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휴가 2일을 벵에돔이 많이 뜰 때 가려고 아껴두었었으나, 느태 벵에돔을 타작하고 계시는 어부왕님께 벵에돔 낚시를 배우려고 사용하게 되었다.
이번 이틀의 낚시투어에는 작은형과 동행하게 되었다. 겨울에 성수기인 장사를 하는 작은형은 여름은 비수기라 노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 평일 날 나와 동행하게 되었다.
왠일인지 집사람도 이번 조행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말도 없고, 만들어 달라는 쌈장과 야채등도 아무런 잔소리 없이 만들어 주었다. 손맛 원 없이 보고 재미있게 다녀오라는 배웅까지 해주면서…….(남자들은 이럴 때 미안하고 고마워서 앞으로 집사람에게 더욱 잘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2박3일의 낚시에 며칠 전부터 기대가 만땅이었고, 특히 어부왕님께 벵에돔 낚시에 대해 배운다는 기쁨에 마음은 훨훨 날아갈 것 같았다. 낚시꾼이라면 그 기분을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기쁨을 맘껏 표현하고, 싱글벙글 할 수도 없었다. 집에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미안했기 때문이었다. 소위 말하는 표정관리를 해야만 했다.
6월 3일 낮 12시 작은형과 안중․청북 톨게이트에서 만나, 내차에 짐을 싣고 거제도로 출발하였다. 내려가면서 기대에 잔뜩 부풀어 이번 출조에 관한 진행 내용들을 설명하였다. 오늘 느태 방파제에 들어가서 텐트를 치고 해질녘에 벵에돔을 잡아 소주한잔하고 2박 3일간 지겹게 낚시만 하자고…….
대진고속도로를 접어들은 후 어부왕님께 소개받은 국제낚시에 오늘 방파제에 들어가니 몇 시까지 배를 운항하는지 물어보려고 전화를 했다. 그런데 날씨가 나빠 운항하지 않고, 내일(4일)도 어떨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된장 맞을……. 육지 날씨가 너무 좋아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는데 현지 사정이 그러하다니 답답함과 출조 포기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출조를 포기하고 차를 돌려 집으로 가느냐? 그래도 강행하느냐? 를 우선 고민했다. 이미 콧바람이 잔뜩 들어갔는데 포기한다는 것은 소풍날 비 때문에 학교에서 도시락 까먹는 그 기분이랄까……. 어쨌든 출조는 강행하기로 했다.
그때부터 여기저기에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어부왕님은 느태 방파제는 웬만한 날씨에도 낚시가 가능하다, 특히 내항을 바라보고 하니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조언을 해주었다. 그러나 그 많은 짐을 들고 걸어서 들어가려니 엄두가 나지 않을뿐더러, 만일 4일까지 바람 때문에 낚시를 못한다면 느태방파제에서 완전 죽 쑤고 있어야 될 것이다. 그러니 낚시가 가능한 곳에서 낚시를 하고 4일 저녁에나 이동하자는 결론을 내었다. 삼천포는 어떨지 돌뽈래이님께 전화를 했다. 볼락낚시를 가신다고 하는데 거기에 낑겨서 낚시하고 하루까페에서 하루 신세지면 어떨까? 고민하다가 너무 부담스럽게 하면 안 될 것 같아 포기하였다. 순간 며칠 전 곰네바리님의 감성돔 대박조황이 생각났고 바로 전화를 하니 덴마낚시 할 수 있는 내만 권 낚시점을 소개해 주었다. 본인도 다음날인 4일 선상출조를 한다고 했다.
곰네바리님이 소개해준 가조도 낚시점에 도착하여 주변을 돌아보니 일요일이라 가족낚시를 나온 사람들이 여럿 볼 수 있었다. 보리멸을 원투낚시로 잡고 있었는데 한 마리면 소주 한 병 먹을 정도의 씨알들이었다. 마침 덴마 철수하는 분들의 밑밥통에는 감성돔 7마리가 뒤집어져 숨을 쉬고 있는 것도 볼 수 있었다. 내일이면 우리도 감성돔 몇 마리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라는 기대감을 갖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텐트도 가져왔겠다. 한적한 곳에 가서 야영을 하기로 하고, 통영 중앙시장에 들려 참돔1마리와 감성돔 한 마리를 만구천원에 샀다. 매운탕을 끓여 먹을 수 없어서 뼈를 두고 와야만 했는데 어찌나 아깝던지 신혼 초에 며칠 출장 가는 기분이 그럴까?
저녁을 회로 해결하면서 우리는 소주 4홉 두병을 비웠다. 각자 한 병씩 마셨는데 술을 잘 못하는 작은형이 분위기에 취해 주량을 오버해서 마셨다. 새벽에 꺽꺽거리며 저녁에 먹은 것을 확인하는 소리에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 낚시에는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여서 다행이었다.
새벽 4시 반에 배를 타고 덴마로 나갔다. 곰네바리님이 늦게 도착하여 얼굴을 볼 수는 없었다. 우리는 미더덕 양식장 부표에 매어놓은 덴마에 내렸다. 전날 본 삐꾸통의 감성돔과 몇 마리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라는 곰네바리님의 말에 자신감을 가지고 집중하여 낚시에 임했다. 그러나 우리의 기대와 며칠 호황은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집중력이 떨어져 앉아서 쉬어야 겠다는 작은형은 갑자기 “어” 하더니 의 찌가 없어졌다며 반사적으로 힘껏 챔질을 했다. 나는 “형 긴장하지 말고, 어장줄 쪽으로 가면 터지니까 반대쪽으로 낚시대를 세우고 릴링해” 라며 응원을 해 주며 밑밥을 사정없이 퍼 주었다. 초반 제압을 확실히 한 작은형은 “어우 이 맛이야”를 외치며 여유 있게 릴링을 했고 잠시 후 감성돔이 수면에 나타나자 사진을 한 장 찍고 뜰채를 대주었다. 그러나 나의 채비에는 조금의 변동도 없었다. 내만권이라 그런지 조류의 움직임도 거의 없었다. 또다시 지쳐갈 즈음에 작은형의 찌가 잠겼고 여유 있게 끄집어 낼수 있었다. 씨알은 그리 크지는 않았으나 낚싯대의 휨새와 저항하는 힘은 역시 감성돔이었다.
가조도는 날씨가 좋은데 왜 옥포쪽은 날씨가 그럴까. 혹시 좋아지지는 않았는지 국제낚시에 전화를 했더니 바람도 줄어들었고 출항한다는 것이었다. 부랴부랴 밑밥을 던져주고 4시경에 철수하려던 계획을 변경하여 12시에 철수 시켜 달라고 낚시점에 전화를 해두었다.
중간 중간에 곰네바리님께 전화를 하니 거기도 조황이 좋지 않고 한 마리뿐이 못했으며, 일찍 철수 한다고 하였다. 혹시 철수하면서 못 뵐 것을 예상하여 잘 지내시라는 인사를 하고 우리는 12시에 철수하였다. 우리의 조과는 두 마리였다. 철수하는 배의 물칸을 보니 선장님이 잡아놓은 감성돔 세 마리가 여유 있게 헤엄치고 있었다. 한 마리 달라는 소리에 흔쾌히 가져가라고 하여 제일 큰놈으로 염치없이 챙겼다.
느태 벵에돔들 이젠 다 죽었다를 마음속으로 외치며 국제낚시점 주소를 네비게이션에 찍고 느긋하게 달렸다. 가면서 낚시점마다 들려 [해동]에서 나온 [발포찌]를 찾았다. 어부왕님 말씀이 [발포찌]만이 예민한 느태 벵에돔을 잡아낼 수 있다고 하여 찾은 것이다. 그러나 거제도 까지 가는 낚시점들을 거의 들려 물어보고, 찾아보았으나 [발포찌]를 찾을 수 없었다. 아무리 예민하다 해도 제로 목줄찌 정도면 잡아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막대찌같이 생겨 목줄에다 끼우는 목줄찌를 구입했다. 빵가루도 열 댓 개 샀는데 빵가루의 종류는 그리 중요한지 몰랐으나 다음날 낚시를 하며 빵가루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4일 오후 4시경부터 느태방파제에서 벵에돔 낚시를 할 수 있었다. 몇몇 분들이 낚시를 하고 있었으나 벵에돔의 모습은 볼수 없었다. 방파제 주변이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고 있었고, 우리는 텐트를 치기 전에 주변의 쓰레기를 주워 담아 정리하였다. 인낚의 회원이신 낚시인을 만났는데 그분은 홍지렁이 미끼로 수심 1.5미터를 주고 낚시를 하고 있었다. 밑밥은 빵가루에 크릴을 섞은 것이고 목줄찌 채비였다. 창원에서 인낚조황을 보고 낚시를 왔으나 벵에가 뜨지 않는데 어부왕님은 어찌 그렇게 잘 잡는지 궁금해 했다. 나도 옆에서 빵가루 밑밥과 오뚜기 빵가루를 반죽한 미끼로 낚시를 했다. 채비는 제로 목줄찌를 셋팅한것에 수심은 50센티미터를 주고 낚시를 했다. 입질은 전혀 없었다. 과연 여기서 벵에돔이 잡히는 것일까? 내가 아는 한 벵에돔이 있다면 한 마리 정도는 나올 텐데…….
나오라는 벵에돔은 안나오고 전갱이만 한 마리 걸었다. 처음에는 벵에돔인지 알았는데 올리고 보니 전갱이였다.
벵에돔 한 마리도 못 잡고 가조도에서 잡아온 감성돔으로 간단하게 소주한잔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어부왕님이 새벽 1시경에 도착한다고 했으니 그때쯤 일어나고, 내일 당진까지 올라가려면 잠을 자두어야 겠다는 생각에서 였다.
형과 나는 생각하길 “아무리 어부왕님이라도 여기서 벵에를 잡아낸다는 것은 불가능 할 것이고, 형제들과 모여 한잔하려면 또다시 통영 중앙시장에 들러 횟감을 사가지고 가야하나 보다” 라는 불길한 생각을 하였다.
새벽에 눈이 떠져 시간을 보니 2시경이었다. 텐트 밖으로 나와 어부왕님을 찾았다. 어부왕님 일행들은 4분이었고, 일부는 채비를 하고 어부왕님은 갈치낚시를 하고 있었다. 반갑게 서로 인사를 하고 전날 우리가 낚시한 것에 대해 얘기를 하였다. 인낚에 올린 조황이 뻥조황이 아닐까 약간 의심의 마음을 갖고…….
어부왕님은 친절하게도 우리가 사용할 발포찌와 미끼용 빵가루인 벵에헌터를 준비해 오셨다. 남아있던 감성돔을 회를 치고, 어부왕님 일행이 준비한 막걸리와 김밥을 먹으며 날이 밝아오기를 기다렸다. 벵에돔 낚시에 대해 설명을 들으면서…….
4시경부터 채비를 했다. 5시면 환해져서 낚시가 가능하니 서둘러 준비한 것이다. 빵가루 밑밥을 만드는 방법과 벵에헌터로 미끼 만드는 법을 배웠다. 우리는 전날 사용하던 빵가루 밑밥에 빵가루를 추가하여 만들었는데 이것이 화근이었다. 작은형의 밑밥은 죽이 되어 질게 되었고, 내 밑밥은 덩어리가 져서 밑밥을 치면 물속에서 퍼지지 않고 그대로 가라앉아 버렸기 때문이었다. 빵가루가 물에 젖어 뭉쳐지는 빵가루는 밑밥용으로는 적절하지 않으며, 약간의 점도만 유지 할뿐 뭉쳐지지 않는 빵가루가 밑밥용으로 제격이었다. 이것은 경험을 통해야 만이 제품을 알 수 있다. 써보지 않고 어찌 알 수 있겠는가? 다만 빵가루의 입자가 큰 것이 이러한 실수를 하지 않고 제대로 고르는 방법이라는 것을 느꼈다.
어부왕님은 우리 형제들을 가르쳐 주기 위해 나와 형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내 옆으로는 어부왕님의 직장동료분이 자리 잡았다. 드디어 어부왕님이 가르쳐준 채비로 낚시에 임하기는 해도 어제 한 마리도 못했는데 오늘은 잡을 수 있으려나 의심 반으로 낚시에 임했다. 그런데 첫수를 어부왕님의 직장 동료분이 올리는 것이었다. 갑자기 눈이 밝아지고 “오잉 드디어 벵에돔이 나오는 구나” 감탄을 하였다. 곧이어 어부왕님의 낚싯대가 휘어지며 벵에돔을 끌어내고 있었다. 이럴 수가 어제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던 벵에돔들이 어부왕님이 오시니 미쳤나? 생각하는 사이 곧이어 나도 한 마리 할 수 있었다.
신기했다. 과연 빵가루 미끼와 빵가루 밑밥만으로 벵에돔을 잡을 수 있다니…….
혹시 모르니 크릴 밑밥을 몇 덩어리 가져왔어야 했는데, 라고 생각한 나의 고정관념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어부왕님은 닉네임에 걸맞게 연신 벵에돔을 잡아내고 계셨다. 이때부터 나의 마음은 조급해졌고, 바빠지기 시작했다. 어부왕님의 지도를 받으며 채비를 정렬시키고 밑밥을 제대로 던지기 시작하자 나도 입질이 간간히 들어왔다. 올리다 빠지고 챔질을 잘못해 옆조사님의 낚시대를 감아버리고 해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면 나도 꽤 했을 것이다.
어부왕님과 조과차이는 무엇일까 비교해보니 내 밑밥이 덩어리가 져서 물에 퍼지지 않고 그대로 가라앉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쓰던 밑밥을 미련 없이 버려 버리고 어부왕님이 가져온 빵가루로 밑밥을 다시 개었다. 그랬더니 제법 물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래 이것이 원인이었다를 느끼며 몇 마리를 더 추가했다.
잠시 입질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어부왕님 고기가 빠진거 아닙니까?” 라고 물으니 “아닙니다. 고기는 아직 있습니다.” 라며 바로 한 마리 올리신다. 나도 더 열심히 낚시에 임하여 한 마리 더 걸어내었다. 어부왕님의 일행분은 약 10미터 짜리 민장대로 몇 마리 걸어내고 계셨다. 어느새 방파제 주위에서 낚시하던 분들이 낚시를 접고 우리 뒤에서 구경만 하고 계셨다. 마치 낚시대회에 갤러리로 참석한 것처럼…….
어떤 노인 분은 어부왕님을 알아보시고 “또 왔네, 거제 고기 다 잡아가지 말라” 라며 핀잔을 주신다.
8시가 조금 넘었을 시간에 갑자기 내항 쪽에서 바람이 터졌다. 잔잔하던 파도는 조금 높게 일기 시작했다. 예민한 벵에돔의 입질을 받아내고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파도라 낚시가 불가능 하였다. 그런 와중에서도 어부왕님은 몇 마리를 더 추가 하였다.
우리가 잡은 벵에돔은 내가 10수, 형님이 1수를 추가하여 11마리 였다. 그러나 어부왕님은 약 30수를 하신 것 같다. 살림망이 묵직하였다.
낚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우리는 낚시를 접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국제낚시에 전화하여 11시까지 데리러 와달라고 하였다. 텐트를 접고 짐을 정리하는 동안 어부왕님은 낚은 벵에돔으로 회를 치고 계셨다. 짐 정리를 다하고 모여앉아 벵에돔회에 소주를 한잔마시며 어부왕님은 우리에게 “더 궁금하신 것은 없습니까” 라며 질문을 하셨다. 몇 가지 궁금했던 것을 묻고 답변해 주는 사이 낚싯배가 도착하였다. 어부왕님의 뜨거운 마중을 받으며 느태방파제를 뒤로하고 우리는 2박3일간의 낚시를 마감하였다.
올라오며 이제는 어디를 가도 벵에돔들은 우리한테 다 죽었어를 생각하며 낚시에 대한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또한 형제들과 함께 벵에돔 숙회를 해서 먹을 저녁시간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으나 대진고속도로 상행선에서 이동식 카메라에 15키로 오버한 것을 찍히니 여행의 마지막에 죽을 쑤었다.
[벵에돔 숙회 만드는 법]
사전 준비물 : 얼음물(보통은 고기의 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아이스박스에 넣어져 있던 얼음을 사용하면 좋다)
깨끗한 수건 또는 키친 타올(물기를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프라이팬
1. 비늘을 깨끗이 제거한 후 포를 뜬다.
2. 가스 불에 프라이팬을 올려놓아 뜨겁게 해 놓는다.(데우고 빼는 것이 아니라 계속 불을 때고 있어야 함)
3. 포를 뜬 벵에돔을 껍질이 프라이팬 바닥에 닿게 손으로 누르고 있는다.(약 2.5초 정도 누르고 있어야 함. 누르지 않으면 오그라 들기 때문에 껍질이 익지 않는다.
4. 2.5초 후 누르고 있는 손을 떼면 오그라들며, 이때 얼음물속에 신속히 담근다.(얼음물속에서 충분히 열을 식힌다.)
5. 계속하여 위와 같은 동작을 되풀이한 후 얼음물에서 포를 꺼내 수건이나 키친타올로 물기를 제거하여 껍질을 위로하여 도마위에서 적당한 크기로 먹기 좋게 썬다.
6. 시간이 없으면 5번까지 하여 먹어도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썰기 전에 냉장고에 넣어 최소 2시간 정도 숙성을 시킨다. 시간이 부족할시 냉동실에서 30분정도 있다가 썰어 먹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