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토)에 친구 두 명과 요즘 남해안에서 핫하다는 지깅을 가기로 의견 투합을 하고
저는 마산에서 또 한 친구는 거제 그리고 서울에서 와서 새벽 4시반경 통영대교 아래의
체X피싱 선착장에서 조우했습니다. 인근 식당으로 가서 배를 든든히 채운 뒤 승선 명부를 쓰고
6시가 조금 되기전에 출항을 하였습니다. 배에는 저희를 포함 10명 가량의 조사님들이 손 맛을
기대해서인지 저마다 약간 들뜬 표정으로 보였습니다. 약 한시간 이상을 항해하여 매물도와
어유도 사이의 물골에서 낚시를 시작습했니다. 날씨는 좋았지만 전날 심하게 분 바람 끝이어서
인지 너울이 제법있었고 바람도 불었습니다. 원래 지깅이라는 것이 고기 모양의 쇳덩이를
바다에 던져 놓고 쳐 올리면서 릴링을하면 공격성이 강한 어종인 방어나 부시리, 삼치같은
어종들이 달려드니 저의 짧은 소견으로는 그닥 큰 기술은 필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했는데
이 날은 좀 많이 달랐습니다. 우리 뿐만 아니라 인근의 다른 지깅 배들도 고기 거는 꼴을
못 봤으니까요. 다만 인근 어선이 부시리인지 방어인지를 올리는 것을 보고
고기는 있는데 낚지도 못한다고 낚시꾼들을 타박 아닌 타박을 하는 것을 보고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그래도 역설적이지만 오히려 안심을 했습니다. 오전내내 배 전체에서
고기 한 마리 안 걸어도 선장님이 너무 여유를 보이시길래 역시 베테랑 선장님이시라
오후에라도 한 칼 있으리라 생각하니 못 낚아도 주위 사진도 찍고 좋았습니다. 즐겼지요.
그러다 선장님이 매물도에서 동남쪽에 있는 등대가 있는 여 부근으로 선수를 돌리셨습니다.
거의 등대에 다가갈 무렵 어선 하나가 고기 두 마리를 오리는 것을 보고 마이크로 방송을 하시더군
요 고기 나온다고 말입니다 그리고는 얼마 되지 않아 선수에 있는 한 분이 한 마리를 걸었습니
다 선장님 말씀과는 다르게 설렁설렁 릴링을 하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잠시 있다가 그 분이
또 한 마리 그리고 그 일행분이 아가야 고기 한 마리 더 걸었습니다.
그 때가 한시를 갖 넘겼을 무렵이었습니다. 바람도 자고 파도도 자고 물돌이가 1시20분 쯤이니
까 이제 날 물 한 번 보면 조과가 나오리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찬 물을 끼얹는 선장님의
방송.
“물이 안가니까 입질이 없네요”(정조기라 물이 안 가고 물이 갈 때도 입질은 없었지요)
“ 오전에 하던 곳에 한 번 가보고 거기도 물이 안가면 아쉽지만 철수 하겠습니다”
“ 배 기름도 타야 하니까 4시 이전에 들어 가야 합니다”
정조기에 물가는 곳이 어디 있습니까? 가도 시원찮겠지만요. 그래서 딱 정조기인
1시 30분 경 철수한다고 하더군요. 순간 멍 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만 내가 우겨서 타자고 했던 배인데...친구들 보기 미안할 뿐이었습니다. 돌아오는 배 안에서
누구도 아무 말도 없었습니다. 어유도를 돌아올 무렵 날 물을 기다리는 배들이 전부 모여 있는
광경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볼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배는 돌아왔고 낚시꾼들은 전부 돌아갔지만 저는 갈 수가 없었습니다. 조수석 뒷 쪽 타이어
가 바람이 나가서 긴급 출동을 신청해 놓고 기다리고 있으면서
체***호를 보고 있었습니다. 하나도 바쁜 것이 없더군요, 선장님의 저 여유로운
시간은 낚시꾼들이 그리 바랬던 시간이었을 수도 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체***호 는 처음 탔지만 봄부터 밴드에 가입해서 꾸준히 조황이나 여러 소식을 보고
있었기에 조금 기대를 하고 탔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밴드에
“선장님의 저 여유로운 시간은 낚시꾼들이 그리 바랬던 시간이었을 수도...” 하고
올리려고 했더니 밴드 강퇴가 되어 있었습니다. 선장님이 고맙지요.
아직 수양이 덜 된 저에게 따끔한 가르침을 주셨으니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좀 더 인간이 된 후에 기회가 되면 체***호를 한 번 방문해야겠습니다.
평생 고기 못 낚았다고 선장님 원망 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지요. 선장님이 괴기하고 소통하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꾼의 입장에서 선장님의 배를 타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노력을 했는지
조금만 헤아려 주셨으면 하는 것이 저의 작은 바램입니다.
선장님 고맙습니다.
사족 : 체***호를 타시려면 몇 가지 지켜야 할 것이 있습니다
원줄은 합사 4호로 통일
지그는 180~250 그램 권장
쇼크리드는 안 묶어줌...등이 있는데
그 중 제가 궁금했던 것은
운동화는 안되고 장화를 신고 와야 된다고 합니다.
가서 겪어보니 선수가 낮은 탓인지 다른 배가 지나가면 파도가 선수 위로 넘어 옵니다
그래서 바닥이 항상 물에 젖어 있어서 장화를 신으라고 한 것 같습니다.
선장님의 세세한 배려가 고마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