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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레기는 찬바람 쌩쌩부는 겨울에 쪄서 먹어도 맛있지만 라면과 함께 삶아 먹으면 호래기에 나온 육수가 더해져 국물맛이 담백하며 해장에 그만이다.
술먹은 속을 풀어야 하는데 뜨끈하고 얼큰한 국물이 또 술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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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엔 남해 대교권으로 호래기 잡으러 수시로 들락거리며 밤을 새운 날이 많았었다.
오후 근무인 날은, 밤 10시 30분 퇴근과 동시에 호래기 포인트로 달려 출출한 배를 호래기 라면으로 채우고, 냉동실에 비축하여 틈틈히 술안주로 먹기위해 새벽까지 부지런을 떨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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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돔, 벵에돔 같은 어종과 달리 비린내도 없을뿐더러, 막 잡아온 호래기를 초장에 찍어 회로 먹거나 찜기에 넣어 따끈하게 쪄 먹으면 집에서도 환영받는다.
그 맛을 알기에 집사람도 호래기 잡으러 간다면 어서 갔다오라고 반긴다.
호래기 시즌이 되어 안테나를 높이 세우고, 어디서 호래기가 많이 나오는지 수시로 확인하다가 인낚의 파수꾼인 아디다스님에게 전화를 했다.
그렇게 연결되어 아디다스님이 자주 찿는다는 포인트로 동행하게 되었다.
그런데 하필 이날은(17일) 올 겨울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다.
민물새우를 호래기 바늘에 끼워야 하는데 손이 얼어 미끼를 제대로 끼울수 없었고, 톱밥에 넣어 놓은 새우도 딱딱하게 얼어 버려 부러지기 까지 한다.
철저히 방한 준비를 하고 갔는데도 손과 발에 감각이 없다.
핫팩 몇개 정도는 준비하여 주머니 마다 넣어 보온에 각별히 신경써야 했다.
원줄은 합사를 사용하다보니 바람에 취약인데, 그나마 바람이 많이 불지 않는 것이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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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안으로 인해 합사줄이 꼬일때는 엉킨 줄 풀어 내기가 정말 쉽지 않다.
앞으로 오랫동안 낚시를 해야 하는데 퇴화 되는 신체 때문에 같이 낚시 하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날도 꼬인 줄을 풀지 못해 아디다스님이 풀어 주어 고맙기도 하지만 얼마나 미안한지......,
안경을 벗었다 꼇다 혼자 쌩쇼를 한다.

고속도로 고성 톨게이트를 빠져 나온시간이 자정 무렵이 되었고, 목적지까지 가는 도중에 편의점 한 개 정도는 있겠지하고 생각했는데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편의점 있는 곳을 찾아 시내로 나갈수는 없었다. 속으로 편의점이 있어야 하는데, 왜 안 보이지 살펴보며 운전을 한다.
목적지까지 5분 정도 뿐이 안 남았는데도 끝내 편의점은 없다.

창밖으로 불켜진 고성군 동해 파출소가 보여, 차를 세우고 파출소에 들어갔다.
당직중인 경찰관에게 인사를 하고
" 혹시 이 근처에 편의점 없나요? " 라고 물으니
" 약 3분 거리에 있으니 CU 고성 동해점을 검색해서 가시면 됩니다 " 라고 설명을 해 준다.
오!, 편의점이 있긴 있구나 정말 다행이다.
T맵을 검색해서 편의점을 찿아갔다. 목마른 여행자의 오아시스와도 같이 편의점 불은 환히 켜져 있었다.
그런데 안에 사람이 안 보인다. 문을 밀어 보니 잠긴 상태이다.
팻말엔 새벽 한 시까지 영업한다고 써 있는데 약속도 안 지키고 일찍 문을 닫아 버린 것이다.
그것도 불을 환히 켜 놓고......,
낭패가 아닐수 없다.
혹시 몰라 아디다스님에게 미리 전화해서 오다가 편의점이 있으면 라면좀 사오라고 했다가, 파출소에서 편의점이 있다고 하여 아디다스님이 사온다는 것을 놔 두라고 했는데, 나이 먹고 실수나 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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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위치를 물었던 파출소로 다시 가서 경찰관에게 혹시 라면 있으면 살수 없겠느냐고 부탁을 하였더니 세 개를 그냥 내어 준다. 라면값을 계산하려해도 괜찮으니 그냥 가라고 한사코 거부하여 들고 나오긴 했는데 상당히 미안하다.
저 위의 호래기 라면 사진은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먹게되었던 것이다. ㅎㅎ
동해파출소 당직 경찰관님 너무 고맙습니다.
사연 있는 라면을 먹고, 새벽 4시 30분 아디다스님은 낮에 일을 해야 하기에 가시고 혼자 남았다.
서서히 동이 트고 동네 암닭의 울음소리를 듣고 현장을 철수한다.
혼자 남아서 약 십여수는 더 한 것 같다.
씨알 좋은 호래기 두 마리가 올라탈 때는 나름 손맛도 있었다.
철수 하는 길의 일출이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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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일정은 미조 팔랑방파제로 넘어가서 올 시즌 마지막 벵에돔낚시를 하는 것이었다.
남해에 정착하신 지인의 집으로 들어가서 아침밥을 해결한뒤 잠깐 눈을 붙인다는 것이 오전시간이 다 갔다.
황토방에 장작 불을 넣어 바닥이 뜨끈뜨끈하여 추위에 얼은 몸을 녹이기에 부족함이 없다.
벵에돔 낚시 실력이 미천하여 두 마리의 벵에돔을 낚아 내고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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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낙조가 너무 아름다워 차를 멈추게 한다.
이제 며칠 안 되면 반백의 나이가 된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조금 남는다. 마음은 아직도 철부지 어린 소년인데 몸만 늙어 가는 느낌이다. 1박 2일의 낚시 여독이 남아 몸 곳곳이 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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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지 않은 날씨에도 함께해 주신 아디다스님과 일행분에게 감사드리며,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엔 매물도 당금 방파제에서 한겨울 벵에돔 낚시를 또한번 같이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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