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울보미소입니다.
오늘은 지난 달에 다녀온 벵에돔 조행기를 남겨 봅니다. 다녀온 지는 꽤 되었는데 업무가 좀 쌓여 있어서 게으름을 피웠네요.

제주공항으로 마중을 나온 "뜨거운 북극곰" 형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늦은 아침을 먹으러 애월읍 하귀에 있는 「삼일 해장국」에 들렀습니다. 2년 전에 형님을 처음 만났을 때도 비슷한 시간대에 이곳을 찾았던 기억이 났네요. 그때도 제가 고른 음식은 내장탕이었습니다.
뜨끈한 내장탕과 추억을 안주 삼아 시원한 막걸리를 곁들였습니다 ^^

항상 그렇듯이 제주도에 도착하면 「노형 피싱샵」에서 밑밥을 준비합니다. 사장님인 명철 형님께서 워낙 친절하신 것도 있고, 무엇보다 출조하는 부속섬에 맞게 밑밥의 구성 및 집어제를 잘 추천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특히 손으로 직접 확인하시는 밑밥의 점도는 항상 최고입니다!!


낚시점 내부의 모습도 쾌적하고, 제주도 벵에돔 낚시에 딱 필요한 소품들로만 가득 차 있습니다. 집어제의 종류도 다양해서 선택의 폭도 넓고요.
특히 사장님께서 주 2~3회 정도 직접 출조하시기 때문에 최근 부속섬 조황 및 공략 방법을 정확히 알고 계십니다.

저는 크릴 5장에 황금비율 긴꼬리 벵에돔 집어제 2봉과 미강 가루 1봉으로 밑밥을 준비하였습니다.

저희가 이날 출조지로 정한 곳은 "차귀도"였습니다. 평일임에도 많은 낚시인들이 오후배를 기다리고 있었네요. 몇 번 함께 출조했던 낯익은 현지 낚시인들도 계셔서 반갑게 인사를 드렸습니다 ^^

차귀도는 오전/오후 반으로 나눠져 있으며, 오후 반은 예약제로 선비는 3만 원입니다. 고산 낚시에서 단독 운행하며 오후반은 자구내 포구에서 12시 30분 출항, 5시 30분 철수입니다.

이날같이 동출했던 "뜨거운 북극곰" 형님입니다. 급하게 연락을 드렸음에도 이틀 동안 시간을 비워주셨고, 부속섬 예약도 담당해 주셨습니다. 제주도로 출조할 때마다 신세 많이 지고 있네요.

오랜만에 보는 "어랭조사" 동생 일행이 방어덕에 먼저 하선하였습니다. 자구내 포구에서의 생각지도 못했던 만남 덕분에 북극곰 형님 편에 전달하려고 했던 구멍찌를 직접 선물했네요. 예전에 선물했던 긱스 「나노 레이더」찌를 잘 쓰고 있다는 연락에 집에 있던 0,00호 찌를 모두 챙겨왔습니다.


저희가 이날 하선한 곳은 차귀도 "앞썩은여"라는 곳이었습니다. 왼쪽으로는 지실이가 위치해 있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곳은 "목여"입니다.

<들물 우측 조류 우세, 왼쪽 낚시 자리 기준 11시 방향에서 잦은 입질, 좌측 발앞 훈수지는 곳에서 산란철 일반 벵에돔 가능성 있어 보임>
원래 들물 조류가 정면 기준 오른쪽 45° 방향으로 흘러가야 되는데, 조류의 힘이 너무 약했습니다. 세기도 일정하지 않을뿐더러 갯바위 안쪽으로 받히는 흐름이었네요.
발앞의 너울에 원줄이 말려들어가지 않도록 들어줘야 하는 것도 낚시를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조류의 흐름이 강하면 들어준 원줄의 영향 없이 채비를 잘 밀어줄 것 같은데, 14물의 조류에 기대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제주도의 좋은 기상에다가 물때까지 맞춰서 출조한다는 것은 육지 낚시인에게는 큰 욕심이겠지요 ^^;;

그러다 조금씩 조류가 흘러주면 기다렸다는 듯이 벵에돔들이 입질을 해주었습니다. 낚이는 벵에돔 중 대부분이 긴꼬리 벵에돔이었습니다. 씨알은 작아도 원줄을 가져가는 입질만큼은 시원했습니다.
채비는 가마가츠 구레 경기 II 1.2-50, 원줄은 강우피싱 오션피어스 1.5호, 목줄 강우피싱 경기스페셜 1.5호, 나만의 수제찌 달인 0c, 조수 고무, 벵에돔 바늘 4~6호, G2~6 봉돌이었습니다.

조류의 흐름이 원활했을 때 북극곰 형님께서 30cm 중반의 벵에돔을 낚아내었습니다. 이날 낚인 유일한 3짜 벵에돔이었습니다.
역광에다 조류의 흐름이 일정하지 않아 포인트를 찾기 어려워 저는 계속 고전하고 있었네요.

그러다가 저희가 생각했던 조류가 형성되었을 때 북극곰 형님이 괜찮은 녀석의 입질을 받았습니다. 적어도 30cm 중후반 벵에돔은 되겠다 싶었는데, 수면에 떠오른 녀석은 40cm가 넘는 호박돔이었네요 ㅠㅜ

제가 섰던 왼쪽 자리 기준으로 11시 방향에서 잦은 입질이 들어왔습니다. 작은 씨알의 긴꼬리 벵에돔 입질이 들어오다가 한 번은 제대로 된 녀석의 입질을 받았습니다. 긴꼬리 벵에돔의 입질이 계속되어 원줄에 긴장감을 유지하려고 했는데도 챔질이 늦었는지 왼쪽 수중여를 감아버렸습니다. 무리하게 당기면 바로 끊어질 것 같아 지그시 당겨보았지만, 결국 터지고 말았네요. 북극곰 형님에게 잔소리 좀 들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왼쪽 여로 뛰어넘어가면 좋을 것 같긴 한데 들물 시간에다가 너울도 있어서 원래 하던 자리를 고수했습니다. 혹시나 비슷한 입질을 받으면 왼쪽 수중여에 목줄이 쓸릴 것 같아서 3호 목줄 1m를 덧대었습니다.

시간이 조금 흘러 비슷한 위치에서 슬며시 원줄을 당기는 입질이 들어왔습니다. 왼쪽 수중여는 무사히 피했는데 끌려오던 고기가 발앞 수중여에 박아버렸네요. 오랜 기다림과 몇 번의 실랑이 끝에 수면으로 올라온 녀석은 의외로 작은 돌돔이었습니다.
뜰채에 담고 보니 주둥이 바로 옆에 바늘이 박혀 있었습니다. 목줄도 너덜너덜했고요. 3호 목줄을 덧대지 않았으면 이번에도 목줄이 쓸렸을 듯했습니다. 북극곰 형님께 들었을 잔소리를 생각하면, 천만다행이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수중여를 몇 번이나 들락날락했던 녀석 치고는 체색이 참 깨끗한 돌돔이었습니다. 검은색/흰색 줄무늬 대비가 정말 선명했네요 ^^

해가 질 때까지 열심히 낚싯대를 드리웠지만, 기대했던 씨알급 벵에돔을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수평선 너머로 떨어지는 노을은 낚시인들만의 특권입니다.

약속된 시간보다 조금 더 빨리 낚싯배가 도착했습니다.
출항 때는 예정된 시각보다 늦게 출발하더니 철수 때는 반대였네요. 기다리고 있던 낚시인들에게 사과 한 마디 없었고, 예약한 자리에 하선하려고 하니 중간에 너울이 올라오더라도 본인은 못 데리러 온다는 확인을 받겠다는 태도, 너울이 있는 상황에서 배가 갯바위에 완전히 안 붙었는데도 빨리 안 탄다고 마이크에 대고 소리치는 모습이 새삼스럽지도 않았습니다.
너울이 걱정되면 예약을 받질 말던가, 낚시인이 하선한 시간에 배를 못 움직일 상황이면 배 자체를 띄우질 말던가......중복 예약, 밑밥을 다른 곳에서 준비하면 눈치 주는 분위기......아직까지도 이런 곳이 계속 영업을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다른 곳에 하선했던 현지 낚시인들의 조과는 좋은 편이었습니다. 특히 고령여, 염소굴 등 처음 들어보는 자리에서 4 짜 벵에돔들이 모습을 보였네요. 모든 조과를 모아놓고 사진을 남긴 다음 고기가 필요한 낚시인들끼리 나눔 했습니다.


저는 어랭조사 동생, 재만 삼춘과 함께 제주시 용담에 있는 "마린보이" 횟집으로 뒤풀이 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사장님께서 낚시인이라는 확신이 들었네요 ^^

4 짜 벵에돔 두 마리, 제가 낚은 돌돔과 작은 벵에돔들의 손질을 말씀드렸습니다. 북극곰 형님께서 집안 사정으로 급하게 못 오게 되시면서 회가 남을 것 같아 재만 삼춘 댁에 보낼 회 한 접시는 따로 챙겨달라는 부탁도 함께 드렸습니다.

이곳 "마린보이"의 상차림비는 1인당 2만 원이었습니다. 회가 준비되는 동안 먼저 기본 찬이 준비되었습니다. 육지 횟집에서 보던 구성과 비슷했네요 ^^

이어서 벵에돔, 돌돔회가 준비되었고......


긴꼬리 벵에돔 구이와 튀김도 차례로 나왔습니다.

3 짜 일반벵에돔들은 튀김으로 변실을 했네요. 바삭한 벵에돔 튀김에 간장을 기본으로 한 소스를 찍어 아삭한 파 한 점을 올려 먹으니 정말 맛있었습니다. 한 입 먹자마자 다른 한 마리는 재만 삼춘 댁에 보내기 위해 따로 포장을 해달라고 했습니다 ^^


개인적으로 이날 가장 맛있었던 음식은 단연 벵에돔 맑은 탕이었습니다.
평소 감성돔 맑은 탕을 먹어볼 기회는 종종 있었는데, 벵에돔 맑은 탕은 처음이었습니다. 해조류를 좋아하는 벵에돔 습성 상 잡내가 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웬걸 전혀 냄새가 나지 않았습니다. 국물에 뽀얗게 올라온 기름도 감성돔 맑은 탕과 비슷했고, 담백한 맛은 오히려 더 좋았습니다 ^^
그리고 어랭조사 동생, 재만 삼춘과의 대화도 정말 즐거웠습니다. 재만 삼춘 잘 얻어먹었습니다. 다음에는 제가 보답할게요!!

북극곰 형님의 농장 숙소로 돌아와 뒤늦게 합류한 형님과 맥주 한 잔을 걸치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수중여에 쓸려 놓쳐버린 벵에돔이 계속 생각 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네요. 하지만......이날 놓친 벵에돔은 약과였습니다. 다음날에는 더 큰 녀석을 터트려 버렸네요 ㅠㅜ 물론 형님의 잔소리도 두 배였습니다 ㅋㅋㅋㅋㅋㅋ
다음에는 이튿날 이야기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새해에도 항상 건강하시고, (어)복 가득하길 빌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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