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스 눈을 떠보니 오후 두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여객선이 다녀가는 소리를 못 들은걸 보면 곤히 잠이 들었었나본데
옆 사람들은 시체놀이를 하는지 숨소리조차 없는 것이 꼼짝거리지도 않으니
오늘 낚시를 나가겠다는 거여? 말겠다는 거여?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저러다간, 오후 네 시가 넘어서야 일어날텐데 여름철도 아니니 해도 짧은데
그리 늦게 나가면 언제 자리 잡고 어둡기 전에 채비를 할까?
계절이 바뀐 것도 모르고, 언제 해가지는지, 간 만조 시간이 언젠지도 관심이 없고
달이 뜨고 지는 것은 더더군다나 모르고들 있는 것 같다.
매번 만조시간이 언제냐, 물이 더 빠지느냐, 시시콜콜, 물어대니
언제 독립해서 저만의 낚시들을 해볼까?
어젯밤에 끝까지 납작 간여를 지킨 보람이 있었는지 서 씨 아저씨는 농어 떼를 만났다고 했다.
새벽녘부터는 바람도 눅고, 파도도 잔잔해졌기에 아무 곳에나 던져도 농어가 물어댄다는
문자를 보냈었는데 쌀자루가 꽉 차도록 농어를 잡았나보다 했더니 겨우, 세 마리를 잡아 나왔다.
가지고 있는 릴 뭉치중 하나가 고장이 났기에 수리를 보냈다며 릴을 하나, 빌려 달라고 했다.
사용하는 릴들이 여러 개 있긴 하지만 절대로, 빌려주고 싶지가 않기에, 없다고 했더니
감성돔용 작은 릴을 그대로 갔고 왔다나보다……. 그것도 3호 원줄 상태로.......
오래전에 좋아 보이는 선배의 카메라를 빌려 달라고 했더니, 잠시 무슨 생각을 하다간
빌려주면서, 처남이 빌려 달라고 핸 것을 거절한 적이 있었는데 너에겐 빌려주니
우리 마나님이 알면, 한 소리할게라고 하면서 마누라는 에스키모도 빌려 준다지만,
자전거, 총, 낚싯대, 카메라는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릴 도 마찬가지겠는데 십오 년전에 서 씨 아저씨를 만재도로 처음 낚시를 데려왔으니
장비도 없는 그에게 무언가를 제공해야했다…….
쌈직한 낚싯대와 덜그럭대는 릴 뭉치도 빌려 주어야했는데 몇 년간 사용하더니
자기의 장비를 구입했다며 그동안 잘 썼다고 가져왔기에 그냥, 가지라고 했더니
좋아라. 며 갔었는데 또 여러 해가 지나면서는 없어지고 말았겠지.......
처음부터 대물위주의 장비를 구입했는데 시작부터가 3.5호의 낚싯대였다.
릴은 무난한 가격대의 것을 장만했는데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다룸도 익숙해졌겠지만
무겁다고 느꼈기에 지난해에는 낭창한 것이 2호대가 아닐까 싶은 3호대를 구입하여
그런대로 사용할 만 한 만재도용 찌낚싯대를 두 대는 가지고 다니는 것 같았다…….
두 달 전에 외연도로 농어낚시를 갔었을 때, 먼저 농어 한마리를 끌어내놓고는 뒤로 돌아 앉았는데
내가 다섯 마리를 넘게 낚을때까지도 불을 켜고 이상한 짓을 하고 있었는데
사용하던 낚싯대의 끝이 부러졌기에 수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한 대가 더 있었으니 얼른 그것을 사용하면 될 것을 농어가 다가온 시간대에
수리를 한답시고 시간을 허비하다니……. -_-;;
결국 서 씨 아저씨는 농어 한 마리로 외연도 에서의 황금타임을 날려 버리고 말았었다.
몇 년 전에 낚시학교 교장 선생이란 낚시꾼이 만재 도를 왔었는데 내만권의
허약한 채비로 무모하게 덤벼들었다가 만재도 고기들에게 호되게 당했다고 한다.
그 다음번에는 든든한 채비를 해왔었는지 큼지막한 참돔을 낚았다는데, 과연, 선생님이라더니
바로 만재도의 큰 참돔을 잡았구나. 며 아저씨가 칭찬을 하며 어떠한 채비로 했었는가 물으니,
2.5호 목줄을 사용했다하니, 어디서 순, 뻥쟁이가 왔다며 호주머니에는 4호 목줄을 감춰놓고
거짓말을 하는 게라고 핀잔을 날렸단다.
뭐, 죽을 고기가 급소에 바늘이 걸리면, 힘도 못쓰고 끌려 나오기도 하는지라,
그런가보다 해야겠지만, 만재 사랑이 지극한 아저씨인지라, 분을 못 참고 소리를 질렀다던가?
<에이~~~ 어디서, 무식한 뻥쟁이가 와서는……. 만재고기를 어찌 보고.......퉤~!!!!!>
최 사장이 만재피싱이란 낚시점을 열고는 빨간 새 배를 진수하여 만재도민들에게
신고식을 한다며 고사까지 거창하게 지내려고 돼지고기며 질 좋은 과일이며.
떡까지 잔뜩 장만해 들어와 막걸리잔 을 돌리던 날에도 그 교장선생이란 낚시꾼이
구석 켠에 있는 것을 보았는데 내만 권에서나 통할 그의 해박한 낚시방법이
만재도 에서는 전혀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그 후로는 만재 도를 오지 않는 것 같았고,
태도로 가서 한두 번 낚시를 해보다간, 제 동내로 돌아간 것 같았다…….
가거 도며, 만재 도며 태도에서는 복잡한 낚시방법이 소용이 없는 것이,
그저 바늘만 묶을 줄 알고 채비나 튼튼히 하고, 미끼나 바늘에서 떨어트리지 않고
발조심이나 해가면서 제 몸 간수나 잘하면서 먹을 거나 잘 챙겨먹고 버티다보면
고기 잡는 것이 어려울 것이 없는 곳이다. 물론, 거문도며, 추자도며 여러 곳에서
낚시를 해보고 온다면야 자원이 풍부하고 방법도 쉽기에 혹할까 걱정이긴 하다만…….
또 물론, 다른 곳에서의 어려운 낚시방법을 고집하지말고 만재 스타일의 방식을 따라 준다면
스텔스 기능의 채비도 소용이 없을 테고 잔존부력을 생각할 필요도 없고 시원하게
웃솟음을 남겨놓은 멀리서도 보기 좋을 찌가 낚시의 재미를 몇 곱절 올려줄 것이다…….
2호 줄이나 3호 목줄이 무슨 소용이며, 비겁한 고기도 없는 곳인데 G, B 봉돌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최소한 3B 이상의 만지기 편하고 채우기도 쉬운 큰 봉돌을
콱콱 채우면 노안의 소유자들도 한결, 편하고 좋지 않을까?!
어찌됐던 간에 만재 도를 다닐 만큼 다녔을 서 씨 아저씨가 감성돔용 릴에 감긴 3호 줄을
그대로 사용하며 요행수를 바랬었지만 대부분의 농어를 끌어내지 못한 것 같았는데
빈 물병에 3호 원줄을 감아낸 것을 가지고 나온 것을 보니 낚시점에서 사간 5호 원줄을
늦게야 감아서 사용했던가. 본데 그래서 세 마리라도 건져 냈을까?
둘둘 말아서 가지고 나온 3호 줄을 새것이라며 겨울 감성돔 낚시를
가끔씩 다니는 아저씨에게 사용하라고 건네주었는데 아저씨는 자기는
3.5호 이상의 원줄을 사용한다며 뒤편으로 밀어두면서 이상한 한숨을 내쉬었다…….
집나간 사람 몫은 있어도 자는 사람 몫은 없다고 했으니 혼자서 라면을 먹을 것 같아
한개만 끓이려다가 두개를 집어 들었고 아줌마도 없으니 계란도 두 알을 집어넣은
삼양라면 삼계탕이 알맞게 익을 때쯤에 전부들 잠에서 깨어 일어나 나오기에
먼저 나온 정 군에게 절반을 퍼주었다.
점심용인지 저녁용인지 싸둔 도시락을 챙겨들고 냉동 창고에서 밑밥이며
필요한 것들을 꺼내어 챙겨들고 배터로 내려가니 그물을 손보고 있던 아저씨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오면서 ‘오늘은 주 사장 자리로 가라’ 고 목소리를 잔뜩, 내리 깔았다.
노 선장도 어제 간여를 끝까지 지켰어야 했다며 혀를 차면서 새벽부터는 바람이 잤다며
아쉬워하면서 역시, 오늘은 주 사장 자리를 가야 한다고 했고 아들도 맞장구를 쳤다…….
만재도 에서는 사람들마다 포인트나 장소를 가리키는 이름들이 약간씩 달랐는데
이십 년 전 어느 여름날에 선임자인 주 사장님이 경운기 엔진이 달린 택택이 목선을 타고
그 자리를 처음 찾았던 날은 만조시간이 밝을 녘에 걸리는 조금물때였었다.
낮은 뱃머리를 들이밀고 타고 내리기도 적당한 날로 밤낚시를 해도 안전한 날이었고,
편하고 넓은 자리로 달도 없는 밤이었고 한밤중에 온갖 고기들이 떠올라 마구
물어 주었기에 일찍, 쿨러 가득 고기를 채웠다던가?!
얼마나 고기들이 많았는지 바다가 물고기 눈빛으로 번쩍번쩍 했었다고 하던데
그날 이후로는 주 사장 자리로 부르는 것이 알아듣기가 편하게 된 곳이었다.
서 씨 아저씨를 처음 만재도로 인도했던 십오 년 전의 어느 여름날에는
만조시간이 한밤중에 걸리는 날이었기에 뒤편의 비탈진 곳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서 씨 아저씨가 없어졌다.......
이 아저씨가 갈 곳이 그곳밖에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듬거리며 찾아가 보니
주 사장님 자리로 내려가서 벽에 기대어 서서는 무엇인가를 열심히 잡고 있었는데
제법 쏠쏠한 크기의 우럭들이었다.
곧, 물이 차오를 테니 위로 올라와서 하던지, 좀 쉬었다가 하라고 일렀지만
고기잡이에 미쳐가고 있었는지 괜찮다면서 올라올 생각을 안했다…….
잠시 후면, 물이 차 오를테니 안전하게 올라와 있다가 물이 내려앉으면
다시 하라고 일렀지만 꿈쩍을 않는 것이 그때 이미 소죽은 귀신에 씌어져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두 번 세 번 올라오라고 했지만 그래도 꿈쩍을 않기에 육두문자를 섞어서 소리를 질러댔다.......
“이 써브라질넘에 영감탱이야?! 물에 쓸려가 뒤지려고 환장을 했구먼요?
그러다가 쓸려나가 물귀신이 되면 그쪽 집 할망구가 나를 찾아와서 원망을 할 텐데
어쩔 껴?“
“아니? 그런 심한 욕을 시방, 나한테 하는 겨?????????”
어둠속에서도 얼굴을 붉히는 것이 느껴질 만큼 서 씨 아저씨가 목소리를 가볍게 떨면서
기어 올라온 순간, 너울이 덥쳐와선 서 씨 아저씨의 발목을 낚아챘기에
발이 젖었을 게고, 순간, 붉어졌던 얼굴이 하얗게 변한 것 같았다…….
위로 던져 놓았던 고기들을 주워 모아 쿨러에 집어넣고 잠시 쉬면서 간식도 먹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 아저씨가 또 없어졌는데 또 그 자리로 달려간 모양이었다.
그때부터는 물이 내려앉기 시작했을 테니 제 발로 도움닫기를 하여 물속으로
뛰어 들어가지 않는 한은 안전하겠기에 더 이상, 욕을 해댈 이유가 없었다.
그 후에 십년이나 더 지난 재작년쯤에 서 씨 아저씨가 그 자리에서 또
낚시를 하게 되었기에 만조가 걸리는 밤 시간이니 조심하라고 일러 주었는데
제대로 들어먹지를 않고 버티던데 갑작이 너울이 올라왔다가 내려가는걸 보니
물속에 무엇인가가 쓸려 내려가는 것 같아 가슴이 서늘했는데 물건 몇 가지를
잃어버리긴 했어도 간발의 차이로 위로 올라 왔나보다....
말을 안 들었다고 나에게 욕바가지를 퍼들을 것이 무서웠는지 괜찮다며
시치미를 뗀 것을 다음날에나 알게 된 것이 우선, 도시락이 쓸려 나갔으니
밤새 쫄쫄 굶은 것이 분명했고, 욕먹을 것이 두려웠는지 간식이라도 나누어 달라는
말도 못하고 끙끙대다간, 낚은 참돔의 반쪽을, 날로 뜯어 먹은 모양인데 도대체
집을 떠나와서 갯바위 구석에서 날밤을 새우기 위하여 간식 한쪽, 라면 한 개를
챙겨 오질 않고 도시락만 갖고 버텨 보려는 못된 심보는 어디서 배워먹었을까 들????
천사와 악마의 두 몸체를 지니고 있는 것이 분명한 우리 집 마나님은 항상
여러 사람의 몫을 챙겨 주는 것이 습관이 됐는데, 손도 클뿐 아니라,
한 자리에서 여러 날의 야영 낚시를 하던 예전에는 텐트를 쳐놓고 여러 날,
밥을 해먹어가며 낚시를 해야 했기에 밑반찬이며 간식을 많이 챙겨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미워라 하면서도 챙길 것은 챙겨주었기에 무거운 쿨러 속에는 항상,
먹을거리들이 가득했었다.
얼마나 나에게 혼날 것이 두려웠기에 저 아저씨가 배고픔을 참아야했을까?
다, 저 살라고 안전을 당부하는 혼냄뿐이었지, 공부 못한다고 혼냈겠어?????
옅은 간에 그 후로는 회를 뜨고 무언가를 바르면 먹기가 좋을 양념도 갖고 다니는 것 같았고
라면쪼가리라도 들고 다니는 것 같던데 나긋나긋한 좋은 목소리로 해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