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시다, 형님!"
목적이 분명한 상욱이의 전화 한통으로 통영 좌사리도 출조계획이 잡혔다.
얼마전 다대포 형제섬에서 보기좋게 패배한 긴꼬리벵에돔이 대상어.
출조지는 국도와 좌사리도 두 곳중 조황이 확실(?)한 좌사리로 선택했다.
조황도 그렇지만 올해들어 좌사리도가 왠지 끌린다.
좋았던 기억은 딱히 없지만 왠지..

거제의 날씨와 통영의 날씨가 완전히 다르다.

오전 10시 출항이라 느즈막히 출발했는데 잠도 그렇고 운전에 대한 스트레스가 훨씬 덜하다.
무더위만 아니라면 이런 스케쥴의 출조가 확실히 나은것 같다.
부산에서 통영까지 가는도중 비가 쏟아졌다가 흐렸다가 다시 맑아졌다가 다시 흐려지고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낚시인에게는 우중충한 날씨가 오히려 반가운 시기다.

통영 삼덕항 나드리피싱.
여객선터미널 여행객과 낚시객이 뒤섞여서 고질적으로 주차난에 시달리는 동네라 주말은 피하게 되는 곳이다.
하지만 오늘은 평일이지롱..(?)


조황이 좋아서 그런지 피싱샵 앞으로 평일낚시를 즐기러 도착한 낚시인들이 꽤 보인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낚시인이 없어서 배한대 띄우는것도 힘들었는데 다행스러운 모습이다.

가게앞에 주차후 명부를 작성한다.
삼덕항에서 이렇게 수월하게 주차를 해본건 낚시 입문후 처음이 아닌가 싶다.
좌사리도까지 선비는 65,000원.
유류비와 통행료 그리고 낚시에 필요한 부수적인 것들까지 구입한다고치면 사실 많이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서로간의 입장차가 있지만 조금만이라도 인하된다면 더 많은 낚시인이 찾지 않을까 한다.

간만에 봤더니 살크업(?)이 제대로된 상욱이.
날이 더워서 낚시를 거의 못갔다고 하는데 같이 늙어가는 상황이라 그런지 나도 이제 더위가 추위보다 훨씬 무섭다.
오늘처럼 이렇게 우중충한 날씨가 아니었다면 출조 자체를 포기했을듯 싶다.

연화도, 욕지도로 향하는 여객선.
휴가철도 아니고 평일이라 여행객이 몇 없는듯 싶다.

선미 의자에 앉아서 핸드폰을 끄적대다보니 드디어 좌사리도가 시야에 들어온다.
다행스럽게도 이곳까지 구름이 많이 깔려서 오후 무더위 걱정은 덜어도 될 듯하다.

선내 스피커로 상욱이 이름이 불린다.
첫번째로 하선하는줄 알았더니 돌돔 낚시인 하선시 짐을 옮겨주는 역할을 하게 됬다.
짐이 많기로 유명한 돌돔낚시를 혼자서 그것도 야영낚시라니 대단하다.
돌돔낚시는 나도 언젠가는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인데 짐도 짐이고 투자해야하는 비용도 만만치가 않아서 망설여지는게 사실이다.
로또되면 하는걸로...

짐꾼 상욱.
낚시인끼리 서로 도와야지 이 망망대해에서 누가 돕겠나.

그리고 우리는 바로 맞은편에 두번째로 하선했다.
포인트명은 "칼바위" 좌사리서 나름대로 유명한 포인트라는 선장님의 설명이다.
전국의 칼바위라는 이름을 가지고있는 포인트는 대부분 발판이 더럽다고 봐야할것 같은데 여기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아니나 다를까 선장님왈 "발판이 좀 그렇긴한데.."로 말씀을 시작하셨다.
그래도 시야가 확보되는 오후낚시이니 열심히 해보시라는 마무리 말씀.

선장님의 포인트 설명에 의하면 포인트 우측으로 흐르는 조류를 공략하는게 주요하고 낮에는 중층 수심층이 유리하다고 하셨다.
나도 출조전 여기저기서 좌사리도 소식을 들었는데 낮보다는 야간에 조황이 좋다고 한다.

포인트 하선후 시야에 가장먼저 들어온건 주위 경치도 아니고 바닥에 흩뿌려진 밑밥이다.
밑밥 상태를 보아하니 오늘 오전에 철수한 낚시인이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참으로 갑갑하다.
철수전 두레박 한번만 부어주면 될 일을 뭐가 그렇게 급했나 싶다.
제발..
좀.

하선후 갯바위 청소까지 하고나니 등줄기에 땀이 흘러내린다.
그제서야 한숨돌리며 눈에 들어오는 주변 경치.
이쁘다.

좌사리도가 대부분 그렇지만 전형적인 물골 자리인듯 싶다.
조류가 좋으니 긴꼬리벵에돔이 굳이 아니더라도 참돔,돌돔,부시리 등등 여름 고기는 가리지 않고 물어주는 동네다.
개인적으로 좌사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어종은 참돔인데 오늘은 손님고기로 기대하고 있다.
나는 투제로 기울찌를 먼저 골랐고 상욱이는 반유동 채비로 시작했다.
둘 중 먼저 잡는 사람의 채비로 변경하면 되기 때문에 두명 이상의 조행에서는 각각 다른 채비로 시작하는게 효율적인 방법인듯 하다.
둘 다 못잡으면 나가리..

얼마 안가서 필자의 채비에 먼저 소식이 왔다.
긴꼬리벵에돔이었으면 좋았겠지만 다소 둔탁한 손맛을 안겨주는 덩치좋은 고등어(부시리)다.
사이즈는 다대포에서 자주 잡아왔던 알부시리급인데 조류발이 좋아서 그런지 사이즈에 비해 상당히 힘을 쓴다.

그 이후에 연타로 상욱이의 쥐치 소식이다.
쥐치는 집에서 반기는 고기라 환영이다.
부시리도 먹을 수는 있지만 그다지 선호하진 않아서 바로바로 릴리즈 하고있다.

"왔다"고 하더니 금세 벌을 서고 있는 상욱이.
자리돔이 갯바위 가장자리에서 떠나지를 않더니 부시리가 포인트 앞바다를 점령한듯 하다.

이건 뭐 제발 물지 말아달라고 주문을 외워야 할판이다.
이글을 읽고 있는 낚시인중 손맛(부시리)이 그립다면 지금 바로 좌사리도로 달리면 된다.
엘보가 박살이 날 정도로 마릿수는 충분하니 믿고 달리길 바란다.
단, 대상어는 부시리로 한정.

날씨가 아주 스펙타클하다.
러시안 룰렛처럼 "아주 맑음"에 걸려버린 시간대다.
옛말에 그런말이 있다.
미친X 널뛰기 하듯이라는..
진짜 그상황이다.

평소에 준비성이 철저한 필자는 이럴줄 알고 로드케이스에 우산을 챙겨왔다.
여름철에는 얼음물과 함께 필수템중 하나이니 갯바위 출조시 꼭 챙기길 바란다.
기왕이면 햇볕을 바로 받게되는 바깥쪽은 흰색이 낫고 UV차단 기능이 있는 장우산이면 더 좋다.
그 차이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물런 가장 좋은 방법은 집에서 나가지 않는것이다.
에어콘 틀어놓고 치킨 뜯으며 밀린 예능 보는게 맞다.

정말이지 날씨가 미쳤다.
해무가 어디서부터 기어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앞이 안보일 지경이다.
우산을 접어놓고 찹찹한 해풍을 느껴본다.

조류는 들물, 날물 할것 없이 우측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유속이 그렇게 빠르지 않다.
좌사리도하면 조류발인데 포인트가 문제인지 우리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본래 지류권을 노려야하는 포인트인지도 모르겠다.

채비를 이리저리 바꿔봐도 이녀석은 자리를 뜰줄 모른다.
그덕에 손맛은 정말 재미있게 잘봤는데 낚시인이라면 대상어가 가장 중요한법이다.
어찌됬던 얼굴은 보고 가야하지 않겠나.

어휴..

에효..

부시리와 잡어의 폭격속에서 대상어는 아니지만 결국 이종사촌쯤 되는 녀석의 얼굴은 봤다.
사이즈가 아쉬워서 철수전에 릴리즈해줬는데 결론만 말하자면 긴놈은 끝까지 볼 수가 없었다.
조황이 나쁘다고 하기에는 좌사리도 최근 조황이 괜찮은편이고 그럼 니가 못잡은거 아니냐고 하기에는 이날 대부분 몰황이었다.
아니..
왜 내가 출조하기 전날, 전전날은 잘 나오다가 당일은 안나오는건지 모르겠다.
조만간 다시 가야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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