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령스런 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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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령스런 낚시

G 10 2,462 2002.05.26 17:12
어느 섬에서 낚시를 시작했습니다.
두 사람이 낚시를 하고 있었습니다.저까지 셋 이더군요.
채비꾸리고 있는데 뒤에서 그들의 두런 두런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 야이 ..씨...이거 여기다 끼우는거 맞냐?.....
** 야..너모르는거 낸들 알겠니...나도 답답해....근데..이 새우는
머리에 끼우는거냐?...꼬리에 끼우는 거냐?...
* 야..고기가 그런거 따지고 먹겠냐?.. 걍 지랭이하고 대여섯 마리 먹음직스럽게
왕창 꽤어봐....
** 그래 그래..히히...깔 깔 깔......

그 소리를 등뒤로 듣고 저는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래.....아무것도 모를때가 좋은거다...많이 안다는건 욕심과 고뇌만 불러올테니...]
제법 도사같은 소릴 중얼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제 찌가
물속으로 쭈우욱 빨려들어갑니다.

(그렇습니다.저는 2프로 입니다. 한마디로 고수 이지요. 낚싯대도 번쩍 번쩍 멋있구요,
갯바위장화도 신고 걸으면 쟈각 쟈각 소리 나구요, 그리고 마누라 카드 빌려서 샀다가
디지게 혼났던 빈대떡 반쪽만한 시커먼 색안경도 착 하니 얼굴에 붙였습니다. )

그럼 2프로 고수, 물고기 잡는거 함 보실래요?..

낚싯대를 채니 묵직합니다 물고기가 걸렸습니다 (저도 피아노 소리 났어요 )
노는게 디따 큰놈 같습니다.
그 순간의 희열이란 한마디로 부라리 쩌르르르르하니
순 감동의 물결로 내 가슴에 다가옵니다.

내 낚싯대 휜걸보곤 저만치 있던 두 초보꾼이 하던거 팽개친채
제게로 달려옵니다.

*우와.....엄청난거 잡혔나보다.....
** 그러게...디기 큰놈 인가봐.....물에서 잘 안나오네...와...

등뒤에서 초보꾼들이 부러움과 존경스런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습니다.

이럴때 2프로 고수는 무언가 틀려도 틀리다는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낚시는 결과가 아닌 과정의 다이나마이트한(?) 액션과, 한 차원 끌어올려
예술로까지 승화시킬수 있는 멋스러움이 있다는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고기가 쿡 쿡 쳐박습니다. (사실 뭔 고긴진 저도 몰라요 )

[ 오옛 ! 오예... 아와시 대써 ...어쭈구리...힘써?.. 그래 박아라 박아....]

여자하구 침실에서나 나올법한 3개국어를 동시에 구사하며
화이팅에 들어갑니다.

낚싯대 하늘로 세우고 짧은허리 뒤로 휘어서 인상쓰며 릴 감기 딩딩딩딩딩딩딩딩~~
( 대물낚시광에서 봤어여 )

그러다 갑자기 촤르르르르르르 낚싯대 앞으로 쭈우욱 내밀고
한발들고 발레리나 처럼 폼잡기..
(근데 이거 뭔 효과가 있는건진 저도 아직 몰라요...암튼 이걸보면
이사도라 던칸 언니라도 울고 갈겁니다.)

뒤에선 두 초보 현란한 고수의 포즈에 넋을 잃고 구경하고 있습니다.

(더 멋있게 보여야 합니다.)
이번엔 착 착 양아치 짹나이프 옮겨 쥐듯 낚싯대 이손으로 잡았다, 저손으로 잡았다 하다가

샤샤샤샥 이번엔 필살기법 , 허리 옆으로 휘며 오른 쪽 숏다리 앞으로 착 하니
펴서 앉아보기도하고

암튼 여러가지 했습니다.

초보가 그러면 그건 오도방정 지랄발광 이지만
내공1갑자 고수가 하면 그건 예술 그 자체 입니다.

그때 뒤에서 두 초보가 내게 말을 겁니다.

*아저씨.....제가 뜰채로 떠 보면 안되요?....
...............................................
** 아냐 아냐 내가 뜰거....제가 뜰께요.. 아저씨....

둘이 서로 뜰채질 하겠다고 싸우거나 말거나.........
저는 의연한 표정으로 척 허니 뜰채들고 결의에 찬 표정으로
날 배신한 여자 차 버리듯 팍 하니 폼나게 뜰채망을 발로 차서 피고는
한번 떠 보라고 선심쓰듯 한 초보에게 건네 줬습니다.

졸지에 당첨된 초보는 아이좋아라 뜰채를 두손에 불끈쥐고 도끼눈을 뜨고
수면을 노려보는데.............그순간........
...................팅.................................


두 초보들 정말 난리도 그런난리 없습니다.
...아깝네....미치겠네.......분하네.....
정말 자기 물고기 놓친것 맹키로 분해 합니다.
하지만 고수와 초보의 차이는 이런데서도 나타나는법...............

[하하하....그녀석 운이 좋구만.....그래 .....넌 나하고 인연이 없는거니 부디 잘가거라..하하하 ]
속으론
( 쓰벌 )..........
암튼 두초보, 존경의 눈빛............
그렇게 마무리 되고...............한시간 정도나 지났을까.......
이번엔 두초보가 있는쪽에서 요란법썩 난리 났습니다.
엄청큰게 걸렸는지 낚싯대가 활같이 휩니다.

눈썰미 있는 초보같으면 아까 본 이고수의 신선의 경지에 오른 포즈를
흉내라도 낼법도 한데
그게 아닙니다.
삼복날 개끌듯 막무가내로 , 들기는 고사하고 낚싯대 끌다시피 해서
결국은 세숫대 만한 허연걸 갯바위에 패대기 쳐놓습니다,
( 세상에나........)
줄도 고패질할때 쓰는 줄 같아여...)
그리곤 고기가 펄떡이니깐 한 초보는 한발로 꼬랑지 밟고 두손으론
괴기 목조르고 있고 한 초보는 머리 맞대고
쥬디에 걸린 바늘을 배는것 같았습니다.
(감생이 같아여 60 은 훨씬 넘어요 ) 끙

엄청 궁금 했지만
하지만 명색이 고수가 초보가 얼떨결에 잡은 고기 구경갈수 있습니까.....
그저 아무것도 아닌 의연한 척 곁눈질로
흘끗 흘끗 바라만 볼뿐이지요.
시커먼 안경 그럴라고 쓰는거 아닌가요?........

결국 고기를 질식사 시켰는지 사태가 진정되자 이 쌍초보 고기 가운데 놓고
머리 맞대고 고기 구경하고 있습니다.

* 야.....이게 무슨 고기냐?....
** 나도 몰라....와.........이눈좀봐.....디기 크다.......
( 두 초보 신기한듯 손가락 으로 쿡 쿡 찔러도 보고 지느러미도 펴 봅니다.)

* 우와.....지느러미 이거...순...까시네......
**야 야..뒤집어봐 이쪽도 보게....
(세상에...감세이 뒤집으면 벵에돔 인가요....)

* 야 야..우리 횡재 한거 같애...
** 그러게 말야..히히히...
* 야 우리 빨리가서 삶아먹자....
**그래 그래 ..히히.. 깔 깔...

( 여러분 삶아먹는답니다.)


그렇게 해서 이 고수에게 깍듯이 인사하고

그들은 갔습니다.


참 적막합니다.

괜히 눈물이 핑 나오려 합니다.

진짜고수는 따로 있었습니다.

마치 개구장이 신선들을 본것 같았습니다.

그네들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전 언제쯤 그들처럼 그런 경지로 들어갈수 있을까요...

이미 지나쳐버려 욕심이 덕지 덕지 붙은 몸과 마음이란걸
스스로 알면서도
마음 한편으론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었습니다.

전 고수 입니다.
다음에 또 쟈각 쟈각 갯바위를 밟을것입니다.

점 점

퇴보하기 위해서..........

---철없는 산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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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댓글
G 돔사랑 01-11-30 00:00
넘 넘 너~엄 재밋네영^^* 담에또 재밋는글 부탁함돠 ^^* [05/26-20:22]
G 연안부두 01-11-30 00:00
우하하하~~넘 재미나게, 감칠 맛 나게 읽었습니다...캬캬캬
초보만세입니다...(전 초보도 안됩니다...ㅠ.ㅠ) 재미난 글 자주 뵐 수 있
기를 바라며...감사합니다...존글... [05/27-09:06]
G 사고뭉치 01-11-30 00:00
나같으면 삶아먹는게 아니고 튀겨먹을텐데 , 감생이 한80짜리정도로 말입니다 , 크크크 재밌는글입니다 [05/27-13:35]
G kthjem 01-11-30 00:00
인낚에서 참으로 오랫만에 웃어 보는것 같아 흐뭇합니다. 좋은글 감사 ^^ [05/27-17:33]
G yuano 01-11-30 00:00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배꼽이 서늘한 게 숙변이 많이 빠졌습니다. 재미있는 글 감사합니다. 님의 모습이 제 자화상과 비슷하군요.ㅎㅎㅎㅎㅎㅎ [05/27-21:43]
G 대물 01-11-30 00:00
참 재밌네요. 그정도 크기면 대경팀이프에서는 감생이엑기스 만들어 먹습니다.ㅎㅎㅎ 스토리전개가 예술입니다. [05/28-17:37]
G 산신령 01-11-30 00:00
여러님들 께서 재미있으셨다니 제가 오히려 고마울 따름입니다.^^ 좋은 시간 보내세요..... [05/30-17:39]
G 또복이 01-11-30 00:00
산신령님... 푸하하하~ 일상에 접은 스트레스가 화악 풀립니다. 인간내면의 진솔 그자체... Very good입니다... [05/31-00:39]
G 바다를그리며 01-11-30 00:00
산신령님 멋쟁이 ,,2프로 부족이 아니라 2프로를 여유와 아름다움으로 넘치게 하네요 [05/31-06:36]
G nasca2327 01-12-01 03:00
넘재미있슴니다 연재함해보시죠 ㅎㅎ [05/31-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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