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도에 가시면..
G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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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2002.05.09 23:15
아직도 눈을 감으면 봉래산 초입에서 바라본, 온 세상을 빨갛게 물들이던
낙조가 아른거립니다.
세상에 어느 화가가 있어 그 색을 채색할 수 있을것이며,
세상에 어느 시인이 있어 그 느낌을 표현해 낼 수 있을것인가..
2주전, 4월의 마지막 주말에 나로도를 다녀왔습니다.
바람이 제법 불었고, 봄날씨 답지않게 싸늘하기만 하였지만,
그래도 '바다'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던 사람들과의 여행은
그리도 상큼하게 우리를 감싸안았지요.
몇 구비를 돌아돌아 친절하게 맞아주시는 아저씨댁에 도착하여 여장을 푸니,
벌써 시간은 새벽3시.
'늦어서 어쩐다지요. '
'별말을 다혀. 전화래두 혔으문 방에 불이래두 넣었을것인디...어서 드가서 쉬게'
그렇게 첫날이 지나고 날이 밝았습니다.
바다는 바람으로 인해 흙탕물이 되어있었고, 우리는 목표로 했던 낚시를 포기한채
섬을 돌았습니다.
너무도 아름다운 나로도.
아직까지는 때가 많이 묻지 않은 이곳. 언제까지나 이대로 였으면 하는 이기심에
괜한 자연에의 투정을 부려봅니다.
나로도는 섬을 일주할수 있는 도로가 없기에,
동쪽 끝까지 내려간후 다시 돌아나와서 서쪽끝편으로 가야하지요.
외초리를 지나 서쪽 끝편으로 가는길에 너무도 아름다운 경관을 보았답니다.
휘휘부는 바람에 흐드러지게 춤을 추는 보리들.
아.. 난 이유없는 탄식을 하다.
이유없는 눈물이 흐르다.
보리밭너머로 보이는 바다는 아무말도 하지말라하며 보듬어주기만 하더이다..
돌아오는길에 봉래산 오름초입에서 또 한번의 충격을 받았지요.
아.. 그대가 집니다.. 그대가 숙여집니다..
아직도 내가슴엔 그대가 남아있답니다.
이글거리는 허공에서의 외침보다 더 깊숙하게...
다시 방구들에 오손도손 앉았답니다.
축정항 맞은편에 활어소매시장이 있어, 잘생긴 감시한놈이랑 멋들어진 숭어 두마리를
떨이~로 붙여 사근사근 포를떠서 왔지요.
아저씨께서 손수 그물놓아 잡으신 문어랑 낙지,해삼을 손에 쥐어주십니다.
그날밤 우린 정에 취하고, 바다에 취하고, 인심에 취하고, 술은 안주로 먹었습니다.
6명이 배터지게 먹어도 남아서 싸들고가야했던 일들..
세상에 그렇게 먹은게 다 합쳐서 45,000원 이랩니다.
찌들린 도심지의 수족관 녀석들로 치자면 기십만원은 넘었을 것들이..
실제, 조행기를 잘 올리지 않는 제가 졸필로 이글을 올리는 이유도,
나로도에 가셔서 머무르실 곳이 없으시다면,
이 아저씨 댁을 추천하기 위해서이지요.
외나로도의 예내리 가다가 창포로 빠지시면 됩니다.
창끝까지 가시면 방파제 끝까지 가셔서 바로 앞집입니다.
아저씨 성함은 '이철근'씨 입니다.
좋은 집은 아니고 주위에 아무것도 없습니다(바로 이점이 더욱 맘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인심좋으신 아저씨와 아주머니, 바로앞에 펼쳐진 바다.
더없이 좋기만 했는데, 저만 그런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상업적이니, 뭐니 그런말 들을까 겁나서 전화번호는 올리지 않으렵니다.
아. 저는 날씨와 뻘물 탓으로 이틀간 낚시를 한번도 하지 못했지만,
아저씨집에서 손수 낚시배를 하시더군요.
서둘러오느라 감사의 말씀도 제대로 드리지 못하고 왔습니다.
아저씨께서 이 글을 보실수는 없겠지만,
혹시 들르시는 분 계시면 안부전해주세요^^ 정말 감사했다구요.
언제 다시 찾을지 모르겠지만,
그날들은 결코 내 기억속에서 쉬이 사라지지 않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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