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울보미소 허영일입니다.
그제 포항 남부권으로 아버지, 아들과 함께 도다리 선상 낚시를 다녀왔습니다. 30년을 넘게 살아 익숙한 포항에서 지내는 중이라 출조가 잦은 요즘입니다.
출조 전날에는 반가운 블로그 이웃인 "핑크토끼" 형님과 포항 북부권으로 농어 짬낚시를 다녀왔습니다.
누나 네에서 저녁을 먹고, 낚시를 하고 있는 형님이 계신 곳으로 출발을 합니다. 가는 길에 낚시점에 들러 청갯지렁이 한 통과, 간단한 음료를 챙겨봅니다. 바닷가에서 먹는 시원한 커피를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합니다.
루어 낚시를 하지 않기 때문에, 원투가 가능한 전자찌에 청갯지렁이 미끼를 달고 멀리 흘리는 방식으로 농어를 노립니다. 사진에는 잘 안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전자찌의 두 불빛이 있습니다.
자갈밭에 앉아서 채비를 던져 놓고, 2년 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낚시 이야기, 새 직장 이야기, 가족 이야기 등 정말 많은 이야기를 부지런히 나눴습니다. 장판의 바다 조건으로 대상어의 조과는 없었지만 새벽 1시까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11월에 포항권 감성돔 낚시를 가자는 약속을 하면서 출조를 마무리 하였습니다.
"형님, 건강하세요. 11월에 내려갈 때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평소에 집사람이 낚시에 관한 얘기를 좋아하진 않지만, 가끔 아버지를 모시고 낚시를 한 번 가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아버지와의 출조를 통해 낚시를 처음 접하게 되는 대부분의 경우와 달리, 사실 저희 아버지는 낚시를 하지 않으십니다. 평소 부자간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 아니라 좀 더 머뭇거렸습니다.
그래도 비교적 쉽게 출조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던 건 아들 녀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 3대가 같이 하는 출조 기회가 많지 않음을 알고 있기에 이번에는 꼭 한 번 아버지를 모시고 가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예상과 달리 흔쾌히 승낙을 하셨고, 늦은 감은 있지만 "도다리 선상 낚시"를 고민 끝에 예약하였습니다.
당일 양포항에 도착하여 배가 있는 부두를 둘러보는 아버지와 아들내미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예약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집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희 말고도 휴일을 맞아 많은 분들이 낚시를 즐기러 나왔습니다. 항 주변의 해변과 내항 쪽으로 낚싯대가 많이 보입니다 ^^
승선 명부를 작성하고, 조끼를 착용한 뒤 항을 나가기 전 기념사진을 한 장 남겨놓습니다. 정원 11명(선장 포함)인 배에 저희 포함 7명이 탑승했습니다.
그늘이 지는 선미에 자리를 잡아준 첫째 아들이 항구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 처음 해보는 선상 낚시에 전날 잠도 설친 녀석입니다. (자꾸 가슴이 쿵쾅거린다는...진정한 낚시인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ㅋㅋ)
포인트에 도착을 하고, 각자의 채비를 내려줍니다. 선장님께서 아버지를 도와드리고 계십니다. 예전 여치기를 할 때부터 종종 이용했던 낚싯배입니다. 여전히 천절하고 안전하게 손님을 대하고 있었습니다.
그제는 조금 서둘러 출항 시간 1시간 전에 낚시점으로 도착했습니다. 선상 낚시를 처음 해보는 아버지와 아이를 데리고 가는 출조라 원하는 자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화장실이 있는 왼쪽 대신 오른쪽으로 자리를 잡고 선장실 바로 옆에 아버지를, 그늘이 있는 선미 쪽에 아이를 앉히고 저는 중간에 위치했습니다. 여러 구조물이 있는 선수 쪽은 위험하기도 하고, 배의 피칭/롤링이 있어서 멀미가 상대적으로 심하다는 것을 군 생활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행히 계획했던 자리에서 모두 편안하게 낚시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1명당 낚싯대 하나와 자새(주낙) 하나가 주어집니다. 낚싯대 끝에는 50호 봉돌에 바늘이 두 개 달린 천평이 있습니다. 완전히 바닥에 내린 다음 고패질을 통해 도다리를 유인하는 방식이며, 미끼는 청갯지렁이를 이용합니다. (옆자리가 비어있으면 여러 대의 낚싯대 운용도 가능하긴 합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첫째에게 입질이 들어옵니다. 작지만 대상어인 도다리입니다. 첫 선상 낚시에서 원하는 대상어를 만난 명빈이의 표정이 굉장히 밝습니다. 큰 목소리로 "도다뤼!!"를 외치네요 ^^
처음으로 경험하는 선상 낚시에서 큰 성대를 낚아내신 아버지의 모습니다. 역시 낚시하면서 고기 잡고 안 웃는 사람을 못 봤네요. 평소 보기 힘든 아버지의 웃음을 이날만큼은 실컷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계속 건강하셔서 오랫동안 손주들과 즐거운 출조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낚시를 진행하다 입질이 없으면 포인트를 옮깁니다. 그제도 모두 다섯 곳의 포인트를 탐색하였습니다. 회유성이 떨어지는 도다리가 대상어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는 낚시를 하였습니다.
포인트 이동 중에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사진도 찍고, 집에서 챙겨운 음료도 먹으며 체력을 보충합니다.
포인트 이동 중 어창을 살펴봅니다. 저와 아들의 낚시 자리 사이에 작은 어창이 하나 있습니다. 낚은 고기는 구멍을 통해 던져 놓으면 됩니다. 도다리, 쥐노래미, 성대가 보이네요. 풍족하진 않지만 조금씩 채워가는 중입니다 ^^
선상 낚시가 처음인 첫째 아들도 걱정과 달리 잘 적응합니다. 낚시 중에 배 이물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거나, 회 장만 중인 선장님 옆에서 다소곳이 앉아서 구경합니다. 처음 보는 선장님과도 어색함 없이 이것저것 물어보며 관심을 보입니다 ^-^
두 번째 포인트에 올린 3짜 도다리입니다. 시즌이 거의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도다리의 입질이 간간이 들어옵니다. 고패질을 하다가 "토도독" 채비를 건드리는 입질에 채비를 올려보면 십중팔구 도다리의 이 녀석들이네요. 아들에게 부탁해서 한 장 남겨봅니다.
아들 명빈이도 두 번째 도다리를 올립니다. 첫 도다리보다는 훨씬 큰 25cm 정도의 도다리입니다. 사진을 잘 찍어보려고 좀 들고 있으라고 하니 얼굴을 찡그립니다 ^^"
두 번째 도다리를 잡고, 여유가 생겼는지 할아버지 옆으로 가서 지렁이 끼우는 방법에 대한 강의를 시작힙니다. 역시 낚시터에서는 고기 잡는 사람이 왕이네요. "이렇게 끼우면 금방 떨어진다, 이래야 입질이 더 잘 들어온다"라는 등 근거 없는 이야기를 한껏 늘어놓습니다 ㅋㅋ
기다리던 간식 시간이 왔습니다. 도다리, 성대, 보리멸, 양태 등 신선한 활어회와 어묵과 파로 국물 맛을 낸 라면이 준비되었습니다. 안 그래도 조금 출출했는데, 뜨끈한 라면 국뭄ㄹ과 방금 장만한 회가 정말 반갑네요. 같이 탑승한 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면서 조금 쉬어갑니다.
첫째도 생선회와 라면을 맛나게 먹습니다. 갓 잡은 회와 따뜻한 라면을 즐기는 이 시간이 선상 낚시의 백미라고 생각합니다. 바다를 바라보며 배 위에서 먹는 음식은 맛이 없을 리 없겠지요 ^^"
즐거웠던 간식 시간이 끝나고 이어진 낚시는 두 번 정도를 더 옮겨 어느덧 마지막 포인트로 왔습니다. 배도 부르고, 어느 정도 채워진 어창을 보면서 더 이상의 조과는 큰 의미가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조금씩 시원해지는 바람을 맞으며, 넉넉한 동해 바다를 여유롭게 바라봅니다.
명빈이도 아직도 하루의 낚시를 정리하는 게 아쉬운가 봅니다. 마지막까지 열심히 하더니 기어이 성대 한 마리를 더 올리네요 ^^ 항으로 돌아갈 때도 정박되어 있는 배들을 유심히 살펴봅니다.
어창에서 하루 동안 잡은 물고기를 꺼내봅니다. 간식 시간에 내어놓은 도다리, 성대를 제외해도 많은 수의 도다리가 담겨 있네요. 마음도, 조과도 풍요로운 하루였습니다 ^^
그중에 25cm가 넘는 녀석들은 네 마리 정도 됩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문치가자미가 대부분 잡힌 것 같습니다.
이날 최대어였던 3짜들의 사진을 남긴 뒤에,
작은 녀석들은 항에 풀어줍니다. 내년에 한 번 더 오게 된다면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해봅니다 ^^
그리고 선장님께 부탁드려 좋은 추억을 갖게 도와준 대박호 앞에서 3대의 기념사진을 남겨둡니다. 친절한 선장님, 좋은 날시, 그리고 아버지와 저의 조그만 용기가 합쳐져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이 사진은 나중에라도 자주 들춰볼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첫째 명빈이와 시원한 아이스크림으로 더위를 식혀 봅니다.
조금 피곤했지만 아직 회를 맛보지 못한 엄마를 위해 회를 준비합니다. 도다리의 등/배 부분과 성대, 물 가자미(미주구리), 쥐노래미 회를 따로 준비했습니다. 전문가가 아니라 잘은 모르지만 각각의 느낌이 조금씩 다르네요. 저는 도다리의 등살, 아버지는 물 가자미, 엄마는 성대를 가장 맛있는 부분으로 꼽았습니다 ^^ 처음 해보는 이런 방식의 뒤풀이도 재미가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생각지 않은 상황에서 3주간 처가댁/고향에 와 있는 동안 정말 많은 출조를 다녀왔습니다. 개인 출조, 애들과의 출조가 모두 즐거웠지만 이번 출조가 가장 의미 있는 출조였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와도 많은 대화를 나눴고, 3대가 공유할 수 있는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내년에는 더 많은 가족들과 함께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늘 첫째의 개학을 위해 김포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한 달의 휴직이 추가로 결정된 상태지만 아이들이 학교에 가게 되어서 더 이상의 출조는 어려워 보입니다. 아마 6월 중 원도권 1박 2일 출조가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출조점의 밴드 조황 사진으로 조행기를 마무리합니다. 모두들 편안한 밤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