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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출조를 여수 선상 낚시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낚시인들과 함께 낚시를 해야 했던 불편함이 있었고, 선사에 대한 아쉬움도 남았습니다.
수온이 낮아지며 대상어를 볼 수 있는 확률 또한 낮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갯바위 낚시를 하고 싶은 마음에 장인어른을 모시고 추자도를 찾았습니다.
진도항 여객선 터미널 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따끈한 우동으로 이른 아침을 먹었습니다. 빈속보다는 배를 채우는 것이 멀미가 덜 나기 때문에 배를 타기 전에는 간단한 식사라도 하는 편입니다.
조리시간이 조금 길어도 저는 라면류 보다는 우동을 더 좋아합니다 ^^"
뜨끈하게 속을 채우고 승선하려는데 직원분께서 낚시 짐은 수화물로 맡겨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난 12월에는 그냥 들고 탔습니다"라고 말씀드리니 올해부터 규정이 바뀌었다고 하셨네요. (참고로 추자에서 돌아올 때는 낚시 짐을 부치지 않고 그냥 들고 탈 수 있었습니다 --;;)
일단은 터미널을 돌아 화물 차량이 있는 곳에서 낚시 짐을 접수했습니다.
낚시 가방과 살림통 두 가지를 맡겼고, 요즘은 10,000원이었습니다. 종이의 내용처럼 중량이 60kg이나 나가진 않을 텐데, 장인어른도 옆에 계시고 해서 직원이 작성하는 "선적의뢰서"를 그냥 받아들었습니다.
다시 매표소로 와서 직원에게 제출하고, 결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멀미약을 먹고 50분을 기절했다가 눈을 뜨니 추자도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마중을 나온 "추자바다 25시" 이모님께 반갑게 인사를 드리고 민박으로 향했습니다.
배정받은 방에 짐을 풀고, 내려와 식사를 했습니다. 첫날 점심은 민박 식사와 도시락 중에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갯바위에 내려서 식사를 하는 것보다는 민박에서의 식사가 훨씬 편하고, 어차피 출조해 있는 낚시인들의 도시락 준비 때문에 10시는 되어야 나갈 수 있기에 저는 식사를 하고 나가는 것을 더 선호합니다.
묵리항을 빠져나온 뉴에이스호는 섬생이를 지나 하추자도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가는 도중에 익숙한 갯바위에 눈에 띄었네요. 좋은 기억이 많이 남아 있는 "오리목" 포인트였습니다.
새엄마는 이계인님, 장인어른과도 각각 하선했던 자리입니다. 내렸을 때마다 꽝이 없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만조 수위가 300이 넘는 출조 당일에는 만조 전후 낚시할 자리가 대부분 물에 잠겼습니다. 동풍이 부는 조금 전후의 물때에 낚시하기에 적당한 곳으로 보였습니다.
이날 오전에는 너울도 조금 남아 있어서 배에 오르기 전부터 김선장 님께 안전한 곳으로 말씀을 드렸습니다. 특히 혼자 출조하는 것이 아니기에 발판 또한 괜찮은 곳으로 부탁드렸습니다.
수심 8m 이외에는 별다른 말씀 없이 배를 돌리시길래 철수 시간을 다시 여쭤봤네요 ^^;; 수심, 공략 요령, 포인트 이름은 안 물어봐도, 철수 시간만큼은 하선할 때 무조건 확인합니다.
지난 12월에 하선했던 "망여골"처럼 하추자도 본섬에 위치한 자리였습니다. 나중에 철수하면서 선장님께 여쭤보니 "도깨비 골창"이라고 알려주셨습니다.
일반적으로 초등 시기에는 감성돔들이 (상추자도) 본섬 근처에서 잘 낚이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상대적으로 수온이 따뜻한 하추자도 부속 섬들로 이동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초등 시기가 조금 지난 이 시기에는 어떤 조과가 나올지 궁금했습니다.
채비를 시작하기 전 밑밥 30주걱을 발 앞에 넣어줬습니다. 장인어른의 채비를 먼저 해드리고, 이어서 제가 낚싯대를 들자마자 첫 입질에 복어가 올라왔습니다.
밑밥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의미라 좋게 생각하고, 낚시를 이어갔습니다.
정말 따뜻한 날씨였습니다. 낮 기온이 6도 이상을 유지하면서, 수온이 10도 언저리를 맴도는 요즘인 장인어른과 출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시기가 지나면 또 12월 초등 시기까지 기다려야 되겠지요.
시간이 지나면서 농어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한동안 성화를 부리던 복어들이 모습을 감춘 이유가 어찌 보면 이 농어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벽 출조한 다른 낚시인이 청갯지렁이를 이용해 마릿수의 농어를 낚아 온 것을 보면 추자도에는 농어 자원도 엄청 많은 것 같네요.
이 시기에 빠지면 섭섭한 숭어들도 모습을 보였습니다. 입질 수심층이 감성돔과 비슷하기도 하고, 몸을 비틀며 힘을 쓰기에 숭어 한 마리를 뜰채에 담기까지 정말 진이 빠집니다 --;;
그래도 다행인 것은 농어, 숭어와 같은 고기들은 민물을 좋아해 기수역 근처에서도 잘 낚이는 감성돔의 습성과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밑밥에 대한 반응이 감성돔 보다 조금 빠른 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낫겠지요.
밑밥이 들어가고 세 시간 정도 흘렀을 때 드디어 기다리던 감성돔이 낚여 올라왔습니다. 조류가 흐르다가 살짝 멈췄을 때 갯바위 멀지 않은 곳에서 시원한 입질을 보여줬습니다.
채비는 피츠 트라이던트 GX 낚싯대, 원줄은 강우코리아 스페셜플로트 3호, 목줄은 강우코리아 경기스페셜 1.7호, 2호 구멍찌와 2호 흑단 수중찌, 감성돔 바늘 3호에 미끼는 크릴이었습니다.
본류가 바로 스쳐가는 곳이나 영등철을 제외하면 저는 감성돔 낚시를 할 때 갯바위 먼 곳을 노리지 않습니다.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아져 낚시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가까운 곳이라도 소음을 줄이고 밑밥을 꾸준히 넣다 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갯바위 주변에 김이 가득 껴있는 시기라면 더더욱 가까운 곳을 노려야겠지요. 감성돔이든 벵에돔이든 갯바위에 붙어 있는 김을 정말 좋아하는 어종들입니다.
사실 이 감성돔을 낚기 전에 정말 큰 입질을 받았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느꼈던 무게감 중에 단연 최고였습니다. 감성돔이라면 제 개인 기록을 가볍게 경신할 정도로 큰 녀석이었습니다.
정말 신중하게 드랙을 조정하며 한참을 버텼는데, 갯바위 오른쪽 앞자라에 나와 있는 수중여에 목줄이 쓸려 그만 터지고 말았습니다. 낚싯대가 휘어지는 걸 보시고 뜰채를 들고 오신 장인어른도 함께 탄식을 하실 정도였네요 ^^;;
감성돔을 낚을 때도 그렇고, 큰 녀석을 놓칠 때도 그렇고 조류가 미약하게나마 오른쪽으로 밀어줄 때 입질이 들어왔습니다.
수심은 만조 기준 8~9m, 들/날물 상관없이 조류의 방향은 일정하지 않았습니다. 큰 물이 밖으로 빠르게 지나갈 때 오히려 홈통(만)에서 조류가 느리게 가는 경우는 사리 물때 흔한 일이기도 합니다.
철수 후 배에서 계측을 해보니 44cm 정도가 나왔네요. 체고가 높고 몸이 둥글둥글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살집이 좋았습니다. 이전에 놓친 녀석의 손맛에 비해서는 쉽게 끌려온다고 느껴지긴 했지만, 물론 이 녀석도 손맛이 무척 좋았습니다.
선장님께 부탁해 살림망을 띄우는 것보다 어창에 넣어두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서 케이블 타이를 꼬리에 묶었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조과가 섞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준비했는데, 어창 속에는 감성돔이 한 마리도 들어있지 않았네요 ^^;; 시기적인 문제와 요즘 추자도에서 성행한다는 뻥치기 등 여러 이유가 있는 듯했습니다.
놓쳐버린 그 녀석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지만, 여러 번 복기를 해봐도 당시에 제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다 했었기에 큰 후회는 없었네요. LB보다는 드랙, 낚싯대의 각도 유지, 겨루기 좋은 곳으로 자리를 옮긴 것 등 다시 그 상황을 마주한다 해도 별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맛있게 회와 구이를 즐겼습니다. 장인어른, 맞은편의 부부 조사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였습니다.
지난 12월 이후 오랜만에 만난 방훈 형님께서 평소 잘 쓰시는 원줄이라며 선물을 건네셨네요. 제가 사용하는 원줄이 있어서(^^;;) 언제 사용할지는 모르겠지만, 마음만큼은 정말 감사히 받았네요.
2.5호 목줄을 자주 사용하시는 형님께 저도 강우코리아의 경기스페셜 목줄을 하나 건넸습니다. 며칠 전 도깨비 골창에서 사용하셨다는데, 괜찮다는 후기를 남겨주셨네요.
저녁 식사 후에는 항상 그렇듯 밑밥을 준비하고, 방으로 올라갔습니다.
첫날 사용한 밑밥은 크릴 8장, 집어제 3봉, 압맥 10봉의 양이었습니다. 저와 낚시를 해봤던 낚시인이라면 평소보다 훨씬 많은 밑밥임을 바로 알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다음 날 사용할 밑밥도 크릴 6장, 접어제 3봉, 압맥 6봉이었습니다. 저 혼자가 아닌 출조라 더 간절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날씨가 좋아 많은 낚시인들이 추자도를 찾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혼자서 추자도를 다시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다 가도, 좋지 않은 조황과 뻥치기 소식에 조금 망설여졌네요. 거문도 1박 2일 낚시나 여서도 당일 낚시도 고민을 하다가 결국 혼자서 추자도로 향했습니다.
다음에는 그 이야기로 인사 드리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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