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160cm)바다(꽝)조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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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160cm)바다(꽝)조황

1 왕멸치 11 2,245 2008.04.08 16:35
 

딱 두 달이 지난 이야기네요...



직업적으로 3월말까지 정신없이 헤매다가 이제야 시간이 나서

지난 설 연휴 마지막 날에 160cm에 육박하는 월척을 건친 일을 기억해 봅니다.



요즘 낚시를 워낙 못 다니다 보니 집에 계시는

마눌님께서 오히려 낚싯대 다 썩겠다고 야단입니다.

참나...

일년에 무조건 빨간 날 보다는 더 많이 낚시를 다니던 왕메루치가 이게 뭐람?



오랫동안 갯바위에 나가보질 못했고,

나이 사십을 훌쩍 넘어 오십 쪽으로 쏜살같이 달려가다 보니

뼈마디 사이사이로 쓰며 드는 엄동 찬바람도 마눌님 만큼이나 무서워서

거제 선상을 예약해 놓고 2명의 꽝조사들과 의기투합...

2008년 2월 10일 4시

대구에서 거제로 출발을 하였습니다.

(사실은 갯바위에서 한 마리 걸 자신이 없어서 (ㅎ..ㅎ))



볼락(카페 아이디)은 운전수...?

망상어(카페 아이디)는 그 옆에 조수...?

왕멸치는 뒷자리 중앙에 턱하니 자리를 잡고,

오랜만에 나선 낚시길이라 지난날 전국의 바다 속 고기를 혼자 다 잡은 양

허접한 무용담에 차 바닥을 다 적시도록 침을 튀기며 열변하면서

영산. 마산을 지나 고성을 향해 달리고 있었습니다.



정확히 새벽 05시 30분 경이였습니다.

설 연휴의 마지막 날이니까 음력1월...

아직은 캄캄한 시간입니다.

우리차가 쌀재터널(마산 외곽 순환도로에 위치) 입구를 막 들어서려는 순간.

위에는 흰색에 가까운 회색계통의 자켓에

아래엔 바지인지 치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짧은 검정계열의 하의를 입은

사람인지 귀신인지 구분이 금방 되지 않은 여자가

우리 차 바로 코앞으로 뛰어 들었습니다.



그 깜깜한 밤에

군대 화장실 불빛 비슷한 불그스름한 터널의 불빛을 배경 삼아

시속 80km로 달리는 우리 차에 불과 몇 미터 바로 앞으로 뛰어 들어

몸으로 큰대(大)자를 만들며 차를 막아선 것입니다.

휴~~~

우리 3명의 꽝조사들은 그녀가 사람이리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습니다.

자지러지는 우리 3명의 비명 소리와 함께

정비공장을 하는 볼락의 노련한 운전 솜씨로

핸들을 1차선으로 급조작하여 사고는 아슬아슬하게 면하였습니다만,

온몸에 돋은 소름이 가실 줄을 몰랐습니다.

찰나의 순간에 일어난 귀신(?)과의 대면을 피하여

떨리는 가슴과 온몸을 진정시키며 터널 안으로

운 좋게(?) 진입을 하였습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떨리고 온몸에 소름이 쫙~~ 돋습니다.



그런데,

이때 왕멸치의 뇌리를 스쳐가는 생각...

‘그래! 이 주변에는 인가가 없다. 절대로 사람이 있을 곳이 아니다’

‘헛것을 봤거나 귀신이 아니라면, 저 아가씨는 분명히 무슨 곡절이 있을 것이다’



차를 세웠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뒤를 봤습니다.

방금 전 그 아가씨가 죽을힘을 다해서 우리 차 쪽 터널 안으로 뛰어 오면서

‘살려주세요!’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짧은 순간이지만 참... 생각 많이 했었습니다.

갈까? 말까? 사람 맞을까? 뒤에 괴물이 쫒아올까? 아니면 행님(?)군단이?

그것도 잠시 그 아가씨 쪽으로 뛰어가서

손을 잡고 같이 터널 안 우리 차 쪽으로 무작정 뛰었습니다.

(제가 겁이 좀 많은 편입니다. 한번도 남하고 싸워서 이겨 본적이 없구요^^) 



뛰는 내내 고맙다는 말만 하던 그 아가씨는

차안에서 왕멸치의 무릎위에 얼굴을 묻고 10여분을 사시나무 떨 듯이 떨면서

(요때 아무리 급한 상황이지만 다리 안쪽을 잡고 심하게 떠는 바람에 좀 곤란했었습니다. 끙~~)

연신 내 뱉는 말이

‘고맙습니다’

‘아저씨 아니었으면 저 죽었을 거예요’

‘미친놈이에요’

‘모르는 사람이에요’

요 네 마디였습니다.

(이때 확실히 사람 맞구나 라고 생각 했습니다 ㅠ,,ㅠ)



집에 까지 데려 달라는 아가씨의 부탁에 마산으로 차를 돌렸으나,

길가에서 너무도 충실히 근무에 여념이 없으신 순찰차와 경찰관 두 분에게

바들바들 떨면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가씨를 인수인계하면서

집에 잘 데려 주라는 부탁을 뒤로 하고 거제로 향했습니다.



기분...

정말로 낚시할 기분 아니었습니다.

불그스름한 터널 앞에서 흰색계통 옷을 입은 젊은 여자의 갑작스런 뛰어듦~~~ 

요고 영화의 한 장면 아닙니까?



너무 놀란 탓에 배도 타기 전에

계속 헛구역질을 해대며 그냥 대구로 돌아가자는 망상어의 보챔을 무시하고

대교 밑 모 낚시점의 배를 타고 그래도 한 마리만 하는 마음으로 한산권에 진입.

늦게까지 정말로 열심히 쪼았습니다.



많이도 안 바라고 딱 한 마리만이였는데...

자리를 세 번이나 옮기면서 쪼았는데...

낚시 가서는 첨으로 쇠주도 한방울 안 마시고 쪼았는데...

그날 한산권에서 나온 감시가 수천마리라는데...

우리는 이미 160cm에 육박하는 육지조황을 보유한지라

바다조황은 완전히 꽝 이었습니다 ㅠㅠ ㅠㅠ

추봉도 산기슭에 앉아 있는 절집 앞에서 낚시를 한지라

불교신자인 저로서는 고기가 안 잡혀준 게 오히려 고맙다고 생각하고  

천근같은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사실은 속이 부글부글 끓어서 죽을 뻔 했습니다)



어휴...

85년도에 면허를 취득해서 서해로, 남해로, 동해로,

구석구석 혼자서 그 외진 곳들을 그렇게 많이 헤집고 다녔는데...

그 많은 새벽안개속의 바닷가 외진 길들과

공동묘지도 무시한 수없이 많은 출조 길을 누비고 다녔었는데... 



그날 이후 혼자서 외진 곳으로 운전을 못해가는 무서운 병에 걸렸습니다.

이젠 정말로 육지대어는 낚시 싫습니다...



부디 그 어린 아가씨가 술도 자제하고

착하게 맑고 밝게 살아서 훌륭한 사회의 일원이 되시길 바랍니다...



결국 조황은 꽝이니까

요고요고...

거짓조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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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댓글
1 마음은바다 08-04-08 17:50 0  
하나하나 그 상황이 영화처럼 스쳐지나가네요... 정말 놀라셨겠습니다. 순간의 선택이 한 사람의 인생을 새로이 살렸으리라 생각합니다.
1 왕멸치 08-04-10 09:20 0  
놀란 정도가 아니고예.. 오전내내 다리가 후들거렸습니다^^ 웡캉 인간이 간이 작아서 ㅋㅋ
1 부시리인생 08-04-08 20:09 0  
왕멸치님, 이걸 보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참으로 놀라고 당황 했겠습니다.다행히 일행분이 함께 동행하여 조금은 진정이 되셨겠지만 하얀 옷을 입고 그것도 새벽 5시경 질주하는 차량에 뛰어드는걸 그래도 다행히 충격은 없었고, 떨고 있는 그녀를 무슨 딱하고 귀가막힌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망설이다 경찰관에게 신병을 인계하고 낚시를 다녀오셨다니, 그녀를 방치하지 않고 구호하신 왕멸치님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그러나 진짜로 많이 놀랬겠죠?)
1 왕멸치 08-04-10 09:21 0  
예...무직시리 놀랬구요..3명이서 얘기 했지만, 3명이 아니고 혼자였으면 누구라도 차 안세웠을거라는데 의견 일치했었습니다..
1 대물자비 08-04-09 14:21 0  
우리는 읽으면서 무서운게 아니라 웃기는데 현장에서 얼마나 놀래셨게슴니까  그런디 맨끝에  거짓조황 이라고 써있네요  ㅎㅎㅎ
1 왕멸치 08-04-10 09:22 0  
육지조황은 맞습니다.
근데 사이즈가 160 정도가 맞는지는 잘 기억이 안납니다^^
1 코코아 08-04-09 15:27 0  
멜치행님  전에는 방파제에서 물에빠진 얼라 구하더니 이번엔 아가씨네요  ㅎㅎ 이렇게 좋은일 자주하시는 분이 낚수만 가면 꽝인지~ㅎㅎㅎ 언제 함 모디야죠
1 왕멸치 08-04-10 09:18 0  
기다리봐라..반드시 한방 터줏는다..
1 작대기사랑 08-04-09 16:30 0  
에구구 ,,행님  큰 욕 봤심더,,,, ㅋㅋㅋ 두미도 댕겨오던 다음날  기다렸다가  합류 했음 큰일 날뻔했네... 갯방구에서 꽝치고  선상에서  꽝치고  1월에 오짜잡은 운때 다 날아갈뻔 했슈~~`...
1 왕멸치 08-04-10 09:23 0  
니캉은 평생 같이 낚시 안간다.
내보다 더 꽝조사니까...
1 코코아 08-04-10 13:54 0  
《Re》작대기사랑 님 ,
 행님 그래도 작대기가 5짜 잡았다는거 아인교~~~~~~
감생이가 미치지 않고서야~~~~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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