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두 달이 지난 이야기네요...
직업적으로 3월말까지 정신없이 헤매다가 이제야 시간이 나서
지난 설 연휴 마지막 날에 160cm에 육박하는 월척을 건친 일을 기억해 봅니다.
요즘 낚시를 워낙 못 다니다 보니 집에 계시는
마눌님께서 오히려 낚싯대 다 썩겠다고 야단입니다.
참나...
일년에 무조건 빨간 날 보다는 더 많이 낚시를 다니던 왕메루치가 이게 뭐람?
오랫동안 갯바위에 나가보질 못했고,
나이 사십을 훌쩍 넘어 오십 쪽으로 쏜살같이 달려가다 보니
뼈마디 사이사이로 쓰며 드는 엄동 찬바람도 마눌님 만큼이나 무서워서
거제 선상을 예약해 놓고 2명의 꽝조사들과 의기투합...
2008년 2월 10일 4시
대구에서 거제로 출발을 하였습니다.
(사실은 갯바위에서 한 마리 걸 자신이 없어서 (ㅎ..ㅎ))
볼락(카페 아이디)은 운전수...?
망상어(카페 아이디)는 그 옆에 조수...?
왕멸치는 뒷자리 중앙에 턱하니 자리를 잡고,
오랜만에 나선 낚시길이라 지난날 전국의 바다 속 고기를 혼자 다 잡은 양
허접한 무용담에 차 바닥을 다 적시도록 침을 튀기며 열변하면서
영산. 마산을 지나 고성을 향해 달리고 있었습니다.
정확히 새벽 05시 30분 경이였습니다.
설 연휴의 마지막 날이니까 음력1월...
아직은 캄캄한 시간입니다.
우리차가 쌀재터널(마산 외곽 순환도로에 위치) 입구를 막 들어서려는 순간.
위에는 흰색에 가까운 회색계통의 자켓에
아래엔 바지인지 치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짧은 검정계열의 하의를 입은
사람인지 귀신인지 구분이 금방 되지 않은 여자가
우리 차 바로 코앞으로 뛰어 들었습니다.
그 깜깜한 밤에
군대 화장실 불빛 비슷한 불그스름한 터널의 불빛을 배경 삼아
시속 80km로 달리는 우리 차에 불과 몇 미터 바로 앞으로 뛰어 들어
몸으로 큰대(大)자를 만들며 차를 막아선 것입니다.
휴~~~
우리 3명의 꽝조사들은 그녀가 사람이리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습니다.
자지러지는 우리 3명의 비명 소리와 함께
정비공장을 하는 볼락의 노련한 운전 솜씨로
핸들을 1차선으로 급조작하여 사고는 아슬아슬하게 면하였습니다만,
온몸에 돋은 소름이 가실 줄을 몰랐습니다.
찰나의 순간에 일어난 귀신(?)과의 대면을 피하여
떨리는 가슴과 온몸을 진정시키며 터널 안으로
운 좋게(?) 진입을 하였습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떨리고 온몸에 소름이 쫙~~ 돋습니다.
그런데,
이때 왕멸치의 뇌리를 스쳐가는 생각...
‘그래! 이 주변에는 인가가 없다. 절대로 사람이 있을 곳이 아니다’
‘헛것을 봤거나 귀신이 아니라면, 저 아가씨는 분명히 무슨 곡절이 있을 것이다’
차를 세웠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뒤를 봤습니다.
방금 전 그 아가씨가 죽을힘을 다해서 우리 차 쪽 터널 안으로 뛰어 오면서
‘살려주세요!’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짧은 순간이지만 참... 생각 많이 했었습니다.
갈까? 말까? 사람 맞을까? 뒤에 괴물이 쫒아올까? 아니면 행님(?)군단이?
그것도 잠시 그 아가씨 쪽으로 뛰어가서
손을 잡고 같이 터널 안 우리 차 쪽으로 무작정 뛰었습니다.
(제가 겁이 좀 많은 편입니다. 한번도 남하고 싸워서 이겨 본적이 없구요^^)
뛰는 내내 고맙다는 말만 하던 그 아가씨는
차안에서 왕멸치의 무릎위에 얼굴을 묻고 10여분을 사시나무 떨 듯이 떨면서
(요때 아무리 급한 상황이지만 다리 안쪽을 잡고 심하게 떠는 바람에 좀 곤란했었습니다. 끙~~)
연신 내 뱉는 말이
‘고맙습니다’
‘아저씨 아니었으면 저 죽었을 거예요’
‘미친놈이에요’
‘모르는 사람이에요’
요 네 마디였습니다.
(이때 확실히 사람 맞구나 라고 생각 했습니다 ㅠ,,ㅠ)
집에 까지 데려 달라는 아가씨의 부탁에 마산으로 차를 돌렸으나,
길가에서 너무도 충실히 근무에 여념이 없으신 순찰차와 경찰관 두 분에게
바들바들 떨면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가씨를 인수인계하면서
집에 잘 데려 주라는 부탁을 뒤로 하고 거제로 향했습니다.
기분...
정말로 낚시할 기분 아니었습니다.
불그스름한 터널 앞에서 흰색계통 옷을 입은 젊은 여자의 갑작스런 뛰어듦~~~
요고 영화의 한 장면 아닙니까?
너무 놀란 탓에 배도 타기 전에
계속 헛구역질을 해대며 그냥 대구로 돌아가자는 망상어의 보챔을 무시하고
대교 밑 모 낚시점의 배를 타고 그래도 한 마리만 하는 마음으로 한산권에 진입.
늦게까지 정말로 열심히 쪼았습니다.
많이도 안 바라고 딱 한 마리만이였는데...
자리를 세 번이나 옮기면서 쪼았는데...
낚시 가서는 첨으로 쇠주도 한방울 안 마시고 쪼았는데...
그날 한산권에서 나온 감시가 수천마리라는데...
우리는 이미 160cm에 육박하는 육지조황을 보유한지라
바다조황은 완전히 꽝 이었습니다 ㅠㅠ ㅠㅠ
추봉도 산기슭에 앉아 있는 절집 앞에서 낚시를 한지라
불교신자인 저로서는 고기가 안 잡혀준 게 오히려 고맙다고 생각하고
천근같은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사실은 속이 부글부글 끓어서 죽을 뻔 했습니다)
어휴...
85년도에 면허를 취득해서 서해로, 남해로, 동해로,
구석구석 혼자서 그 외진 곳들을 그렇게 많이 헤집고 다녔는데...
그 많은 새벽안개속의 바닷가 외진 길들과
공동묘지도 무시한 수없이 많은 출조 길을 누비고 다녔었는데...
그날 이후 혼자서 외진 곳으로 운전을 못해가는 무서운 병에 걸렸습니다.
이젠 정말로 육지대어는 낚시 싫습니다...
부디 그 어린 아가씨가 술도 자제하고
착하게 맑고 밝게 살아서 훌륭한 사회의 일원이 되시길 바랍니다...
결국 조황은 꽝이니까
요고요고...
거짓조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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