서 쉬엄쉬엄해도 마릿수 벵에돔을 낚을 수 있었는데......그때가 그립네요. 밤이 늦도록 전자찌를 가져가던 긴꼬리 벵에돔 밤낚시도 정말 짜릿했습니다!

이날 처음으로 발상 양수기를 갯바위에서 사용했습니다.
간조를 지나 초들물이 진행 중인 볼락개 갯바위는 정말 높았습니다. 발을 헛디딘다면 바로 6~7m 아래 수면으로 떨어질 수 있는 위험한 시간대였습니다.
뜰채가 안 닿는 건 고기를 걸고 나서 생각하기로 하고, 우선 양수기의 LED 조명을 밝혀 동선을 확보했습니다.

밑밥을 만들기 전에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기며 살림통에 물을 받았습니다. 양수기를 조절하는 단계 중 가장 강한 3단계로 작동을 했습니다. 7m 정도 되는 높이임에도 물이 잘 올라오네요.
마중물 펌프에 적응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습니다. 어두워서 물이 올라오는 게 보이지 않아 조금 헤맸네요. 몇 번 해보니 물이 올라오면서 압력이 차는 느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날 밑밥은 크릴 4장에 황금비율 긴꼬리 벵에돔 집어제 1봉, 오로라 벵에돔 집어제(황색) 1봉, 그리고 황금비율 감성돔 집어제 1/2봉을 섞었습니다.
볼락개는 여서도 갯바위 중에서도 수심이 있는 편이고, 아직 수온이 14℃ 언저리를 맴돌고 있는 시기라는 것을 고려했습니다.

밑밥을 준비하고 나니 살림통 절반 이상이 차 있었습니다. 밤낚시에 사용하기엔 충분한 양이라고 생각해 양수기를 끄고, 낚싯대를 꺼내 채비를 준비했습니다.
아마 채비를 모두 마칠 때까지 놔뒀다면 살림통이 넘쳤을 듯합니다.

역시 볼락개는 볼락개입니다 ^^"
예상했던 대로 통통한 볼락 한 마리가 이내 크릴을 물고 올라왔습니다. 갯바위 가장자리에 넣어주던 채비를 조류 소통이 그나마 좋아 보이는 먼 곳에 던졌습니다.

가까운 곳, 먼 곳 상관없이 갯바위 주변을 볼락이 가득 메운 느낌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일부러 청갯지렁이를 준비해서 볼락을 재밌게 낚은 적도 있었는데, 요즘에는 감흥이 조금 줄었네요.
지금 시기에 벵에돔이 새벽 시간대 잘 안 나오는 점도 밤낚시 기대감을 낮추게 하는 이유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출항/철수 시간을 조금씩 늦추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물론 모든 낚시인의 요구를 다 맞추기는 어렵겠지요.

새벽 시간대 엄청난 해무가 몰려들어 낚시를 어렵게 했습니다. 시야가 뿌옇게 되면서 앞이 잘 안 보였네요. 낚싯대에 물이 흐를 정도였습니다. 모자에 부착한 캡라이트에 물이 맺혀 뚝뚝 떨어지는 건 처음 경험했습니다.
바람이 불어올 때면 젖은 낚시복 사이로 차가운 기운이 들어왔습니다.
해가 떠오르고 나서도 해무는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바람이 약해 안개의 소산이 늦어지기도 했고요. 예전에 말씀드린 대로 이류무인 해무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온을 의미하기에 반갑지 않은 현상입니다.

수온이 14℃를 넘기고 더 이상 상승하지 않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낚시를 다녀온 지 열흘이 지났지만, 오늘 확인한 수온도 14℃ 언저리를 맴돌고 있네요.
확실히 올해의 벵에돔 낚시는 많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낚시인들이 시간을 내서 원도권으로 나오는 이유 중 하나는 주변의 영향 없이 조금 더 자신의 낚시를 할 수 있다는 점이겠지요. 저 또한 그렇습니다.
저의 바람과는 달리 작업 어선들이 수시로 갯바위 주변을 휘젓고 다녔습니다. 새벽부터 넣어놓은 밑밥을 생각하면 참 아쉬운 장면이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한동안은 멀리 노리는 게 의미가 없어집니다. 별수 없이 갯바위 주변으로 채비를 던지면 이렇게 볼락들이 물고 늘어졌습니다.
누가 지었는지는 몰라도 볼락개, 정말 이름 잘 지었습니다 ^^"

어선과 안개가 물러가고 한참이 지나서야 이날 첫 벵에돔의 입질이 들어왔습니다. 찌가 가라앉고 한참을 더 기다렸으니 거의 바닥에서 물고 올라왔다는 편이 맞겠지요. 원줄을 지그시 당겨갔습니다.

이어서 원줄을 세차게 가져가는 입질이 들어왔습니다.
긴꼬리 벵에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신중하게 갯바위로 올렸더니 3 짜 후반 정도의 돌돔이었습니다;; 몇 마리 보이지도 않던 잡어들이 갯바위 바깥으로 못 나간 것이 이 녀석 때문이었나 보네요. 여러모로 고마운 녀석이었습니다 ^^

드문드문 벵에돔의 입질이 들어왔습니다.
6월쯤이라면 수면 가까이에서 한결 쉬운 낚시가 될 텐데 바닥층에서 입질이 들어오다 보니 마릿수 낚시를 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오른쪽에서 낚시를 하시던 여명 형님의 상황도 비슷했습니다.
입질이 들어와도 워낙 바닥과 가까운 곳이니 이내 대상어가 갯바위로 파고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더구나 형님이 서 있던 오른쪽은 여가 많은 곳이라 박혀버린 경우가 더 많았네요 ㅜㅠ

수온이 상승하면서 녹은 몰이 갯바위로 몰려들 때는 잠시 낚시를 쉬어야 했습니다. 이럴 때 작업을 하는 어선이 같이 들어온 것은 어찌 보면 다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낚싯대를 꽂아놓고 형님께서 가져오신 크림빵과 두유로 배를 채웠습니다. 입 주위에 하얀 크림을 묻힌 채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았는지 모르겠네요.
형님과 함께 갯바위에 서면 정말 마음이 편하다는 게 그 이유겠지요.

이날 마지막이자 세 번째 벵에돔 또한 바닥에서 입질이 들어왔네요. 이때가 9시 반 정도였습니다. 결국 두 시간 동안은 벵에돔 얼굴을 구경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얼굴을 보았던 벵에돔 모두 일반 벵에돔이었습니다. 긴꼬리 벵에돔을 보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미끼가 살아서 바닥까지 내려갔는데 용치놀래기가 올라온다는 건 벵에돔이 갯바위 주변에 없다는 얘기겠지요. 낚시 후반부에는 볼락, 베도라치 등 바닥권 잡어들을 제외하면 잡어들 구경도 하기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큰 새 한 마리의 사정도 비슷해 보였습니다. 고기를 못 잡고 있던 건 저 새나, 저나 똑같았네요. 둘 다 바다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

볼락개 갯바위의 생김새는 볼 때마다 신기합니다. 돌이 무너진 모습을 보면 살짝 겁이 나기도 하고요.
3년 전 처음 왔을 때는 네 발로 겨우겨우 기어다니거나, 여명 형님이 준비해 준 수건에 의지해야 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릿지화를 샀던 것 같아요. '많이 신을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이미 본전을 뽑은 듯합니다 ^^"

여명 형님 뒤에서 바닷속을 지켜보는데 커다란 부시리 몇 마리가 온 바다를 휘젓고 있었네요. 다행히 제가 낚시하던 쪽에는 별로 없었는데, 형님 쪽에는 엄청 많아 보였습니다 ㅠㅜ

철수 40분 전에 모든 낚시를 종료하고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양수기가 있으니 확실히 편했습니다. 살림통에 받아둔 물을 두레박으로 옮겨 밑밥토과 장비를 씻었습니다.
낚시를 하던 자리도 말끔하게 정리했습니다. 허리 아프게 물을 퍼야 하는 부담이 없어서 그런지 훨씬 빠르고 깨끗하게 청소를 마칠 수 있었네요.
낚시를 다니면서 양수기가 제일 필요한 갯바위는 아마 여서도 볼락개일 듯합니다. 두레박을 이용했다면 정말 시간이 오래 걸렸을 것 같습니다.

이날 최종 조과입니다.
대상어인 벵에돔은 결국 세 마리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통통하게 오른 살집이 반가웠지만, 긴꼬리 벵에돔을 만나지 못해 내심 아쉬웠습니다.
뉴페이스 호에 올라 돌아오는 1시간 30분 동안 여명 형님과 기절을 했네요;;;

완도항으로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뉴페이스 낚시 사모님께서 커피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출항 전 따뜻한 어묵, 철수 후의 따뜻한/시원한 음료수 모두 낚시인들의 상황을 잘 아는 뉴페이스 낚시의 세심함입니다.
저는 이런 부분이 마음에 들어서 여서도를 찾을 때는 지금껏 뉴페이스 낚시만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인천으로 출발하기 전 따뜻한 해장국으로 속을 채웠습니다. 시원한 커피를 마시면서 달궈진 몸의 열기도 빼냈고요. 바로 출발해서 퇴근 시간 즈음 수도권에 들어가나, 좀 쉬었다가 나중에 출발하나 어차피 도착 시간은 비슷하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창원에서 완도까지 세 시간, 완도에서 인천까지 다섯 시간, 이날 모두 여덟 시간 운전을 했네요 ^^;; 운전 도중 제가 졸리지 않게 돌돔, 벵에돔 맛있게 먹고 있다는 여명 형님의 전화도 있었기에 크게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인천에서 이틀 동안 업무를 마친 뒤에는 거제로 내려갔습니다. 일요일에 진행된 쯔리겐 FG 거제지구 정출에 참석했네요. 대중교통 시간이 맞지 않아 이번에도 운전을 해서 내려갔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은 연휴도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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