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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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에서......

G 2 2,232 2002.06.23 23:57






북한강에서...



김 일석



새로 산 휴대폰은 정확한 시간에 날 깨워 주었다.

간밤에 마신 술기운 탓에

그리 개운칠 않았지만 벌떡 일어나니 느낌이 좋다.


대충 서두르며 배를 채우곤

옷장에서

잘 다려진 청바지와 회색 와이셔츠를 꺼내 입는다.

진청색 타이를 매고 거울을 보니

좀 튀는 듯하지만 그런대로 괜찮다.



몇 가지의 여행소품을 가방에 챙겨넣고 부리나케 택시를 탄다.

공항에 도착하니 비는 퍼붓고

리무진을 기다리다 시간이 너무 빠듯하여

표를 되물리고는 택시를 탔다.



환경운동을 하는 친절한 기사님의 노력으로

겨우 제 시간에 방송국에 도착하였다.

눈에 익은 몇 사람을 보니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언제보아도

재미없기로는 으뜸일성 싶은 낚시프로그램이지만

모두가 매 순간 순간 집중하여 일하는 모습은 늘 인상적이다.

반가운 몇몇 분들과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는 지하철을 탔다.



번잡하기 이를 데 없는 서울 지하철은

나 같은 사람들을 무기력하고 멍청하게 만들기도 한다.

서울에 오기만하면 늘 택시로 움직였는데

막상 용기를 내어 타보니 별 것도 아니다.


지하철에서 내리니 어김없이 형님께서 마중을 나오셨다.

특유의 미소를 띠며 맞아주시는

반가운 분.



서울 사는 벗들이 걸핏하면 말하던 미사리로 달렸다.

70~80년대 빛나던 학창시절.

그 추억의 가수들을 만날 수 있는 곳.


하지만 실망이다.

얼기설기 억지로 엮어놓은 듯한 인공적인 자연과

유흥적인 광고문들이 눈에 거슬린다.


질주하는 차량의 소음과 늘려진 자재더미들.

방치된 공사장과 그린벨트, 그 속의 묘한 구조물들 사이에는

극히 부조화한 상업주의가 있다.



경춘가도를 따라 동으로 내달리니

야트막한 산등성이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강변의 풍광이 옹기종기 펼쳐진다.


낙동강처럼 도도하진 않지만

진초록의 빛이 넘치는 북한강은 정말 아름다운 강이다.

갈대가 잔잔한 늪을 받쳐주고

구석구석 작은 나루가 있어 그지없이 평화로운 강.



뉴스에서 몇 번 보았음직한 집들이

도로변 곳곳에 늘어서 있고

집을 어찌 이리 못생기게 지었는지!


제각기 창의로 지어졌을 테지만

산과 강은 산과 강대로

집은 집대로 따로 논다.


완만한 산의 굴곡과 강변을 낀 곡선미가

집을 만나며 무너진다.



어느 나루터엔가

울긋불긋한 파라솔을 두른 쪽배들이 떠 있다.

견지낚시.

이미 그에 달통한 장인도 세상을 떠난 지금

견지는 여전히 이 아름다운 강가에서 고기를 버팅기고 있다.



다시 동으로 동으로 내달리니

숨이 가쁘게 차오르는 드넓은 수면이 시야를 메운다.

차에서 내려 형님께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였다.


배시시 웃으며 찍는 이 한 컷의 사진이

내 삶에 무슨 추억이 되고 의미가 있을까마는

속물은 무엇인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혀야 하는 법.

훗날 휴지통에 들어가더라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다리를 건너 돌아오는 길, 소담스런 찻집에 앉아

짙은 향기의 커피 한잔을 하자니 스르르 잠이 온다.

아름다운 북한강에 흠뻑 빠져있다

해질녘 다시 시가지로 돌아왔다.


낚시방엔

머나먼 섬 만재도로 가는 일군의 낚시꾼들이 장비를 챙기고

집에 갈 사람, 술집으로 갈 사람

모두 제 갈 길로 뿔뿔이 흩어진다.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낚시 벗들과

밤 새 낚시하고

박수치고 노래하며

고주망태가 되도록

가슴 속으로 술을 붓는다.


정태춘...북한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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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G 섬원주민 01-11-30 00:00
저 먼 해원을 향하여 고독하게 비워둔 나무의자는 누구를 위한 애틋한 사연입니까? [06/24-12:56]
G 버들피리 01-11-30 00:00
언제나 좋은 글 주시는 님, 마음 한 조각 두고 갑니다. 늘 건강하십시요.*^^* [06/25-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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