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꿈을 꾸었던것 같다.
암적색을 띤 위용있는 갯바위의 한켠에서 추자산 육짜 감성돔과
힘겨루기를 하는데...저멀리서 망망대해를 바라보던 사자도
고개를 돌려 나의 파이팅을 바라본다.ㅎㅎㅎ
이런 꿈을 꾸었으면 좋았을텐데....ㅎㅎㅎ
어제 저녁 일행들은 술을 곁들인 담소를 나누며 아무래도
포인트선정의 문제점을 토로했다.
당연히 민박집의 사장님께선 이른새벽 누구보다 빨리 나가자는 제안을 했고
싫다는 사람은 아무도없다.
새벽두시에 울린 기상 벨소리는 이방 저방에서 울리고...
채 1~2분 사이에 완전군장을 갖춘 꾼들이 식당에 모여앉았다.
"날이 추우니깐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가세요" 하시는 사모님의
음식솜씨만큼이나 따스한 말에 모두들 쓱싹쓱싹 한그릇씩 비우고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한밤중에 소리없이 나가야만 하는 심정이 꼭 야반도주라도 하는 것 같다.
장화를 신어서 인지 익숙치 못한 발걸음으로 어정어정 포구에 도착하니
엉~~!!! 벌써 다른팀의 조사님들이 진을 치고 있는게 아닌가..............ㅜㅜ
오늘 우리가 갈곳은 박미역섬 주변일대라 했는데 여긴 어제까지 한 2~3일정도
조과가 썩 좋았던 곳이라 들었다. 그런데 무주공산에 선점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긴것이다.
곧 우리일행들이 다 '하추자레져'호에 올랐다 싶었는데
"부르릉...털~털~털~털~~~~"
아쉽게도 '물돌이'호가 먼저 시동을 걸고 뱃전을 돌린다.....ㅠㅠ
약 3분차이로 우리배도 시동을 걸고 힘찬(?) 엔진굉음을 내뿜으며
달려야 하는데...미끄러지듯이 포구를 빠져 나간다...아무래도
포구에 인접하여 주무시는 분들의 숙면을 깨우지 않기이한 배려일듯...
포구를 빠져나오니 역시 독수리 오형제의 주제곡 앞구절이 생각나고
다시한번 잠에서 덜깨 개슴츠레한 눈에 부릅~ 힘을 주고 전열을 가다듬어
본다.
생각대로 밤 바람은 찹지 않았고 바람마져 숨을 죽인듯 했다.
밤하늘에 던져 놓은 황진이의 황금눈썹은 오늘은 뉘가 주워갔는지
아무리 눈을 껌뻑이며 찾아봐도 보이지 않고, 촘촘히 밖힌 별들이
이곳이 하늘위의 무릉도원이 아니라 꾼들의 양산박임을 말해주는데...
한 20여분 달렸을까...
앞에선 박사장님의 호명에 일전을 치를 용사들이 장비를 챙겨들고
하선 준비를 한다..예의 "화이팅" 하는 구령은 빼놓지 않고..
잠시후 우리가 앉은 포인트는 푸랭이 중간섬(?)이라는 곳으로
수심은 날물시 3미터 들물시 5미터라고 한다.
배를 댄곳에는 영석이 형님이 자리했고 조금이라도 젊은 나는
뒤쪽으로 짐을 들고 옮겨 자리했다.
시간은 새벽 3시를 조금 넘긴시작.
영석이 형님이 내린자리는 우측으로 캐스팅하여 서서히 왼쪽 홈통으로
돌아 좌측에 뻗은 갯바위를 타고 돌아 나갈때 입질이 온다고 하고
나는 영석이 형님이 자리한곳의 옆 약 1미터정도되는 골창쪽에서
벙어나온 조류가 나의 좌측에서 우측 난바다로 흐르는 본류와 만나
생기는 델타지역에 집중하여 노리란다.
일단...접수...!
아직 해가 뜨려면 많은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영석이형님은 자리에 앉아 오늘의 채비에 대해 구상하는지 한줄기 후레쉬 빛을
소품통에 비추어 놓았다.
나는 오늘의 공략지점에 앉아 이곳저곳의 갯바위형태를 살펴보았다.
대부분의 갯바위가 굴곡이 져 올망졸망한것으로 보아 잔잔한 여가
많이 발달한 지형 같았다.
잠시 꺼내문 담배를 피우며 저 멀리 불을 환하게 켜고 조업을 하고 있는
어선들에 시선을 두었다.
한 30척 가까운 어선이 밤을 밝히고 있는데...
아마도 그곳에 고기가 많은 모양이다.
얼마동안 시간이 흐르자 어선들의 불빛이 하나둘씩 사라지고나자
갯바위의 윤곽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조심스럽고 정성스럽게 나는 채비를 준비한다.
5비 전자지에 수중찌 3비 그리고 비봉돌 2개를 분납했다.
역시 3호 원줄에 한발을 준 2호목줄.
어느정도 들물이 진행되었기에 과감하게 수심을 6미터에 맞추고
첫 캐스팅을 해보았다.
여전히 입질은 없었으나 물속지형을 탐색하기 위해 이곳 저곳에
채비를 던져 보았고 나름 물의 흐름도 파악했다 싶을 즈음
이젠 후레쉬없이 크릴을 바늘에 끼울수 있을정도가 되었다.
곧 발앞에 밑밥을 걍 부었다 싶을 정도로 투여하고 있는데...
어신찌를 교환해야 겠다는 생각을 막하고 있을때였다.
낮은 수심임에도 찌가 쏜살같이 시야에서 사라진다.
고딩어가 아니길 빌며 뒷줄을 가다듬고 조심스럽게 챔질을 준비 하는데
투둑하는 느낌이 든다...
'니는 주것써~~~' 아마도 속으로 그랬던것 같다.
크게는 아니지만 우아하면서도 힘차게 챔질을 했다.
덜컥...!!!
한 두차례 펌핑을 하니 "투두둑" 하며 대끝을 털어대는것이
분명 고기다 싶었는데...
꿈적을 하지 않는다......................ㅠㅠ
잠시 상황을 정리하여 생각하니 아마도 수심을 많이 준모양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잘 흘러다녔는데"
채비가 어디에선가 걸렸고 힘좋은 속조류에 목줄이 한 두어곳의
골을 감았던 모양..그러니 챔질 후 마치 무언가 걸린듯 "툭툭툭"
했던것이다...............ㅠㅠ
이젠 고기는 커녕 채비라도 잘건지면 다행이다..
조심 조심 대끝을 아래로 낮추고 원줄을 잡았다.
한발짝~~ 두발짝~~ '툭'
이런 닝기리........원줄이 끊어졌다.......ㅠㅠ
다시 서둘러 1호찌에 08순간수중으로 교체하고 비봉돌 두개를 분납했다.
이미 밑밥은 절반이상 부었고 시간은 8시반을 가리키고 있다.
왼쪽에 한 참 떨어진여에 내리신 조사님이 본류를 태워 한참을 흘리시다가
입질을 받은 듯 연신 어신을 느끼며 릴링을 반복하고 있다.
나도 잠시 그분의 조과물에 관심을 가져보는데...
잉~~!
한참 후에야 올라온놈은 채 20이 안되는 감성돔이다.
아마도 본류를 노려서인지 욕방향으로 감으니 조류탓에
손맛만 엄청 보신모양...나를 의식한듯 나쪽으로도 고기를 보여주며
뭐라하시는데....알아들을수는 없고...나도 "#%^%^%^&" 아마
그분도 몬알아 들었으리라..........ㅎㅎㅎ
영석이 형님도 방금 10센티 감씨를 한수하였다며 아쉬운 푸념이다.
그래도 형님은 좋겠쑤~~손맛이라도 봤으니...ㅜㅜ
어제 저녁 이곳에 우릴 안내한 가이드가 한말이 생각났다.
원래 추자도 고기는 텃새가 심하다나 어쩐다나....
가이드 말대로라면 오늘 우리는 "황"을 면키 어려울터...
찜찜한 마음을 접어서 뒤로 던지고 준비한 채비를 던지는데...
간다~~~간다~~~간다~~~
어느새 물살은 튜닝한 엔진을 단 것처럼 우렁차게 흘러간다.
생긴다는 와류는 본류의 엄청난 위세에 영역을 내줘버리고 발앞 어디에
던지건 뭉쳐 흘러간다...
왼쪽 떨어진여에 내린 조사님들은 아예 대를 놓았고...
나도 별수 없이 뒤로다시 넘어가 영석이 형님 우측으로 가보는데...
아뿔사 여기엔 언제 내렸는지 타 조사님이 계시고...
하는수없이 중간 쯤에 밑밥통을 놓고 채비를 흘려보지만...
생각나는 건 "텃새..텃새..텃새..."
그래 언제 보았던 방송에서의 박창수씨 말이 생각났다.
" 언제나 잠시 한때의 물때가 옵니다~~! "
" 그때를 놓치지 않고 노리면 바다는 약속을 지킵니다~!!"
그래 이넘의 물이 곧 사그러 들겠지...하며 칼날을 갈고 있는데
정말 언제 그랬냐는 듯 마치 대물이 노닐것만 같은 얌전한 조류가
발앞에서 노니는데....햐~~~정성스럽게 미끼를 끼우고
발앞에 태웠다.....
그런데....................................................갑자기
뒤에서 "삐~~~이~~~이~~~삐~~~이~~~이~~~"
집에 가잔다..........ㅠㅠ
인제 열시 십오분인데.................ㅠㅠ
아쉬움에 언능 채비를 걷어 남은 밑밥을 들어서 붙고 눈에 뛴
잘생겼다 싶은 크릴을 끼우고 캐스팅....
목이탄다.....그런데 어느센가 철수배는 갯바위에 접안해 있고...
눈물을 머금고 대를 접었다....
대를 접고 나니 현결 마음이 편해진다.
비록 고기는 잡지 못했지만 낚시인들이 꼭 가보고 싶어하는 곳
아니 나도 엄청 가보고 싶었던곳 이곳 추자도에 와서 대를 드리울수 있었다니
이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철수길에 오른 배는 한분 한분의 조사님을 태웠고 아쉬움에 모두들
밝지만은 않은 얼굴이었다.
포구에 도착한 우리는 짐을 챙기고 추자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했다.
친절한 사장님과 추자의 맛을 손수 보여주신 사모님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해남으로 인도할 배에 올랐다.
피로에 만찬을 먹고나서인지...잠이 엄습해 왔다.
선실의 한켠에 누우니 금방 잠이 쏟아진다...
꿈을 꾸련다...
사자의 등에 앉아 인어를 뒤에 앉히고...
망망대해처럼 좌표없는 인생길에서
언젠가 부닥칠 역경같은 대물 물고기를 거는 낚시대처럼
휘어지되 부러지지 않으리라~
인터넷 필 피싱클럽(
www.feelfc.com) 올림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