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울보미소입니다. 새해 어복 많이 받고 계시나요? ^^"
저는 2주 전 일요일 여수로 선상 낚시를 다녀왔습니다. 올해 첫 출조이자 장인어른과 함께해서 더 의미가 있었던 출조였습니다.

업무차 태국 방콕을 다녀온 바로 다음날이었습니다. 이번 출장에는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방학을 맞이한 아내를 데리고 다녀왔네요.
잠을 제대로 못 자서 피곤한 상태였지만, 오랜만에 날씨가 좋은 주말을 놓치기 싫었습니다 ^^;;

마지막 출조가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안 나는 선상 출조라 급하게 막대찌를 구입하러 여수 국동항의 신신 낚시를 찾았습니다.
장인어른 몫까지 넉넉하게 2, 3호 막대찌를 구입했습니다. 평소 갈치 낚시를 좋아하시는 장인어른께서는 가지바늘(?)을 고르셨네요 ^^"

저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국동항 주변이 출항을 앞둔 선박들로 훤하게 밝아 있었습니다. 주차 자리를 감안해 조금 일찍 나서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겨울에 만나기 쉽지 않은 좋은 기상이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갯바위에 같이 서고 싶었지만, 좋은 자리를 위해 1항차로 출항해 오랜 시간 추운 갯바위에서 떨 자신이 없었네요.
특히나 이날은 저 혼자가 아니었기에 고민을 하다가 선상 낚시를 택했습니다. 멀미 걱정은 좋은 꽃 기상에 잠시 접어 두었네요.

이날 저희가 탔던 선박의 모습입니다. 여름에는 문어, 겨울에는 감성돔 선상 낚시를 주로 나간다고 합니다. 사진에서 느껴지듯이 큰 규모의 선박은 아니었습니다.

작은 선박에 쉴 공간이 마땅치 않아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아 졸다 보니 어느새 한 시간 가까이 지나 있었습니다. 지도를 확인해 보니 금오도 북쪽 여천 기미 방파제 부근이었습니다.

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낚시인이 단골인 듯했습니다. 배가 자리를 잡기 전에 서둘러 낚싯대를 꽂아 자리를 확보하는 모습은 마치 군인이 전투에 나가는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
많은 낚시인들 사이에서 부대끼는 것이 싫어 저는 배 앞쪽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장인어른의 채비를 얼른 해드리고 저는 선장님이 건네는 떡국 한 그릇으로 속을 든든히 채웠습니다. 바다 위에서 먹는 떡국이라......확실히 선상 낚시의 장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편안함"입니다 :)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시각, 조류를 따라 천천히 흘러가던 막대찌가 멈칫하더니 이내 물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설레는 챔질에 낚싯대 너머로 감성돔의 움직임이 느껴졌네요.
이날 첫 감성돔이자 배에서 유일했던 4 짜 감성돔이었습니다. 입술에 걸린 바늘이 적절한 수심층임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채비는 피츠 트라이던트 GX 낚싯대에 강우코리아 스페셜플로트 3호 원줄, 경기스페셜 1.7호 목줄, 3호 막대찌와 2/3호 순강수중찌, 감성돔 바늘 3호, 무봉돌에 미끼는 크릴이었습니다.

얼른 제 낚싯대를 장인어른께 쥐어 드리고, 장인어른의 채비를 제가 사용하던 3호 막대찌와 동일하게 변경하였습니다.
이날 날씨가 흐린 편이어서 일출이 지나서도 감성돔의 입질이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가며 잠잠한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첫 자리에서 바로 감성돔의 손맛을 보셨으면 하는 저의 바람과는 달리 초조함만 커져가고 있었네요 ㅠㅜ

자리를 옮길 때는 살림망의 감성돔을 꺼내 각자의 살림통에 옮기는 방식이었습니다. 7명이 낚싯대를 드리웠지만, 첫 자리에서는 감성돔 단 두 마리가 나왔습니다.

조금은 무거워진 분위기에 장인어른께 커피 한 잔을 드리며 속을 따뜻이 데웠습니다. 난로 위에 올려진 주전자로 커피를 타는 방식이 정겨웠습니다.
낚시인들이 무릎을 거의 맞댈 정도로 가까워서 대부분의 시선을 아래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

장인어른은 이 선박을 여러 번 이용하셨다 합니다. 특히 여름 문어 낚시 시즌이 되면 자주 찾는다고 하시네요. 동갑내기 선장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마치 친구 사이처럼 느껴졌습니다 ^^"

내만권이라 멀미의 부담이 적었던 저는 컵라면으로 배를 채웠습니다. 낚시를 할 때는 든든히 먹는 편입니다 :)

두 번째 자리를 잡은 곳은 개도 근처였습니다. 금오도와 더불어 여수에서 낚시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이름 정도는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밖으로 나와서 살펴본 갯바위의 생김새도 평평해 보였습니다. 감성돔 금어기가 시작되기 전 야영 낚시를 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갯바위와의 거리가 가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앞쪽으로는 갯바위 낚시인이 없어서 다행이었습니다.

낚시를 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뒤로 고성이 오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하얀 배가 갯바위 가까운 쪽에 앞쪽 닻을 놓고 후진하며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갯바위의 낚시인이 거리가 너무 가까운 것이 아니냐며 항의를 한 것이었습니다.
사진 속의 위치도 물론 가깝지만, 앞쪽 닻을 놓을 때는 갯바위 정말 가까운 곳으로 접근했습니다.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을 여러 번 했던 기억이 떠올라 영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후로는 별로 낚시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네요.

개운치 않았던 기분은 장인어른께서 감성돔 손맛을 보시는 것을 보며 풀렸습니다.
이왕이면 더 큰 씨알이었으면 했지만, 당장은 작은 씨알의 그 감성돔이 정말 고마웠습니다. 제가 먼저 낚시를 가자고 말씀드리고 이런저런 준비를 하면서 항상 그려왔던 순간이었습니다.
오래전에 제가 사드렸던 김문수 선생님의 장갑을 사용하시던 모습에 새삼 감사했네요 ^^"

이어서 제가 작은 감성돔 한 마리를 추가할 때쯤 만조 물돌이 시간이 되었습니다. 물이 멈추는 시간에 선실에서 도시락을 먹었네요. 낚시인들이 개인적으로 가져온 반찬을 나눠 먹으며 즐겁게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한참 시간이 흘렀는데도 조류는 날물 방향으로 바뀌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조류는 물때 시간에 맞춰 정확하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물때에 따라 심하게는 한 시간 정도 늦게 바뀌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선장님도 이걸 모르시지는 않았을 텐데, 조류의 흐름이 바뀔 것이라는 얘기만 할 뿐 밑밥조차 치지 않았습니다. 저희야 살림망에 몇 마리의 감성돔이 들어 있었지만, 다른 낚시인들 중에는 아직 손맛을 못 본 사람도 있었는데 왜 선장님을 채근하지 않는지 이해가 안 되었네요.

점심을 다 먹고 한 시간이 지나도 물이 바뀌지 않자 그제야 선장님께서 닻을 거둑 자리를 옮겼습니다. 장인어른을 포함해 다른 낚시인들은 이동할 때까지 열심히 낚시를 했지만, 조과는 없었습니다. 낚싯대를 내려놓고 편하게 쉬었던 제가 괜히 미안했네요.
그 넓은 바다에 밑밥조차 치지 않으면서 전날 쓰던 미끼로 감섬돔을 낚을 수 있다면 누구나 감성돔 손맛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세 번째로 자리를 잡은 곳은 평소 선상 낚시가 잘 되는 곳인 듯했습니다. 왼쪽, 오른쪽 모두 선상 낚싯배들이 가득 자리를 잡고 있었네요.

30분 정도 열심히 쪼아봤지만 작은 쏨뱅이 녀석을 마지막으로 낚싯대를 접었습니다. 수심은 적당했던 것 같은데, 밑밥이 효과를 보이기에는 시간이 좀 부족했네요. 철수를 앞두고 내렸던 비의 영향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뽀얀 물색이 좋아 보여 돌아서는 마음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선상 낚시 조과라고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새해 첫 출조에서 대상어의 얼굴을 본 것만으로 만족스러운 출조였습니다. 아내는 질색할 수도 있을 장인어른과의 추억은 언젠가 또 좋은 안주가 되겠지요 ^^"
혼자였으면 모두 방생했을 텐데, 기다리는 가족을 위해 큰 녀석 한 마리는 집으로 챙겨와 맛을 보았습니다. 이 시기 감성돔 맛은 누구나 예상하는 바로 그 맛이었습니다. 회가 정말 쫄깃쫄깃했네요!
몇 년만의 선상 낚시였습니다. 추운 날씨의 주말임을 감안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아쉬움이 남기도 했습니다.
전날 사용하던 미끼를 그대로 내놓고, 준비해 온 밑밥의 양도 7명이 사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크릴 15장에 집어제 5봉은 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마저도 1/3가량은 남기는 모습이었고요.
조류가 움직이지 않는데 계속 그 자리를 고수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밑밥을 안 칠 거면 낚시인들에게 조금만 쉬었다 하자며 얘기하는 편이 더 나았을 것 같습니다. 바늘에 꿴 크릴 미끼 하나를 믿고 계속 채비를 흘리는 모습이 안타까울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제일 어이가 없었던 것은 정원이 가득 찬 상태에서 선장님도 낚싯대를 들고 와 낚시를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작은 배에 8명이 채비를 흘리는 모습......조금만 막대찌가 멀어지면 과연 어느 것이 내 막대찌인지 찾는 것도 일이었네요.
이런 게 싫어서 선상 낚시를 안 했는데......역시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나 봅니다 ㅠㅜ
때마침 지난 주에는 평일 출근이 없었습니다. 여느때보다 갯바위 생각이 간절했네요. 낮아진 수온에 꽝을 치더라도, 제가 해보고 싶은 낚시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네요. 날씨까지 받쳐줘서 장인어른과 함께 추자도에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워진 날씨에 건강 유의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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