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24년 12월 21일 토요일
꾼의 일상은 늘 그렇다 목요일 오후부터 바람과 파고 강수량 수온 등 낚시를 떠날 그날의 바다상황을 가늠하면서 전투준비에 만전을 기울인다
이번주말은 아주 강한 북서풍이 예보되어있다 멀리 가지는 못할것같고 콧구녕에 바람이나 쏘이러 가덕과 거제 동부권인 양지암을 후보순위에 올려본다
가덕도는 섬의 형태가 남쪽으로 길게 뻗어있고 거가대교가 연결되어있는 섬아닌 섬이라 북서풍의 바람에는 세바지 방향이 낚시가 수월하고 북동풍의 바람에는 천성 대항 외항포 포구나무자리 등 바람의 방향에 따라 포인트를 달리할수 있다
거제 동부권인 양지암 역시 동풍 계열의 바람에는 높은 너울이 동반되어 출항이 안되는 날이 많지만 북서풍에는 그나마 양호한 바다상황을 보인다
금요일 저녁 다시한번 기상을 체크해보지만 역시나 이번 주말은 북서풍이 아주 강하게 예보되어있다 예정대로 가덕도와 양지암을 고민하며 영화를 보다가 깜빡 잠이 들었나보다
자다가 놀라 눈을 떠보니 아침 6시 30분 헉!!! 늦잠자버렸네 그냥 집에서 쉴까 고민하던 찰나 손은 알아서 장비를 주섬주섬 챙기고있다 역시 꾼의 열정은 위대하다
부랴부랴 장비를 챙기고 낚시복으로 갈아입고 차 시동을 걸고 한대 피운다 늦잠으로 인해 마음은 급한데 날이 추워서 이놈의 애마 열이 빨리 오르질 않는다
누군가 그랬다 가덕도는 가깝고도 먼 섬이라고 가급적이면 주말출조에 가덕도는 피하고 싶었지만 이시간에 양지암으로 가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고 급하게 가덕도로 정하고 달려본다
가는길 벨리에 들러 밑밥을 준비한다 집어제1 크릴3 추가로 보리3
세바지 마을에 위치한 털보낚시 도착 배가 바로 나간다고 차는 가게앞에 세우고 장비 챙겨서 퍼뜩 가라고하신다 명부작성하고 장비 꺼내고 차키를 드리고 가려는데 사모님이 잠깐 멈춰세우더니 날이 많이 찹다고 온장고에 따뜻하게 뎁혀진 켄커피를 하나 건네주신다 많은걸 원하는게 아니다 요즘처럼 부쩍 많아진 점빵과 출항선사들이 꾼들과 공존하는 시대에 큰건 아니지만 꾼들은 이런 마음을 다들 원하지 않을까싶다

강한 바람에 포인트는 제한되어 있을테고 심지어 주말인 이날 그 제한된 포인트는 꾼들로 이미 다 채워져 있을거라 확신하며 마을 가까운 이름모를 무명포인트로 하선한다
포인트 주변 수심대는 대략 5~6M 예상보다 바람이 너무 강해서 원줄이 많이 날리고 컨트롤이 힘들거라 판단하며 채비를 꾸려본다
NS 감성돔전용 530 릴은 2.5호 원줄이 감긴 경기릴 어신찌 3B 수중찌도 3B 목줄은 1.5호 약 4M 바늘은 감성돔 3호
 낚시하는 내내 불어오는 강한 바람을 피해 갯바위에 바짝 붙어 잠시 쉬어간다 몸이 휘청거릴 정도의 강한 바람이라 채비를 던지기도 힘들고 장타낚시라 밑밥도 원하는곳에 던져넣기가 힘들다 그러다 바람이 잠깐씩 멈출때마다 채비 던지고 밑밥 투척하고 찌를 흘리기를 반복한다 오전에는 어신찌가 역광으로 인해 보이지 않는다 감각으로 낚시를 해야하는 상황에 원줄 컨트롤마져 안되니 너무 힘든 상황이다
그러던 와중에 해가 구름사이로 숨어버려 어신찌가 선명하게 보이고 바람이 길게 멈춘다 찬스다 싶어 채비를 걷어 미끼를 정성스럽게 끼우고 다시 던진다 그리고 밑밥을 대량으로 투척한다 그렇게 채비를 던지고 흘리고 회수하기를 두어차례쯤 했을까 구름사이에 숨었던 해가 다시 나타나고 눈부신 역광으로 인해 어신찌는 다시 안보인다 아 잠깐이나마 좋았는데... 늘어진 원줄을 힘겹게 줄넘기를 하며 어느정도 텐션을 주고 견제를 하던중 녀석의 간사한 밀당이 느껴진다
원줄이 많이 날리고 있는 상황이라 챔질을 하면 바늘이 빠질것 같은 느낌에 원줄을 빨리 감아주는것으로 챔질을 대신한다 그리고 대를 세워본다 제법 꾹꾹거리는 녀석의 저항이 느껴지고 원줄에서 축하의 향연이 흘러나온다
오후 날물에 고기가 나올거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수온이 차가운 끝들물에 나와주었다 역시 바다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대략 5짜는 되어보인다 요즘 살림망을 집에 두고 낚시를 다니다보니 확률이 좋아지길래 이날도 살림망을 일부러 집에 두고왔는데 거 참 희안하게도 한마리 올라와준다

계속 낚시를 이어가지만 얼마 버티지 못하고 결국 바람에 항복하고 철수준비를 한다 밑밥통을 씻어서 갯바위에 널어놓고 말리며 가져온 숙성크릴이 많이 남아서 바다를 향해 던지니 갈메기때들이 그걸 탐내고 모여든다

혹시나 녀석들 다리에 줄이 걸릴까 싶어 사용했던 목줄과 갯바위에 버려진 줄들도 회수를 한다
 원래 이런사진 안좋아하는데 갯바위 나가기전 점빵 사모님의 따뜻한 켄커피에 감동받았고 그 마음에 보답하고자 가게 앞에서 한컷 찍어봤다 이런게 사람사는 정이 아닌가싶다

철수 후 고기는 집 주변 횟집 수족관에 넣어두고 가족모임을 위해 전화통에 불을 지펴본다
이번 연말 거하게 한턱 쏠 생각에 어깨에 잔뜩 뽕이 오르는것같다 용왕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