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외부온도가 36~38도까지 찍혀있는데도 기어코 그걸 몸소 체험해야겠다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오후 4시에 나무섬으로 들어가기로했던 계획을 굳이 2시간이나 앞당겨서 오후 2시 진입 예정.
무엇이 이사람들을 이토록 미치게 만들었는가.
무늬오징어
산란철인 봄 이후부터 완연한 시즌인 가을까지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는 낚시인데 우리는 죽자사자 이러고있다.
근거없는 마릿수 감자급 사이즈를 꿈꾸며...
얘는 볼때마다 머리카락이 길어가지고 온다.
머리카락을 보고있자니 이젠 달력 볼필요도 없을듯.
낫개 선착장앞 주차장.
최근 날씨가 더워도 여간 더운게 아니다보니 오전내에 죄다 철수하고 비어있는 자리가 많았다.
정신이 바로잡힌 사람이면 이른시간내에 철수하는게 맞다.
정신이 바로 잡히지않은 사람들 다수 발견.
은성호도 그렇고 낫개에서는 주말에 왠만하면 잔업낚시(저녁9시철수)가 있다.
무더운 여름에는 짧게 즐기고 빠지는것이 건강(목숨)을 지킬 수 있는 길이다.
틈틈히 수분섭취.
바다쪽은 바람이 많이불어서 집에서 나올때 내가 우려했던것보다는 덥지 않았다.
그냥 햇볕이 엄청 뜨거워서 머릿가죽이 벗겨질 정도?
다대포 앞바다는 낙동강 하구쪽에 위치하고 있기때문에 비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리고 이번 장마는 강수량이 워낙에 많아서 상류쪽 댐에서 방류를 계속하고 있을것으로 예상하고있다.
즉, 오징어 조황에 긍정적인 영향은 아니다.
과학적으로 증명된것인지 확인된바 없지만 오징어는 민물의 유입이 많은날 잘안된다고 한다.
그리고 내 경험상으로도 그말에는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있다.
예전에 대마도 에깅을 갔던날도 비가 쏟아졌는데 선상이나 도보나 할것없이 완전 폭망이었다 -_-;;;
바다색도 좋지않고 마음을 비운 상태에서 배는 출발한다.
요즘 생선보다 오징어 문어 한치 등등 식재료 선상낚시를 즐기고있는 우리 운영진 두명.
이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나역시 시간이 흐르면 그렇게 되지않을까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예전처럼 낭만이 있는 갯바위 흘림낚시만을 즐기기에는 우선 어자원이 너무 부족하다.
그리고 단기간동안 낚시인이 너무 폭증해서 어느지역 포인트던지 굉장히 복잡하고 더러워졌다.
목표의 차이이고 생각의 차이이긴 하지만 상황이 너무 안좋아진것 만큼은 분명한듯 하다.
바다색깔이 완전 엉망이다.
바다는 내만이나 나무섬이나 크게 다를바가 없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감자사이즈 무늬오징어가 마릿수로 나와야 정상인데 인터넷에서 조황을 살펴봐도 시원찮다.
작년 영훈이와 이곳에서 삽질한것이 떠오른다.
그때도 뭐 조황은...
잡은 고기 한마리없는데 귀신같이 엘보 부상을 입은 원희가 열심히 에깅대를 흔들어본다.
원희는 바람이 유난히 많이불었던 그날 갯바위에서 낚시대를 들고 바람과 맞서다가 결국 엘보가 왔다.
우리는 부상을 당해도 참 맥락이 없다.
나역시 그자리에 있었는데 전날 저녁까지만하더라도 무수히 쏟아졌던 볼락이 우리가 도착한 그 즉시 자취를
감춰서 매우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는 그날을 잊지못한다.
내가 첫 갈매기를 잡았던 그날...
비단 볼락뿐이랴..
뭔들..
나역시 여태 갖은 노력을 다해봤다.
나름 정성껏 고사를 지내봐도 벗어날 수 없었다.
어디서 본건 있어서 고사를 지낸후 바다에 막걸리를 뿌리려다가 미끄러져서 죽을뻔한 기억이 덤으로
추가되었을뿐.
첫 캐스팅, 그 뒤로부터 한 시간 즈음 지났을까 영훈이가 알감자 사이즈를 한수 했다.
에기로 오징어를 잡은건지 오징어가 에기를 잡은건지...
아무튼 가까이가서 확인보니 무늬오징어가 맞긴하다.
그래 잡긴 잡았다.
생명체 확인후 우리는 더더욱 불타올랐고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캐스팅을 해댔다.
하지만 낚시는 내가 계획한대로 순순히 흘러가는 장르가 아니다.
이 넓은 바다에 콩알만한 무늬오징어 한마리만이 살고있었단 말인가.
물런 그것은 아닐지언데 우리에게 잡혀오는 무늬오징어는 찾아볼수가 없다.
이렇게 생겨먹은 녀석만 눈에 띈다.
매물도에서도 봤던놈인데...
그냥 밉상.
부상투혼 원희가 기어코 한수했다.
여기도 알감자 추가요.
원희의 알감자 랜딩후부터는 오지않는 피딩타임을 무작정 기다리는중이다.
희망고문.
말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현타가 찾아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또다시 열심히 한다.
왜냐하면 철수까지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고통...
드디어 나도 한수했다.
고통없이는 얻는것도 없다고 했다.
NO pain, no gain..
크으...
그냥 돈주고 사먹으면 된다.
고통은 무슨...
기록갱신, 마릿수 그 어떤것에도 관계없는 감자사이즈 무늬오징어 한마리지만 그래도 반갑고 기분이 좋다.
낚시라는 취미생활이 그런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되도록이면 사먹는게 더 기분이 나지않을까 싶다 -_-;;
올해 첫 마수걸이 무늬오징어다.
이날은 그걸로 끝이었다..
개허무.
해가 떨어지면서 모기에게 신나게 뜯기다가 철수후 또 시원한걸 먹으러 왔다.
낫개역의 만남의 광장이라 불리울만큼(나혼자생각) 손님이 많다.
맛이 좋아서라기보다 가성비인것 같은데 아무튼 손님이 많다.
냉김치말이국수.
난 다소 새콤한 느낌의 육수를 예상했는데 막상 맛보니 일반 멸치육수라 아쉬웠지만 그럭저럭 먹을만했다.
아무생각없이 마구 먹다보니 내 그릇 옆에 5명의 계산서가 놓여져있다.
너무 심하게 내 그릇쪽으로 붙어있는 계산서 뭉치.
애초에 자리를 잘못 잡은것 같은데 옮기기에는 이미 늦었다.
누구탓을 하랴.
그렇게 내 잔고는 오늘도 예상밖 출혈을 감수한다.
다음에는 꼭 안쪽 자리에 앉아야지... (구질구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