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새벽출조다.
한겨울이라 할 수 있는 12월에 들어섰음에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않으니 간이 커졌나 보다.
(이글을 쓰고있는 오늘은 영하 -7도를 확인했다...;;)
그간 조행기가 뜸했는데 낚시를 아주 안갔던것은 아니고 회사일이 바빠지다보니 살짝 게을러졌다.
낚시를 다녀왔지만 사진 몇장없고 편집도 귀찮고 하여간 무슨일이되던 꾸준하게 하는것이 가장 힘든게 아닌가 싶다.
일때문에 몸이 피곤하니 주중에 미리 출조계획을 잡는것도 보통일이 아니다.
여차하면 낚시고 뭐고 늦잠이나 자는것이 이득이라는 계산이 들어서기때문에 주말이 코앞으로 다가오기전까지는 마음속 갈등이 계속 이어진다.
그러한 이유로 본래 구체적인 계획 자체가 없었다.
하지만 매번 그렇듯 출조 전날 오후가 되어서 구미가 당기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욕지권 갯바위는 왠만큼 출조객이 몰리더라도 소화가 될만큼 포인트가 넓게 퍼져있어서 언제나 매력적이다.
특히 이맘때쯤부터는 대물 감성돔 소식도 자주 접할 수 있는곳이라 출조를 마음먹었다.
어쩌다보니 나를 포함해서 현준씨까지..
혼자 조용한 출조를 꿈꿨던 성훈이는 졸지에 형님 두명을 양옆으로 끼고 총3명이서 출조하게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미안타ㅋㅋㅋㅋ
밴드원 현준씨의 차량을 얻어타고 도착한 통영 아쿠아피싱 앞 주차장.
주차장이라기보다는 오래된 폐교였던 운동장인데 지금은 예술활동(?)을 하시는분들이 사용하는 공간이 되어있는듯 하다.
그 옆으로 아쿠아피싱 건물.
주말이라 손님이 꽤 많다.
첫배도 아닌데 이렇게 많은 인원이 모여있는것을 보면 어지간한 포인트에는 하선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성훈이의 말을 빌리자면 이곳 선장님의 배를 운행하는 스타일은 매우 신속하다고 했다.
그래서 욕지권으로 출조할때면 다른 낚시점보다 자주 가게된다고..
그말을 듣고보니 정말 연료를 아끼려고 일부러 천천히가는 스타일은 아닌것 같다.
출조시간이되어 칼같이 신속하게 출항해서 잠시 기다리면 갯바위에 도착했다.
선장님의 하선 지시에 내리긴 내렸는데 지도를 찍어보니 욕지권 섬중에서도 "봉도"다.
봉도는 본섬과 소봉도로 나뉘어지는데 우리가 하선한곳은 소봉도의 서쪽 아래쯤 위치한 포인트다.
포인트명은 듣지못했고 선장님은 우리를 내려주며 다른곳처럼 목줄을 어중간하게 사용하지말고 2.7호 이상을 사용하라시며 홀연히 떠나셨다.
우린 분명 감성돔 낚시를 왔는데 2.7호 이상 목줄을 사용하라신다.
처음에는 내가 잘못 들은줄 알았는데 성훈이에게 확인해보니 내가 들은게 맞았다.
목줄이 아니라 난 지금 가지고있는 원줄이 2.5호다.
아무튼 목줄을 튼튼하게 쓰라는 조언은 언제 들어도 설레인다.
예상치못한 큰 녀석들이 있다는 말으로 재해석되는데 과거 기억을 되돌려보면 정말 그런 상황이 있었던적은 단 한번도 없는듯 하다.
"어제 터져나갔던 자리, 대도 못세웠다, 목줄 튼튼히 하이소, 바늘이 휘어졌다느니..."
아무튼 이런 말들 말이다.
낚시인이라면 대부분 공감하리라 생각된다.
그게 뭐가 되었던 지금은 해가 뜨려면 아직 한참이나 남았기때문에 혹시나싶어 가지고온 볼락 채비를 해보기로 한다.
간만에 합사에 목줄을 묶는중인데 우연히 장갑에 구멍이 난것을 발견했다.
저 장갑으로 말하자면 대략 2년정도 사용한 가마가츠 장갑인데 정말 내손에는 딱이었다.
하지만 보다시피 이제는 보내줘야할때가 온것 같다.
그래도 낚시장갑중에서는 정말 오랫동안 사용한편에 속하는 장갑이다.
지그헤드에 웜을 달아서 탐색해보려 한다.
갯바위 이곳저곳으로 몇번 캐스팅해보니 아까 선장님이 말씀하셨던 "2.7호 이상 목줄 사용"의 뜻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이곳은 대량의 "몰"과 함께 "여밭"으로 이루어진 골때리는 포인트인것 같다.
여밭이면 좋은것 아닌가 라고 오해할 수 있는데 보통 찾아볼수 있는 듬성듬성 수중여가 아니라 드럽게 빽빽하게 들어차있는 그러한 포인트다.
일단 던지면 밑걸림이라 보면 된다.
목줄을 튼튼히 채비하라고 하신것외에 30m이상 장타치라는 선장님 말씀이 그러한 이유인듯.
갯바위에 근처에 자라있는 몰이 너무 많아서 볼락 루어는 접도록 한다.
현대인의 정신건강에 안좋을듯 하다.
흘림채비로 변경.
1.5호 반유동 채비로 최대한 멀리 캐스팅해서 마음속으로 10초를 세어보면 어김없이 전갱이가 물어댄다.
해가 완전히 떠오르기 전까지는 무조건 전갱이다.
요즘에는 전갱이도 괜찮은 사이즈가 드문데 전갱이만 원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욕지권 밤낚시를 추천하고싶다.
전갱이가 가고나니 젓뽈..
한참동안 잡어와 씨름중인데 옆에서 "왔다" 고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고개를 돌려 본능적으로 디카를 꺼내어 들었다.
밴드내에서 고기를 잘 잡는편에 속하는 성훈이, 이번이야말로 숭어나 혹돔을 잡는 장면을 고스란히 담아서 체면을 깎아내려야 하기때문이다.
그것이 이번 내 조행의 미션이라면 미션이다.
진짜 오긴 온것 같은데 아직까지는 대상어인지 전혀 알길이 없다.
문제는 포인트앞에 무수히 산제해있는 수중여와 몰을 피해서 발앞까지 안전하게 랜딩해야하는것인데 과연..
디카에 사진을 담으면서도 느낀거지만 대상어던 잡어던 많이 잡아본 사람이 순간의 여유가 있는것 같다.
나중에 들은 내용인데 대상어가 안쪽으로 조금만 파고 들었다면 먹기 힘들었을거라 생각했단다.
다행히 발앞이 아니라 반대쪽을 선택한 대상어의 몸부림에 결국 위험한 요소를 모두 피해서 발앞까지 다가온 대상어.
이때와서야 디카를 잠시 넣어두고 뜰채를 전달했다.
내가 사진 욕심을 버리고 뜰채를 건내주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잡지 못했을것이다.
결국 이 모든것은 내 덕분이다.
내 덕으로 랜딩 당하는(?) 감성돔.
4짜 중반쯤으로 보여지는 감성돔이다.
비록 내가 잡은것은 아니지만 나 역시 너무나도 반가운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감성돔 낚시를 다녀왔지만 최근 몇년동안 대상어를 보기가 정말 힘들었던 탓이다.
그덕에 많은 회원들이 생활낚시로 전향하고 있기도 하다.
밴드를 만들때만해도 갯바위 전문 낚시 동호회를 꿈꿨는데 지금은 정체성이 없어졌다;;
아무튼 내 두눈으로 희망을 보았다.
나도 잡을 수 있다는 희망.
이 바다에 정말로 전설의 감성돔이 살고 있었다.
하선하자마자 성훈이가 처음으로 자리잡은곳 바로 앞으로 엄청난 몰이 피어있다.
몰 때문에 피해서 옮긴 자리에서 감성돔이라니...
"될놈될"이라는 말은 이럴때 쓰라고 있는 말이 아닌가 싶다.
감성돔을 확인후 눈이 돌아가서(?) 간만에 코피터지도록 열심히 낚시를 한것 같다.
후담이지만 내가 갯바위에서 한숨도 안자고 줄곧 낚시만 했다하니 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피곤하면 물돌이때도 숙면을 취하는 스타일인데 고기 그기 뭐시라고..
노력과는 상관없이 포인트앞으로 선상낚시도 다녀가고...
눈치없이 배는 고프다.
오늘의 메뉴는 김치우동이다.
물만 넣어서 끓이면 완성되는 냉동식품인데 오뎅과 함께 김치, 우동사리가 포함되어있다.
완전 개꿀맛.
저곳의 몰이 보이는가.
새벽에는 조류의 방향이 저쪽으로 흘러갔는데 정말이지 끔찍했다.
선장님은 저쪽에 한명이 서서 낚시하라고 팁을 줬는데 이 사실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그 한명을 골로(?) 보낼려고 작정하신게 아닌가 싶다.
간조 시점.
언젠가부터 간조때만 되면 갯바위에 붙어있는 문어를 찾기 시작했다.
이 모든것은 상욱이 때문인듯...
▲예전 조행에서 상욱이가 갯바위에서 건진 문어;;
오늘의 주인공은 뭐니뭐니해도 감성돔이다.
아무리봐도 오늘 난 성훈이 개인 사진기사로 출조한게 아닌가 싶다.
그뒤로 널널(?)해진 성훈이는 숙면.
사실 고기가 안되는 시점에는 뭘해도 안된다는것쯤은 어느정도 다녀본 낚시인이라면 다들 알고있다.
문제는 그게 말처럼 쉽게 포기가 안된다는것.
나 역시 마찬가지다.
항상 느끼지만 낚시인들의 정성은 참말로 대단하다.
대상어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대령하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불편함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래서 난 내 입맛도 고려해보려 한다.
고기입만 입인가...
우리동네 컵케익집에서 판매하는 컵케익인데 달달하니 꽤 맛있다.
누군 잡고 누군 못잡았을때 그 씁쓸한 마음을 달래줄만한 맛이다.
으른(?)입맛에는 여윽시 흑임자맛.
철수시간은 오후 5시인데 선장님의 전화 한통에 철수시간이 변경되었다.
출조객들이 워낙 많아서 두번에 나눠 철수를 해야한단다.
5시에 모든 플랜이 맞춰져있었는데 아무래도 망한것 같다.
6시30분과 4시.
6시30분은 너무 늦은감이 있어서 우린 4시를 선택했다.
사실 내 선택은 아니었다.
▲아래쪽 성훈이가 잡은 고기, 위 다른손님 고기
그게 매우 잘못된 판단이었다는것은 철수후 알게되었는데..
이때까지만해도 조금 더 일찍 집에 도착하겠거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막배로 철수 예정이었던 우리차는 주차장의 가장 구석에 박혀있었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었던 차량의 손님들은 하필 4시가 아닌 6시 30분 철수를 선택. 결국 우린 아무것도 하지못하고 2시간을 밖에서 꼬박 대기해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살다보니 별일이 다있다.
좋은 추억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고 그래도 긍정적으로 평상에서 이야기꽃을 피워가며 대기.
아무튼 욕지권 갯바위에 곧 감성돔 조황이 자주 올라올것 같은 상황이 된것 같다.
그래도 이번에 내렸던 포인트는 다시 찾지는 않을듯 하다.
개고생 포인트.
내 목줄.
내 바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