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추자도는 낚시하러 꼭 한번은 가보고 싶은 섬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추자도까지 가서 낚시 한다는 것이 사치라 생각되었다. 그만큼 가고는 싶으나 경비가 만만치 않게 들어가기에 가정경제를 생각하면 가서는 안 될 섬이라는 것이다.
옛날 “다도민박”(요즘은 못 본지가 오래 되었다) 이라는 곳에서 올려주는 조황과 아름다운 사진을 보며 추자도에 대한 짝사랑만 키우며 얼마나 가보고 싶었는지 몰랐다. 고기를 잡고 못 잡고를 떠나 동경의 대상이었다.
여명(?)이 밝아 오고 있습니다.(다른말로는 날샜다는 겁니다 ㅎㅎㅎㅎ)
시인 이생진님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에 나오는 “술에 취한 바다”를 보면 [~ ~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긴 바다가 취하고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생진님에게 성산포가 의미 있는 섬이라면 나에게는 추자도가 이생진님의 성산포처럼 의미 있는 섬이다. 여유 있는 일정을 가지고 추자도의 방파제에 가서 술 한 잔 기울이며 인생을 논하고, 낚시를 논하는 그런 날을 언젠가는 만들어야겠다.
회맛이 기가 막혀
인터넷 바다낚시의 팀이프에 가입하고 전국모임에 한 번도 참석하지 못했었다. 팀이프 상반기대회가 원래 일정대로 라면 5월 10~11일 까지의 일정이었으나 주의보 때문에 일주일 순연되었다. 따라서 나에게도 참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내 실력가지고 선수로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선수로서 참가할 사람들이 일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하게 되어 뜻밖에 내가 선수로 참여하게 되었다. 갤러리라도 참관하려고 했으나 선수로서 참여하게 되어 개인적으로는 영광이기도 하고, 대물 한 마리 걸어서 전국적으로 한번 떠 보고 싶은 욕심도 들었다.
추자도의 대물 참돔조황을 보면 개체수가 많아 누구라도 한 마리 이상 걸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기에 충분했다. 대물을 잡을 욕심에 삼우 빅캐치 세렉스 기 2.25대와 다이와 4천 번 릴을 챙겼다.
사실 참돔 낚시는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고성쪽 거칠리도에서 갯바위 낚시하다가 탈참을 잡아본 것이 내가 해본 참돔낚시였다. 그것도 참돔을 대상어로 해서 낚은 것이 아니라 감성돔 낚시하다가 참돔을 잡아본 것이었다. 참돔 특유의 낚싯대까지 가져가는 입질은 탈참으로만 경험해 보았지 실제 거친 본류대에서 참돔을 낚아보지는 못했다는 말이다.
서산에서 이번 대회를 참가하는 광성형님, 물컵님, 말벌님과 만나 완도의 서망항으로 출발했다. 광성형님의 로디우스가 네 사람과 장비를 태우고 가기에 충분히 넓어 편안히 갈 수 있었다.
왼쪽부터 물컵님, 말벌님, 본인, 광성님
휴게소에 들려 맛있는 저녁을 해치우고 앞자리에서 광성형님과 말벌님이 교대운전을 하는 사이 나와 물컵님은 뒷자리에서 적당히 졸며 목포에 도착하여 밑밥과 낚시 소품을 준비하였다. 원줄에 2호나 3호 찌를 달고 목줄에 5B짜리 봉돌을 네 개 다섯 개를 채우고 전유동을 한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으나 준비하라는 말에 봉돌을 몇 개 준비하였다.
고추냉이(와사비)와 간장이 있어, 얼마냐고 물어보니 세트에 만 팔 천원이라고 하여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 세트를 샀다.(후에 알게 되었지만 엄청난 바가지를 썼다)
서망항에 00시 20분경에 도착하였다. 차에서 대기하고 있는 사이 다른 팀원들이 도착하였다. 우리가 탈 배는 중원팀, 전북팀들과 함께 진도레져호였다. 배에 짐을 싣고 중원팀의 호동왕자, 강물, 안개, 하얀 그림자님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한 숨 자고 일어났더니 어느덧 추자도에 도착하였다.
동경했던 추자도에 도착하니 감개무량했다. F-TV에서나 보았던 추자도가 내 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다. 우리가 머물 민박집은 OK민박이었다. 민박집의 봉고차를 운전한 사람이 인낚 홈페이지 관리자인 블랙러시안님인지 후에 알게 되었지만 민박집을 못 찾아 헤매다가 겨우 민박집 주인을 만나 찾아가게 되었다.
푸렝이입니다.
민박집에 여장을 풀고 낚시 장비만 챙겨서 선창으로 나갔다. 어슴푸레 훤한 시간이 되어야 배를 출항할 수 있었다. 나와 말벌님이 한조가 되어 내린 곳은 사자섬 꼬랑지 쪽이었다. 앞쪽으로는 푸렝이와 절명여가 멀리 보이는 자리였다.
말벌님은 상추자로 가야 그나마 손맛을 볼 텐데 하추자로 와서 조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을 했다. 상추자는 하추자에 비해 여들이 많아 물골이 많다는 이유라고 했다. 말벌님은 추자도에 개인적으로 몇 번 와봐서 이시기에 어디서 참돔을 잡을 수 있는지 훤히 알고 있었다.
사자섬 입니다.
사자섬 꼬리쪽 맞은편에 제법 큰 여가 있어서 그 사이로 물골이 형성되어 우리 쪽으로 제법 물이 가고 있었다. 물가는 것이 아주 좋아 이때 놓치면 안 된다는 말벌님의 말에 재빠르게 채비를 하고 흘리기 시작했다. 말벌님은 참돔 전용 대형 구멍찌에 5B 봉돌을 네 개에서 다섯 개 까지 채우고 밑걸림이 생길 때까지 흘려야 한다고 하며 낚시에 임했다. 나는 대형 기울찌에 5B 봉돌을 세 개 채우고 전유동으로 흘리기 시작했다.
사자섬 꼬랑지 쪽입니다.(이것도 작은 사자섬 같습니다.)
낚시 시간은 오전 6시경부터 저녁 6시 까지였다. 시간은 충분하니 몇 마리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열심히 흘렸다. 그러나 원줄 2백 미터까지 전부 흘려도 입질을 받을 수 없었다.
간혹 나오는 것이 우럭과 놀래미, 쏨뱅이, 볼락이었다. 특히 우럭은 서해에서 잡는 우럭과는 색깔이 달랐다. 서해쪽의 우럭은 거무티티한 색깔인데 반해 추자도 우럭은 밝은 색깔이었다.
참돔을 못 잡으면 횟감이 없으니 잡어라도 챙기자고 낚은 잡어(우럭, 쏨뱅이, 볼락, 노래미)를 궤미에 끼워 물속에 담가 두었다. 물이 안 갈 때 점심을 챙겨 먹고 그늘에서 한 숨 자고 일어나서 또다시 낚시에 임했다. 그러나 역시 참돔은 끝내 우리의 구애를 뿌리치고 말았다.
철수 배에 중원팀의 하얀 그림자님과 안개님이 제법 쓸 만한 씨알의 참돔을 각자 한 마리씩 했다. 부럽게 밑밥통속의 참돔을 보며, 우리도 먹을 만큼의 잡어로 횟감을 마련했다는 데에 위안을 삼고 항구에 도착했다. 항구에서는 도착한 분들의 고기계측이 있었다. 대형 광어를 잡으신 분, 농어를 잡으신 분, 돌돔을 잡으신 분 등등 6짜 참돔도 보였다.
민박집에 도착하여 잡은 고기를 내놓으니 주인아저씨와 사모님이 횟감을 장만해 주셨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샤워를 하고 낚시 장비를 정리했다. 조금 있으니 광성형님과 물컵님이 도착했는데 역시나 거기도 꽝이었다.
우리가 묵은 민박집에 전북팀과 팀이프 운영진이 함께 하게 되었다. 거실에 잡은 고기로 회를 치고 굽고, 조림에 한 상 가득 푸짐히 차려졌다. 목포에서 산 고추냉이와 간장이 민박집에 똑같은 것이 있어 가격을 물어보니 세트에 팔천 원에 부산에서 박스로 주문해다 먹는다고 했다. 팔천 원에도 마진이 있을 텐데 내가 만 팔천 원에 샀으니 얼마나 많은 차액을 남기는지 놀라웠다. 민박집 사모님께 고추냉이를 파는 부산의 전화번호를 따로 챙겨가지고 왔다.
갓잡은 회에 소주가 돌기 시작했다. 냉장고에서 숙성이 되었다면 더 맛있었을 텐데 ........
팀이프 운영진과 각팀의 팀장님들이 민박집으로 합류하여 내일의 일정을 상의하고 술자리가 자연스럽게 합류되었다. 광성형님은 나에게 운영진 술자리로 오라 하더니 본인은 슬쩍 빠지신다.
낵두세님, 좋은날에님, 금빛하늘님, 삼환볼락님 등등 많은 분들과 술을 돌린 것 같은데 술이 취해서 구체적으로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광성형님을 원망하며 잠자리에 누운 시간이 11시가 넘은 것 같은데 조금 있으니 출조하자고 깨운다. 술도 깨지 않고, 졸려서 낚시고 뭐고 집어치우고 싶었으나 그래도 중서팀을 대표해서 왔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일어나자마자 아침을 먹고 4시30분경 포인트를 향해 출항했다.
오늘 갈 곳은 상추자였고, 내가 사다리를 타서 2번을 뽑았다. 우리가 내린곳은 구멍섬이라 했다. 맞은편으로 상섬이 보이는 곳이었고, 그곳에는 전북팀의 부부조사님이 내리셨다.
구멍섬입니다.
곳부리쪽에서는 물이 제법 잘 가고 있었다. 그러나 바로 앞에 수중여가 있어서 조금 멀리 캐스팅해서 흘려야 했다.
말벌님이 열심히 낚시 하고 계십니다.
나는 술도 깨지 않아 내리자마자 훤할 때 까지 한 숨 자기로 했다. 제법 쌀쌀한 날씨에 차가운 갯바위에 누워 자려니 한기가 제법 몰려왔다. 때문에 감기가 제대로 걸렸고, 올라오는 차안에서 코 푸느냐고 휴지 한 통을 다 소비해야 했다.
2호찌에 5B 봉돌을 세 개 채우고 전유동으로 낚시했다. 그러나 고기는 물어주지 않는다. 뭐라도 잡아서 저녁에 집사람과 뒤풀이를 하려고 감성돔 낚시 채비를 하여 지류대가 형성되는 곳에서 B찌로 전유동 낚시를 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고기는 물어주지 않았다.
본인이 뭐라도 한마리 하려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구멍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오니 말벌님이 5짜 정도 되는 농어 한 마리를 잡아 놓았다.
물골을 타고 농어가 노나보다 생각하고 루어채비를 해서 이곳저곳 던져 보았으나 끝내 농어는 보이지 않았다. 오늘 철수는 12시였다. 시간은 어느덧 12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으나 고기는 낚이지 않고, 이제는 행운권이라도 잘 뽑아야 할 텐데로 기울기 시작했다.
대충 정리를 하고 철수 배에 올랐다. 추자까지 와서 꽝을 치다니 집사람과 애들 볼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뒤풀이 할 고기도 없으니 또 사가지고 가야하나 ........
말벌님이 농어 우승입니다.
항구에 도착하니 어제까지만 해도 중원팀이 우승이었는데 순서가 바뀌었다고 했다. 고기 씨알이 잘게 낚여 전체 중량에서 중원팀이 밀린다고 했다. 계측하는 고기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며 농어도 대상어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했다. 말벌님과 나는 농어가 갤러리만 대상어로 치고 선수는 대상어에서 빠진다고 알고 있었으나 그게 아니었다.
대상어가 아니라 생각해서 고기 피를 빼고 가져왔는데 대상어라고 하니 피 뺀게 후회됐다. 피 무게가 빠지게 되니 말이다. 농어 계측을 하고 민박집으로 향했다.
하추자로 간 광성형님이 35정도 되는 참돔을 한 마리 했다. 그나마 대상어를 잡았으니 우리팀도 완전황은 아니었다.
푸짐한 상품들
민박집에서 점심에 매운탕과 문어 삶은 것을 내 놓아서 소주 한 병을 아주 맛있게 비웠다. 친절한 민박집 사모님의 음식솜씨는 훌륭했다. 물컵님은 3일만 민박집에서 있다가 나가면 살쪄서 가겠다고 했고, 나는 주의보가 떨어져서 며칠 있다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짐들을 전부 챙기고 시상식이 열리는 항구로 나갔다. 이번 대회의 우승은 양산팀이었다. 고기 무게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는 몰라도 근소한 차이라고 했다. 우리 중서팀은 9위였다.
인낚 세상사는 이야기 코너의 주주클럽 회장이신 육지고래님도 황이라고 했다.
혹시 고기 낚았으면 횟감이라도 하게 “형님 횟감하게 고기 잡은 것 좀 주세요” 라고 했더니 삐꾸통에 있는 볼락을 전부 가져가라고 하셨다. 그것도 전부 손질해 놓으신 것으로.......
얼음까지 채웠기 때문에 집에 가져가서 횟감으로 괜찮을 것이라고 하며 통째로 주시는데 고마워 눈물이 나려 한다.(6월 주주클럽 정출에 고추잡채 꼭 해갈께요. 회장님)
육지고래님이 밝게 웃고 계십니다.
우리팀의 말벌님이 농어 최대어로 쓸만한 농어 루어대를 부상으로 받았다. 나는 행운상으로 원줄, 목줄, 구멍전자찌를 상품으로 받았다. 1박2일의 팀이프 지역 대항전은 그것으로 끝났다.
진도레져호를 타고 추자도를 빠져나오며, 잠을 잘 거라고 전부 누웠는데 엔진의 열기로 바닥이 뜨거워져 전부 일어나게 되었다. 누군지는 몰라도 중원팀의 안개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 중에 아침에 갯바위에 내려 잠만 자다 왔다고 하니 “그러니까 발전이 없지” 라고 하여 옆에 있던 내가 “발전은 여기 있는데 왜 없다는 겁니까” 라고 해서 약간의 웃음이 있었다.
서망항에 도착하자 마지 부지런히 짐을 챙기고 재빨리 출발했다. 목포쯤에 오니 장대비가 오기 시작하는데 고속도로 길이 안 보일 정도의 폭우였다. 빗속을 뚫고 달리고 달려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하여 주주클럽의 육지고래 회장님이 주신 뽈락으로 회를 쳐 집사람과 뒷풀이를 할 수 있었다.
육고 회장님 감사합니다. 그거 없었으면 치킨 시켜 먹을 뻔 했습니다.
추자까지 가서 꽝을 치고 왔으니 올 초 주주클럽에서 고사지낸 것이 먹히지 않았나보다. 아니면 용왕님께 정성이 부족했던지…….
뒷풀이 상입니다.
이제 벵에돔 시즌이 되었으니 벵에돔 잡으러 어디로든 떠나가야겠다.
가정 경제를 생각해서 자제를 해야 되지만 생각만 그렇지 몸이 안 따라주니 어쩌겠나.......

우승한 양산팀원들
마지막으로 이번 팀이프 지역 대항전을 준비하느라 고생하신 운영진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다음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아울러 팀이프 회원님들 만나뵙게 되어 반가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