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 했다.
사실 9할보다 더 높게 책정하고싶지만 10할이라고 하기에는 어감상 좀 그러니 9할이 낫겠다.
우리집 냉장고 냉동칸에는 백크릴 하나가 미이라 상태로 남아있다.
을 몸소 실천하기위해 구입했던것같다. 출조하면서 구입한 백크릴에 정성을 쏟아붓기에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기때문이다.
먼저 집에 마나님이 없을때를 틈타서 냉동칸의 백크릴을 실온에서 천천히 해동시켜준다.
낚시인 남편을 둔 마나님들은 대부분 종류 불문하고 낚시장비 관련 카테고리가 집으로 들어오는것을 매우 싫어하기때문에 되도록 혼자일때 작업을 하도록한다.
괜히 들켜서 진짜 백크릴을 먹는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상술인지 레알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뭔가 있어보이는 아이템으로 "정성"을 다해보자.
마루큐에서 판매하고있는 "에비샤키"에 백크릴을 푸욱 담궈둔뒤 곧 "우마지메솔트"를 솔솔 뿌려서 젓가락으로 섞어준다.
에비샤키는 크릴이 변색되는것을 막아주고 고기가 좋아하는 아미노산이 포함되어있어서 입질유도를 한다고한다.
그리고 우마지메솔트는 소금 대용으로 쓰는 용도인데 크릴의 육질을 단단하게 만들어줘서 바늘에 좀더 오래 붙어있도록 도와준다.
우마지메솔트 역시 아미노산이 포함되어있다하니 요즘에는 사람보다 생선이 더 호강하는듯 하다.

새벽 12시 40분.
크릴에 정성을 쏟아붓고 정작 나는 한숨도 못자고 집을 나섰다.
가락IC 근처 낚시점에 도착해보니 다들 약속시간이 되기도전에 도착해서 출조 준비에 여념이 없다.
낚시밸리 부장님과 인사를 나누고 잠시 이야기를 듣자하니 매물도권으로 엄청난 인원이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얼마전 매물도 갯바위에서 9짜 참돔이 나와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항상 이런식이다.
내가 들어가기전까지는 조황이 좋다.

이번 조행에는 둘째를 출산하고 오랫동안 바다구경을 못한 진수가 참석했기때문에 매우 의미가 있는 출조다.
그래서 그런 의미로 의미있는 진수차를 얻어타고 가는걸로 한다.
함께하는 4명이 모두 의미를 부여하기위해 진수차에 타보려고했지만 실패. (그게되겠냐ㅋㅋㅋㅋㅋㅋㅋ)

거제 대포항에 도착했다.
미리 도착해서 한잔 빨고(?)있는 화상들이 저멀리 육안으로 확인된다.

대포항은 조용하다.

그 고요한 정적을 깨는 성ㅈ이.
얘는 술을 맥이면 안된다.

오늘 우리가 매물도까지 타고갈 미래호.
명부를 적고나니 작은배 당첨이란다.
뭔가 조짐이 안좋아보인다.
우리 8명외에 두분의 낚시인을 태우고 매물도로 향한다.
굉장히 습한 해무가 가득한 바다를 건너 저멀리 매물도가 보인다.

슬픈 예감은 틀린적이 없다고 했다.
아마도 가사였던것 같은데 아무튼 그렇다고 했다.
매물도에 도착하자마자 창호와 재현이가 긴꼬리벵에돔과는 무관한 홈통 포인트에 하선한다.
난 속으로 그들을 비웃었다.

하지만 얼마안가서 뭔가 잘못된것을 감지했다.
난 그들보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서 하선하게 되었다.
더이상 들어갈곳도 없는 홈통의 끄트머리.
태풍이 와도 낚시가 가능할것만같은 천혜(天惠)의 요새같은 포인트.
심지어 그들의 포인트까지 도보로 이동이 가능하다..
제기랄.

여기서 난 긴꼬리벵에돔을 과감히 포기한다.
전날 크릴을 에비샤키에 담구고 우마지메솔트를 뿌렸던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졌다.
차라리 마나님께 들켜서 크릴을 처먹는게 나았을거라는 생각까지 하기 이르렀다.

그와는 별개로 육아에서 해방된 진수는 마냥 즐겁다.

크릴 두장이 포함된 긴꼬리벵에돔 밑밥.
무쓸모.

손맛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사이즈도 참 거시기하다.
제로찌가 자물자물하면 챔질을 해야 잡을 수 있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낚시.

새끼손가락만한 전갱이를 잡다보면 가끔 해파리를 만날수 있다.
도망가지도 않고 유유자적(悠悠自適)하다.
적으로 적을 몰아내려했지만 오히려 적이 두배가 되었다.
대실패.

해가 떠오르면서 그마나 간당간당하게 붙잡고있던 멘탈이 나가버렸다.
너무 덥다.

오전 11시 30분 철수인데 그때까지 도저히 참을수가 없다.
일단 오늘 동출을 주선한 성진이에게 조기철수 의견을 내어봤다.

날도 더운데 뒤에서는 염소시키들이 돌을 굴려댄다.
누워서 잘곳도 없고 태양을 피할곳도 없다.

목에 띠가 둘러져있는것을 봐서는 주인이 있는 염소인듯하다.

낚시도 안되고 날은 덥고 온바다는 전갱이 치어들이 판을 치고..
최악이다.

차라리 저녀석처럼 물에라도 들어가고싶다.

진수도 한계에 임박한듯 서서히 멘탈이 나가고있다.
그러던중 성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행님, 10시에 철수하시지예."
듣던중 반가운 소리다.
다들 내 의견에 동의한것같은데 그 누구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그럴것이다.
이런 날씨에는 소개팅을 해준다고해도 못나갈판이다.
아차! 난 유부남이다.

철수후 식사를 해야하는데 메뉴는 일단 건너뛰고 모두들 시원한걸 찾는다.

시원한걸 먹으러 왔다.
시원하긴한데 그냥 정말 시원하기만 했다.
거제도는 역시 먹을게 없는 동네인것은 확실한것 같다.
여름낚시는 되도록 짧게하는것을 추천하는바며 혹시라도 해가 떠있을때 출조시에는 얼음물과 함께 우산을 꼭 챙겨나가시길 권합니다.
얼음물은 챙겼으나 우산이 없어서 반쯤 익은체(반숙) 살아돌아온 필자가 말씀드리는것이니 믿으시길..
결론은 낚시도 좋지만 여름에는 그냥 집에서 에어컨 틀고 있는게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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