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험.......착각일지언정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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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경험.......착각일지언정 행복했습니다.

1 밤뽈이좋아 10 2,279 2010.10.17 03:57
 
2008년 4월에 인낚에 가입한 초보조사의 첫 조행기를 올려봅니다.
 
가입후 매일 접속 하다시피 하여 독학으로 안전출조요령, 채비, 매듭법..등등을 익히고.....

일행과 낚시를 다녀 보니 출조,철수가 자유롭지 못하고(그래서 항상 혼자 다니는).....
퇴근후 짬낚시를 하다보니 비싼 채비가 별로 중요한 줄 모르는(백크릴도 10등분 보관하는 등).....
갯바위,선상 출조는 혼자 다니면 막연히 뜨내기 취급 받을거란 생각에 나 하고는 무관한 장르인줄.....

민감한 출조지 쓰레기 문제는 처음부터 단촐하게 나서니(1호대,민장대를 로드벨트로 묶고,두레박안에 살림망 우겨 넣고, 두레박을 낚시대에 걸친 상태로 우로 어깨총 자세로 매고, 생수 1병, 백크릴1/10봉지,밑밥은 지금껏 거의 사용 해 본 적 없는) 버릴 쓰레기 자체가 없는 행장이지요.
(원시적인 낚시라 칭할 수 있겠지요...? ^^*)

옆조사와의 칼싸움이 너무나 싫어 조황보다는 항상 호젓한 곳만 골라 다니는............
(낚시를 처음 접하면서부터 겪은 아픈 기억 : 옆사람 기분 생각 안해주는 일부 매너없는 조사님들)
이런 마음으로 짬낚시를  조용히 즐겨 오다보니
인낚의 여러 조사님들처럼 변변한 조황 올릴 꺼리가 없는게 당연했습니다.^^*
 
그동안 동네 낚시에서 잡은 감성돔 34cm도 기록이라고 뿌듯해 하고 말입니다.
 
사진도 없고, 조과물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제가 오늘 첫 조행기를 쓰고 있습니다.
 
혹여 지루하시더라도 초보가 낚시에 몰입해 가는 과정이라 생각 하시고 느그러이 봐 주시길 간청드립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2010.10.17 오후2시경
가덕 도보포인트에 저 혼자 출조입니다.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자주가는 그 곳은 이상할 정도로 텅 비어 있었습니다..

여느 때 처럼 자주 가는 호젓한 곳을 걸어걸어 가니 왼쪽 꺽어지는 부분 테트라에 부부조사님이 계셔서 약 30여 미터 오른쪽에 장소를 정하고 낚시를 시작했습니다.
 
초반부터 씨알급 메가리가 심심찮게 올라옵니다.
 
그러는 중에 제 옆 10m 지점에 점잖으신 노신사 두분이 자리를 잡는군요.....
(전 몰랐지만 아마 뒤에서 보고 계셨던듯....)

흘림을 하자면 많이 답답한데....생각하다가 
부부조사님이 계신 곳의 왼쪽 테트라쪽으로 아예 제가 자리를 옮겼습니다.

엄청나게 긴 테트라가 텅 비어 있는 상황이더군요.
 
보통 때는 테트라 3m반경에서 낚시(민장대)를 하는데
요즘은 수온이 좀 내려 간 탓에 깊은 곳을 노려 볼 요량으로
수심 5.5m,원줄2호,목줄1.2호, 0.8 막대찌로 세팅하여 전방 약 20여 미터 지점을 목표지점으로 생각하고 첫 캐스팅.........
 
의외로 속조류가 아장아장인듯 하여
채비 회수하여 바늘위 30cm지점에 작은 봉돌 하나 물리고 10시 방향으로 캐스팅......
서너번 캐스팅 후 12시 지점에서 불규칙한 반응(막대찌 사용)...
약간 설걸렸다 벗어난듯 두어번 미세하게 잠기었다 원위치 하길래 
잡어였을까...밑걸림이었을까..하고 채비를 회수하는데....
 
어라...........
 
제법 큰 비닐봉지에 물이 가득한 상태로 끌어 올리는 정도의 무게인데 중후한 몸부림이 느껴집니다.

순간적으로 제 온 몸의 열기가 얼굴로 몰립니다.
간헐적으로 쿡....쿡 쳐 박는 그 격렬한 몸부림은 초보조사인 저를 오히려 당당하게 압도합니다.

숨이 목에 차 오릅니다.
입이 마릅니다.
 
그래 !
첫 경험이야.
 
그렇게 약 10여 미터를 놈의 저항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면서 실수하면 안된다고 스스로에게 타이릅니다.
아마 10여 초의 짧은 순간이었겠지만 꽤 긴 시간인듯 느껴지고 있었습니다.
 
그 짧은 순간에도 머리속엔 여러가지 생각들로 가득하고.....
 
원줄이나 목줄 둘 다 아주 저렴한 제품인데 버틸 수 있을까...?
고기 머리를 돌리지 못할 정도로만 릴링하자. 절대 섣불리 덤비지 말자.(^^*)
인낚의 선배조사님의 글에 의하면 자신없을 땐 무리하게 릴링보단 버티기 모드도 유용하다더라.....
뜰채가 없는데 어쩌지...?
파도가 들이칠 때 테트라위에 얹히자.
그런 다음 수건으로 놈을 덮치자.
 
이런 행복한 고민을 하면서 채비 절반쯤을 회수하였을 무렵
막대찌가 하늘로 솟구치고 이어 허전함을 느낍니다.
 
수전증도 아닌데 바로 팔이 달달달 떨려 옵니다.
가로늦게 숨도 가빠오고,
입이 바짝바짝 마릅니다.
 
아까 씨알급 메가리 잡는데 바늘 위 1cm지점에 아주 미약한 목줄 스크레치가 있었음을 비로소 느낍니다.
계속 그저 그만한 고기들과 놀걸로 안이하게 생각 했던게 화근이었습니다.
알고는 있었지만 그게 화근이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습니다.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캐스팅 실력이 아직은 수준급이 못되기에
계속 그 지점을 노려 투척하기를 무려 3시간(팔목이 아파 잠시 쉬면서 보니까)
담배 한 대 안 피고,
물 한 모금 안 마신 상태로,
소변도 뒷전이고...
귀신에 홀린듯 그렇게 쪼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제가 살아 오면서 이토록 몰입을 해 본 기억은 없습니다. 아직은

어차피 짬낚시였기에 놓친 고기에 대한 미련도 없습니다.(얼굴을 보았다한들 뜰채도 없었고...)
 
소형승용차와 대형승용차의 비교가 아닌
승용차(3짜 대상어)와 중형트럭의 차이라고나 할까요.....?
 
3짜는 여러 번 경험이 있기에 무게라던가 몸부림은 어느정도 인지할 수 있는 터...

그러나 그 크기를 알 수 없는 격이 다른 대상어에 대한
첫 경험이었습니다.


착각일지언정 진정 뿌듯하고,행복한 첫 경험이었습니다.^^*

서두에도 말씀 드렸듯이 저는 원시적인 낚시를 즐기지만
채비 기본에 대한 중요함(작은 목줄 트러블..등)을 뼈저리게 느낀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그 자리에 한동안 멍하니 앉아서 물도 한 모금 마시고, 담배도 한 대 피면서
미지의 대상어에 대한 경외심만 가진 채 마음을 정리하였습니다.
오늘은 그만.
 
문득 좌우로 고개를 돌려 보니 어느 새 어둠이 온 천지를 감싸고 있네요.
 
넓디넓은 테트라포트 위에서 오늘따라 호젓함의 극치도 즐길 수 있었으며,
격이 다른 대상어의 파워풀한 몸부림도 겪어 보았습니다.
 
황홀한 첫 경험이었습니다.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살림망에 잡아 둔 메가리를 두레박으로 옮기면서 생각나는 광고 카피..
그래 ! 낚시는 참 좋은 것이여~~~~~~~
 
4짜나 5짜를 잡아 보신 선배 조사님들께는 감흥이 없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초보조사가 낚시경력을 쌓아가는 과정으로  이해하여 주시고 허물치 말아 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그렇게 흐뭇한 마음으로 그 바다를 뒤로 하고 나오는데
많은 조사님들이 밤 낚시를 위해 들어오고 있네요.

그래서 낮에 그리 한산하였나 봅니다.
 
사진 한 장 없는 지루 할듯한 긴 내용 끝까지 읽어 주시고 격려해 주실 것으로 생각되어
이 또한 행복할 거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PS : 다음 조행기는 성공한 조행기가 되도록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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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댓글
1 토영감시이 10-10-17 11:06 0  
그때 그상황을 마치 저가느끼는거 같으네요... 몇해전 처박기 할적에 원줄4호 목줄2.5로 참갯지렁이로 낚시할적에48짜리한마리하고 연타로 받은입질이 앞전놈보다 훨 힘이좋았는데 바닥층 굴껍질에 밑줄이 팅하고난뒤 다리가후들거리고 낚시도 지대로 묶지못하던 그때가요... 암튼찐한손맛 축하드립니다....
1 밤뽈이좋아 10-10-22 00:38 0  
댓글 고맙습니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오늘 5일째 퇴근후 3-5시간씩 그 자리로 가게 되는군요^^ 조과 욕심보다는 꿈결처럼 지나가 버린 찰라의 그 생동감을 음미 해 보고 싶어서요...^^*
19 솔머리 10-10-20 16:32 0  
군더더기없는 깔끔한 조행기 잘 보았습니다. 정갈하고 깔끔한 낚시 오래오래 즐기시기 바랍니다.
19 밤뽈이좋아 10-10-22 00:41 0  
처음 올린 조행기의 댓글 감사드립니다.
그 날 이후 제 행장이 바뀌었습니다.^^
1호대,민장대,막대찌를 묶어 다니다가......
불쑥 찾아올지도 모를 그 대상어를 마중하기 위해 민장대 대신에 1호대와 뜰채를 매고 다닙니다.^^
1 밤뽈이좋아 10-10-22 00:46 0  
댓글 감사드립니다.
비가 올것 같은 날씨인지라 1회용 우의 준비하고 오늘도 그 곳을 다녀왔습니다.
대다수 조사님들께서는 칼치를 즐기시는데.....(조과도 좋고)
전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32cm, 27 두마리 , 씨알좋은 메가리 한마리 하고 왔습니다.
32대상어와 그 격이 다른 대상어 ..역시 파워면에서 초라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하지만 밤인지라 긴장한 탓에 뜰채로 마무리 했다는....ㅋㅋ
1 나쁜고기 10-10-25 21:15 0  
깔끔한 조행기 잘보고 갑니다.
건강하시고 다음에 조행기 부탁합니다.
1 밤뽈이좋아 10-10-25 23:42 0  
어설프기 짝이 없는 글일텐데....격려말씀 고맙습니다.^^
본문에도 언급했듯이
조과에 연연하지 않는다 했건만 , 제게 과분한 대상어인줄 알지만,
그래도 자꾸만 그리워집니다.
대상어의 얼굴이요.........^^
좋은 밤 되시길.....
61 미스타스텔론 10-10-26 05:10 0  
15년전 찌낚시 우연히 입문하여 알 수 없는 대물에 꾸욱~ 꾸욱 하더니 터져버린 기억들과 6개월후에 5짜의 첫 경험에 황홀감은 잊을 수 없고 맥을 짚었는데 그놈에에게  엄지를 물렸던 추억들이 아련합니다.
61 밤뽈이좋아 10-10-26 06:51 0  
끝내 얼굴 마주하지 못한 대상어를 향한 그리움이 ........
좋아하는 사람을 두고 가까이 가지 못하는 그리움 못지 않은듯 합니다.^^
초보인 저에겐 잡았으면 잡은 대로....놓쳤으면 놓친대로 낚시란 장르의 취미에 조금씩 몰입해 가는 즐거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도 그런 첫경험 아직도 황홀합니다.
새벽시간에 귀한 댓글 감사드립니다.
좋은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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