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 월드컵의 더운 열기를 뒤로 하고 나는 추자도에 목을 매기 시작했다. 갓 우리딸래미를 출산한 집사람을 설득설득하여 출산 한 달만에 우린 떠났다. 바다낚시 6월호에서 만난 돌돔떼들이 날 기다리고 있음을 의심치 아..니...하..며! 자갈돌처럼 단단한 울 집사람은 무리한 탓인지 좀 골골대긴 했다. 미안한 마음 가득했으나 아직 어렸던 어설픈 꽝조사 "최"는 그저 "추자도"만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완도항에서..7시40분 배를 탔다. 집사람은 또..잔다. 청주에서 완도까지 조수석에서 자고..배 타자마자 자리잡고 또 잔다. 나는....결코 잘 수 없다. 아니 잠이 안온다. 맘이 설레여서 눈이 안 감긴다. 파도도 예쁘다. 하늘도 멋지다. 갯바위는 정선의 수묵화다. 우하핫~ 웃음을 질질 흘리는데.. 드디어 하추자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왔다~! 돌똠! 다 뒤짓어!!니들~^^ 미리 예약한 해변장에 짐을 풀었다. 민박비도 맘에 든다. 알아본 바에 의하면 숙식제공 2인 하루 3만원..^^
날도 좋다. 해변장 아줌마 음식 솜씨도 끝내준다.
우악~ 돌돔구이라니...이~론! 여기는 돌돔을 구워먹는군! 아싸! 점심먹고 서둘러 방파제로..방파제로...룰루랄라~ 어~ 날이 너무 좋아서 얘들이 먼바다로 다들 나갔나? 한마리도 눈에 안 띈다. 그래도 내일은 그유명한 꿈의 추자도갯바위에 서있을 생각을 하니 오늘 꽝은 유쾌한 꽝이다. 피곤하다고 칭얼대는 집사람 손을 잡고 빈 바구니를 신나게 흔들며 해변장으로 돌아왔다. 우악~ 저녁은 돌돔 찌개닷! 이럴수가!! 아줌마에게 맛도 감동~ 메뉴도 감동~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더니 갑자기 냉동실을 보여준다. 우~~우~~악! 비닐에 싸여 켜켜이 누워있는 줄무늬고기들이 정녕 돌돔이더냐???? 사장아저씨는 옆에서 민장대를 손질하며 "이걸로 방파제에서 청갯지렁이로 200마리를 잡았노라"며 으시대신다. 나는 존경의 눈빛으로 사장아저씨에게 계속 친한 척~ 큰숨을 몰아쉬고 "그래! 낼을 위해 빨리 자자" 집사람도 예쁘다. 꼭 끌어안고 잠이 들었다.
긴장하고 자는데..복도에서 바쁜 발소리가 들린다. 대구사투리를 쓰던 중년의 낚시꾼들 목소리도 들린다. 이것 봐라...나만 빼고! 서둘러 일어나 상황을 파악하러 홀 겸 주방으로 갔다. 새벽 4시였다. 선장은 나오지도 않았는데 낚시꾼들끼리 왔다갔다만 한다. 나도 절대 들어갈 수 없었다. 5시...어서야 선장이 나왔다. 청천벽력이다~! 오늘은 파랑주의보니 배가 못..뜬..단..다. 할수없이 어제 갔던 방파제로 향한다. 역시 꽝....조금씩 초조해진다. 해가 뜨고 날은 점점 뜨거워진다. 집사람이 도시락을 날라왔다. 밥먹는 시간도 아까웠다. 냉동실 돌돔이 아른거려 절대 낚싯대를 놓을 수가 없다. 아줌마가 그러다 죽는다며 물을 가지고 왔다. 앗! 방파제에 아무도 없다. 나 혼자다. 해가 지고 나도 지쳐 해변장으로 돌아왔다.
저녁 8시...아줌마는 잘 준비를 하다가 저녁을 달라는 말에 벌떡 일어나 밥을 차린다. 우리 부부 감동~ 왕친절하시다. 와이프는 웃음을 질질 흘리며 돌돔짜글이 찌개닷~! 신들린듯 젓가락질을 한다. 하루죙일 살인적인 햇빛 아래서 고독한 낚시를 했으나 나에겐 맛있는 저녁식사와....내..일..이 있었다~! 씻고 누워 T.V를 켰더니 엄기영이가 헐레벌떡거리며 특보를 전한다. 그날저녁 제주중문경기장 천장이 날아갔단다. 밖을 보니 멀쩡했던 하늘이 갑자기 쪼개지는 소리를 낸다. 번개가 치고, 벼락을 때리고 굵은 비까지 합세했다. 우이씨~~어째 이런~~뭐야, 이건 **럴~ 별 욕을 다해도 빗줄기는 더욱 세지고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다음 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