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울보미소입니다.
지난 글에 이어서 "2024 울릉도 벵에돔 토너먼트 전국낚시대회" 두 번째 이야기를 남깁니다.
<(지난 글) https://blog.naver.com/williams0908/223567378923 / 2024 울릉도 벵에돔 토너먼트 전국낚시대회(1/2)>

대회 첫날은 총 4회전을 통해 8명의 선수를 가리는 일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4회전인 12강은 5시가 지나서 시작되었습니다.(12강전 승자 6명 + 패자 중 와일드카드 2명, 최종 8강 진출 방식)
하루 종일 선수들을 무지막지하게 괴롭혔던 무더위가 살짝 물러나고, 섬목항 주변 또한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최선을 다짐하며 섬목항을 빠져나갔는데, 12강전 상대는 바로......

이 분이었습니다 ^^" ^^"
감독관 : "허영일 씨, 나오세요!!"
저 : "네, 알겠습니다. (여명) 형님, 파이팅 하십쇼. 다녀오겠습니다."
여명 형님 : "그래, 이따 보자."
감독관 : "강성윤 씨도 나오세요!!"
여명 형님, 저 : (???????) "감독관님, 저희 둘이 경기해요??????"
대진표가 붙어 있는 울릉호텔을 숙소로 사용하지 않다 보니, 둘 다 상황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감독관에게 다음 상대가 누군지 물어보지도 않았고요.
이름 부르면 배에 탔다가 이름 부르면 갯바위에 내려서 낚시만 하는, 낚시 머신 그 자체였네요 ㅋㅋㅋㅋㅋㅋ

불과 몇 분 전까지 배에서 같이 사진 찍고 놀고 있었는데, 12강전 상대가 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분위기가 진지해질 리가 없었습니다. 평소 동출 하던 대로 껄껄 웃으면서 낚시를 준비하고 있으니, 같이 하선했던 다른 조 선수들이 신기하게 쳐다보았네요 ^^"
그래도 자리는 정해야 되니 가위바위보에서 이긴 제가 와달리 넙적바위(평바위) 오른쪽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전반전에는 대상어가 안 나왔고, 후반전 종료 15분 정도 남기고 제가 작은 긴꼬리 벵에돔 한 마리를 낚으며 12강전이 종료되었습니다.
작년 울릉도 대회를 준비하며 이곳 와달리 넙적바위에서 낚시를 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날도 이번처럼 조류가 왼쪽, 오른쪽을 번갈아 흐르며 갯바위로 다가왔습니다. 대부분의 입질이 9m 이상, 갯바위 가장 자리에서 들어왔던 기억도 났고요.
한 마리의 벵에돔 또한 갯바위 벽면을 타고 흐르던 채비에 입질하였습니다. 이곳에 하선 경험이 있던 제가 아무래도 유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철수할 때는 이미 주변이 어둑해진 다음이었습니다. 숙소에서 좀 더 가까운 저동항으로 철수하여 계측이 이루어졌습니다. 강우코리아 강동훈 대표가 항으로 내려와 저희의 짐을 받아주었습니다 ^^"
대상어 한 마리 "선취"를 통해 제가 8강전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기준치가 안 되는 건 이미 알고 있었는데, 하필 크기가 18cm였네요. 여명 형님의 "이런 18cm!!" 외침을 들으며 다 같이 세진 민박으로 복귀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이날 저녁은 비빔밥이 준비되었습니다.
갖가지 나물에 밥 한 공기 비비고, 참기름 살짝 두르고 나니 정말 맛있었습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채소 위주 식사라 배에 부담도 덜했고요.
여명 형님과 강우코리아 식구들의 축하가 고마워 제가 통닭을 주문했습니다. 방으로 올라가 간단하게 2차를 즐겼네요 ^-^

잠들기 전 다음날 사용할 밑밥을 미리 만들었습니다.
첫날 벵에돔의 입질이 8~9m 이상의 수심에서 들어왔던 걸 감안해 V10 집어제보다는 비중이 무거운 바쿠요세 구레, V9 집어제를 사용했습니다. 저보다 울릉도 경험이 많은 지형, 경호 형님께서 본인들의 집어제를 선뜻 내주셨습니다!

이튿날 새벽 일찍 여명 형님과 섬목항을 찾았습니다.
울릉호텔에서 출발한 선수들이 도착하기 전에 이번 대회를 준비하고 진행한 "로얄경기낚시연맹" 감독관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더운 날씨에 땡볕에서 선수들 짐 받아주며 고생하는 모습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선임 감독관 용균 형님은 또 목이 다 쉬었네요 ㅠㅜ



전날과 기온은 비슷했지만, 조금씩 불어오는 바람이 무척 반가웠습니다. 여전히 30도에 육박하는 수온이 오히려 부담스러울 정도였습니다.
8강전은 관음도 일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울진에서 오셨다는 선수와 함께 관음도 독립문에 하선하였습니다. 자리돔과 부시리의 성화에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작년의 기억이 떠올라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가위바위보를 이긴 저는 (이번 대회 다섯 번의 가위바위보 모두 이겼네요 ^^) 갯바위 벽면을 노리기 위해 왼쪽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예상대로 갯바위로 다가오는 조류에 맞춰 채비를 멀리 던진 다음 더듬어오는 방식으로 벵에돔 한 마리를 먼저 낚을 수 있었습니다.
이대로 경기가 끝났다면 제가 결승전에 진출했겠지만, 자리 교대 후 상대 선수 또한 비슷한 방식으로 두 마리의 벵에돔을 낚았습니다. 언뜻 보기에도 기준치가 넘어가는 크기였기에 미리 축하 인사를 건네며 준결승 경기를 마무리했습니다.
정해진 시간이 되자 저 멀리서 철수 배가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1년을 기다려왔던 울릉도에서의 특별한 낚시가 마무리되고 있었습니다. 아쉬움보다는 홀가분한 기분이 더 앞섰습니다.
계측은 결승전이 열린 용바위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준결승에 진출한 8명의 선수 모두 본인의 살림통을 들고 경기 감독관 앞으로 모였습니다. 비교적 좋은 자리에 하선하는 준결승전답게 대상어를 낚지 못한 선수는 없었습니다.
전반전에 제가 낚았던 벵에돔 한 마리를 계측하는 모습입니다. 결승전에 진출하는 네 명 외에도, 5~8위 순서를 가려야 하기에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한 마리가 기준치 23cm를 넘겨 인정이 되었고, 최종 무게는 194g이었습니다. 작은 씨알의 이 벵에돔이 제게 "7위"라는 선물을 주었네요.
말 그대로 "가치 있는 한 마리"였습니다.
제 낚시는 모두 끝이 났지만, 대회까지 끝이 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준결승에서 겨뤘던 상대 선수와 같이 밑밥을 준비하고, 교대할 때마다 짐을 옮겨주는 "도우미"의 역할이 남아 있었습니다.
결승전에서는 주최 측에서 준비해 준 동일한 밑밥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도 이번에 새로 알게 된 부분입니다.
가위바위보를 통해 1등부터 본인이 원하는 자리를 고른 다음, 30분씩 4회 자리를 교대하는 방식으로 결승전이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종은 자리를 고르는 게 좋을지, 아니면 밑밥이 조금 들어간 상태에서 좋은 자리에 서는 게 좋을 지 대회를 마친 지금도 고민이 되는 부분입니다)
직접 낚시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승전에 진출한 선수들이 낚시하는 모습을 지켜본 것만으로도 큰 공부가 되었습니다. 벵에돔 낚시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선수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잘 다듬어져 있었습니다.
제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모습도 여럿 있었습니다. 경기 규정에 벗어나지 않았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장면도 분명 있었고요.
무엇보다 가장 닮고 싶은 부분은 마지막까지 잃지 않은 집중력이었습니다.
갑자기 몰려든 소나기로 억수같이 비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선수들 모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끝까지 흐트러지지 않는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뒤에 있던 저희들도 대상어가 올라올 때마다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렇게 2시간이란 시간이 흐르고 폐회식이 진행되는 울릉군민회관으로 다 같이 이동하였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저는 본선 7위의 기록으로 상패와 상품을 받게 되었습니다. 낚시를 하면서 처음으로 받아보는 상이었습니다.
이런 경험이 전무하기에 엄청 긴장이 되었습니다. 사진 속에서 웃고는 있지만, 사실 어디를 봐야 할지 한참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
제주도, 진해에서 각각 참가하신 6, 8위 선수들과도 기념사진을 남겼습니다. 강우코리아 식구들과 여명 형님께서 소중한 사진을 많이 남겨주셨습니다 ^^"
사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1승과 본선 진출을 목표로 정했습니다.
어떤 단체를 통해 토너먼트 낚시를 해온 것도 아니고, 두 달 넘게 낚싯대를 잡지 않은 상황에 이 정도면 충분한 목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본선에 진출한 뒤에는 정말 편하게 즐기자는 마음으로 낚시를 했습니다. "낚고 싶은 마음을 누른다"라는 말을 자주 떠올리기도 했고요.
작년에 처음으로 참가했던 울릉도 대회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예선 탈락한 뒤 제가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고 준비한 것도 효과가 있었습니다.(물론 이번 대회에서도 저의 미흡한 부분을 확인했고,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중입니다)
대회의 모든 행사가 마무리되고 울릉도-후포-마산 기조낚시의 순서로 되돌아왔습니다. 다시 무안으로 먼 길을 떠나야 하는 여명 형님을 위해 커피 한 잔을 뽑아 드렸네요. "다시는 울릉도 안 가!"라고 하셨지만, 내년에도 저와 같이 커피를 뽑고 계실 듯합니다 ㅋㅋㅋㅋㅋㅋ
동출 때도 매번 그렇지만, 이번에도 형님의 도움을 참 많이 받았습니다. 함께 갯바위에 있을 때 참 마음이 편한 형님입니다 ^^"
대회가 끝나고 제게는 또 다른 1년이 생겼습니다.
우선은 가족, 여명 형님, 강우코리아 식구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합니다. 그리고 작년 대회가 끝나고 그랬던 것처럼 낚시 공부도 많이 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을 기회로 활용하려고 합니다. 많은 고민 끝에 최근 낚시 단체에 가입했던 것도 그런 생각이 담겨 있었습니다. 또 다른 도전인 셈입니다 ^^
이번 글에는 특히 개인적인 생각이 많이 반영되어 있으니 너그러이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족들과 즐거운 명절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