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울보미소입니다.
지난주 가족들과 고향인 포항에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부모님도 뵙고 싶었고, 무엇보다 올해 저희 가족의 가장 큰 일정이 마무리되어 여유가 조금 생겼네요. 고향에서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고민하다가 다 같이 낚시를 한 번 해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여러 장르 중에서 제가 선택한 낚시는 "선상낚시"였습니다.
우선 갯바위/방파제 낚시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잦은 손맛을 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화장실 문제도 조금 더 자유롭고요. 특히 처음 낚시를 해보는 아내가 금방 싫증을 내면 다음 가족 출조는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출조 30분 전 낚시점에 도착해서 명부를 작성하고, 멀미약을 하나씩 마십니다. 바람이 약하고, 파고도 낮은 좋은 기상이었지만 혹시나 멀미 때문에 소중한 가족낚시를 망칠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멀미약 맛은......쓰네요 ㅠㅠ

무엇보다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른 하늘이 좋았던 날이었습니다.
항구로 걸엉가는 가족들의 뒷모습을 남겨봅니다. 왠지 다들 발걸음이 가벼워 보여 제 기분도 좋았습니다.

이날 저희가 탔던 배는 양포항에 정박하고 있는 "대박호"입니다. 친절한 선장님과 맛있는 식사 덕분에 갈 때마다 좋은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거리가 있어 자주 찾지는 못하지만 작년에도 아버지, 첫째 아이와 함께 늦봄 도다리 선상낚시를 재밌게 즐겼습니다.
https://blog.naver.com/williams0908/221985487784 (3대가 함께한 포항 도다리 선상낚시)
이번에도 선장님께 부탁을 드려 출항 전 가족 기념사진을 찍어 봅니다.

선장님을 제외하고 모두 8명이 승선하였습니다. 다른 4명의 낚시인도 가족 단위 출조였습니다. 한 가족씩 좌/우현에 분리하여 앉았고, 낚시 도중에도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였습니다.
선상낚시 경험이 있는 첫째 명빈이를 선미에 자리 잡게 하고, 선상낚시가 처음인 아내와 둘째 규빈이를 중간에 앉혔습니다.

대박호의 낚시 방법은 간단합니다.
한 칸 반 정도의 짧은 낚싯대에 7개의 바늘이 달린 카드 채비, 맨 아래의 봉돌이 채비의 전부입니다. 릴의 베일을 젖혀 채비를 바닥까지 내린 다음 대상어의 유영층에 맞게 수심을 조절하면 끝입니다. 일행이 있다면 서로 다른 수심층을 노리다가 입질이 오는 수심에 집중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고요.
저희 가족 중 제일 먼저 입질을 받은 규빈이가 열심히 물고기와 겨루고 있습니다.
휘어진 낚싯대, 팽팽한 줄을 사이에 두고 아이와 물고기는 서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모자에 가려진 아이의 표정과 속마음이 무척 궁금하네요.

그날 배에 탑승했던 사람 중 가장 어린 둘째 아이가 제일 먼저 물고기를 잡아내니 뱃전이 떠들썩합니다. 맞은편의 아주머니와 선장님 모두 가까이 오셔서 축하해 주시네요.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던 아내도 연신 박수를 보냅니다.

자신이 올린 성대를 당당히 앞으로 내민 모습에서 자신감이 느껴지네요 ^^ 마스크와 모자 사이로 작은 미소도 비치는 것 같습니다.
처음 해보는 선상낚시에서 첫 물고기를 만날 때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리지 않아 저 역시 다행이었습니다. 크고 멋진 대상어도 좋지만 가족과 함께할 때는 간단하면서 잦은 입질이 들어오는 생활낚시가 최고라는 생각을 다시 해봅니다.

선미에서 묵묵히 낚시를 하던 첫째 아이도 입질을 받아냅니다. 물고기는 작고, 아이는 어리지만 입질을 받은 순간 소리는 건 여느 낚시인과 다르지 않습니다.
"나도 왔드아아!!!!!!" ㅋㅋㅋㅋㅋㅋㅋㅋ

명빈이의 첫 물고기는 전갱이입니다.
9월 가파도에서 만났던 갈전갱이(노랑점무늬유전갱이)와는 조금 다르긴 한데, 전체적인 생김새는 비슷하네요. 포항에서 오랫동안 낚시를 했지만 처음 보는 물고기입니다. 최근 바다의 수온 상승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내년에 양포 쪽으로 벵에돔 낚시를 올 때 자주 만날 수도 있겠네요 ^^;;;
둘째가 먼저 성대를 올리고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을 때 첫째가 조금 신경 쓰였는데, 아이의 미소를 보니 모든 걱정이 사라집니다. 아이 둘 사이에서 아빠로서 균형을 찾기란 항상 어려운 일입니다.

자, 이제 한 명 남았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열심히 채비를 내리고 올리기를 반복하더니 아내도 결국 입질을 받아내네요.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 것보다 조용히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크릴을 바늘에 끼우는 걸 어려워해서 몇 번 도와준 것이 전부였습니다.

자기 손으로 잡은 첫 물고기를 들고 있는 아내에게,
"솔직히 낚시 재밌지 않냐? 낚시 한 번도 안 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더라. 너 이제 낚시한는 꿈 꿀 거 같은데? 그리고......나 낚시 좀 자주 보내줘라"
오랜 시간 이때만을 기다려서 얘기했는데...씨알도 안 먹히네요 ㅠ 그래도 금방 다시 미끼를 끼우러 가는 아내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봅니다. (낚시인 다 됐고만 ㅋㅋㅋㅋㅋㅋ)
이날은 전갱이가 정말 큰 도움이 되었네요. 나중에 벵에돔 낚시를 하다가 만나더라도 바늘 빼서 곱게 돌려보내기로 다짐해 봅니다 ^^


양포항의 내항에서 시작된 낚시는 자리를 옮겨 양포 방파제 바깥에서 이어집니다. 테트라포드를 보강하는 공사가 꽤 오랫동안 진행되네요. 겨울에도 벵에돔이 잘 나오는 곳이라 종종 갔던 기억이 납니다.
닻을 내리고 배가 자리를 잡는 중에도 명빈이는 바늘에 미끼를 끼우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저는 한 곳을 오랫동안 집중해서 쳐다보면 멀미가 나던데, 아이가 저보다 낫네요 ^^"

역시 낚시는 열심히 해야 됩니다. 제일 먼저 채비를 내린 명빈이가 성대 두 마리를 멋지게 걸어 올립니다. 좋은 손맛 덕분에 표정도 더 밝아졌습니다 ^-^

어디서 배웠는지..."쌍걸이"라는 말을 쓰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포항에 살 때 정말 많이 다녔던 양포(계원 1리) 갯바위들이 저 멀리 보이네요. 내년에는 시간이 많이 날 것 같아 자주 찾을 예정입니다. 친절한 신선장님과 소봉대호도 한동안 못 봤네요.
낚시를 시작하면 아이들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어서, 자리를 옮길 때만 겨우 여유가 생깁니다. 저희 부부의 사진도 살짝 남겨봅니다 ^^"


마지막으로 자리를 옮긴 곳은 수심이 얕은 여밭입니다.
채비를 내리자마자 용치 놀래기의 입질이 이어지긴 하는데, 바닥에 닿은 느낌을 익힐 때까지 아이들 채비에 밑걸림이 몇 번 발생했네요. 제 낚싯대를 놀아두고 아이들에게 채비가 바닥에 닿으면 낚싯대와 원줄에 어떤 느낌이 오는지 설명해 줍니다.
역시 아이들은 뭐든지 금방 배웁니다. 바닥에 닿은 느낌, 용치 놀래기의 입질 등을 금세 잘 잡아냅니다.


그 와중에 아내는 쥐치를 한 마리 걸었네요. 낚시 시작 하루 만에 쥐치의 작은 입질도 구별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

제가 양포청주낚시 "대박호"를 찾는 이유 중 하나는 친절한 선장님 때문입니다.
예전에 여치기 보트를 운영하실 때 처음 배를 탔으니, 벌써 15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그때처럼 지금도 한결같이 친절하게 낚시인들을 맞습니다.
아이들이 항해 장비에 대해 궁금증을 가진 것을 보시더니, 알기 쉽게 설명을 해주시네요. 낚시 자리를 옮길 때마다 선장님의 옆자리는 아이들 차지였습니다.


회를 치고 남은 서덜 들도 그냥 버리시지 않고, 아이들에게 건네주십니다. 몰려든 갈매기들에게 아이들이 하나씩 던져주면서 또 다른 추억을 남길 수 있었네요.
수면에 떨어지기 전에 횟감을 채가는 갈매기들을 보며 아내도 함께 신이 났습니다 ^^"


물론 맛있는 자연산 모둠회와 따뜻한 어묵 라면도 빠질 수 없습니다. 낚시를 하면서 슬슬 배가 고파 올 때쯤 다 같이 둘러앉아 즐기는 신선한 회, 따뜻한 라면 맛이 정말 일품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잡은 물고기로 회를 맛본다는 건 쉽게 할 수 없는 잊지 못할 경험입니다. 오랜만에 내려온 고향에서 만나야 할 사람들도 많고, 여러 일정들이 잡혀 있지만 꼭 "낚시"를 하고 싶었던 이유였습니다.

맛난 음식들로 든든히 배를 채우고 다시 낚싯대를 드리워 보지만, 이미 이날의 조과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좋은 날씨에 온 가족이 낚시를 즐기며 많은 얘기를 나눴고, 많이 웃었습니다. 물고기를 낚고 맛 보는 소중한 추억도 함께 만들었습니다.
바늘에 크릴을 한 300마리 끼웠고, 제 낚싯대는 거의 잡지 못했지만......가족들의 웃음, 그거면 충분합니다 ^^

다시 항으로 돌아가는 길, 아이들이 뱃머리에서 바다를 바라봅니다. 이 세상 모든 아빠들이 그렇듯, 아이들이 즐거웠던 하루를 어렴풋하게나마 오랫동안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저도 해봅니다.


원래는 모두 방생하려고 했는데, 같이 승선한 낚시인이 혹시 나눔해줄 수 있냐고 물어보시네요. 닭 모이로 쓴다는 말씀에 고등어 몇 마리만 챙긴 다음 나머지 조과를 전해드립니다.


챙겨온 고등어는 캠핑장에서 저녁 반찬으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간단히 손질해서 소금뿌려 숯불에 구워내니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고등어구이가 되었습니다. 돼지 목살, 닭갈비 구이에다 고등어까지 더해져 저녁 식사가 훨씬 풍성해졌습니다.
가족들과 함께한 낚시도 재밌었고, 즐거운 입맛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완벽한 출조였습니다.



출조점의 밴드 조황 사진으로 조행기를 마무리합니다. 건강 관리 잘 하셔서 항상 안전하고 즐거운 출조 하시길 기원드립니다.
https://blog.naver.com/williams0908/2225784208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