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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대를 접고서......

G 0 661 2002.10.23 22:33
가을과 늦가을사이


어제 아침 백담사 계곡을 갔었드랩니다.
비가 오고 있었고,,,, 가을이었었지요.
약간은 철 지난 단풍이 온 산과 계곡을 물들이고 있었답니다.
가을이었으니 당연한 게지요.

그곳은 정적도 적막도 아니게 참 고요해서.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하여 실비도 참 가지런히 내렸답니다.
물기 머금은 소소한 공기, 대지는 촉촉이 젖어서 부드러웠고.
이제 한걸음 물러선 단풍은 보다 원숙해진 모습으로 너그러워 보였습니다.
상쾌했었고 고즈넉했고 차분했습니다.
그리고 낙엽냄새가 진했습니다.
비가 오고 있었고,,,,가을이니, 이 또한 당연한 게지요.

저도 참 오래도록 고요한 마음으로 그 산길을 걸었답니다.
모롱이를 돌때마다, 새로운 단풍 터널이 나타날 때마다
탄성은 조용히 마음의 파문으로 번지고, 숨죽인 화려는 그윽한 느낌으로만 다가왔겠지요.
긴 시간, 긴 거리를 함께하며 몇 마디말만 오간걸 보면 아마도 우린 비슷한 느낌이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비가 와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특별하지 않더라도, 일정한 거리로 벌려 정지된 조각 군상의 모습 같더라도
모년 모월모일. 우리는 그 공간에 함께 있었습니다.
같은 공기를 숨쉬고, 같은 하늘아래 잠시 함께 있었습니다. 큰 인연입니다.
그 거리로 벌려선 넉넉함으로 친구들께 따뜻한 우정을 보냅니다.
동반자, 반려자, 또는 ‘절친한’으로 표현되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그건 쑥스런 것이지요.
삶의 길에서 만나 잠시 길동무가 되고 동행이 된 친구들께 감사의 정을 실어 보냅니다.

저는 그게 좋습니다.
굳이 함께하지 않아도 일정거리 떨어져 가끔 바라보고 가끔 느끼며, 때론 가까이 때론
멀리... 참 좋지 않아요?

나무들을 봅니다.
널찍이 벌려서 여유로운 저마다 아름다운 나무들을 봅니다.
함께 어우러져서 더욱 아름다운 풍경이 되는 나무들을 봅니다.
나무들은 네 탓 내 탓을 하지 않지요. 시시비비, 분별도. 그래서 무심하지요.
그래서 나무처럼 무심하지요.
그러나 저마다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운 나무들을 봅니다.
아름다운 생명들을 봅니다.

가을이었습니다.

사람사이를 봅니다.
사람사이를 돌아봅니다.
사람관계를 생각해 봅니다.
사람도 나무처럼 혼자서 꿋꿋이 홀로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봅니다.
그런 사람이 아름답다고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무심히, 나무들처럼 무심히 서로 관심을 갖고 둘러보아야 한다고 생각해 봅니다.
함께 있어 아름다운 나무처럼, 사람사이도 바로 그런 사이가 아름답다고 생각해 봅니다.

가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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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기별 없이 문득 가을여행에 초대해주고
술 사주고 밥 사주고 함께 잠자고,
함께 어우러진 시간들이 좋았습니다.
조금쯤 쓸쓸하면 쓸쓸한 대로, 조금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그 만큼 빈,
마음의 여유로움으로 아무런 생각 없이 그 속에 그냥 빠져 있었던 그 순간들이 참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속초부두. 그 구질구질한 갯가동네, 갯배 부두. 물 묻은 구질구질한 선술집에서
물 묻어나는 어둠을 배경으로 주고받은 의미 없는 말들의 시간들이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 집 세꼬시 회맛 정말 쥑여 줬습니다.

언제 한번 먹으러 갑시다.

낚숫대, 글쎄요. 그건 한번 꺼내보지도 못하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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