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조 전날 저녁.
매번 그렇듯 출조의욕이 지나쳐 뻘짓이 극에 달하고 있다.
감성돔 미끼로 사용할 강냉이 캔 통조림과 마루큐 우마지메솔트 조합인데 그놈에 생선 한마리 잡아보겠다고 주방에서 꼼지락대고 있으니 그런 아빠의 모습을 옆에서 잠자코 지켜보던 초딩 아들래미가 말하길 엄마나 나한테나 이렇게 좀 해보란다.
그 말에 울컥해서 너도 마루큐 조미료 듬뿍 뿌려줄테니 오라고했더니 뱃살을 출렁대며 이미 도망가고 없다.
아들은 코로나19때문에 학교도 제대로 못가고 운동도 못하는데 먹기만 먹어대더니 점점 더 "확찐자"가 되어가고있다.
이번에는 언제나 부담스러운 첫배가 아니라서 마음놓고 몇시간 가량 마음놓고 눈을 붙혔다.
알람소리와 함께 기상해서 조미료(?)에 절여진 강냉이를 꼭꼭 챙겨 새벽 4시경 출발한다.
오늘의 목적지는 얼마전 성훈이와 함께했던 통영 욕지권이다.
낚시밸리앞은 여전히 낚시인들로 붐비는 시간대.
지역 상관없이 첫배시간이 지난 시점이라 조금 덜한편이라는데 밸리 부장님은 이틈을 타서 식사를 하고계시느라 얼굴을 못뵜다.
다른 의미이긴 하지만 낚시인이나 낚시점에 종사하는분들이나 모두들 새벽부터 고생이 많다.
필자와 함께하기로 약속한 상욱이와 만나서 짐을 상욱이 차량에 옮겨싣었다.
가지고온 내 똥차는 밸리 전용주차장에 주차하면된다.
많은 낚시점을 다녀봤지만 이렇게 넓은 전용 주차공간이 있는 낚시점은 아마 전국에서도 찾아보기 드물것 같다.
밑도 끝도 없지만 그냥 밸리사장님이 부럽다..
상욱이의 차량에 얹혀서 오늘도 그놈에 감성돔 한마리 잡아보겠다고 통영으로 향한다.
겨울 감성돔 잡아본게 언제인지 정말 가물가물하다.
저번주는 아쿠아피싱, 이번주는 스타피싱을 이용하기로 한다.
사실 나는 통영쪽 낚시점 점주와는 친분이 일절 없어서 출조할때마다 동행하는 파트너의 선택에 따르는편이다.
낚시인이라면 다들 공감하겠지만 그날의 조황은 선장님의 포인트 선택에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평소에 자주가는 낚시점 선장님과의 친분을 두텁게 쌓아두는것을 권한다.
비용을 지불하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하나싶은 마음에 사람에 따라 자괴감이 들수도 있다.
하지만 이바닥도 결국 사람끼리 부대끼며 하는 장사다보니 좋은게 좋은거라 생각하는게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것 같다. 그런 의미로 나는 천성이 일부러 친한척을 못하는편이라서 아직 이모양 이꼴인듯 하다.
스타피싱은 주차장에서 선착장까지 거리가 가깝다.
밑밥통,보조가방등등 짐이 많은 난 이동거리가 짧은 선착장을 가장 선호하는편이다.
주차장에 손수레가 몇대 있으니 활용하면 좀더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욕지도는 오후 조황이 오전보다 좋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이날도 오전 7시에 출발하는 배를 예약했는데 가는 도중 일출도 구경하고 이건 뭐 관광온 느낌이다.
갯가나 선상이나 일출은 언제봐도 이쁘다.
다만 새해라고 고생고생해서 뜨는 해를 보러가는건 극혐인듯.
낚시하러가서 갯바위에서 밤새 떠는건 어쩌다 한번쯤은 할만하겠지만 뜨는해 보겠다고 그짓은 못해먹을것 같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확실히 아쿠아피싱보다는 살짝 느린감이 없지않아 있다.
욕지본섬을 향하는중 돌아보니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욕지권 왠만한 포인트에는 모두 하선해있는 모습이다.
욕지 부속섬에는 누가봐도 하선할곳이 없으니 우리가 탄 배는 전원 본섬에 전원 하선한다고 한다.
이 시간대에 나와서 포인트 욕심은 말도 안되는일이고 그저 발판이나 좋았으면하는 바램이 있다.
손님들 한두팀씩 하선하더니 이어서 우리팀 순서.
구석진 무명포인트에 하선한다.
사실 이곳은 무명포인트이긴 하지만 이름대면 알만한 유명 프로님이 방송으로 다뤘던곳, 자세한 포인트 설명은 생략하도록 한다. 중요한것은 딱히 매력적인 수중여가 있는곳이 아니라서 이름있는 포인트에 비해 조과가 안정적이진 않다. 조류도 거의 안간다고 보면 된다.
(혹여라도 이 글을 보고 일부러 찾아들어가볼만큼 매력적인 포인트는 아니니 참고만 하시길..)
직벽이 있고 그 앞에 간출여 커다란 덩어리가 하나 있다.
우측으로 갈수록 수심이 낮다.
그냥 우리가 하선한 지역은 말그대로 홈통이다.
왠만한 악천후는 낚시하는데 지장이 없을정도로 막아줄만한 포인트다.
발앞 수심은 대략 7~8m, 조금더 나가면 10~11m 정도된다.
상욱이는 식자재 유통업에 종사하는 동생답게 먹을것을 참 많이도 가져왔다.
형님이 안드셔본걸로 가져온다며 오뎅탕을 챙겨왔는데 "쯔유"가 포함된 오뎅탕이라 한다.
일반적인 오뎅탕이 아닌 일본식 깔끔한 국물맛을 기대해 본다.
물조절 실패.
식자재 유통업에 종사할뿐 요리에 재능이 있는것은 아닌듯하다.
우여곡절끝에 완성된 오뎅탕.
아까 버린 국물을 그냥 넣었어도 될뻔했다.
통영에 도착해서 구입한 김밥과 함께하는 아침식사 메뉴다.
오뎅탕이 내 예상보다 훨씬 더 맛있어서 옆에있는 김밥은 제대로 손이 가질않았다.
사람밥을 챙겨먹었으니 이제는 본연의 임무로 돌아와서 고기밥을 주기 시작한다.
오늘은 밴드내에서 최근 핫한 저가 구멍찌인 일명 "짜가겐"을 테스트해보려 한다.
짜가겐은 판매자가 임의로 붙인 이름이고 본래는 "예작수"라는 이름으로 판매중에 있는데 메이드인 차이나 제품이다. 짜가겐이라는 이름은 사진만봐도 알겠지만 쯔리겐 M16의 외형과 닮아있어서 그런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옆에두고 비교해보면 M16이 조금 더 길쭉한 형태다.
문제는 가격.
짜가겐의 가격은 개당 3,000원(ㄷㄷㄷ).
일반적인 수중찌 가격과 비슷할 정도로 말도 안되게 저렴하다.
※필자는 해당 업체와 무관하며 내돈내산 제품임을 알려드립니다.
기분탓인지 꼬꼬마 복어가 잡힌다.
여부력은 표기되어있는 부력보다 좀 더 큰것 같고 원투력, 시인성 등등은 평균정도 되는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서 물을 먹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도료의 밝기가 좀 어두워지는 단점과 갯바위에 부딪혔을때 겉의 도장이 살짝 깨지는등등 굳이 캐내면 몇가지 단점이 있지만 이 모든것을 무력화 시키는것은 결국 가격이다.
가격은 정말 사기수준이고 감성돔 반유동찌로 사용하기 손색이 없는것 같다.
아래층에 머무르고있는 상욱이는 야마모토찌를 테스트중이다.
나도 그렇고 몹시 집중해서 낚시를 하고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어신은 없다.
그것도 그럴것이 홈통으로 이뤄진 포인트라 조류의 이동이 아주 미미해서 찌의 움직임이 거의 없다.
이런 포인트일수록 뒷줄을 잡아서 밑채비를 끌어주는것이 포인트인것 같다. (일명 끄심바리..)
조류도 없고 배는 부르고 날도 따땃한편이라 찌를 계속 보고있자나 잠이 쏟아진다.
카페인과 달달한게 땡기는 시점.
편의점에 2+1으로 판매하고있어서 3개나 구입했는데 단거 좋아하는 내 입맛에는 딱 맞는것 같다.
드디어 상욱이가 한수했다.
야마모토찌의 위력 확인.
그렇다면 짜가겐의 위력도 보여줘야지.
채비회수하다 교통사고(?)난 학공치다.
이곳 학공치 대부분은 볼펜사이즈라 마음먹고 잡자고 덤비기에는 아쉬운 사이즈다.
수심층 역시 수면위까지 피어오르진 않고 1m 수심 아래에서 유영하는것이 육안으로 확인된다.
피슈슈우우욱..
대체 무슨 소린가해서 뒤를 돌아보니 상욱이가 뭔가를 하고있다.
소변보러 내려갔다가 간조시점에 가까워져서 바닷물 빠진 갯바위에 붙어있는 홍합을 채취해서 삶고있다고 한다.
상욱이는 여느 시골 할매들처럼 매우 부지런한듯하다.
항상 뭔가를 꼼지락대며 하고있다.
그리고 입으로 가져간다.
몇개 먹어보더니 간이 안맞았는지 그냥 미끼로 쓰라고..
깡생수(?)로 삶아서 그런지 홍합이 얼마 안되서 그런지 아무튼 별로인듯하다.
잡어가 얼마 없지만 잡어퇴치용(?)으로 사용해본다.
감성돔님 입맛에 맞아서 확 물어줄듯하지만 현실은 무쓸모다.
이로서 감성돔도 퇴치된듯.
아침먹고 돌아서면 점심이라고 예전부터 어머니들이 그렇게나 툴툴대더니 이곳이 그렇다.
상욱 주부님은 또다시 버너에 가스불을 붙힌다.
마흔살 넘은 형아 맥이느라 쉴틈이 없다.
식자재 풍년.
이것은 진공포장된 소고기 채끝살이란다.
나는 아무것도 안하는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소괴기느님을 맞이할 마음가짐(;;)을 준비하는중이다.
영롱한 붉은빛.
마블링이 좀 희안하게 생겨먹었지만 그래도 명색이 소고기니 맛있겠지.
다 탔다.
남자들끼리 고기 구워먹으라고 냅두면 꼭 다 태워먹는다.
김치어묵우동.
이 메뉴는 저번 조행기에도 언급했으니 패스.
단일메뉴로도 충분히 가성비 좋은 아이템이지만 햇반과 함께 가져가면 더욱 더 꿀조합이다.
이글을 읽고있는분들중 낚시용품 판매업을 하고계신 사장님들이 계시다면 낚시인들에게 이 제품을 판매해보시길 강력히 권한다. 판매자는 제가 알아서 연결해드림.
겉이 새까맣지만 속은 그래도 알맞게 익었다.
입에넣고 우물우물하면 몰랑몰랑하니 맛있다.
역시 고기는 소고기가 진리다.
갯바위에서 이게 무슨 호사인가.
얼마안되는 내 낚시인생이지만 아마도 이날이 가장 배부르게 먹었던날이 아닌가 싶다.
할일을 끝낸 김주부님은 갯바위에 끼어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주부의 삶이란...
나는 꾸준히 쉬지않고 낚시를 이어가서 드디어 생선을 잡았다.
처음에는 밑걸림인줄 알았더니 왠걸 무거운게 딸려와서 봤더니 이녀석이다.
광어도 아니고 도다리다... -_-;;;
원투낚시를 하면서 도다리를 많이 잡아봤지만 이렇게 큰 도다리는 처음인듯.
30cm가 넘어가는 도다리다.
역시 낚시는 노력하는자가 고기를 얻는거라며 우쭐하며 기분좋게 갈무리후 마음 편히 다음 캐스팅을 해본다.
대상어가 아니긴해도 먹이활동을 하는 녀석이 있는것을 보면 바다속은 그렇게 썩 나쁘지 않은 상황인것 같다.
간만에 뜰채에 담겨진 고기를 보니 눈물이 날것만 같다.
그렇게 우린 말없이 집중했다.
그뒤로 얼마나 흘렀을까.
"행님, 왔습니다!!"
"그래! 넌 광어더냐!!!"
상욱이의 외침에 아래를 내려다보니 정말 거짓말처럼 낚시대가 휘어져있다.
조류의 흐름이 미약해서 큰 기대가 없었는데 꾹꾹 차는 대의 휨새를 보아하니 잡어는 아닌것 같고 뭐가되던 최소 4짜 이상이다.
발앞에서 입질을 받아서 그런지 예상보다 저항이 거센 녀석.
초반 브레이크 두어방 준것 같은데 그뒤로는 버티기에 돌입한다.
다행인것은 오늘은 저번 조행때 포인트 지형처럼 바닥 수중여가 많이 산재해있는 포인트가 아니기때문에 어느정도 여유가 있지않을까 한다.
감성돔이다.
허연 배를 수면위로 띄워놓고나니 우리가 그토록 원하던 대상어 감성돔이다.
사이즈는 대략 40cm는 넘어보이는데 이쁘게 잘빠졌다.
기부니가 급좋아진 김주부님.
역시 욕지도는 오후 물때가 강세인듯하다.
이후에도 이곳 홈통포인트는 이미 집어가 되어있는 상태라 한마리만 있지는 않을것이라 보고 손목이 부셔져라 열심히 노력했다.
하지만 감성돔은 역시 선택받은자들만이 얻을수 있는 대상어인듯 내게는 결국 도다리 한마리가 끝이었다.
시무룩...
철수시간에 아쉬움이 남는 낚시가 정말 재미있는 낚시인것 같다.
빈손이라도 재미있었으면 그게 진짜 낚시지..
그렇게 애써 위로해보지만 위로가 되지않는다.
헌해(?)가 지고 일주일뒤에 새해가 올것이다.
일출도 보고 일몰도 보고 내 고기는 아니지만 감성돔도 보고 볼건 다봤다.
기분좋게 철수길에 올랐는데 주말 철수 막배라 그런지 여기저기 들러서 대략 한시간가량 철수배를 탄것 같다.
한시간이면 부산에서 대마도 도착할 시간이다... -_-;;
코로나19때문에 나름대로 조심하느라 선실밖에 한시간동안 있으려니 손발이 시려서 애를 먹었다.
주말에는 본래 그런지 모르겠지만 철수에 소요되는 시간은 앞으로 개선이 되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평소에 배멀미가 있는분들은 아마도 쓰러졌을듯.
집에 도착해서 아들앞에서 간만에 생선잡았다고 자랑도 해본다.
간만에 집안에 비릿한 냄새가 난다.
왕도다리는 몇일뒤 간장조림으로 변신했다.
대상어는 어시스트 한것으로 만족하는걸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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