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울보미소입니다.
지난 조행기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여태까지 물때(조류)보다 날씨에 초점을 두고 출조를 해왔습니다. 기상과 물때, 다 맞춰서 출조하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일주일 전 소안도에서 하루 종일 움직이지 않는 조류를 경험하고 나서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일주일이 흐른 지난 월요일, 기상도 좋고 물때 또한 사리에 가까웠습니다. 지난 출조와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 다시 소안도로 향했습니다. 출조 전 여명 형님과 나눈 대화처럼 어찌 보면 "숙제, 나머지 공부"에 가까운 출조였습니다.

새벽 2시 30분까지 오라는 선장님의 말씀에 시간 맞춰 도착했더니 제가 제일 마지막이었습니다. 선장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면서 말씀을 드렸습니다.
저 : "사리 물때라서 조류가 너무 빠르지 않은 곳으로 부탁드립니다."
선장님 : 소안도는 사리 물때에 오히려 물이 느린 경우가 많다"
「멀리 큰 물이 세게 흐르면 내만인 소안도는 반대의 경우가 생긴다」라는 뜻의 말씀이었는데, 지난 주 상황이 떠오르며 조금은 의아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남성항에 도착했습니다.
이날 선장님께서 추천해 주신 곳은 소안도 동편에 자리 잡은 "코바위"라는 곳이었습니다.
지난번에 내렸던 "금강산" 자리에서 큰 씨알의 감성돔을 만나지 못해서 오히려 더 북쪽에 있는 코바위 자리가 반가웠습니다. 소안도는 추자도 등 원도권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어서 감성돔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면 벌써 4 짜 이상의 감성돔들이 많이 낚여야 합니다. 지난 출조에서도 그렇고, 최근까지 다른 낚시인들의 소안도 조황을 보더라도 큰 씨알의 감성돔을 보기 어려웠습니다.
아직 고흥, 통영, 고성 내만권 등에 4 짜 감성돔들이 낚이는 조황을 생각해 본다면 예년보다 감성돔들의 이동이 2~3주 정도 늦어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4시도 안 되는 이른 시간 갯바위에 하선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밤낚시를 준비했습니다. 지난 "경남(창원) 낚시박람회"에서 구입한 하나파워 지누맥스 집어제를 "크릴 5장 + 감성돔 집어제 2봉"의 낚시점 밑밥에 추가했습니다.

하나파워 지누맥스 집어제는 아직 시판 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징어 어분(SLP)과 곡물류가 많이 들어간 집어제로 보였네요.
크릴이 해동되면서 나오는 수분을 잡아줄 생각으로, 해수 첨가 없이 지누맥스 2/3봉을 추가하여 조금 단단하게 밑밥을 준비했습니다.

낚시를 시작하고 급하게 전자찌를 당겨가는 입질에 붕장어 한 마리가 올라왔네요. 주변이 깜깜한 새벽이라 달빛에 의지해 갯바위로 끌어올 때 놀라서 소리를 지를 뻔했습니다;;;
붕장어를 좋아하시는 여명 형님이 갑자기 생각났네요 ㅋㅋㅋㅋㅋㅋ

갯바위에서 5~10m 주변을 맴돌던 전자찌가 스멀스멀 잠겨서 챔질을 했더니 별다른 묵직함이 없었습니다. 움직임이 감성돔 비슷하긴 한데 씨알이 너무 작아서 긴가민가하고 있던 차에 작은 감성돔 한 마리가 올라왔네요.
나중에 방생하기로 하고 일단 살림통에 담아 두었습니다.

밑밥이 어느 정도 들어가고, 채비도 적정 수심에 수렴하면서 바닥층 잡어들이 자주 올라왔습니다. 감성돔이 아니라서 아쉽지만, 쏨뱅이/돌우럭 같은 녀석들은 채비에 믿음을 가지게 하는 잡어들이죠 ^^;;

그리고 곧 그 믿음이 대상어로 연결되었습니다.
아직 주변이 어둑어둑한 시간대에 또 한 번 전자찌를 끌고 들어가는 입질이 들어왔습니다. 좀 전에 낚였던 감성돔과는 확실히 다른 무게감에 30cm를 넘기는 감성돔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첫 번째 녀석도 그렇고, 두 번째 녀석도 소안도 밤낚시에 처음으로 만난 감성돔들이었습니다. 여태껏 소안도에서는 밤낚시가 잘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보통 해가 떠오를 때 주간찌 채비로 낚시를 시작했거든요.
최근에 해가 완전히 뜨고 나면 잡어들의 성황가 너무 심하고, 날씨가 금방 더워져서 체력이 빨리 저하되는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갯바위에 하선하자마자 밤낚시를 하고 있습니다. 전자찌가 물속에 잠기며 빨간빛이 퍼지는 "눈맛"을 특히 좋아합니다 ^^"
채비는 피츠 트라이던트 GX 1.2호대, 원줄 강우코리아 스페셜 플로트 2.5호, 경기스페셜 목줄 1.5호, 나만의 수제찌 더멀리 1호(케미구멍 가공) & 흑단수중찌 1호, 감성돔 바늘 3호에 크릴 미끼를 사용했습니다.

이른 시간 감성돔을 만난 다음 저 멀리서 해가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 자체도 장관에다가 대상어 두 마리를 낚아놓은 제 든든한 마음까지 더해져 정말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

주간찌 채비로 바꾸어 낚시를 해보았지만 아쉽게도 더 이상의 입질은 없었습니다. 조류의 흐름이 멈췄고, 무엇보다 정면에서 강하게 비추는 태양 때문에 낚시하기가 조금 피곤했습니다.
원래 낚시를 했던 낮은 자리는 높아진 수위와 너울에 자리를 내주고 한 칸 위로 자리를 옮긴 상태였습니다. 낚인 감성돔은 낚시 자리 바로 V 꺾인 곳 기준 10m 이내 거리에서 모두 입질을 해주었네요.

준비해 온 이지밥 핫앤쿡 발열 도시락으로 아침을 먹었습니다. 무게가 가볍고, 나오는 쓰레기가 적어서 갯바위 낚시를 올 때 자주 챙겨옵니다.
특히나 취사가 금지된 섬에서도 불을 피울 필요가 없어 정말 유용하며, 날씨가 쌀쌀해지는 겨울로 갈수록 발열 도시락의 진가가 발휘됩니다.


이날 하선했던 소안도 코바위의 주변 모습입니다.
갯바위 발앞 수심은 5~6m, 멀게는 8~10m 정도였습니다. 왼쪽으로 갈수록 수심이 얕아졌고, 날물은 오른쪽으로 들물은 왼쪽으로 조류가 흘렀습니다. 상대적으로 들물 조류가 강한 편이었고, 만조가 되기 전에 배를 댄 오른쪽 갯바위로 넘어와야 했습니다.
간/만조 물돌이 시간을 제외하면 조류가 원활한 곳이었습니다. 같은 자리가 아니라서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지난주보다 감성돔의 씨알이 나아진 이유 중 하나가 "조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식사 후 갯바위 주변을 살펴보니 생각보다 쓰레기가 많았습니다 ㅠㅜ
밑밥 봉투와 부러진 낚싯대까지 보였네요. 달량진 낚시에서 준비한 밑밥 봉투 겉면에 낚시인 이름이 크게 쓰여있던데, 어떤 생각으로 버리고 갔는지 궁금했네요. 밑밥 봉투와 부러진 낚싯대 모두 철수할 때 챙겼습니다.

이날 낚시를 가장 힘들게 했던 건 복어였습니다. 조류가 흐르다가 조금 완만해졌다 싶으면 바로 복어의 공격이 시작되었네요;;;

잡어가 많을 것 같다는 예상에 준비해 간 대체 미끼 번데기까지 복어의 입질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옥수수, 경단은 물론이고 번데기 미끼에도 복어 이빨 자국이 나는 걸 보고 한숨을 쉴 수 밖에 없었습니다 ㅠㅜ

물이 살아나길 기다렸다가 초들물이 시작되자 다시 낚싯대를 잡았습니다. 갯바위 앞으로 다가와 왼쪽으로 빠져나가는 빠른 들물을 노리기 위해 3호 구멍찌/순강수중찌 채비로 변경을 하고 최대한 멀리 채비를 던졌습니다.

소안도에는 용치놀래기가 참 많은 듯합니다. 이날 올라온 녀석 중 하나는 입에 다른 바늘 하나를 달고 있었네요;;
씨알이 작아서 여에 터진 것 같지는 않았고, 다른 낚시인이 목줄을 잘라 방생한 것 같았습니다. 저 또한 최대한 짧게 목줄을 잘라 다시 바다로 돌려보냈습니다.

경단 미끼를 급하게 당겨갔던 쥐노래미입니다. 처음에는 작은 감성돔인 줄 알고 좋아했는데 뭔가 시커먼 녀석이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네요.
알을 밴 것인지, 밑밥을 많이 주워 먹은 것인지 배가 빵빵하게 불러온 쥐노래미 또한 곱게 바늘을 빼서 바다로 돌려보냈습니다. 쥐노래미의 금어기는 11월부터 12월까지 두 달간입니다.

장판으로 변해버린 바다에 날씨까지 완벽해서 한두 마리의 감성돔은 더 낚일 것 같은 느낌에 계속 낚시를 해보았지만 감성돔의 입질을 없었습니다.
강하게 다가오는 들물 조류에 맞춰 본류대 낚시를 해보았는데, 역시 소안도에서는 그 방법이 잘 통하지 않는 듯했습니다. 차라리 간출여가 있는 오른쪽 홈통 쪽으로 지류대 낚시를 해보았으면 하는 후회가 철수하면서 들었습니다.

만조 물돌이 시간이 지나고 초날물이 이어지면서 갯바위 정면을 노려봤습니다. 발앞 포말이 끝나는 쪽에 남은 밑밥을 넣고, 저부력 채비를 멀리 던져 가까이 끌고 오는 식으로 낚시를 이어갔습니다.

마지막까지 정말 열심히 낚시를 해봐도 복어, 용치 놀래기를 이길 수가 없었습니다. 지난주 소안도 "금강산" 자리보다는 조류가 강했지만, 순간적으로 조류가 약해질 때는 귀신같이 잡어들의 입질이 들어왔네요.
미끼의 침강속도를 조절해 봐도 수심 전체에 복어가 깔린 듯했습니다. 이럴 때는 감성돔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편이 맞는 것 같았습니다.

이른 시각에 감성돔 2마리가 낚일 때만 해도 '오늘 잘 하면 두 자릿수의 감성돔도 가능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 첫 끗발이 X끗발이네요 ㅠㅜ
만약에 밤낚시를 안 했다면 빈손으로 철수했을 것 같습니다. 다음에 소안도로 감성돔 낚시를 오게 된다면 무조건 밤낚시를 해야겠습니다.

작은 감성돔 한 마리는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고, 주변 정리를 마치니 저 멀리서 달량진 낚시 "영일 호"가 들어왔습니다.
장판인 바다에 미끄러져 들어오는 철수배를 보며 조건이 점점 좋아지는 것 같아 못내 입맛을 다셨네요. 그렇지만 오후까지 낚시를 해본들 이런 상황에서는 감성돔 잡기가 힘들다는 것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3 짜 감성돔은 그렇게 창원으로 데려와 저녁 식사에 곁들였습니다. 아직 제철이 되지 않아 기름기가 조금 부족했지만 가족들과 맛있게 나눠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네요. 다음날 출근 때문에 반주 한 잔을 걸치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지난 "조금" 물때의 출조와 비교해 이번 출조에서는 비교적 원활한 조류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감성돔 낚시에서는 확실히 조금보다는 사리를 전후한 물때에 출조를 잡는 것이 유리해 보였지만, 여명 형님의 말씀대로 진도권은 조류가 센 경우 뻘물이 일어 오히려 불리한 곳도 있다고 합니다. 선장님의 말씀처럼 소안도권은 사리 때 물이 느린 경우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고요.
그래서 제가 지금까지 내린 결론은......
"조금보다 사리 때 물이 더 잘 간다", "내만권보다는 원도권의 조류가 더 원활하다", "들서날동(들물에는 주로 서쪽, 날물에는 주로 동쪽), "조금 때 오히려 홈통 부근에서 물이 잘 간다, 또는 사리 때 홈통 부근에서 물이 잘 가지 않는다" 등 여러 일반론이 있지만, 결국 지역과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는 겁니다.
해당 지역으로 자주 출조해 본 낚시인의 조언을 받거나, 물길을 잘 아는 선장님의 조언을 받을 수 있다면 제일 좋을 것이고,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낚시인 스스로의 감으로 자리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감은 많은 경험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기록한 내용으로 당연히 항상 들어맞는 정답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물때, 날씨 둘 다 맞춰가며 출조할 수 있는 낚시인들도 많지 않을 것입니다.(제가 아는 형님 한 분 제외......^^;;) 그래도 출조 날짜, 지역을 선택할 때 반영하실 수 있는 부분까지 최대한 참고하시면 조금이나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음 출조는 내만권 감성돔 낚시 또는 여서도(거문도) 벵에돔 낚시를 가려고 합니다. 여서도, 거문도 권의 수온이 18˚ 부근으로 아직 긴꼬리 벵에돔 낚시를 하기에 적당하고, 감성돔들의 본격적인 이동이 시작되지 않아 준내만, 원도권 보다는 내만권에 감성돔 개체 수가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음 출조일의 물때가 사리에 가깝다는 것도 잡어가 많은 내만권을 선택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이고요.(주말에 잡아둔 제주도 출조는 기상 예보가 좋지 않아 취소했습니다 ㅠㅜ)
이렇게 거창하게 얘기 해놓고 빈손으로 돌아올지도 모르겠지만, 다음에도 즐거운 조행기로 뵙겠습니다. 추워진 날씨에 건강 관리 잘 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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