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울보미소입니다.
2주 전 화요일에 소안도에 다녀왔습니다. 저는 보통 9월 말에 감성돔 낚시를 시작합니다. 초반에는 내만 등 가까운 곳으로 출조를 하다가 10월 중순 즈음부터 주로 소안도를 찾고 있습니다.
예년의 출조 기록을 살펴보더라도 시기별 출조지를 거의 정해두는 편입니다. (낚시인들과의 교류와 더불어 조행기를 남기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10월 중순의 지난 소안도 출조에서 작은 감성돔 한 마리 얼굴을 겨우 볼 수 있었네요. 중치급 씨알의 감성돔들이 나와야 할 시기가 되었다는 예상과는 달리 아지 바닷속은 여름인 듯했습니다.
한 물때가 더 지났으니 뭔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나선 출조였지만, "물때와 조류"라는 숙제만 안고 돌아왔습니다. 역시 낚시는 어렵다는 생각을 또 한 번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사는 창원에서 출조점 "달량진 낚시"까지는 차로 3시간 정도 걸립니다. 당일 낚시로 다니기에는 조금 멀어도 이것저것 생각도 정리하고 하루의 낚시를 구상하기에 적당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반갑게 맞아주시는 선장님도, 다시 남성항으로 이동해서 배에 짐을 싣는 것도 이제 좀 익숙해졌네요.

이날 출조도 "여명 강성윤" 형님과 함께 했습니다.
소안도를 알려주신 사람도, 여서도에 처음 데려가신 사람도 모두 여명 형님이었습니다. 아직 낚시 피로가 남아있고, 업무가 늦게 끝났음에도 멀리서 저 왔다고 또 시간 내주셨네요.
소안도 최고 포인트라는 말에 살짝 흔들렸지만, 더 이상 질척거리지 않고 이날만큼은 놔드리기로 했습니다 ^^;; 여명 형님 먼저 "고래여"에 하선하였습니다.
저는 약간 더 남쪽으로 내려와 "금강산"이라는 곳에 하선했습니다. 여명 형님의 지난 조행기에서 들어봤던 곳이라 무척 반가웠습니다.

자리 이름은 참 아름다운 곳이었는데 갯바위 청소 상태는 엉망이었습니다. 새벽에 내린 이슬로 안 그래도 미끄러운 갯바위에 밑밥까지 있으니 무척 위험해 보였습니다.
두레박으로 급하게 정리를 해봤지만 밑밥이 마르면서 갯바위에 들러붙어 잘 안 떨어졌네요ㅠㅜ 날이 밝아오면 더 청소하기로 하고 일단 밑밥을 준비했습니다.
낚시점에서 준비한 크릴 5장, 감성돔 집어제 2봉에 하나파워 건식 감성돔 집어제 1봉, 오징어 압맥/파우더 각 1봉을 추가로 섞었습니다.

평소보다 늦은 오후 2시 철수라 시간 여유가 있어 고민을 좀 하다가 밤낚시 준비를 했습니다. 감성돔 같아 보이는 입질은 바늘이 벗겨지면서 놓쳐 버리고, 얼마 뒤 갯바위에서 만난 첫 물고기는 복어였습니다 ㅠㅜ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바다에서의 일출은 언제 봐도 멋집니다. 낚시 자리들이 대부분 동쪽에 있어서 이런 장관을 보는 것 또한 소안도 출조의 장점입니다 ^^"



소안도 "금강산" 낚시 자리의 주변 풍경입니다.
갯바위 앞 수심은 7~8m이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조금씩 얕아지는 지형이었습니다. 낚시 자리 뒤쪽으로 평평한 곳이 있어서 야영 낚시를 하기에 적당해 보였고 발판 자체도 좋은 곳이었지만, 낚시할 자리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1명 또는 최대 2명이 낚시하기에 좋아 보이는 곳이었습니다.

새벽에 만났던 복어들은 해가 뜨고 나서도 갯바위 주변을 떠날 생각이 없었습니다. 찌가 이상해서 채비를 걷어보면 바늘이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목줄까지 씹어놓는 바람에 채비하느라 시간을 많이 허비했네요 ㅠㅜ

복어를 피해 바닥까지 채비를 내리면 용치놀래기들이 입질을 해줬습니다. 씨알이 좋아서 챔질 할 때 여러 번 속았네요 ^^;;

상사리들이 찌를 급하게 가져갈 때는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눈썹을 예쁘게 칠한 작은 참돔들은 언제 봐도 귀엽습니다. 올라오는 동시에 바로 바다로 돌려보냈습니다.

몇 시간이 지나도 감성돔 입질이 없어 수심을 계속 늘렸더니 불가사리 한 마리가 걸려 올라왔습니다. 바닥층을 제대로 공략하고 있었네요 :)

이어서 어선 한 척이 갯바위 앞에 통발을 놓으러 왔습니다. 철수 시간을 두 시간 정도 남기고 물색까지 좋아지는 상황이라 더 아쉬웠네요 ㅠㅜ
선장님께 바닥에 가라앉는 통발이냐고 여쭤보니 그렇다고 대답해 주셨습니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말이 들릴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는 것에 실소를 하였네요.
너울이 거의 없을 정도로 날씨가 정말 좋았습니다. 대신 물때는 조금에 가까운 "2물"이었습니다.
저는 평소 출조 계획을 잡을 때 날씨만 신경 썼지, 물때는 "아내가 낚시 보내줄 때가 가장 좋은 물때"라는 생각에 크게 신경을 안 썼습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움직이지 않는 조류를 보면서 생각이 약간 바뀌었습니다. 현실적으로 날씨, 물때에 다 맞춰가며 출조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지만 "조금" 전후로의 감성돔 출조를 자제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굳이 그날 가야겠다면 차라리 벵에돔 낚시를 가거나 홈통을 낀 자리에 가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어선이 통발 작업을 하는 동안 여명 형님과 통화를 하면서 물색이 조금씩 좋아진다는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 덕분인지 방어 한 마리가 낚여 올라왔습니다. 복어, 용치 놀래기만 올라오던 상황에서 그래도 손맛을 안겨준 녀석이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감성돔 한 마리가 올라왔습니다. 6시간 넘게 공들여서 어렵게 만난 귀한 감성돔이었습니다. 꼼짝하지 않고 멈춰진 조류와 통발 어선 때문에 거의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라 씨알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정말 반가운 녀석이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채비를 던져 넣으니 또 감성돔이 올라왔습니다. 그렇게 30분 동안 대여섯 마리의 감성돔을 만났네요.
조류를 포함한 다른 조건들은 다 똑같은데, 물색이 하나 바뀌었다고 이렇게 입질을 받은 건지 아니면 새벽부터 쌓아둔 밑밥이 그제야 효과를 발휘한 것인지 쉽게 결론 내릴 수가 없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낚시가 잘 안된다는 한낮에 그것도 어선까지 갯바위 주변을 시끄럽게 헤집고 간 뒤라 더 이해가 안 되었네요. 역시 낚시 어렵습니다;;;

머문 자리를 정리하고 갯바위에 걸 터 앉아 한참을 생각해 봐도 답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또 오라고 막판에 소안도가 감성돔 몇 마리를 내어주는 것에 제가 낚인 것 같은 기분까지 들었네요 ^^"

고래여에 내렸던 여명 형님도 비슷한 상황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철수를 얼마 안 남기고 작은 감성돔들의 소나기 입질을 받았다고 하셨네요. 돌아오는 배에서도, 집에 돌아와서도 여명 형님과 그날 상황을 얘기해봤지만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일주일 뒤 사리 물때에 맞춰 지난 주 월요일 다시 소안도를 찾았습니다 ㅋㅋㅋㅋㅋㅋ 명확한 해답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물때에 따른 조류의 변화는 체감하고 돌아왔습니다.
다음에는 그 이야기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추워진 날씨에 건강 유의하시길 빌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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